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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문하생' - (4) 어시스턴트(일명 '어시') 인터뷰
만화는 흐른다 02/12/20 11:20 두고보자
질문 : 깜악귀, 난나 / 정리 : 난나


(답변자는 모두 20대의 여성으로 전직 혹은 현직 어씨스턴트입니다. 서로 잘 알고 있는 관계이며 순정만화 분야 혹은 순정만화에 가까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서면인터뷰는 순정만화 계열 문하생, 그 중에서도 서로 알고 지내는 두 세분에 한정한 특정한 사례입니다. 가양과 나양의 대답을 기본으로 하되, 다양이 보충 답변을 하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대체적인 표현은 유지하되 어미의 형태나 조사, 문장 연결에 변화를 주었으며 본질문과 보충 질문을 합해 편집하였습니다.)

■ 어떤 경로로 어시스턴트 일을 하게 되었는지 경위가 궁금하다. 어시스턴트를 하기 이전의 만화 인생에 대해서도. 아울러 보통 어시스턴트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서 되는 것인지.

가) 만화를 하기로 결정한 건 20살 때이다. 아마추어 동아리 활동은 아직은 먼 산이었고 내가 어떻게 시작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는 상태였다. 일단은 만화과 하면 만화를 배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출판 만화도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만화과에 들어와보니) 출판만화는 정규수업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 카툰. 이런 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실망했던 건 내가 하고픈 것을 수업 시간이 아닌 다른 동아리 활동(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해야 한다는 부분이었고 좋았던 건 아주 작게 보고 있었던 만화라는 매체를 더 크게 보았다 것. 대학 졸업반인 3년전 운이 좋게 현장실습을 지금 화실로 배정 받았다. 배울 수 있는 쪽을 다시 선택한 셈인데 나를 포함해서 6명만 화실 쪽으로 현장 실습을 나갔다고 기억한다.(출판 만화를 선택한 동기는 나를 포함해 10여명 안팎이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지금까지 어시스턴트를 하고 있다. 어시스턴트는 만화를 좋아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나는 기본적인 만화작화 능력 밖에는 없었다) 일단 어시스턴트를 구한다는 정보를 구한 다음 인물, 배경 그림을 그려 보내면 된다.

나) 아는 사람이 다리를 놓아주었다. 어씨스턴트를 하기 전에는 만화동아리를 하며 작품을 하고 있었다. 보통 어씨스턴트들은 어느 정도 만화에 대해 알고 있고 그려본 경험이 있어서 작가의 일을 수월하게 도와줄 수 있는 수준이다. 잡지광고나 지인을 통해 아르바이트겸 프로의 세계를 경험하고 원고 진행 상황이나 실전에 대한 경험을 쌓기 위해 시작하는 것 같다.


■ 현재 어시스턴트로서 하고 있는 작업은 어떤 종류의 것인가. 또 작업하는 만화는 어떤 계열인지.

가) 여성만화의 배경파트 부분을 맡고 있다. 한때는 환타지물(비비카)도 했었고 현대물은 물론이고 현재는 (현대물) 단편을 한다. 한때는 배경과 톤 어씨스턴트를 포함해 화실에서 총 4명이 일했지만 현재는 나와 작가 둘만 작업하고 있다. 톤 어씨스턴트는 마감 하루 전에 지우개질 먹칠 인물의 톤, 효과톤 부분을 맡는다. 배경 부분은 모두 내가 맡고 있고 후반 작업은 작가와 공동으로 같이 한다.(거의 작가가 한다고 생각해도 되는 부분이다)

나) 배경 작업 전반을 돕고 있다. 순정 쪽과 소년지 쪽 둘다 병행중이다.

다) 후반 작업이란 작가가 직접 표현해야 하는 효과라든가, 인물에 붙인 톤을 처리하는 경우를 말한다. 순정만화의 경우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비쥬얼이 중요하게 인식되므로 후반 작업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의 톤 처리는 작가가 직접 한다. 물론 우리 화실의 경우이다.


■ 보통 문하생들이 어시스턴트의 일도 합께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시스턴트와 문하생의 차이는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보통 어시스턴트가 문하생보다 합리적이고 프로페셔널한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문하생과 비교해) 어씨스턴트의 위치나 역할은 정확히 어떤가.

가) 문하생은 처음부터 단계 단계 배우며 거쳐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수입에 관해서는 어시스턴트 비해 적지 않을까 싶다. 어시스턴트는 기본실력을 바탕으로 일하고, 작가와 서로 맞추어 나가는 과정을 빼면 (작업에 있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합리적이다.

나) 일단 문하생은 처음 만화에 입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고를 전혀 해보지 않고 만화 일체에 쓰이는 도구의 쓰임새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만화에 대해 배우기 위해 문하생으로 들어오면 가장 기초적인 펜선 긋기부터 배우게 된다. 작가가 한가할땐 원고에 도움이 되도록 인체 뎃생도 가르친다. 문하생이 습작한 원고를 보며 도움말을 주기도 하고. 그리고 마감으로 화실이 바쁠 땐 실전에 투입되어 지우개질, 먹칠, 톤 작업등 기본적인 걸 돕게된다.(이럴땐 소정의 수고비를 받게 된다) 그러다 경험이 쌓이면 간단한 배경이나 엑스트라도 그리게 되는 일도 있다. 문하생은 기본적으로 배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거의 매일 화실에 들려서 열심히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어씨스턴트는 배우는 입장인 문하생과는 달리 일을 도와주는 사람이다. 마감 때만 와서 일을 처리해 주고 수고비를 받고 돌아가는 산뜻한 일꾼으로 직업적인 느낌이 강하다. 보통 개인적으로 동호회지 활동을 통해 원고를 많이 해본 경험자가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다) 문하생과 어시스턴트의 차이가 있듯이 톤 어씨스턴트일지라도 문하생은 아니다. 톤 어씨스턴트는 배경 어씨스턴트와는 다르게, 직접 원고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톤을 붙이고 톤을 깎고 정리한다. 보통은 배경 어씨스턴트를 하기 위한 전단계랄까. (가)양의 경우 톤 어씨스턴트로 일을 하기 시작해서 내가 배경 어씨스턴트를 그만두면서 내 후임으로 배경 어씨스턴트가 된 케이스이다. '프로’톤 어씨스턴트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혹시 있다면 죄송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문 톤 어씨스턴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톤 어씨스턴트는 특별한 기술이나 그림 실력을 요구받지는 않지만 그래도 만화를 하겠다는 사람들이니‘기본적인’그림 실력이 있어야겠다. 그런 그림 실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오면 우선 톤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톤 어씨스턴트를 맡긴다. 더불어 일반적인 잔처리(지우개질, 화이트, 먹칠)도 맡기게 된다. 이런 식으로 작가의 원고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시간과 원고 경험을 쌓게 해주는 거다. 그런 후에 어느 정도 톤 실력이 늘고 원고에 익숙해지거나 배경 어씨스턴트의 자리에 T.O가 생기게 되면 다른 배경 어씨스턴트를 데려오기 보다는 같이 일하고 친해진 톤 어씨스턴트를 배경을 가르쳐서 배경 어씨스턴트로 써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겠다. 새 사람이 들어오면 처음부터 다시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니까. 시간적인 혹은 인간적인 텀을 굳이 비워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거다.


■ 겹치는 질문일 수도 있는데 문하생은 작가지망생인 경우가 많다. 어시스턴트 경우 작품을 준비하는 작가 지망생이 많은가. 아니면 그 자체로 일종의 직업 같은 것인지. 연관지어서 본인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지. 혹은 할 생각이 있는가.

가) 프로 어시스턴트도 있지만 나의 경우 작가 지망생이다. 꾸준히 내 원고를 하는 편이다. 나의 룸메이트도 현재 다른 작가의 배경 어씨스턴트를 맡고 있는데 나와 같이 자기 작업을 따로 하고 있다. 전문 어씨스턴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데뷔하기 전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씨스턴트 생활을 하던 경우에 한정해서 말이다...

나) 일단 만화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만화가 지망생일 것이다. 문하생이 전문 어씨스턴트가 되는 경우도 있고 어씨스턴트 하면서 자신의 작품을 계속 준비하다가 데뷔도 한다. 만화가로 데뷔를 했어도 자리 잡기까지 힘들어서 재정상의 어려움으로 어씨스턴트 일을 조금씩 하는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엔 만화가의 길은 포기했다. 배경 어씨스턴트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다) 순정만화의 경우 어씨스턴트에서 작가로 데뷔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알고 있다. 소년 만화의 경우는 잘 모르겠다.


■ 자신의 작품을 병행하고 있다면 작가의 영향(스타일화에 있어)을 받게 되는가. 작가의 영향을 받는다면 그것에 대해 어떻게(긍정적, 부정적) 생각하는지.

가) 영향은 분명히 받겠지만 스스로 어떻게 소화해 나가느냐 하는 부분에서 차이가 생기지 않을까.

나) 작가의 영향을 받는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본다. 효과나 연출 같은 부분은 많이 봐 왔고 원고를 도와왔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걸 넘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 가는게 이상적이 아닐까. 대다수가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다. (영향을 받는 것은) 일부의 경우인 듯. 개성적인 작품으로 데뷔하는 사람도 많다.

다) 컷 자체의 공감각을 느끼기에는 배경을 공부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 얼굴만 예쁘게 그린다고 다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인물의 앵글이라거나 배경과 맞는 각도의 인물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작가 자신의 배경에 관한 지식이 절대 필수라고 생각한다. 내가 배경 어씨스턴트를 했던 이유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인물 그림에 관해서 작가가 어씨스턴트에게 코치할 수 있는 것은 포즈의 어색함을 지적하는 정도 밖에는 도움을 줄 수 없다. 섣불리 가르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순정만화의 경우 얼굴의 비주얼이 바로 작가의 개성으로 드러나는 그림이니까. 그렇잖아도 매일 보는 작가의 그림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 작가가 나서서 코치한다면 진짜 작가의 그림체에서 벗어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 (현재 작업하는 작가의 경우) 내가 습작 원고를 해서 들고 가면 원고 전체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부분이라든가, 컷의 연결이라든가, 대사의 어색함이라든가, 뎃생의 틀린 점을 지적해 주는 선에서 그쳤다. 나는 그 점을 상당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 보수는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를 받고 있나. 비교해서 관례는 어느 정도이지.

가) 원고료의 15%를 받는다.(톤 어시스턴트는 5%를 받는다) 다른 경우는 잘 모르지만 나의 룸메이트도 비슷하다.

나) 모든 배경과 일부 톤 효과 등의 처리까지 전담하고 있고 작가의 원고료에서 20%를 받는다. 다른 경우는 어떤지 잘 모르겠다.



■ 작가와 계약 같은 것을 거쳤는가. 계약을 했다면 내용은. 보통은 어떤 식인가. 구두 계약인가.

가) 고료 외에는 다른 사전 합의(나 조건) 같은 것 없었다. 서면 계약은 하지 않았다.

나) 서면 계약은 안했다. 그냥 구두로 대략적인 약속 비슷한걸 한다. 어느 기간 정도는 필히 하겠다든가 하는.(너무 빨리 그만 두면 작가가 곤란하니까) 보수 얘기도 하고. 처음 일할 땐 일단 같이 일해 보고(한꼭지 마감이라든가) 서로 맞는지 어떤지 작가가 결정한다. 이 시기가 가장 긴장되는 때이다.


■ 현재 화실에서 작가와의 관계는 어떤 식인가. 직장에서의 상사와 부하직원과 같은가. 혹은 계약관계? 친구관계? 선후배관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어시스턴트나 문하생 등이 만화가의 만화작업 이외의 대소사, 잡일 등에 투입되는 일이 있는가.

가) 선후배관계이면서 인간적으로도 좋아하고 존경한다. 처음부터 '선배님'이라고 불렀어서 다르게 부른다는 것이 어색하다.(작가는 언니라고 부르라지만 그렇게 부르는 것이 더 어색하다) 우리 집이 화실에서 5분여 거리인데 가까이 살고 있으니 대소사나 잡일 등을 같이 한다.

나) 다른 화실에서는 '선생님'이라고 작가를 호칭하면서 깎듯하게 대하는듯 한데 나는 그냥 언니라고 부른다.(여성 작가 밑에서만 일해봤다) 자매 같은 친근한 사이, 친근한 분위기랄까. 너무 예의에 벗어나지 않도록 조심은 한다. 마감 때 밥도 먹으며 해야 하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밥을 하거나 설겆이를 하거나 한다. 때문에 요리 잘하는 문하생이나 어씨스턴트는 '귀하신 몸'. 어딜 가나 사랑받는다. 난 요리를 못해서 언제나 설겆이 담당이다. 마감이 끝나면 화실은 같이 청소한다.


■ 작업장, 혹은 화실 내에서의 인간적인 유대관계는 어떤 식인가. 그리고 일하고 있는 화실 상황이 보편적인 형태인 것인가.

가) '또 다른 가족' 같은 관계이다. '…family'라고들 한다. 보편적이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다른 경우는 잘 모르겠다.

나) 나의 경우 한 곳에서 오래 일해서 비교적 돈독한 유대관계라고 할 수 있다. 대개의 화실이 가족적인 분위기이다. 내가 본 화실 분위기는 모두(5군데) 무척 화기애애하다. 화실 가족 수도 작가 포함 2∼3명이 일한다. 많아야 4명이 마감 막판에 모여 '화르르 불탄다'. 내가 경험한 보통은 그렇던데 다른 곳은 어떤지?

다) 성격적인 부분은 절대 개인적인 성향과 노력과 조율로 이루어지는 부분이다. 나 같은 경우 일로는 내가 보조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을 벗어나면 1대1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도 그런 점을 인정해 주었고 그래서 아주 사소한 성격 조율은 있었겠지만 크게 문제가 되는 점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어씨스턴트와 작가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그게 안 되면 하기가 힘들어지는 거 아니겠는가.


■ 어시스턴트 간에 정보를 교환하거나 할 수 있는 연락망이나 관계 맺음, 모임 등이 있는가.(주위의 다른 만화가나 어씨스턴트, 문하생 그룹과의 관계는 대체로 어떤 식인가)

가) 따로 있지는 않다. 현재로도 만족한다. 별로 궁금한 것은 없는데. 우리들이 만화촌이라고들 부를 만큼 주변에 만화가들이 많다. 그만큼 어씨스턴트들도 있고. 또 어씨스턴트 생활을 하다가 데뷔한 사람들도 많다.

나) 잘 모르겠다.

다) 현재 우리 화실의 경우 작가를 중심으로 그 배경 어씨스턴트로 있던 나와 다른 두 사람이 데뷔해서 자기 작품을 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배경 어씨스턴트를 하고 있는 (가)양의 집은 바로 같은 동네고 나는 작가와 같이 살고 있다. 데뷔한 다른 어씨스턴트 출신들은 같이 화실을 구해서 살고 있고. 바로 옆집이다. 그 바로 옆집은 만화가 Y씨의 화실이고 또 바로 옆에는 K씨의 화실이 있다. 이 카테고리를 우리는 '… Studio'라고 부르고 있다.(스스로 '어둠의 자식들'이라거나 '어둠의 무리'라고도 부른다) 모두들 개인적인 친분으로 얽힌 사이라서 매우 친하다.


■ 순정만화계열과 소년만화계열, 성인만화계열 화실의 유대관계가 다 조금씩 다르다고 들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들은 바나 알고 있는 바가 있는지.

가) 모르겠다.

나) 내가 가본 곳은 소년지든 순정이든 여성 작가이어서 친근한 분위기이다. 일부 남자 작가들은 위계 질서를 많이 따진다고 들었는데 실상은 어떤지 모른다. 성인(만화)쪽도 잘 모르겠다.

다) 나는 순정만화만 했기 때문에 소년만화나 대본소 공장제 만화 화실의 경우는 잘 모른다. 사실은 들리는 이야기만 듣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도는 이야기들도 주워듣기 힘든 실정이다. 만화가들의 혹은 만화가 화실의 폐쇄성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워낙 개인적인 작업, 개인적인 공간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니. 그러나 현재 소년만화 잡지에 연재하고 있는 (전술한) Y씨의 경우 우리 화실과 별로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한다. Y씨의 경우 배경 어씨스턴트와 같이 살고 있는데 그 둘도 거의 형제지간처럼 친하다. 그러니 특별히 순정만화 계열과 구별된다고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 일이 있다면 사례를 들어달라. 직접 겪은 사례가 아닌 들은 사례가 있다면 그것도 알려달라. 어씨스턴트로서의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도.

가) 나는 행운아다. 사람 운이 좋아 남한테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없다. 심부름을 한 적은 있지만 강제적이라거나 그런 기분이 든 적은 없었다. 서로 바쁠 때 돕는 정도다.

나) 나의 경우는 없다.(운이 좋았다) 아는 사람이 한달간 남성 작가 화실에 붙박혀 기본 뒷처리를 해줬는데 달랑 4만원인가 받았다는 소릴 듣고 경악했었던 적이 있다. 만화계가 참으로 가난한 바닥이라 만화가가 가난해서 그 밑에서 일하는 어씨스턴트도 덩달아 가난하지만 그건 좀 심한 처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한달의 시간이 아깝다.

다) 일 문제로(예를 들면 인물 그림과 어울리는, 혹은 어울리지 않는 배경은 확실히 존재한다. 그러니까 작가는 톤을 별로 쓰지 않고 가는 선으로 표현하는 그림체를 좋아하는데 어씨스턴트가 그리는 배경이 먹 중심에 그림자를 모두 톤으로 처리하기를 좋아한다면 그런 그림은 위화감을 줄 수 있으니까) 보통은 도저히 인물과 어울리지 않는 배경이다 싶으면 그 어씨스턴트는 작가로선 같이 일 하기 힘들어진다. 그러나 그림 부분은 개인적으로 서로 간에 노력을 얼마나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작가가 요구하는 것을 제대로 들어줄 수 없다면 프로 어씨스턴트로서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시 그림은 그리다보면 느는 것이고 또 작가가 어씨스턴트에 맞춰서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런 게 바로 '조율'이다. 그러나 이것이 성격적인 부분으로 넘어가면 간단해 지지가 않는다. 개인적인 혹은 인간적인 매력이나 친근감과는 전혀 다르게 성격적인 부분이 맞지 않아 버리면 그 사람이 초일류 작가라거나 초일류 어씨스턴트라고 해도 같이 일 하기는 힘들어진다. (부당한 사례의 제시와 같은) 문제는 어씨스턴트나 문하생의 계급적 혹은 계층적인 차이를 설명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거야말로 진짜로 인간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개인적인 경험이니까.


■ 어시스턴트를 하는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어떤 면이 그런가.

가) 작가의 원본을 볼 수 있다는 것과 자신의 원고 완성도를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것 (물론 좌절은 하지만 그만큼 보는 눈이 높아진다. 눈이 높아지면 그만큼 열심히 하게 되고) 인물 표현은 따로 공부를 해야 한다. 사진을 보거나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그림을 보고 참고하면서, 현재 인체 표현을 위해 크로키 공부를 한다. .

나) 글쎄. 생업이 되었다는 것?


■ 영화에서 스텝의 이름이 나오는 것처럼 만화에서도 스텝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가) <윙크>에서 작가 이름 밑에 배경 어씨스턴트 이름이 나온 걸 봤었는데 좋아보이긴 했지만 지금으로 만족한다.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생각해보지 않는다. 개인의 생각차 아닌가.

나) 물론이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건 예의다.

다) 부연하자면 순정만화의 경우 스토리와 작화의 분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온전히 스토리와 연출과 인물을 만들어내는 걸 작가 혼자 하는 거다. 그걸 원고 상으로 풀어내는데 기술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어씨스턴트 제도이다. 만화를 무엇으로 인식하느냐 여러 사람이 이렇게 저렇게 일을 나누어서 스토리는 네가, 콘티는 네가, 인물은 네가, 배경은 네가, 톤은 네가, 지우개질은 네가- 해서 만들어지는 공동문화 상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영화처럼 모든 스탭들의 이름이 명기되는 게 원칙일 수 있겠다. 그러나 만화를 작가가 풀어내고 싶어 하는 이야기와 표현하고자 하는 그림의 조합체라고 생각한다면 작가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의 이름을 표기하고 싶다면 그건 그 작가와 도움을 주는 어씨스턴트간에 합의를 이끌어내면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가 프로작가의 원고에 배경을 그릴 정도로 훌륭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으므로 작가의 원고를 할 때 아마 작가가 이름을 표기해 준다고 해도 싫다고 했을 거다. 그리고 순정만화의 경우 거의 Special Thanks To에 다 넣지 않나? 요즘은 대부분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걸로 아는데.


■ 덧붙여, 만화는 작가 한 사람의 창작물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내부 만화보조인력(문하생이나 어씨스턴트 등)과의 공통창작물이라고 생각하는가. 자신이 어씨스턴트 작업을 한 작품에 자신의 스타일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가.

가) 전에 마감을 하다가 인물은 선생님(작가)이 하지만 배경은 내가 한다는 말을 (작가에게) 들었다. 선생님(작가)한테 들은 설명을 내가 표현하고 거기에서 서로 절충해 나간 것이라고 동감하고 있다. 만약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똑같은 설명을 듣더라도 그 분위기를 충분히 표현하겠지만 내 작업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아닐까. 조금은 반영이 되지 않을까.

나) 작가가 자신만의 창작물이라고 주장한다면 반론의 여지가 없겠지만 심혈을 기울여 작품의 완성에 기여를 한 점은 생각해 주길 바랄 뿐이다. 나는 배경을 하고 있으므로 내가 차지하는 영향도 제법 비중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 문하생으로 화실에 입문하고자 하는 예비 문하생에게 해줄 수 있는 충고나 전언이 있다면.

가) 모르겠다.

나) 열심히 적극적으로 배우길 바란다. 그냥 앉아 있으면 안된다. 문하생은 일을 해주러 온 것이 아니라 배우러 온 것이기 때문이다.


■ 어시스턴트는 그 자체로 추구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어씨스턴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해 줄 수 있는 충고나 전언은?

가) 충고나 전언은 없지만 스스로는 이런 생각을 한다. 어씨스턴트 일도 중요하지만 내 작업이 중요한 만큼 배울 것은 배우되 내 일을 게을리 하지말자라고. 어씨스턴트로서 원고가 완성되었을 때 보람을 느낀다.

나) 글쎄. 만화계 시장이 많이 위축되고 있는 요즘이라 뭐라 할 말은 없지만. 만화계가 좀더 활성화되고 수고비도 많이 주면 그 자체로 추구할 만한 직업이 되지 않을까.(출판사는 고료를 인상하라!!)


■ 본인이 생각하기에 작가로서 데뷔하고 싶은 지망생이 있다면 어떤 경로를 거치는 것이 가장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가. 문하생이나 어시스턴트도 그 중의 한 길이 될 수 있는 것인가.

가) 만화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몰라서 선택한 것이 만화과였다. (첫 문항에 답변했듯이) 가서 실망도 많이 했고 공부도 많이 했다. 그리고 우연히 이쪽으로 오게 되었다. 대학 친구들중 공모전만 준비하는 친구도 있고 혹은 동아리쪽으로 기울고 있는 친구도 있다. 길은 여러 가지이다. 그리고 확률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 또한 같지 않을까.

나) 어느 쪽을 거치든 결국은 자신에게 달렸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음껏.

가) 우리 만화책을 사서 보자!

나) 어서 만화 시장이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만화책을 사서 보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고. 단기적인 시각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만화계를 바라볼 출판인이나 문화의 다양성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즐겼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만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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