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는 만화가 처음 알려졌을 때는, 그 소재의 독특함이 만화를 알리는데 한 몫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20대 여성의 연애, 일. 스미레는 키도 크고, 좋은 학력에(무려 도쿄대에 하버드대 출신), 가정적인 면까지 가지려고 노력하는 미인인 대기업 신문사에 다니는 인재. 그러나 오히려 그러한 사회적 성공이 그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생활 및 연애생활까지도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만화는 시작하면서. 길가다가 남자로서 열등감이나 컴플렉스를 갖지 않을 가부장과는 거리가 먼 "남자"를 박스에서 주워다가 "펫"으로서 키운다는 설정은 1. 애완동물을 선호하는 여성들에게 주는 만족감과 2.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했으나, 오히려 성공하고 미인이며 완벽하다는 이유로 역차별 당하는 여성들의 일종의 보상심리를 자극하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요소로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소재의 독특함때문인지, 이 만화는 만화뿐 아니라, 드라마화되어서도 꽤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이제는 강담사상까지 거머쥔 이 <너는 펫>이라는 만화를 12권이나 출간된(한국에서 번역된 기준으로) 지금에 와서 처음부터 다시 주욱 읽어보니_예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작가 오가와 야요이의 내공이 단지 독특한 "소재"를 차용함에 한정된 것이 아님은 만화를 보면 볼 수록 나타나는 것이긴 하지만. 새로 이 만화를 읽다가 발견 한 사실은 의외로 이 만화는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의 캐릭터와 이 만화의 캐릭터의 설정이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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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물이긴 하지만, 전교 1등에 목숨을 걸고, 항상 미인의 자태를 잃지 않는 모두의 선망이 되는 유키노(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의 여주인공)의 실상은 남의 시선을 엄청 신경쓰는 허영덩어리. 내부와 외부가 전혀 분리되어버린 이런 성격적 결함은 항상 밖에서 보기엔 그 누구보다 완벽한 인간형인 스미레와 유사하다. 유키노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완벽하기 위해 노력하면 노력할 수록 오히려 집에 와서는 더 이중적인 성격이 되어 버리는 점과, 이미 "완벽한 모습만 보이던 것" 혹은, 자신의 "내부"를 밖에 내보이지 않는 것이 이미 자신의 한 일부가 되어버린 스미레의 모습은,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겉보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_이중성이라는 코드로 재미를 이끌어내는 점에서, <타로이야기>라던가, 국내에 있는 학원 폭력물들의 여주인공들과도 이야기할만 하겠지만. 유독 밖에서는 완벽함에 반해, 내부로는 결함으로 가득찬 점을 부각하여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낸다는 점은 오히려 실상 내가 그간 보아온 일본 소설이나, 일본 영화의 내부로 틀어박히던 주인공들과 매우 닮아있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애니메이션 한 장면_ 왼쪽:가운데 인물이 유키노, 오른쪽인물과 동일인물
출처 blog.naver.com/ishwara
작가 오가와 야요이가 현실적 리서치에 기반하여 꼼꼼하고 세심하게 캐릭터의 입체성을 표현해내는 부분 중. 만화가 뒤로 갈수록 강조되는 것은, 오히려 처음 소재에서 부각되었던 스미레가 사회적으로 받는 압박이나, 성공한 여성으로서 갖는 불합리한 점이 아니다. 그보다도 성공한 스미레에게 인간 남성이지만 "펫"의 탈을 써야 하는 존재가 갖는 필연성을 설명하기 위해 드러나는 "스미레"의 성격과 심리이다.
만화가 연재되면 연재될수록, 스미레의 '펫'의 의존성과 둘의 필연성은 더 단단해진다. 설령 그녀가 완벽한 왕자님같은 멋지고 잘나가며, 누구에게나 선망이 되는 결혼할 남자를 애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그 완벽한 "애인"의 존재에 의해서 스미레와 '펫'의 필연적 관계는 더 부각되는 형상을 이어간다.
스미레의 성격적 결함이(물론, 스미레만의 문제는 아니다. 펫으로서 존재하고자 하는 다케시에게도 필연적인 이유는 존재하며, 오가와 야요이는 이런 캐릭터의 다양한 입체적 모습을 성공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눈에 띄는 이유는,
한국의 비슷해보이는 다른 캐릭터들과 확실히 다른 지점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보통사람" "사회적으로 적응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존재들이거나, 혹은 오히려 선망되는 존재들"이라는 점에서_캐릭터가 사회적으로 형성되 보이는 사회/진짜 자신의 두 세계의 벽에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그려지는 내부의 "나약함"을 가진 캐릭터들은 사회적으로도 이미 "성격적 결함"을 갖고 있는 존재로서_이미 사회적 아웃사이더"로서 표현된다.(쿨핫, 시니컬 오렌지_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본인들 "내부"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_외부와의 상충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이중적 존재로서의 캐릭터들은_그 이중성에서 오는 재미를 추구할 뿐_그 이중적 문제때문에 고민하거나, 이중성 자체 때문에 캐릭터들이 갇히거나 하지 않는다.(크레이지 러브 스토리, 키작은 해바라기 및 과거 슈가 연재분들) 반면에, 스미레는 사회생활하는데 아주 평범한 정상인이자, 오히려 모두가 선망하는 존재라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사정은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과 처음 도입부 때문에 한 때 표절시비에 휩싸였던 서문다미의 <그들도 사랑을 한다>의 캐릭터를 비교해보면, 한 일 양국 만화 캐릭터의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그들도 사랑을 한다> 역시,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처럼 똑같이 두 주인공이 서로를 이상하다고 말하면서, 시작하지만. 처음의 이상한 존재이던 서로의 이상한 성격차이는 이후 두 만화 사이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다. <그들도 사랑을 한다>에서 선망받는 존재인 "그들"_은묘령과 정의문이 내부에 아픔을 갖는 방식은 1차적으로 본인들의 이상한 성격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상한 성격은 결과론적 문제로 개그를 유발하는데 사용된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의 유키노와 비교할만한 은묘령의 경우, 그녀가 갖는 내부의 문제는 사실 집안 사정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그녀의 무덤덤한 성격으로 이어지긴 했어도, 오히려 그런 무덤덤한 이상한 점 때문에 은묘령은 학교에서 인기를 끈다. 대체로, <그들도 사랑을 한다>에 등장하는 "그들"은 "가정"이나, 그들의 사회관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로 인해 상황을 겪어나가고 헤쳐나가는데 반해, 그들의 좋게 봐줘 마이페이스이자, 사실은 "이상한" 그들의 성격 자체는 본인들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이상한 성격"은 세상을 재밌게 살고, 독자들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키가 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수단이지,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이나 <너는 펫>에서 나타나는 주인공 본인의 성격이 문제가 되는 것처럼 그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거나 해결해야 할 가장 주요한 벽이 되진 않는다.
스미레의 친구 유리가 생각하는 하스미와 스미레 커플. 이 오르골은 후에 이 커플이 깨질 수 밖에 없는 결정적인 상징으로 나타난다. 너는 펫(학산,12권)
내부로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집안과 집밖. 심지어 애인과 관계를 가질 때조차도 어느 정도 "사회적" 측면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스미레의 모습은 사실 애처롭기 그지없다. 그 좋은 학력과 능력이 무색할 정도로 남자친구 앞에서 담배 한 대 피울수 없으며, 사귄지 1년이 넘도록 존대말을 그만두는 것도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입가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이다.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편하게 보여줄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펫"앞에서만 가능하다. "펫"은 남자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펫"이기 때문에 오피스모드일 필요가 없는데, 바깥세계와 내부세계에 대한 이러한 균열은 오직 "스미레"라는 캐릭터 자체의 성격적 결함이다. 일본 근대 소설의, 다나구치 준이치로의 <치인의 사랑>이나 다야마 가타이의 <이불>에서 등장하는 내부와 외부의 문제와 차이에 집중된 인물들처럼_사회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집에 돌아오거나, 혹은 그 머릿속을 들춰내보면 전혀 딴 생각을 품고 있으며, 그 욕망들을 해결할 곳 없어보이는 캐릭터형에 유키노와 스미레는 더 닮아있는 것이다.
결국 그 해결방법으로 "펫"을 키운다는 설정자체의 필연성의 유사함은 그녀가 여성으로서나, 사회적으로 겪는 다른 문제의 압박보다도, 사실상, 오타쿠들이 순종적 "여성로봇"을 집으로 데려온다는 소년만화의 설정의 더 가까운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인격적 결함 자체와 사회적 이중성의 벽의 문제때문에 일본의 소년만화나 성인만화들에 등장하는 "평범한 소년 주인공" 캐릭터들과도 스미레는 닮아있다. 그리고 이런 캐릭터들은 위에 언급했던 소설들의 주인공들처럼 "욕망"과 현실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더 직계 계보이긴 하지만. 예를 들면, <연풍>처럼 장년한 남성이 자신의 친여동생에 대해 품는 연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현실속에서 잘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이성과 싸워가는 과정이라던가. 어쩌면 <너는 펫>의 경우, 여성으로 설정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중성이라는 요소가 단순히 성적욕망과 현실로만 설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드러난 나머지_ 더욱 뚜렷한 윤곽으로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중사회에 살고 있는 스미레라는 캐릭터가 갖는 결함은 여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일본사회의 한 단면을 반영하고 있다고 여겨지며, 사실은 그런 점이 더 이 만화의 구조와 소재가 계속해서 이어가는 리얼리티적 요소로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_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