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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고보자
 만화보고 따지는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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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서구만화의 국내출판 - 혹은 라이센스판을 찾아서
만화는 흐른다 00/11/08 11:36 capcold
설마 2000년의 유럽만화 대거 유입이 한국과 유럽/서구만화의 첫 조우였다고 믿는 사람은 없기를 바란다. 만화라는 형식은 그리 역사가 짧지도, 그 정도로 폐쇄적이었던 적이 결코 없었다. 이미 이전부터 '제 3종 근접조우'는 이루어져 왔고, 항상 당시의 시대 상황 속에서 나름대로의 성과와 실패들을 거두어왔다. 이번에 집중 유입된 유럽/서구만화는 전체 만화의 그림 속에서는 극히 일부분일 뿐이며, 우리는 다른 일부분들을 못보아 온 것이 아니었다. 다만 잊어버리고 있거나, 미처 깨닿지 못했을 뿐. 유럽/서구만화와 한국시장의 조우에 관해서 보는 것은 일본만화 유입당시의 호들갑스러움('일본만화가 한국만화를 모두 먹어치울 것이다')과는 다른, 만화의 폭의 확대 시도라는 다른 무언가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동그림책

유럽식 만화가 가장 널리, 오래전부터 유입되어 온 부분은, 소위 '만화시장'이 아니라, '아동' 코너다. 많은 아동도서의 동화체 삽화 그림 등으로 유럽의 만화(식 글그림) 들이 일부 유입되어 있었다. 그 이름은 항상 '그림책'이었지만, 심지어 빌헬름 부쉬의 '막스&모리츠' 같은 만화의 모태로 불리우는 고전들 마저도 태연히 이미 들어와있던 것이다. 긴 이야기의 삽화로서의 그림이 아니라, 그림과 글이 같이 어우러져야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많은 유럽 '아동 그림책'들은 전시된 코너만 바꿔도 바로 '만화'라는 것이 명확해지는 것들이다.


소년중앙의 아스테릭스: 그런 것이 있었던가?

70년대말/80년대 초까지도, 대부분의 연재만화는 '종합 소년소녀 잡지'에 실리거나 부록으로 실리는 형식을 취했다. 당시의 만화들은 지금보다 일본식 만화생산구조에 덜 함몰되어 있었던 관계로 다양한 '실험'들이 비교적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소년중앙'에서는 부록의 개념으로 프랑스의 초히트 흥행작 '아스테릭스' 시리즈를 넣어주기에 이른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작품은 대단히 유럽적인 유머는 둘째 치더라도, 컬러를 재대로 재현하려면 인쇄비가 증가한다는 문제 때문에 소리소문없이 곧 사라진다(당시에는 작품의 지속성 대한 출판사의 '책임감' 따위는 개념조차 없었다 -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또한 디즈니 계열 만화이지만 흑백인 스크루지 맥덕 시리즈를 단행본으로 출간하기도 했으나, 이 경우 역시 오래가지 않아서 사라졌다. 미국적 생활상과 모험담은 그다지 흥미로운 것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보물섬 판 땡땡: 초창기의 유럽만화 수입 시도와 좌절

80년대 중반 만들어진 전문 만화잡지 월간 '보물섬'에서도 다시금 유럽만화를 시도해 보았다. 여전히 유럽의 '대박흥행작'이 한국에서도 그나마 히트 할 것이라는 환상은 계속되어, 이번에는 벨기에산 프랑스 국민만화 '땡땡' 시리즈를 들여온다. 인쇄술은 한층 발전했으나 풀 컬러 인쇄는 비용상 못한다는 문제를 타결하기 위해서, 땡땡시리즈는 '2도 인쇄'를 사용하게 된다. 또한 한 앨범의 분량을 약 3회 내외로 나누어서 '연재' 형식을 도입하는 등, 한국 환경에 맞추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한다. 하지만 단행본 출간으로 바로 이어진다거나 하는 체계적인 상이 없이 그 한계를 드러내고 이 또한 1년여를 넘기지 못한다.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재 종료와 함께 모두의 뇌리에서 잊혀졌음은 물론이다.

다르고 직판 사건: 아스테릭스, 땡땡, 럭키루크...SICAF 전시 그리고 수상한 실패

94년, SICAF라는 축제가 처음 시작하던 해, 행사장에는 이상한 부스가 하나 있었다. 국내의 메이져 출판사들과, 일본만화 부스들 사이에서 왠 낮선 출판사이름, 'Dargaud'라는 것이 걸려있었다. 그리고 그 부스에는 '아스테릭스' 시리즈 중 한권이 한국어판, 불어판으로 수북히 쌓여있었다. 다르고가 국내 시장 진출을 노리고 들어온 듯 했다(한국쪽 출판사 파트너는 그러나 불명확했고, 아마도 그것 때문에 국내에서의 마케팅은 전무했었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이들은 아스테릭스 뿐 아니라, 땡땡, 럭키 루크 등의 흥행작들의 한국어판 샘플을 가지고 있었고, 이후 일부 대형 서점의 한 쪽 코너에서 심지어 찾아볼 수도 있었다. 즉, 언제 어디선가 배포가 되기는 했다는 것인데... 유감스럽게도 풀컬러 인쇄였음에도 불구하고 번역의 질, 글자체 선택, 식자작업 등 기술적인 수준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유럽에서 승승장구하던 대작 시리즈들이 또한번 한국진출에 실패하느 순간이었다.


헤비메탈 한국어판: 도대체 뭘보고 투자를 했던가?

뫼비우스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든 잡지, '메탈 위를랑'의 영어판, '헤비 메탈'. 90년대 중반, 이 잡지의 한국어판이 나왔다! 물론 몇호 나오지 않고 망하기는 했지만, 유럽/서구의 만화잡지가 그 형식 그대로 국내에 들어왔다는 것은 대단히 신기한 일이었다(심지어 일본만화 잡지도 그런 전례가 아직까지도 없다). SF 판타지를 주요 기조로 하는 이 잡지는 그러나, 국내에서는 소비자층을 만나지 못했다. 낮선 문법, 낮선 주제는 결국 조금도 적극적이지 못한 마케팅과 조화를 이루어, 결국 좌절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해외 유명 고급 만화잡지가 풀컬러로 출시되어 들어왔다는 점에서 이 시도는 나름대로의 가치를 갖는다.


아름드리의 '쥐': '명작' 휴머니즘 노선

'퓰리쳐 상 수상작'. 아름드리라는 출판사가 '쥐'라는 작품을 출시하면서 내걸은 모토다. 90년대 후반, 아름드리 출판사는 '만화의 이해' 를 출시하는 등, 미국만화의 명작을 들여오기 시작한다. 비록 만화라는 형식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도와 마케팅은 떨어졌지만('만화의 이해'의 컬러 인쇄질과 극악한 재디자인 표지를 보라!), 명작에 대한 선별력은 확실히 돋보여서, 결국 이 두가지 모두 비평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들은 의식적으로 위 작품들을 '만화 유통경로'가 아닌, '일반서적 유통경로'로 돌리고, 상업적인 성공은 평균 이상은 되겠지만, '대박'까지는 못간다. 이후 이들은 한동안 별다른 활동없이 잠잠해 있다가, 2000년도 들어서 아시 '아름드리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재기, '맨발의 겐'을 출간함으로써 명작 휴머니즘 노선을 다시금 시도할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2001년 현재까지도 결국 맨발의 겐 후속 권들은 안나오고 있다)


꼬마 니꼴라 등 장 자크 샹페의 만화: 시집, 에세이집, 만화의 경계선?

아동 그림책에서는 이미 유럽 만화체가 보편화되어 있었다. 이러한 경향이 좀 더 성인층에게까지 확장된 것의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좀머 씨 이야기'의 삽화가로 유명한 장 자크 샹페의 만화들이다. 꼬마 니꼴라(글은 프랑스 대중 만화 스토리작가 가운데 가장 저명한 유머작가 르네 고시니) 등에서는 그나마 '만화'로서의 성격보다는 일러스트의 성격이 강했지만, '라울 따부렝' 등에 이르면, 말풍선의 사용 등, 만화 특유의 문법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류의 책들은 90년대 후반 들어서 시집, 에세이집 등의 부류로 같이 분류되면서, 점차 지명도를 확보해 나아갔다.


열린책들: 개미, 레쎄르(Reiser) 시리즈...'자기들 나름대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움베르토 에코, 두 '현란한 지식의 향연'을 특기로 하는 작가들을 주무기로 하는 출판사 '열린책들'도 결국 90년대 말엽에 와서는 만화시장에 진출한다. 이들 역시 만화 유통망보다, 그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일반서적 유통망을 사용하는데, 이들의 선택은 이미 그들에게 주어진 아이템인 '개미'의 만화판과, 장자크 샹페를 연상시키는 여백위주의 카툰체를 구사하는 'Reiser'의 만화책들이었다. 잘팔린다는 이야기는 ...글쎄. 들어본적 없다. '히트'를 칠 만한 요소는 분명히 부족하고, 집중 마케팅 대상도 아니었으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죽음의 행군': 이해불능

90년대 말, 가장 기이한 선택. 궁극의 펜화에 담긴 궁극의 재미없는 드라마성의 '죽음의 행군'(장 자크 골). 기독교적 시각을 주로 하고 있지만, 드라마성의 거의 완전한 부재나, 갑갑하고 느린 연출은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현재 절판중(다행히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예술성 자체를 깎아내리지는 말지어다. 하지만 만만치 않게 극적 재미가 떨어지고, 그나마 그래픽적 완성도에서도 임팩트가 약한 작품이 동시대에 나왔으니, 그것이 바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만화판이다.


B&B: 상브르, 피터팬...모자이크?!

이제 드디어 00년도의 '유럽만화 붐'의 시대가 도래한다. 그 첫 테이프는 B&B 출판사의 '상브르'와 '피터팬'이다. 해당 시기에 때마침 피터팬의 작가 르와젤이 부천만화축제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등, 여러 모로 화제를 일으키기에 알맞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또한 B&B가 선택한 작품들은 유럽만화의 작가주의성향을 대변할 수 있되, '베스트셀러'로서 현지 시장의 검증을 이미 거친 작품을 함으로써 비교적 매끄러운 마케팅을 펼친다. 하지만 이들은 표지에 '19세 미만 구독불가'라는 빨간 마크를 인쇄해서 박아넣고, 성기노출 장면을 모자이크로 처리하는 등, 예술로서의 만화에 대한 기본적인 애착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초창기에 하드커버판과 소프트 커버를 동시에 출간하는 등, 마케팅적 측면에서의 시도에 있어서는 단연 돋보인다.


교보: 잉칼, 제롬 무슈로의 모험. 숙련된 노련함과 마케팅력 부족의 명암

원래 유럽만화를 국내출간하는 일에 먼저 기획을 잡고, 관련 서적을 준비/출간해왔던 곳은 사실 교보문고 출판사였다. 하지만 팜플렛의 신간정보에 '제롬 무슈로의 모험, 잉칼 곧 출간'이라는 말이 수개월 반복되는 동안, 이들은 유럽만화 출간의 선수를 놓치게 된다. 상브르나 피터팬을 1,2 권만을 내고 기약없이 후편을 기다리게 한 B&B와 달리, 교보는 6권짜리 '잉칼' 시리즈를 두권으로 묶어서 완간하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무삭제, 앞부분에 인물해설 등을 추가하는 등 노련한 출판 기술을 보여준다(그럼에도, 하드커버 판이 없다는 단점은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마케팅과 이슈화 시킴의 부재 속에서, 명작 작가주의 노선을 명백하게 표방한 이들의 시리즈(최근 출시된 시리즈는 닐 게이먼의 '흑란', 스퀴텐&피터스의 '기울어진 아이'다)는 향후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현실문화연구: 니코폴, 이비쿠스, 섬... '사운을 걸고'

2만 3천원. 사회과학계에서 '대중문화 이론서'의 초창기 주도자로서 잔뼈가 굵은 현실문화연구에서 만화책을 낸다면 어떨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니코폴 3부작 합본은 2만 3천원 하드커버, 포스터 부톨 증정이라는 막강한 포맷으로 우리에게 선보였고, 효과음을 그림 내에서 덮어씌우지 않고 자막 처리하는 등의 '원판 그대로'에 대한 큰 집착을 보였다.
이후 출시된 이비쿠스, 섬 등의 만화에서도 이러한 고급화 노선은 명확했고, 이런 선택과 품질에 대한 집착은 '사운을 걸고' 만화 시리즈를 출시하고 있을 것이라는 정당한 추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쪽 역시도 특별한 상업적 성공에 대한 소식이 아직 안들려오고 있다.


앙리에따의 비밀일기장: 아동도서?

위의 작가주의 대작들과는 달리 그렇게 큰 화제속에 등장하지는 못했지만, 준 아동용 만화들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앙리에따의 비밀일기장(뒤퓌 작)은, '다리아'와 '니꼴라'의 혼성교배같아 보이는, 소녀의 몽상 일기다. 이것은 작가주의 대작들로 인하여 유럽만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박히고 있는 이런 시점에 숨퉁을 틔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


스콜피온, 666, 리드벵, 토르갈, XIII : 완연한 Album 포맷 도입. 50p -_-;

최근 B&B는 계속적으로 유럽만화들을 다량 출시하고 있는데, 그 판형은 하드커버로 완전히 돌아섰으며, 유럽의 Album 두께로 줄어들었다. 2권씩 합본해서 출시함으로써 양에 대한 욕구도 충족시키려 했던 이전의 시도와 달리, 최근 출시중인 일련의 시리즈들은 50p 내외의 본래 '한권' 포맷 대로 나오고 있어서 주머니를 슬프게 하고 있다. 또한 작가주의 대작보다는, 성인 지향의 베스트셀러 오락만화를 들여오는 시도를 하고 있는 등, 역시 가장 마케팅에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아동지향의 유럽/서구 만화들은 그림책의 분류에서 확고한 자기 영역을 확보했으며, 최근의 출간 붐은 성인지향 작가주의 및 베스트셀러로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캐릭터성의 극치를 달리는 '전연령층' 대상 만화는 상륙에 번번히 실패하는 등, 만화에 대한 일반적인 고정관념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한국에서의 유럽/서구만화 출간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바람직한 방향은 역시 고르고 폭넓은 소개와, 더욱 많은 정보의 유입일 것이다. 아직은 대대적 유입의 초창기라서 독자들의 피드백이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결국 조만간 유럽/서구 만화는 다시 국내에서 절멸하거나, 아니면 독자적인 영역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제 후자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과거의 흐름, 현재의 흐름을 공유하는 것이고, 폭넓은 담론화, 이슈화를 시키는 것이다. 이제, 서구만화에 대한 이야기, 그것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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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뭐하는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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