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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만화와 평론 - 만화비평가 이명석 인터뷰
만화는 흐른다 02/05/03 22:58 정리 : 횰
Q) 본 질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조금 거창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만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의견을 듣고싶다.

영화는 단일한 매체라고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만화의 경우, 만화식으로 그리는 것, 즉 표현형식이 우선으로 여겨진다. 형식으로서의 만화는, 카툰이나 사진만화를 어떻게 놓을 것인가가 애매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정지된 형상, 프레임의 나열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표현 양식이라고 생각한다.

Q) 만화평론이란 무엇인가? 혹은 만화라는 장르에서 평론이란 무엇인가?

평론일반과 다르지 않다. 한 장르의 질적인 가치를 놓고 평가하는 것이다. 지금은 만화의 수준이 어느정도 확보되어, 전통적인 입장에서도 만화는 평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별만화의 수준이 올랐다기 보다는, 만화 자체가 비평될 수준으로 자기 정체성을 가진 형식으로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Q) 비평과 평론의 차이를 말해달라.

비평가는 비평적 관점으로 글을 쓰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고, 평론가는 말그대로 평론을 쓰는 사람이다. 學的인 개념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아카데믹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학에 대한 대립, 비평이 가능한 것이 평론이다. 실제 이 단어들이 통용될 때는 차이가 없는 듯 하지만. 나의 글에서 평론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평론가쪽은 아니다.

Q) 어떤 장르에서든 평론이 맡아야할 역할이 있다. 만화평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혹은 만화가 평론에게 요구하고 가장 필요로 하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만화가 형식적인 완성도를 가지고 있어도 비평적인 검증을 받지 못해왔다. 영화의 경우, 영화와 만화는 양쪽 다 대량복제로 유포되는 20세기의 영상형식이다. 이전의 서사적 예술양식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새로운 자기연출이 가능한 장르인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비평적으로 활씬 완성도를 높여온 반면, 만화는 學的으로 아카데믹하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비평의 기본틀이 없었기 때문에 영화와는 달리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특별히 상황이 열악하다. 양적인 성장에 비해 질적인 성장이 낮았던 것도, 탄압이 심했던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그리고 국내 만화비평가들은 학적인, 미학적 근거에 기초하지 않고 70% 이상이 사적인 에세이에 그친다는 것도 이유이자 결과가 될 것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평할 작품이 없어서 평론이 없는 것인지, 평론의 양과 질이 떨어져서 작품을 이끌지 못하는 것인지가 늘 관건이 되어 왔다. 한국은, 만화의 양은 충분하지만 비평을 이끌어낼 최소한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만화가 너무나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 갭을 메꾸어준 것이 일본만화이다. 평론이 아니라 비평의 요구, 즉 분석할 만화다. 라는 것을 충족시켜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 자체가 개별적 활동에 그쳐서, 한국의 만화비평은 독자들에게는 작품 소개 정도로 어필하였고, 만화가들에게는 전혀 어필하지 못하였다. 환경 자체가 따라주지 않은 것이다. 영화는 비평이 작품의 질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만화계에서는 비평활동이 만화가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기 않는다. 만화는, 간헐적으로 신문에, 영화잡지에 연재될 뿐 작품 자체를 철저히 평론하는 비평이 부재한다.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오락적 요소의 분석도 중요하지만, 가장 낮은 차원의 쾌락을 넘어서는 쾌감을 분석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만화 자체가 일차적 쾌감을 중시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예술에 고급과 저급은 없다. 그러나 오페라를 보러 갔을 때, 재미에 상관없이 수준이 높을 때 쾌감을 느끼고, 질이 떨어지고 재미있을 때는 오히려 쾌감이 반감된다. 질이 우선하고 엔터테인먼트가 늦게 따라오는 것이다. 그 반대가 만화와 TV이다.

일본에서 만화비평이 성공하지 못한 것을 의아해한 적이 있다. 일본의 만화는 양적인 면에서, 질적인 면에서, 사회 영향도의 면에서 아주 높기 때문이다. 어째서 만화를 연구하는 대학도 논문도 없는 것일까. 그것은 일본에서의 만화가 TV와 동일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활과 너무 일체화 되고, 너무 쉽게 이슈화된다. 따라서 비평가보다 대중의 평가가 훨씬 영향력이 있는 것이다. TV 드라마가 개개인과 너무나 밀착되어 비평보다 시청률에 의해 좌우되는 것처럼 만화도 몇부 팔렸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이때 만화 평론가가 할일은, 만화독자들의 소비행위에 지적인 허영을 덧붙이는 것이다.

물론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영화계에서는 작업환경이 따라주고, 예술로서의 영화, 작가주의 작품에 대한 호소로 비평의 위치가 높다. 반면 만화는 양적으로 넘쳐나고 대부분 오락적 목적이 너무 커서 비평을 끌어내기에는 힘들다. 오락적 측면은, 진지한 비평을 거부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와 작가의 팬들은 옥석을 가루는 작업을 거부한다.

Q) 평론의 한 가지 역할은 비판과 검증을 통해서 옥과 석을 가려내는 일이다. 이는 작가 및 만화독자 일반과의 활발한 의견교환, 논쟁, 주장과 반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만화계는 비판과 검증을 받아들일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듯 한데. 과연 작가와 평론가의 관계 또 독자와 평론가의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국내만화는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평론의 수준에 올라있는 것이 일단 많지 않고, 체계를 파악할 수도 없고, 작가와 독자군의 반발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특히 팬들이 작가와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이성적이지 못한, 아이돌적인 추종에 불과하다. 평론은 설 자리가 없고,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일단 질이 높은 작품이 많아야 작업이 가능한 것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영향력있는 매체가 필요하다.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진지하게 임할 수 있는, 공신력있고 정면승부가 가능한 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영화는 그러한 장이 많기에 평론가가 지적 도대 위에서 입장을 밝히고, 반론을 펴는, 논쟁이 있다. 그러나 만화평론의 장은, 신문에 원고지 8~10매정도의 지면뿐이다.

그리고 작가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자신감이 있는 것은 좋으나, 지금처럼 팬들의 얄팍한 아성에 둘러쌓여 있는 것은 작품의 발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평론가와 작가는 기본적으로 거리감이 있어야 한다. 문학계를 보라. 사적인 테이블이 아닌가. 판자체가 드라이해져야 평론이 이론적이고 객관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Q) 평론의 일반적인 방법론과 별개로 ‘만화평론(만)의 방법론’ 혹은 ‘만화를 위한 분석틀’이라는 것이 있다고 보는가? 혹은 아직 이후로 갖추어 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만화평론 그자체는 자체적 분석틀이나 축적된 이론적 기반이 부재하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학문적 근거가 가장 필요할 것이다. 한국 만화의 평론에는 근본이 없다. 무엇에 근거해 작품을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조차 없다. 그렇기 때문에 學이 존재해야 한다. 만화역사, 동아시아 만화역사를 총망라, 정리해서 동아시아 만화사에 대한 통합적 시각을 갖추는 것과 함께 이론적 근거가 되는 미학적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學이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어도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학문적 근거가 없으면 다른 장르의 미학이론이나, 주관적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책임감도 부족해진다. 나역시 마찬가지이고.

Q) 너나할 것 없이 만화산업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장르의 위기인지 산업의 위기인지도 구분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만화장르 혹은 산업의 이후 전망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돌파구가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의견을 피력해달라.

나는 의식적으로 만화산업 담론에는 거리를 두어왔다. 이제까지 만화에 대한 논의는 산업에 너무 치중되어왔고, 결국 돈으로만 귀결되었다. 상업적 성공이라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만화가가 좋은 작품을 낼 수 있는 환경만 되면 된다고 생각하기에 그 이상 돈버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현재의 위기는 산업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게임과 같은 21세기 첨단 산업의 성장이나 장르만화의 범람으로 순수만화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것은 장르의 위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인프라가 없어 만화 산업의 성장이 멈춘 것이 현재 만화의 위기에 가장 큰 몫을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종이매체를 통한 출판을 통해 고전적인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애니메이션, 플래쉬만화로 완전히 이전할 수도 있고, 현재 일본의 출판만화가 보여주듯 더이상 출판만화로 떼돈을 벌 수 있지도 않다. 그러나 이제까지 축적된 출판만화의 강점을 살리지 못한다면 수많은 만화지망생의 열의를 소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위적인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출판만화의 영향력이 지속될 것이기에 산업적인 성공의 가능성도 있다.

20세기 말, 영화는 드디어 만화의 무한한 표현을 능가할 기술력을 획득했다. 영화에서의 판타지가 더이상 B급으로 인식되지 않게끔, 진짜같이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얻은 것이다. 만화의 환상적인 요소는 이제 영화에 빼앗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만화에게 남아 있는 것은 소수의 인력, 저예산, 단기간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만화가의 주관이 개입 될 수 있는 여지이다. 출판 자체가 힘든 상황이지만 이 두 장점이 수렴되면서 기존 출팜사가 출판만화 문화를 만들어내야 할 때이다.

Q) 진지하게 만화를 보고 싶은 독자, 뭔가 공부하기를 원하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해주고 싶은 책이 (혹은 단행본의 형식이 아닌 다른 무엇이라도) 있다면 추천해 달라.

일단 넓은 교양을 가져야 한다. 만화 자체에 매달리지 않아야 만화를 잘 볼 수 있기 때문에 비평적 독자는 다른 장르에서도 고급교양을 쌓았으면 한다.

서사예술과 미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만화를 이해할 수 없다. 만화지망생들은 패턴화된 만화만 접하고, 테크닉만 익힌다면 근본적인 감동을 주는 만화를 만들 수 없다. 인간은 일상생활을 체험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보편적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만화관련 텍스트로는, 일차적으로 스콧 맥클라우드의 만화의 이해를 권하고 싶다. 그리고 성완경교수의 세계만화탐사. 일본만화와 관련해서는 이것이 일본만화다. 정도가 있을 것이다.

-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명석씨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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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석 puppet@sugarspray.com
만화 비평가. 문화잡지 [이매진] 기자와 웹진 [스폰지] 편집장 역임. 현재 복합 문화 프로젝트 사탕발림 운영 중이며, 저서로는 [그로테스크하고 아라베스크한 문화의 백과사전]과 [이명석의 유쾌한 일본만화 편력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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