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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어떤 만화를 지지할 것인가 - 장르의 폐쇄적 대중성을 넘어서 보편성으로 나아가는 만화
만화는 흐른다 02/12/02 18:19 깜악귀
1.

현재 만화는 상당히 완강하게 장르화된 대중예술이다. 물론 다른 대중예술에도 장르는 있다. 영화에도 조폭물이나, 러브코미디물, 느와르, 액션물, 공포물 등이 존재하며 이것들은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영화라는 장르의 문법을 현실세계와 소수의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폐쇄적인 관계로 이끌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어떤 장르의 미학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견제가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영화라는 매체가 본래 그런 매체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사회문화적으로 영화가 그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보아도 납득가능한 미감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요구받는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그 장르물을 보는 사람들만을 위한 영화는 좀처럼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영화가 이처럼 보편취향에 호소하는 성질을 잃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영화 한 편을 만드는데 드는 돈이 정말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그것은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에 한국 영화산업이 어쩌구 할 정도의 돈이다. 따라서 장르의 문법은, 되도록 많은 관객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중적'일 것을 요구받는다. 따라서 장르는 끊임없이 그 대중성을 실험당하며, 다른 대중적인 요소들과 교배된다. 성공과 실패는 명확하게 나누어 검증되고 검토되며 반영된다.

물론 만화 역시 대중적일 것을 요구받는 대중예술이다. 그러나 만화의 경우에는 보다 작가와 독자 간의 폐쇄적인 소수취향 공동체를 형성할 가능성이 적지 않는데, 기본적으로 만화를 그리는데 드는 비용은 영화에 비하면 훨씬 작다는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당연하게도 영화 역시 저예산 영화일수록 보다 마이너한 취향을 반영하기 쉽다) 만화를 그리는데 드는 비용은, 그럭저럭한 개인이 사적으로 부담할 수 있을 정도다. 한 2, 3명이 먹고 살만한 정도의 비용만 뽑아낼 수 있다면 연재와 출판물의 재생산은 가능해진다. 따라서 작가가 충족시켜야 하는 독자군의 숫자는 영화에 비해서 적어도‘괜찮다'.

따라서 한정된 숫자의 기존 장르물 독자들을 만족시키는 정도로도 작품의 재생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만화가 기본적으로 대중예술로서 그려지면서도, 개별 만화들은 사회적으로 ‘보편적이지 못한’ 예술이라는 현상태의 전제가 될 것이라 여겨진다.

"보편대중”이라는 말은 환상이겠지만, “싫은 사람은 보지 않아도 된다”라는 것이 만화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진다는 것은 만화가 겨냥하는 독자대상이 어떤 성격인지 말해준다. 전국에서 5000명만 그 만화를 사준다면(!) 그 만화는 성공한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그나마도 대여점 수요다) 영화에서는? “20-30대 여성들에게 외면받고 있답니다” -> “큰일이군! 뭐가 문제지? 불쾌감을 줄 요소가 있나?”

이러한 성격은 만화가 5000명 이상의 대상을 노리지 못할 운명의 매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두 매체가 모두 '대중성'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여기에는 규모의 차이, 혹은 질적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만화에서는 "이 작품은 대중적"이라고 주장하는 작품이 전체적으로 보편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여기에는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현재 만화매체가 놓인 이러한 속성은 자유로운 작가 개인의 자의식과 미적취향을 담은 작품들이 생산되기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만화는 보다 개인적인 내밀한 창작에 근접할 수 있고, 그런 창작들이 출판유통되기에 보다 더 용이한, 예술적으로 축복받은 매체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이미 예술 이전에 산업이 되어버린 영화보다는 문학의 길에 보다 가깝다고 볼 수 있을 수도.

다양한 소수문화의 유토피아. 허허. 여기에서 대중성과 보편성이 손을 맞잡는 새로운 꽃이 피어날 수도 있겠지.


2.

그러나 현실이 이렇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비교적 적은 수의 독자를 만족시키는 것으로도 재생산이 가능한 만화라는 속성은,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 풀리지 않았다. 좁은 시장에는 한정된 독자를 위해 정해진 상업적 포맷을 동종교배를 통해 반복재생산한 만화들로 가득하다.

소년만화와 순정만화, 성인만화의 천하삼분은, 계속해서 지방분권으로 나아간다. 서로 간의 취향이나 문화적 관습, 만화적 코드, 미적취향들은 각각의 하위문화적, 혹은 소수문화적 색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관성을 가지고 있다. 장르는 스스로와 교배하여 자기복제한다. 그리하여 각 장르는 자신의 관성에 갇혀 게토화되었다.

특히 국부적인 유희적 성격의 강화라는 편향적인 성장 - 결코 독자수의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는 - 은 만화가 보편적인 지지를 얻기 이전에 '취향'의 문제로 환원되게 하는, 문제를 낳는다. 그것은 취향과 스타일에 근거한 하위문화의 공통적 속성이기는 하지만, 단지 하위문화로 남는다는 것은 만화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사장시키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예술적인, 대중적인, 상업적인 그 모든 가능성 말이다.

장르라는 것은 사실 대중을 사로잡기 위한 공식을, 관습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수많은 장르들은 나름의 보편-대중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가 소수대중과의 폐쇄적인 애착관계로만 귀결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적어도 이것이 만화매체가 부여받은 운명은 아니다. 그리고 현재 만화판을 구성하는 하위장르들은 주류를 공략하기 위한 진취성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만화는 '작은 상업성', '작은 대중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필사적인 힘을 다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줄어드는 파이를 갈라먹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아무도 영토를 넓히려고는 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 각자는 자신들의 게토에 갇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게토화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기존의 장르분화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즐기지 말라고 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대안으로서, 장르의 자기복제와 장르의 자기교배를 넘어서 그것의 보편적인 취향과의 접점을 잃어버리지 않는 작가와 작품의 존재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지해야 할 작품이란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1. 결국 특정 장르로부터 영향받았으되, 그 장르가 현실세계와의 관계에서 가지는 환타지로서의 힘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같은 종류의 작품을 접해본 일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현실세계에 대입해도 무리없을 충분한 보편적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다. 장르를 선택하는 것은 그 장르의 축적된 에너지를 통해 자신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지, 장르의 관습에 복속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자세이다.

장르의 재해석자로서의 권교정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기존 장르를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의 현실적인 접점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미중년, 미청년들은 순정만화 매니아들의 심미안을 염두에 두면서도 (물론 일차적으로 작가의 심미안) 그들에게 현실적인 인간의 디테일을 부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혹은 중세환타지 속에서 인간의 살아가는 모습에 초점을 두는, [헬무트]를 염두에 둘 수 있다. SF작품 [제 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나 학원물인 [어색해도 괜찮아] 등이 마찬가지로서, 권교정은 순정만화에서 분할된 각 장르에서 자신의 현실적인 해석을 가미한 작업을 해 왔다.

상업장르와 독립적으로 작가주의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와 동등한 비중으로, 혹은 그 이상으로 이와 같이 대중장르를 갱생시켜내는 작가는 중요성을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혹은 독자들에 의해서 그 중요성이 계속 지지되고 환기되어야 할 것이다.

순정만화만을 계속 예로 들자면 이렇게 특정장르 속에서 보편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순정만화가 본래 가지고 있었던 권능이지만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강경옥은 [라비헴 폴리스]에서 미래의 어떤 세계이든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과 다르지 않은 인간의 삶이 있을 거라고 말을 건다. 김진이 그리는 환타지는 항상 한국적 현실의 가족과 인간의 모습을 보다 집착적으로 물 위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 때에는 "이것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이다"라는 말은 "이것은 지금 이 세상의 이야기입니다"라는 말과 동일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정말로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혹은 일본만화라서 안 되었지만 마츠모토 타이요의 [핑퐁]을 보라. 스포츠물로 분류되는 것이 확실하지만, 이 만화는 그 범주를 넘어서서 소년기의 성장과 불안이라는 테마를 현실적이고 보편적으로, 깊이있게 다루어내고 있다.

2. 만화장르와 만화장르 간의 이종교배를 통해 상승작용을 이끌 수 있는 작가와 작품을 지지할 수 있다. 이 경우 소년만화와 순정만화의 특성을 결합하여 작품의 대중적 힘을 이끌어낸 천계영의 [오디션] 정도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장르별로 구획되어져 있는 대중들이 한 작품의 독자로서 만나는 경험은 매우 소중한 것이다. 이것은 쇠진해가는 장르의 대중적인 힘을 새롭게 되살려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이미 친화력이 있는 장르 간에는 어느 정도는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교류가 보다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장르의 힘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일어나기 바라며 이를 지지한다.

3. 만화장르와 만화 아닌 것 사이의 교배와 교류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와 작품을 지지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연극적 요소와 회화적 요소, 영화적 요소, 문학적 요소 등을 만화 내로 끌어들여서 만화의 에너지로 전유할 수 있다. 이러한 다른 매체가 가진 힘을 만화로 전유하는 것은 만화의 표현적 요소를 확장하는 것 뿐 아니라 새로운 독자층을 만화로 끌어들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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