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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만화를 잡지로 읽는다는 것의 어려움
만화는 흐른다 05/07/17 14:46 capcold


!@#... 만화인(http://www.manhwain.com/marsheaven/discs_journal/)에서 진행중인 등-대-등 만화언론 토론에 본격적으로 같이 뛰어들기 전, 약간의 준비운동 격으로 먼저 올리는 글. 사실은 부천 만화규장각 웹진에 기고한 글(당연히 직접 가서 봐야 예쁜 편집이 된 버젼을 볼 수 있음)으로, 만화잡지에 대한 현재 생각들을 정리해본 물건. 핵심은, 만화산업의 논리니 문화와 예술의 의미니 하는 거창한 것들보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무슨 메리트가 있기에 이들을 독자로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만화잡지든 만화언론이든 만화의 세상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온갖 미디어와 비 미디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그냥 세상이 바로 상대다. 그것을 용어 좀 발명하면서 약간 더 길게 말하면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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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잡지로 읽는다는 것의 어려움
- 한국의 만화잡지, 어디쯤 서있는가



1. 만화잡지의 존재의의에 대한 오해

사실, 만화잡지 산업이 어렵다는 닳고 닳은 이야기를 또 꺼내기란 참 난감하다. 애정 있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려온 이야기이며,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어차피 처음부터 전혀 상관도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서, 우선 가장 간단한 질문부터 해보자. 과연 만화잡지는 왜 필요한가? 만화잡지의 역할은 무엇이며, 그것에 독자들이 호응해주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 경우, 많은 이들이 “만화잡지란 당연히 중요하지! 그걸 모르다니, 너는 만화를 사랑하지 않는구나!”라는 대략 이성이 깨끗하게 증발해버린 일갈을 뱉어내며 자신의 만화사랑에 한껏 도취되어 버리곤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만화잡지는 만화 그 자체가 아니다. 독자들이 만화를 접하게 해주는 하나의 형식에 불과하며, 그 형식은 시대의 문화적 맥락, 산업적 맥락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 뿐이다. 왜 오늘날 이 곳에서, 만화를 잡지로 보면 재미있는가, 또는 만화의 어떤 점들이 잡지로 볼 때 더욱 효과적인가라는 것을 따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 기반 위에서 판도를 읽어낼 때 비로소 만화잡지가 처한 상황이나 나아가야할 길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아주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발상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잡지의 ‘팜플렛론’을 이야기한다. 단행본으로 작품을 사기 위해서 그 내용을 먼저 훑어봐야 하고, 그 마케팅의 일환인 ‘미리보기’ 기능으로 잡지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일본의 잡지-단행본 산업모델을 들고 있는데, 잡지는 싸게 찍어서 손해를 보고, 단행본으로 수익을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는 취약하기 그지 없는 것이, 그렇다면 작품이 연재되는 만화잡지가 아니라, 차라리 미리보기가 들어있는 만화 ‘정보지’를 만들어야 할 것 아닌가. 해당 작품의 가장 자신있는 부분만 뽑아서 아예 팜플렛을 만들지, 뭐하러 관리하기도 복잡하게 무려 연재를 하면서 스토리를 전개시켜 나가나. 또한 온라인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는 오늘날, 더더욱 종이잡지로서 무언가를 묶어 내야할 필요성이 증발하고 만다. 그리고 무엇보다 만화잡지의 문화적, 질적 전성기였던 80년대 - 90년대 초반에는, 말 그대로 잡지로 만화를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재미를 주었던 것이지 결코 단행본을 사기 위한 찌라시 따위로 폄하당하지 않았다.

이보다 더 실체가 뚜렷한 논리는 ‘출판사 간판론’이다. 메이저 만화 출판사라면, 간판으로 잡지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만화의 대량 라이센스 수입이 보편화되던 시기에 만들어진 논리인데, 일본의 출판사들이 한국의 파트너를 구함에 있어서 안정적 상대, 즉 메이저 만화출판사로 인정하기 위한 기준이 바로 해당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의 발간여부라는 것이다. **사는 소년만화 주간지를 발행하고 있으니 메이저 출판사고, 그러니까 우리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는다, 뭐 그런 식이다. 실제로 속칭 ‘코믹스’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던 여러 출판사들이 전혀 수익성이나 연재 작품의 질적 품질보증을 신경쓰지 않고 난데없이 너도나도 잡지 창간에 열을 올렸다가 결국 이내 폐간시켜버렸던 99-00년 무렵의 촌극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만화 잡지의 의의를 고작 이런 곳에서 찾고자 한다면 완전하게 소외되는 층이 바로 독자들이며, 잡지 자체도 적자누적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도대체 그것이 무슨 우스운 행태란 말인가. 게다가 일본 출판사들이 한국 만화판에 대한 지식이 약간만 더 나아지기만 하면 (예를 들어서 잡지를 발간한다는 사실 자체가 메이저의 증명이 될 수 없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 하나 만이라도) 완전히 붕괴될 논리다.

2. 독자를 위한 만화잡지

앞선 두 가지 논리의 특징은, 어디까지나 제작자의 논리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왜 계속 만화잡지를 만들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변명일 뿐 왜 이 만화잡지가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만화 잡지의 진정한 존재의의는 바로 독자에게 주는 의미에서 찾아야 한다. 독자가 왜 만화를 잡지로 읽을 필요가 있는가, 그것이 어떤 즐거움을 주는가의 문제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잡지의 첫 번째 특징이라면, 정기적으로 발간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발간되기 때문에, 일종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다. 그것은 ‘연재’ 만화라는 형식으로 나타날 수도, 독립된 단편들의 연작으로 나타날 수도, 또는 단지 잡지에서 담아내는 작품 성향들의 총체적 이미지로 드러날 수도 있다. 따라서 보다 긴 이야기를 잘게 나누어서 장기간에 걸쳐서 선보이는 방식을 애용하기도 한다. 두 번째 특징으로, 잡지는 만화를 일상화시킨다. 잡지라는 형식은 긴 이야기의 상시 연재와 가벼운 독서라는 방식을 통해서 만화를 접하게 해주는 역할을 담당해준다. 그 결과, 시간을 내고 집중해서 단행본을 고르고 읽어내는 것과는 다르게, 만화를 일상화시킨다. 세 번째 특징은 다양성이다. 잡지는 여러 작품들과 기사를 혼합하여 편재함으로써 본격적인 단행본 또는 총서류와는 달리 하나의 작품에 장시간 동안 완전히 몰입하기보다는 잡지 안에서 여러 장르와 취향을 보여준다. 종합적인 오락 기능으로 나아가는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 가지 특징이 합쳐서 나타내는 바가 바로 잡지의 의의다: 단행본으로 나오는 만화들은 그 작품 자체를 감상하게 하지만, 만화잡지는 상시로 일상 속에서 만화 문화를 향유하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금의 만화잡지 침체 현상도 다시 해석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잡지 자체의 즐거움을 통해서 독자를 일상적 만화문화 항유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별 작품의 질을 따지기 이전에, 잡지 자체로서 재미를 주지 못한다는 말이다. 잡지는 재미없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한 연재 작품은 재미있다고 판단되면, 독자는 그냥 단행본을 사고 만다. 혹은 너무나 이야기 전개가 일품이라서 단행본이 나오는 속도에 맞추어 기다리지 못하고, 잡지 연재의 속도에 맞추어 매번 새로운 전개를 맛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작품이라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단행본 발간 속도와 연재분량의 진도 차이가 많이 날 때 비로소 가능하다. 하지만 잡지를 오로지 팜플렛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주류 산업모델에서는, 사실 내용 연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진도 차이를 많이 내서는 안된다. 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회 화제만발이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독자들이 전반적으로 단행본보다는 잡지 연재분으로 묶어서 보고 서로의 감상을 공유하는 문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누구나 단행본으로 읽고 즐기는 작품에 대해서 난데없이 누군가가 “이번 주 연재보고 쇼크받았어요! 주인공 ***가 죽어버렸어요!” 라고 올리면 그것은 단순한 내용 까발리기로 지탄을 받을 따름이다. 즉 다시 말하자면, 연재가 화제만발이 되는 것은 원래부터 잡지문화가 흥해야만 가능한 방식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3. 어디쯤 와 있나

우선 메이저 잡지에서도 판도변화가 명확한데, 그 단초는 서울문화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순정지 <슈가>가 05년 6월호를 기점으로 휴간되고 연재작들의 일부가 <웹진 슈가>로 이전될 예정이다. 아무래도 <윙크> 독자층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두 잡지가 대상층이 겹쳤고, 따라서 그 중 <윙크>가 남은 셈이다. 또한 소년만화지 <아이큐점프>가 주간에서 격주간으로 형식을 바꾸게 되었다. 이 두 경우 모두, 단순한 사업철수라기보다는 최소한 경영적 시점에서 볼 때 합리적 선택이라는 점에 있어서 작년, 질적 상승세를 타고 있던 <영점프>를 갑작스럽게 폐간시켰던 당시보다는 진일보한 면이 엿보이기는 한다. 점점 메이저로서의 위신을 잃어가고 있는 서울문화사지만, 아직 만화잡지 운영을 위한 여러 노력중이라는 점을 볼 수 있다.

작년에 야심차게 자생적 만화잡지 붐을 주도하고자 했던 여러 시도들의 현주소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좌절이다. 무가지로 시작하여 중간에 유료 지면으로 전환을 시도하고자 했던 <즐김>의 경우, 신인 인큐베이팅과 만화정보 홍보라는 목표를 뚜렷하게 들고 갔다. 또한 적극적인 광고 유치를 통해서 나름의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유료전환 후에도 출판사들의 몰이해(작품 홍보용으로 지면을 주었더니 오히려 개제료를 요구하더라는 황당한 사건들도 있었다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2005년 여름호 <계간만화> 참조) 속에서 결국 폐간되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즐김>의 경우, 신인들의 작품 완성도 문제라든지 독자층의 애매함이라든지 하는 여러 요인들이 겹쳐서 잡지로서의 매력을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투자 유치가 약하지만 뚜렷한 독자층을 표방한 성인 순정만화 월간지 <허브>의 경우, 1주년을 맞이한다. 하지만 큰 수익 또는 대형 히트와는 아직 거리가 있고, 여전히 매호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사실 따지고 보면 거의 모든 만화잡지 - 나아가 상당수의 잡지 일반이 다 비슷하지만) 약점이 있다. 유통 등을 위한 초기투자가 약한 속칭 ‘맨땅에 헤딩’ 프로젝트가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이기도 하지만, 최소한 지속성과 특정 팬층의 결집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의의를 지닌다.

공공 지원금에 의거하여 발행을 해온 고급 정론지 <계간만화>의 경우는, 올 여름호를 끝으로 지원이 완료된다. 즉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추후 지원에 대한 계획이 없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었고, 이제부터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새만화책 출판사에서 나온 첫 2개호 이후 바톤을 이어받아 씨앤씨레볼루션에서 새로운 편집부와 내용으로 다시 시작한지 6개호가 지난 후, 이제 또다른 창간을 맞이하는 셈이다. 그것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공공지원금이 아니지만 여하튼 초기 투자(군인공제회)에 의해서 만들어진 지면인 <데일리줌> 역시 여러 부정적인 전망을 극복하고 1년을 맞이했다. 여전히 지하철 무가지 시장이라는 과잉경쟁의 혼탁한 판에서 고군분투중이고 여전히 만화지면으로서의 종합적인 품질은 많은 아쉬움을 낳고 있지만, 아직 살아 있다는 점에서 고마운 지면인 것은 틀림없다. 다만 여전히, 만화지면으로서의 재미라는 측면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 즉 개별 작품들의 품질관리와 지면편성 흐름의 자연스러움을 더욱 연마해야 한다는 문제는 그대로 남겨져있는 과제다.

가장 떠오르는 분야는 역시, 아동 만화잡지의 재발견이다. 아동성향 과학 학습만화 잡지 <어린이 과학동아>, 진보적 입장의 종합 학습잡지 <고래가 그랬어>, 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 지원을 하는 <콩나무> 등이 이 분야의 주자들이다. 주류 소년만화의 아동 연령층 공략용인 대원CI의 <팡팡>과 달리, 이들 잡지들은 뚜렷한 목적성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 덕분에, 대 히트는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시장 속에서 자기 자기를 찾아 나아가며 더욱 전망있는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뚜렷한 독자층과 목적성의 작은 승리인 셈이다.

4. 만화 잡지가 나아가야할 방향

이러한 현재진행형 사례들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란? 그렇다면 만화잡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이다. 결국 어중간한 것을 버리고 집중화와 보편화 가운데 선택하여 하염없이 추구하는 것이다. 집중화란, 그 만화잡지를 읽는다는 행위가 하나의 문화적 상징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만화잡지 **지를 정기구독하는 것으로 보아, **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겠구나” 라는 말이 만들어져야 한다. 만화 밖의 영역에서도 전문적 성향의 시사잡지, 문학 계간지 등 여러 특화된 잡지군에서 실제로 표방하는 방식이다. 핀포인트 마케팅이니 하는 업계용어로 요약될 수도 있는 개념인데, 이 방향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뚜렷한 초점과 색깔이 잡지 수명동안 내내 유지되어야 하며, 해당 치향에 대한 지극히 전문적이고 동시대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주 대중적인 성공에 대한 헛된 집착보다는, 취향 클러스터에 기반한 ‘단골’ 마케팅이 필수적이다. 그러면서도 매니아 시장이 겉으로 보기보다 훨씬 작은 (취향의 매니아성, 또는 목소리의 크기가 소비의 개방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 문화산업의 실상을 항상 민감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복잡한 노릇이다.

또 다른 방법인 보편화는, 다시 한 번 모든 독자층을 아우르는 진짜 대중적인 대중만화잡지를 만드는 것이다. 취향이 세분화된 현대사회라고 백날 이야기를 하고 다니기는 하지만, 한국은 4300만 인구의 땅덩어리에서 1000만 관객 돌파 영화가 나오는 나라다. 이렇듯 ‘몰아주기’가 가끔 일어나고 거대한 집단 무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시장과 문화의 상식 따위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 특히 유행에 의한 몰아주기가 더욱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회, 즉 아동층을 공략하는 것에 한번 시도해볼만한 방법이다.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돈이다. 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는 단 한순간도 경시할 수 없는 문제다. 잡지를 만들려면 고정적으로 돈이 들어가는데, 특히 만화잡지의 경우 만화 원고에 대한 돈이 일반 글 원고의 경우보다 월등하게 많이 나간다. 물론 자체 기자들의 숫자를 최소한으로 하여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이 애용되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잡지 품질의 저하를 가지고 온다. 특히 소위 ‘메이저’로서의 잡지 제작 방식을 고수하는 경우 더욱 그런데, 인디 단편영화는 3명이서 찍을 수 있지만 헐리웃 블록버스터는 그렇게 하려면 작품 제작구조가 붕괴되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러면서도 같은 페이지 분량의 문자 잡지에 비하여 가격을 더 많이 받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최소 향후 1년여간의 투자 유치 전략은 미리 완성하고 잡지를 만들지 않으면 곤란해진다. 자 그런데, 누가 왜 투자를 할까?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이 잡지는 당신이 투자한 것 이상의 수익을 안겨줄 것이다’라는 선언적 포부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보통 악순환은 시작된다: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 스스로도 잡지가 워낙 안된다는 자괴감에 빠져있는 것이다. 이 악순환 속에는 심지어 독자도 포함되어 있다. 만화잡지는 재미가 없다는 고정관념에 빠져있는 것이다. 재미가 없으면 읽지 않고, 읽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그 결과, 돈이 흘러들어오지 않고 문화적 취향 향유와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마지막 종착역에 있는 것은? 당연히 공멸 뿐.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들의 취향을 충족시켜주는 구조를 확보하는 방법은 단 한가지 밖에 없다: 소비하라 / 소비하게 만들어라. 잡지라는 형식이 천년만년 이어져야할 소중한 무언가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서 없어질 수도, 다시 부흥할 수도 있는 하나의 형식에 불과하다. 만화를 담아내는 그릇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직, 만화잡지는 이 사회에서 역할이 남아있다. 적어도, 아직 어떤 독자들이 충분히 읽고 즐길 수 있는 한은 말이다. 독자로서 그 역할을 계속 보고 싶다면 소비하라. 제작자로서 그 역할이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독자로 하여금 쓰게 만들어라. 자신이 계속 즐기고 싶은 장르라면, 끊임없이 보고, 사야한다. 잡지는 안사지만 잡지가 없어져서 안타깝다는 말은 애석할 따름이다.

이런저런 여파를 뒤로 하고 이제, 한국의 만화잡지는 공식적으로 17종이 남아있다 (선정우 http://mirugi.egloos.com/1008682).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정말로 ‘망했다’고 망연자실할 정도도 아니다. 다시 한번, 만화잡지의 즐거움을 되찾아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시기다.


(부천만화정보센터 만화규장각 웹진 2005.07 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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