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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랑해야 하는 딸들' 요시나가 후미 - 드라마, 드라마의 힘
여성만화프로젝트 - NO.03 04/10/20 06:37 야생
[사랑해야 하는 딸들](완결) / 요시나가 후미
단행본 : 시공사(1-완) 2004


[사랑해야 하는 딸들]은 독특한 감성으로 남자들의 이야기만을 줄기차게 그려온 요시나가 후미가 최초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린 만화이다. 요시나가 후미는 이미 [서양골동양과자점]이나 [의욕 가득한 민법], 본격 야오이물들을 통해서 캐릭터들을(특히 게이를) 맛깔나게 그리는 작가로 인정받아왔다. 작품 속에서 캐릭터들의 말랑말랑한 일상을 재치있게 그리는 이야기꾼으로서 후미의 능력은 높이 사줄만하다.

남자 주인공만을 고집하던 요시나가 후미에게 있어 [사랑해야 하는 딸들]은 또다른 시도임에 분명하다. 물론 [사랑해야 하는 딸들]이 후미가 계속해서 즐겨 사용하는 기존의 캐릭터나 소재에서 많이 벗어난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자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사랑해야 하는 딸들]은 다시 한번 일상을 자신만의 렌즈로 솜씨 있게 구성해내는 후미의 역량을 돌아보게 해준다. 그런 후미의 탄탄한 구성과 더불어 후미는 그녀 특유의 가느다란 선과 커다란 얼굴을 이용해서 매우 표정을 풍부하게 잡아내기 때문에, 가끔은 무성의하기까지 한 네모난 얼굴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게 된다.

[사랑해야 하는 딸들]에는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주축이 되는 관계는 유키코와 그녀의 어머니이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관계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화는 각각 독립된 단편이면서도 각각의 관계들을 그물처럼 촘촘하게 연결하고 있다. 마치 한 가족을 중심으로 이끌어가는 드라마의 일상처럼 이 사람의 친구는 저 사람의 애인이란 식으로 일상의 공간에서 캐릭터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해야 하는 딸들]에는 특별한 주인공이 없다. 작가는 다양한 위치에 있는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고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자기보다 더 어린 남자와 재혼하기로 한 마리, 엄마를 빼앗기게 되어 애인에게 질투를 하는 유키코,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수녀가 되는 사야코, 못생긴 얼굴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유키코의 할머니 등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품에는 그녀들이 '여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경험 - 여자의 재혼, 사회생활, 연애, 맞선, 여자 친구, 어머니와 딸- 을 솔직하게 정면으로 풀어낸다. 여자들은 거창한 고통은 아닐지라도 그렇게 가볍지만도 않은, 저마다의 사정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 후미가 그리는 일상은 적당한 아픔과 적당한 기쁨이 서려있다. 그녀의 만화를 읽다보면, 세상엔 지극히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란 없고, 삶은 그저 구질구질하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만족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후미의 적당함이 하나의 틀로 설명할 수 없는 삶의 다면적인 부분(삶은 불행히도 멋진 영화가 아니니까)을 공감하게 만든다.

후미는 일상을 그리되 엉뚱한 곳에서 사람의 의표를 찌르는 면모를 보여준다. '부모도 사람이야, 기분 나쁠 때도 있어!'라고 딸에게 화풀이를 하는 마리나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사야코, 착한 남자를 사랑할 수 없는 매저키스트인 마이코, 딸에게 끊임없이 '너는 뻐드렁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하는 엄마 등 후미의 캐릭터들은 대부분 별볼일 없을지라도 ‘별난’ 사람들이다. 그녀의 캐릭터들은 텍스트들에 곧잘 등장하는 스트레오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신선한 맛이 있다. 신경질이 가득하지만 정이 많은, 자신의 영역에서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평생 신문에 이름은 못나겠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꿋꿋하게 자기만의 방법으로 삶을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후미의 캐릭터들은 그런 면에서 ‘상식’이 약간 결여되어 있다. 호모포비아나 연애와 사랑의 패턴, 나이주의, 성윤리 등 제법 문제가 될 법한 부분들을 후미는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훌쩍 뛰어넘어버린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작가로서 후미가 굉장히 정치적인 색깔을 드러내거나 ‘진보’라 불리는 담론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후미의 만화를 읽다보면 보통 사람들을 괴롭히는 정치적 문제들이 그녀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서 그 자유로움이 부러울 때가 있다. 단지 ‘재미있으면 되지 않아?’ 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가벼움이 후미의 캐릭터들에 더욱 매력을 부과한다. 그리고 후미는 그 가벼움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결말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함으로 정치적인 문제들을 슬쩍 흐려버리는 인간적인 면모 역시 잊지 않는다.

[사랑해야 하는 딸들]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 작품들에 나타나던 색스러움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야오이나 게이물에서 혹하는 섹스 장면을 잘 그리기로 칭송받던 후미의 능력이 여성들의 섹슈얼리티를 그리는 데는 별로 나타나지 않아 아쉬웠다. (2화의 매저키스트 여학생을 제외한다면) 그 다양한 표정들과 체위들이 사라져서 조금만 더 가벼웠어도 상관없을텐데라는 한숨을 쉬었다나 뭐라나.

사랑받아야 하는 딸들이 아닌, 사랑해야 하는 딸들에 관한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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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목록
[달과 샌들] 2-완, 캄미디어, 2001.
[의욕 가득한 민법] 2-완 , 현대지능개발사, 2002.
[솔베이지], 캄미디어, 2002.
[제라르와 쟈크] 2-완, 현대지능개발사, 2002.
[사랑이란 밤에 깨닫는 것] 단편, 현대지능개발사, 2002.
[정말 다정해] 단편, 현대지능개발사, 2002.
[뷰티플 라이프 스토리] 2-완, 서울문화사, 2003.
[서양골동 양과자점] 4-완, 서울문화사, 2003.
[플라워 오브 라이프] 단편, 서울문화사, 2004.
[그걸 말하면 끝장인 줄 알아] 단편, 하이북스. 2004.
[사랑해야 하는 딸들 - All My Darling Daughters] 단편, 시공사, 2004.

○ 홈페이지
http://yoshinagafc.web.infoseek.co.jp/
(1)
: http://dugoboza.net/tt/rserver.php?mode=tb&sl=67 (copy)
 작도닷넷  요시나가 후미 - 플라워 오브 라이프
나는 요시나가 후미를 대단히 많이 좋아한다. 이런 작가는 만화 역사상 10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대가이며, 같은 시대를 공유하며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일 정도로 존경한..  06/01/0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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