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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어떤 만화를 지지할 것인가 - 다양한 연령대를 향해 확장된 만화
만화는 흐른다 02/11/30 18:23 곽경신
24살 먹어서 만화를 그리겠다고 학교도 때려치우고 백수로 빈둥대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글도 써보겠다고 얼마 전 웹진 편집위원자리도 어떻게 얻었다. 하지만 난 어린 시절을 지켜준 만화 안에서조차 고립되어 감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한국에서 20대에 만화독자가 되기 위해선 그때 진짜 좋아했던 그녀와의 기억들을 잊고 완벽한 여신님의 품에 안기던지, 학창시절 못해 본 일진의 길에 들어서는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 혹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예술의 세계로 빠지던지. 주류와 인디, 미소녀와 학원물, 로리콘과 야오이.......어떤 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25세가 가까워 졌다.

매체의 가능성과는 다르게 믿을 수 없이 폐쇄된 한국의 만화란 장르 안에서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진 감수성이외의 작품을 기대하기란 정말로 힘들다. 10대위주의 시장에서 작가들은 그 만화들을 보고자라 주류만화의 감수성에 깊숙하게 빠져있을 뿐더러 더러 출판사도 그렇다. 유통은 어떠한가? 일반 동네서점에서 만화가 사라진 이후 대여점이 생겼지만 직접 구입경로로서 만화전문서점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더군다나 과거로부터 계속 만화독자가 아닌 경우 30대, 40대는 역시 만화독자로서는 받아주기도 싫어하는 것 같은 인상이다.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자기가 볼 만한 만화를 구할 것인가?

물론 지금의 만화가 10대 위주라 수준이 낮아서 못 봐주겠다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재미있고 충분히 발전한 양상이고 지금도 그 발전은 진행중이다. 하지만 만화는 장르가 아니라 매체이고 수많은 감수성을 포용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 아무리 완성도가 높더라도 14살 때부터 30대를 넘겨서까지 14살 짜리 로봇조종사이야기만을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러한 만화들은 완성도가 높더라도 과거로부터 이어진 장르의 전통을 알지 못하면 재미가 반감되거나 새로운 만화독자들은 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장르로서의 만화는 그 감수성에서 멀어지게 되면 독자는 떨어져 나가게 된다. 그것이 수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고 만화 읽기를 중지하는 가장 단순한 이유가 아닌가?

물론 다양한 감수성의 만화들이 나 같은 불량 독자들도 부족함을 느낄 정도로 적게 나오는 건 거의 시스템과 상황의 문제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우리만화가들이 그림실력으로는 외국 유명만화가들을 쌈사먹을듯한 스킬을 보여주면서 구태의연하게 환타지 만화나 그리고 있는거나 만화독자들이 스스로를 매니아라 칭하면서 자신들만의 세계에 함몰되고 왜 더 다양한 사람들이 볼만한 좋은 만화, 매체로서의 만화발전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 꾸준히 불평하면서 더욱 더 다양한 연령대가 볼 다양한 감수성의 만화를 지지할 수밖에 없겠다.

:::그래서 지지하는 건 뭐냐고 물으신다면 잡지 나인과 사춘기 (이상적인 주류만화의 발전상로서)
다양한 만화를 지지한다고 해서 색다른 만화를 모두 다 예로 들면서 이것들이 좋아요 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류만화로서 다양한 만화로의 확장을 가장 잘 보여준 예로 나인을 꼽을까 한다.

과거에도 남성들의 성인만화는 거의 대부분 여전히 성적인 환타지와 마쵸들의 모습으로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만화잡지들의 질이 최고에 달했을때 순정만화시장에서 20대를 타겟으로 여성만화를 표방하고 나온 '나인'은 주류만화의 발전모델로서 새로운 감수성의 표현과 만화장르의 전통적인 독자들 외의 사람들을 공략하는 이상적인 방법들을 보여주었다. 외형적인 면에서는 일반적인 만화의 유통을 따르면서도 20대 여성들에게 익숙한 패션지들의 중철을 채택하는 적극적인 판매전략을 보여주었고 연재되는 만화들은 20대를 타겟으로 하는 잡지 시스템의 도움으로 기존과는 여러가지로 다른 모습의 만화를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그 동안 발전해 온 순정만화의 감성적인 표현양식들을 활용하여 20대의 일상을 작품성으로 승화해내면서 성공적으로 20대 여성들의 감수성중 일부분을 만화에 편입시켰다.

나인의 만화들은 전반적으로 수준급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이진경의 첫 장편(?) 사춘기는 군계일학이지 않았나 한다. 개인적으로 이진경의 감성과 그리 맞는건 아니지만 그리고 비록 나인에 연재된 에피소드는 아니었지만 믹스에 실렸던 사춘기의 한 에피소드만으로 난 이 만화에 매료되었었다. 순정만화에서 일상성의 표현은 이제는 일반화된 경향이지만 그 단편은 김광석의 죽음이라는 한 세대가 모두들 기억할 만한 사소했던 실제 사건의 환기와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작가와 동시대를 살았던 10대가 아닌 독자들에게 시대성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었고 나는 그 연출이 나인의 만화들이 성취한 한국순정만화의 새로운 감수성 획득을 가장 짧고 멋지게 보여준 예라고 기억한다.

하지만 나인은 좋은 모델로서 한가지였을 뿐 기대하던 모든 것은 아니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지한 이유는 나인의 작품들이나 사춘기가 보여준 경향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감수성과 독서경험의 다양화이다. 만화의 확장은 모든 방향으로 열려있고 그것을 일일이 예를 들고 설명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확장되는 만큼 만화는 독자, 시장을 얻는 것이며 예술적 성취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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