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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 포스트-한미FTA 시대 엿보기 - 『꼴찌, 동경대를 가다』
만화는 흐른다 07/06/29 07:04 capcold
!@#... 팝툰 5호부터 연재 시작한 짤막한 칼럼 '만화 프리즘'. 기본적으로는 세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 양상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만화를 한 두편씩 끼워넣는 방식으로, 이전 경향신문 '펀'에서 했던 만화풍속사와 비슷한 포맷이되 이왕이면 좀 더 하드한 주제들을 건드릴까 함.

!@#... 이번 원고는 FTA 타결 직후 꺼낸 시스템 근육론의 연장선상에서 꺼낸 이야기. 사실 4호용으로 썼던 것이라서 사람들의 1차적 관심사에서는 좀 벗어났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조만간 있으면 협정문 전문 공개 약속 시한이 다가오는 만큼 한번 다시 화제 토픽으로 이끌어내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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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한미FTA 시대 엿보기 - 『꼴찌, 동경대를 가다』

한미FTA 타결 관련 이야기가 한창이다. 미국이 한국을 침탈하는 음모라느니 1세기 전의 쇄국을 피하자니 하는 극단적 주장들을 뒤로 하고 보면, 한 가지 확실한 전망만큼은 뚜렷해진다. 바로, 한층 격해지는 무한 경쟁 말이다. 국경 없는 자본주의의 룰에 따라서 국가정부고 기업이고 개인이고 모두 시장이라는 커다란 시합장의 선수로 참전하여 화려한 배틀로얄을 펼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은 피를 흘리며 퇴장할 것이지만, 룰 자체의 합리성, 즉 자본주의적 실력의 경연에 대해서는 토를 달기 힘든 복잡한 상황이 되어버린다. 그것이 그 세상에서는 “옳은 것”이 되니까 말이다.

『꼴찌, 동경대에 가다』라는 만화를 보면 바로 그 ‘포스트-한미FTA’ 시대의 풍경을 그려볼 수 있다. 이 만화는 학교에서 가장 성적이 나쁜 두 명을 집중적으로 입시공부를 시켜서 동경대에 입학시키고자 하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변호사 출신 괴짜 선생 주인공이 고등학교 교육의 위선을 처절하게 후벼 파는 모습이 압권이다. 세상은 약육강식과 실력주의로 돌아가는데 소위 개성 교육을 주장하며 학력을 저하시키고, 학교 교육이라는 방식으로 애당초 이루어질 리가 없는 전인교육을 말로만 강조하여 괴리감을 키울 뿐이라는 것. 그 와중에서 정작 교육의 ‘품질’ 자체는 전혀 학생들의 진짜 수요를 채워주지 못한다. 이에 대한 처방은? 고품질의 효율적 주입식 교육을 실시하고, 동경대 합격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던져주며, 전인교육이니 이후의 인생설계니 하는 것은 스스로 알아서 생각하라고 던져놓는 것이다.

확실히 정론이다. 합리성과 룰이 모두 갖추어진 발상이고, 그 결과 아마도 우수한 인력이 키워질 것이다. 문자 그대로 ‘승자’를 만들어내는 공식이다. 그런데 의문이 남는다. 승자의 범주에 못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 ‘발전’의 가속도가 붙을수록, 관성 작용과 원심력은 수많은 성원들과 가치들을 바깥으로 내쳐낸다. 때로는 세계적 경쟁 속에서 비효율적인 산업이라는 명목으로, 때로는 구체적 금전 수익을 위해 희생되는 모호한 문화적 가치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이들 중에는 버려야할만한 것들도 있겠지만, 그저 휩쓸려 나가는 것도 많다. 『꼴찌, 동경대를 가다』에서 입시과외를 하는 두 명의 학생 이외의 모든 다른 이들은 그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그들에게는 합리적인 새로운 고등학교 교육의 혜택 따위는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

사실, 제정신으로 ‘발전’의 가속도를 반대할 수 있을 만큼 순진한 세상은 아니다. 다만, 가속도만큼이나 브레이크와 안전장치들이 대등하게 갖추어져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일 뿐. 이런 것은 한미FTA 이전에, 사회 발전 방향에 대한 기본적 가치관의 문제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한국사회는 이미 지난 60년간 브레이크고 에어백이고 다 떼고, “닥치고 풀쓰로틀”을 밟아왔다. 이거, ‘고작’ 한미FTA를 반대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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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팝툰>. 씨네21 발간. 세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 양상을 보여주는 도구로서 만화를 가져오는 방식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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