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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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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 남자답게 주먹으로 화해하자는 환상
만화는 흐른다 07/06/29 07:36 capcold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이야기가 있다. 뭐, 여하튼 사실이기는 할 것이다 - 맞고 자라서 우울한 성격이 되든, 때리고 자라서 기고만장해지든, 그 사이에서 때로는 맞고 때로는 때리면서 항상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편할 대로 자기 합리화하는 법을 배우며 자라나든 말이다. 그런데 최근 그런 애들 싸움에 거하게 끼어들었다가 큰 망신을 당하고 있는 한 재벌회장 어르신이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람들의 반응도 재미있는 것이, 비슷한 시기에 별로 내세울 것 없는 다른 서민 아버지가 주먹질로 복수를 한 사건에 대해서는 따스한 부정 만세를 외치고, 한 학부모가 애를 구실로 해서 학교 선생을 쥐어 팬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등 비슷한 패턴 다른 반응들이 나타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사적복수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동등하게 분노를 해야 맞을 텐데 말이다. 별로 기댈 것 없는 ‘억울한’ 자의 사적 복수는 통쾌해하고 권력이라는 든든한 기반이 있는 자의 사적 복수는 열심히 욕하는 것으로 보아, 역시 그 차이의 핵심은 (강자에게 유리하게 되어있다고 스스로 여기는) 공적 기준에 대한 불신인 듯 하다. 그런데 다시 의아해지는 것은, 어째서 그 회장은 충분히 공적 기준마저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시킬 수 있을 정도의 명분과 힘을 가지고도 쥐어 패는 쪽을 선택했을까. 본인의 발언에서 실마리가 나온다 - “남자답게 화해시키려고 했다”는 말. 그저 공적이고 법적인 것보다는 '사나이답게' 치고 박고 직접 해결하는 것에 대한 동경, 환상이 있는 것이다.

한국의 청소년 만화에서 하나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학원 격투물에서는 이런 세계관이 굉장히 잘 나타난다. 예를 들어 그 장르의 대표 격인 만화 『짱』은 어떨까. 주인공은 탁월한 싸움실력의 소유자고, 본인은 별 신경을 안 쓰는데 자꾸 싸움 일진으로서 학년, 학교, 나아가 지역을 대표하는 학원폭력계의 대표선수가 된다. 그런데 그 세계의 대부분의 청소년 문제는 어느 누군가와 주먹질을 하는 것으로 해결된다. 그런데 정말로 악한 사람은 세상에 없다는 건지, 주인공이 싸워서 이겨주고 나면 대부분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든지 오해를 풀든지 해서 화끈하게 '남자답게' 화해하고 친구가 된다. 승자는 자비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세상은 행복하다.

사실 이런 것은 전형적인 강자 중심 환타지다. 폭력으로 굴복시키고는 남자다운 화해를 한다고? 실생활에서 따라하면 원한 사들이고 사회적으로 민폐만 끼치고 길가다가 뒤에서 칼맞기 안성맞춤이니, 어린이 여러분들은 따라하지 마세요. 기승전결 속에서 승부를 통해서 폭력이 ‘해소되는’ 학원폭력만화와 달리, 현실의 폭력은 한번 두들겨 패서 힘의 우위를 확인시켜주는 것 정도로 없어지지 않는다. 잠복되고 순환 반복될 뿐. 결국 재벌회장님은 아무 사태도 해결시키지 못했고, 화해도 뭣도 이루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스스로 수렁에 빠지셨다. 어느 나라에 침공해서 강제로 민주주의와 평화를 가져다주겠답시고 몇 년째 전쟁을 진행 중인 어느 나라의 대통령과 비슷한 처지인 것으로 보아, 이것 참 생각보다 흔한 패턴일지도 모르겠다.

술 먹고 시비가 붙었고 얻어터졌다면 남자답게 주먹질보다는, 문명사회의 인간답게 경찰을 부르고 평화롭게 법적으로 시비를 가려라. 그게 '싸나이 쪽팔림'을 훨씬 줄이는 비법이다. 그 정도로는 속이 차지 않는다면 학원폭력물 만화를 보며 불타는 욕망을 대리충족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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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팝툰>. 씨네21 발간. 세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 양상을 보여주는 도구로서 만화를 가져오는 방식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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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뭐하는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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