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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고보자
 만화보고 따지는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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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어떤 만화를 지지할 것인가 - 이미지 서술과 발표의 자유로운 형식 실험이 가능한 인터넷 만화
만화는 흐른다 02/12/10 13:35 난나
90년대 초반 만화계에 떠돌던 유명한 괴담 하나를 살펴보자. 출중한 기량으로 일찍부터 유명했던 만화가 지망생 A가 있었다. 그는 프로 작가로서의 데뷔를 위해 상업 브랜드로서 최고의 권위를 지닌 모 잡지사의 공모전에 원고를 출품하게 된다. 예술성과 대중성이 기가 막히게 조화로운 그의 원고는 단박에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끌었단다. 그런데 한국 최고의 상업작가 L모씨가 수장이었던 심사위원단은 A의 천재성에 압도된 나머지 맹렬한 위기 의식에 사로잡혔다. 대형 작가로서 A가 야기할 '감당하지 못할' 판도의 변화를 우려한 그들은 결국 A를 탈락시킨다. 심사에서의 뒷 사정을 전해듣게 된 A는 이후의 데뷔 역시 구 세력의 견제로 모두 사전에 좌절될 것으로 단정해 버렸다. 절망한 A는 L모씨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을 주르륵 방문하며 "내 만화를 그리기가 왜 이렇게 어려워야 하나"를 한스럽게 연설하고 L모씨를 후려치는 등의 박력을 행사하다가 귀가해서는 목을 매 자살했다는 이야기.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최소한 아예 없는 일은 아니었더라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드라마적 성격은 말이 옮겨지는 과정에서 과장되거나 변질되었을 것이라는 혐의도 짙다. 일단 하나의 상징적인 비극이라고 해두자. 한참 소문이 돌던 당시에는 꽤 그럴듯한 신빙성을 지니고 폭넓게 확산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이런 류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은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출판 만화계에서 작가가 되는 길이 너무나 고단했다는 사정에 있다. 만화가 발표될 수 있는 지면이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작가로서 데뷔할 수 있는 공모전은 치열한 입시와도 같았다. 공모전을 주최하는 잡지사의 성향과 정확하게 부합되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심사위원의 자격이나 편향에 대해서는 지원자들 사이에서 불신과 불만이 높을 수 밖에 없었다.

만화가로 데뷔를 한다고 하더라도 창작의 권리를 전적으로 존중받는 것도 아니었다. 기본적인 생계나 직업인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도 난제였지만 해당 지면이 요구하는 조건들을 자신의 작품에 철저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작가들은 고민스러워 했다. 작품 발표의 기회부터 쉽지 않았고 발표를 위해서는 주어진 규칙에 따라 작품을 구성해야 했다. 사각의 괘선, 페이지네이션이나 분량과 같은 게재 방식이 엄격하게 규격화되어 있었고 웬만한 인기 작가가 아니라면 (꼭 실제적인 압력이 아니라 자기 검열이라고 하더라도) 성적인 표현이나 실험성의 수위에서 눈치를 보아야 했다.  

단행본 시장은 잡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데뷔가 쉽긴 했지만 고료의 대우면에서나 출판물의 질적인 측면에서 잡지사보다 감각, 기술, 성의가 한참 모잘랐다. 무엇보다 원고의 성격이나 게재가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독립 출판? 동인지와 함께 꾸준하게 무색되는 용한 출로였지만 출판 과정의 지난함이나 독자와 자금 확보에 있어서는 막막한 모험이었다. 지면의 절대적인 양적 부족과 구속적인 성격은 만화가들에게 창작 이전에 고려되어야 하는 거대한 전제가 아닐 수 없었다. 작품을 발표하고 출판하는 시스템의 문제는 서술과 이미지 구성에서의 자기 표현을 개발하려는 만화의 가능성을 억압하며 무엇보다 앞서 존재했다.

10여년이 지난 현재의 출판 만화도 여전한 어려움으로 제작되고 발표된다. 청소년 보호법만 해도 사회 문화적인 편견으로 유효하며 작가는 작품을 발표해야하는 공간과의 갈등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출판 시장의 고질적인 불황까지 언급하자면 10년 전과 비교하여 오늘의 만화 환경은 오히려 악화 일로에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데뷔가 어려워 목을 매었다는 괴담은 지금에 와서는 실없는 소문쯤으로 잊혀지고 지면의 제한 요건 때문에 만화를 마음껏 그리지 못한다는 푸념은 예전만큼 불가결하게 곤란한 것이 아니다. 고정 독자나 고료를 확보하려면 다른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만화를 그리고 발표하는 물리적인 토대를 보자면 분명한 변화가 있다.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개방되어 있는 것이다. 만화의 기술적인 대안을 고민했던 노력들의 성과다. 이미 존재하는 시스템에 유쾌한 옆길을 터놓은 대표적인 일례가 바로 인터넷 만화. 선거 관행을 바꾸고 개혁 캐릭터에 표를 몰아 승리를 일구어내었다는 '그' 인터넷의 힘(-_-;;)은 만화 표현과 발표라는 측면에서의 긍정적인 변화로 역시 주목할만 하다.

인터넷 공간은 오프라인 출판 공간과 비교해 만화가에게 엄청난 자유와 기회를 제공한다. 만화가가 작품을 게재하고 독자가 작품과 접촉하는 방식은 오프라인과 현격하게 차별화되는 온라인의 독자성으로 운영된다. 오프라인의 논리와 자본은 인터넷이 급속하게 대중화되는 시점에서 온라인 시장으로 이동해왔다가(<두고보자>의 h모님은 이를 두고 '종이책 만화를 모방한 온라인 만화'라고 지적한다) 요란한 점화 끝에 순식간에 잿더미만 남았던 전력이 있다. 인터넷 콘텐츠의 주요 구성물로 생존할 수 있었던 만화는 대부분 오프라인에서의 활동 경험이 전무하거나 대단치 않았던, 실제적인 데뷔를 온라인에서 치루어낸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스캔 서비스 이상의 차별화를 본격적으로 모색한 만화. 정밀한 뎃생이나 터치에 주력하기 보다는 제작과 수용의 경제성과 웃음이라는 만화의 오래된 특성, 즉 '명랑'의 감각과 아이디어에 충실한 이들이다. 서술의 충실함 보다는 이미지의 발랄한 매력 위주로 구성된 짧은 컷만화나 카툰, 플래쉬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특히 호응을 얻고 있다.

'졸라맨', '마시마로', '스노우캣'에서부터 '마린 블루스' '김풍쩜넷'까지. 인터넷 만화로 성장해 출판 시장과 캐릭터 상품 시장 전체를 강타한 대형 캐릭터의 작품이다. 대다수의 독자와 구매자들은 공식적인 루트보다는 온라인에 소문으로 떠도는 개인 싸이트의 주소를 따라 이 작품들을 대하게 되었다. 입소문이 무성한 만큼 이러한 만화들은 대체로 기발하게 재미있다. 주소만 링크시키면 되니까 작품을 접촉하기는 쉽고 주변인들과 금방 공유하게 되며 연재 공간에 꾸준하게 들르기도 어렵지 않다. 마감 압력을 받을 필요 없는 작가가 되는대로 게재를 해도 업데이트 확인하는데 별다른 돈이나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아닌 방문자들에게는 불규칙한 연재가 오히려 자연스럽다. 재미만 있으면 독자는 생기기 마련이며 소수라도 확실한 독자군이 형성된 작품과 캐릭터는 순식간에 인터넷 공간에 유행처럼 확산된다. 온라인에서의 친숙함은 작가가 큰 부담 없이 생산해왔던 캐릭터와 작품을 오프라인에서의 구체적인 생산품으로 변환시키면서 직접적인 수익관계로 연결될 수 있다.

상업적인 전망과 이해관계 없이도 인터넷 만화는 제작 자체로서도 의미가 크다. 인터넷 만화는 포화된 오프라인을 대체할 만한 발표와 수용 공간으로서의, 위와 같은 대안뿐 아니라 게재 방식이나 표현 기법면에서 고려할 디지털 기술로서 매력적이다. 아직까지는 낮은 해상도와 짧은 포착을 고려한 명랑만화가 주류 장르를 형성하고 있지만 영화적인 연출과 재생방식이 섬세하게 동원되는 정통적인 극화도 발전의 가능성도 높다. 인쇄매체로 고정된 단순함을 극복하고 영상매체와의 적극적인 교류 안에 장르가 분화되고 생성될 수 있는 변화의 시작에, 인터넷 만화는 활기를 띤다.

구체적인 지지 만화로는 인터넷의 영원한 연인, '스노우캣'을 추천하고 싶다. 서투른 것 같지만 얽매이지 않는 분방한 방식으로 그려지고 발표되는 '스노우캣'의 재미는 만화가 잃지 말아얄 고갱이가 무엇인지 특유의 나른한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 http://dugoboza.net/tt/rserver.php?mode=tb&sl=30 (c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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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뭐하는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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