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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의 서구만화에 대한 화답 : PADAM, PADAM
만화는 흐른다 00/11/08 11:56 물수제비


1. 들어가며  

책을 사고 난 후 바로 빠담빠담의 겉표지 제목 밑에 적혀 있는 “PADAM PADAM”을 얼핏 보았을 때 나는 ‘패러다임’이라고 잘못 읽었다. 아마 획기적인 작품에 대한 높은 기대와 애정이 이런 오독을 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과연 이 책은 한국 만화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빠담빠담은 ‘한국만화의 타자’라고 선언한다. 타자란 말에는 소수파로서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과 예술만화로 한걸음 다가가려는 작가적 긍지가 동시에 들어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시도들로 인해 한국의 만화가 과연 바뀔 수 있는가,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능할 것인가가 나로서는 더욱 큰 관심사로 다가온다.  


  2. 만화는 예술이다?

90년대 들어 제기되는 ‘만화는 제9의 예술이다’라는 말은 프랑스에서 사용되는 것과 달리 한국적 맥락 속에서는 만화의 시민권 획득 요구 혹은 인정투쟁의 방편으로 사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이 필요하지만 여기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겠다.  

만화가 예술이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심심풀이 땅콩이거나 다른 예술장르가 개척한 형식이나 내용을 번안해서는 안된다. 만화 그 자체의 독특한 장르적 형식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새로운 면’을 제기함으로써 인문학적 지평을 넓히는 도구로서 활용될 때에만 만화는 예술로서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만화는 거게가 이런 예술로서의 인정받기에는 함량미달이었다. 박리다매의 남대문시장식 유통을 지향하는 대본소만화는 차치하고서라도 단행본이나 잡지만화로 호평을 받는 몇몇 만화들조차 새로운 수요층의 만들어 내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코믹, 적당한 시류비판, 액션, 성장기이야기, 과거로의 향수 등에 기대고 삶과 사회에 대한 만화적 통찰이나 그것의 작품화 노력이 부족했다.  

어떤 장르가 예술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인정 메카니즘을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런 사회적 메카니즘을 만들어 내는 가장 강력한 힘은 결국 그 장르의 ‘어떤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만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뛰어난 작품의 생산과 그것의 의미부여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빠담빠담’은 이런 만화는 예술이다라는 명제를 작품으로 드러내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며 그 도전의 성공여부는 어떻든 간에 그 노력과 도전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빠담빠담, 한국만화 내에서 한국만화 타개하기.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은 시도, 그러나.


3. 빠담빠담은 독자를 밀어낸다  

“만화를 읽는다는 것은 독자들이 카툰화된 주인공 속에 몸을 숨기고 감각을 자극하는 세계로 안전하게 들어가는 것이며 그 속에서 마음껏 모험을 펼친다는 것이다. 이처럼 독자와 일체감을 느끼는 것이 카툰의 최대 강점이기 때문에 카툰은 전세계의 대중문화를 파고들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다.”(성완경, 인하대 미술교육과 교수)

만화는 예술의 주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인 ‘카타르시스’를 다른 어느 장르보다 손쉽게 제공한다. 위의 인용글에서 말한 것처럼 감정이입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점 때문에 만화는 스스로 예술로서 자리매김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예술이 대중문화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수용자에게 성찰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예술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작품과 일정한 거리를 두게 만들면서 독자에게 작품을 읽고 있는 주체로서 자신을 반성하게 해야 한다. 이는 곧 작품이 독자에게 스스로 진지한 독자가 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빠담빠담은 각 권마다 나레이터를 바꿔 작품에 나타난 시각을 변화시키면서, 칸과 칸 사이의 도랑을 크고 다양하게 만들면서, 적절한 해설을 제시하면서, 주요 등장인물이 나오지 않는 칸을 상당한 수준으로 배치하면서 독자들이 만화에 빠져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흔히 문학이나 예술에서 소격효과라고 표현하는 형식적 방법을 빠담빠담은 만화의 주요한 형식적 구성요소인 도랑의 재구성을 통해 시도하려 한다.  

그 실험은 최소한 이 글을 쓰는 나에게는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만화를 볼 때보다 서너배의 시간이 더 소비됐다는 점도 그렇고, 쉽게 스토리에 빠지지 않고 만화 한칸한칸, 글 하나하나를 더 자세히 보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한국만화 가운데 독자를 밀어내는 작품은 처음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빠담빠담은 이 부분에 있어서는 성공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런 작품의 시도에 대해 이런 작가의 의도적인 불친절을 감내하고 작품의 진정성에 다가가려는 독자가 한국에 몇명이나 있는가하는 문제는 예술로서의 만화가 이뤄지기 위해 다른 영역에서 다뤄질 문제이다.  


4. 빠담빠담은 단순히 에디뜨 삐아프의 전기가 아니다

전기만화의 가장 단순한 형태는 학습만화류의 내용이다. 아동의 시각으로 번역된 위인전을 단순히 만화로 표현한 이런 전기만화는 교재이지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없다.  

또다른 전기만화의 한 형태는 일본의 격동기에 개개인의 삶을 그려나간 만화라 하겠다. 이 가운데 완간된 것으로는 ‘용마’나 ‘닥터 노구찌’를 들 수 있는데 양자가 모두 개개인의 삶의 궤적을 훑어면서 필연적으로 혹은 우연적으로 만나는 캐릭터를 통해 그의 사회적인 위치와 영향을 제시한다. 특히 닥터 노구찌는 마치 ‘포레스트 검프’의 우연적 방식을 통해 사회적인 배경을 설명함으로써 개인의 삶과 사회 전체의 삶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이 두가지 작품은 주인공의 영웅성을 더욱 강조하는 방식으로 그려짐으로써 위인전의 범주에서 크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이런 작품들은 결국 다양한 내용을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휴머니즘’이라는 보수적 가치를 우리에게 심어준다.  

빠담빠담은 이와는 달리 삐아프의 성장기에 그에게 영향을 준 다양한 군상과 사회적 분위기를 제공함으로써 단순히 전기가 아닌 사회의 전체상을 작품에 집약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3권 15세의 삐아프는 29년의 대공황을 맞이하게 된다.  

“미국경제의 붕괴는 … 유럽 전체에 영향을 주었다/파리도 사정은 매한가지 였다.…은행 입구마다 사람들로 장사진을 치더니/ 결국은 우리의 노래에 뿌려지던 동전들마저…”

라는 구절은 사회적인 문제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글과 그림을 결합해 매우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외에 유럽의 공황에 따른 독일 제3제국의 발호, 유태인에 대한 적대감 등이 삐아프의 삶과 연계되어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4권에서는 남성중심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문제, 예술적 갈망과 생활인으로서의 불화가 루이 뒤뽕과의 첫결혼의 파경으로 다뤄지고, 2권에서는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개개인에게 어떻게 절망적으로 다가오는 지를 장벵상이라는 상이군인의 이야기로 다루고 있다.  

이런 점에서 빠담빠담은 프랑스가 프랑스혁명 2백주년을 기념해 만든 대작 ‘20세기 레미제라블’이라는 영화가 지향하는 바와 같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빠담빠담은 레미제라블의 실패요소인 20세기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는 레미제라블의 엄청난 볼거리가 평면적인 시간흐름에 속해 있는 관객들의 수용능력을 초과시켜버리는 문제점을 만화라는 장르를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이 점만 보더라도 빠담빠담은 이미 작가들이 의도했던대로 소장해 두고 몇번이고 다시 보더라도 가치가 있는 만화적 유인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만화를 통한 새로운 인문학적인 인식지평의 확대라는 예술적 요소를 빠담빠담은 나름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빠담빠담은 삐아프의 전기를 토대로 하지만 그 시각과 하고 싶은 말은 개인 삐아프가 아니라, 삐아프를 중심으로 한 시대의 사회상과 그에 대응하는 인간들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4. 형식적 실험에 대해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빠담빠담은 논두렁 칸구조의 파괴와 도랑의 확대라는 형식적 실험 이외에도 총천연색 풀디지털 작업이라는 새로운 만화작업을 시도했다.  

또한 최근의 만화체 흐름과 달리 개방형의 터치를 사용해서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전개를 형식에서부터 어느정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작품의 분위기에 따라 특정 부분의 배경을 유화풍으로 표현하는 등 그림 자체의 예술성을 높이는 시도도 있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빠담빠담을 한국만화의 문법에서 멀찍이 떨어뜨려 놓은 이유일 것이다. 또한 이런 점들은 모두 예술작품으로서의 만화라는 작가적 의지의 산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시도들의 성공여부는 결국 우리나라 만화시장이 엄정히 평가할 것이다. 저주받은 너무 앞서간 작가가 될지 아니면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 전환점이 될 지는 나로서는 판단할 수 없지만 후자가 되기를 바란다.  


5. 몇 가지 아쉬운 점

데생은 만화의 기본이다. 하지만 빠담빠담에서는 몇몇 군데에서 부적절한 데생이 보여 옥에 티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작가적 역량이 아직 미숙하거나 혹은 작가의식의 불철저함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 두 가지 만 짚어 본다면 4권에서 루이뷔똥이 별거 한 후 몰래 찾아간 카바레 죠앙레빵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삐아프의 자세는 아주 어색하다. 또 1권에서 비올레따가 르블레앙에게 얼굴을 맞는 장면도 손의 각도가 어색하다. 그림체의 문제가 아니라 충분한 데생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이웃하는 면의 콘트라스트(이걸 뭐로 번역해야 하나. 채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3권의 3/4 지점에서 나타나는 이런 차이는 아무래도 인쇄 때의 문제인 것 같은데, 흑백만화라면 모르겠지만 올컬러만화라면 만화가는 필름 뜨는 것까지도 체크하는 면밀함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싶다.  


6. 빨리 후속편이 나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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