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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002] 만화공모전의 현황과 문제점 - 시론 : 작가를 만드는 공모전?! 작가를 망치는 공모전!!

      시론 : 작가를 만드는 공모전?!
      작가를 망치는 공모전!!

      글 : 원종우

 

 

당신이 만약 만화계에 어떻게든 연관이 있다고 하자. 그럴 때 누군가로부터 "어떻게 해야 만화가가 될 수 있나요?" 란 질문을 받을 경우를 상상해보라. 그러면 아마 당신은 40개나 되는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학과에 진학한다든지, 만화학원을 다닌다든지,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다든지, 만화동호회에 들어간다든지, 아니면 아주 추상적으로 "열심히 만화를 그리는 것만이 정답이다" 식의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답은 일리가 있지만 정답은 아니다.

왜냐면 위의 대답은 마치 대학에 들어갈려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된다라고 대답하는 것과 동일한 경우기 때문이다.

대학을 갈려면 수능을 봐야 한다. 어찌됐든 수능에 좋은 점수를 얻어야 대학을 가는 것이 다. 결국 만화가가 된다는 것은 실제 인정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화가로 인정을 받는 첫 관문이 있다면, 자신의 만화가 책으로 만들어지거나, 매체에 실리는 것이다. 그럴때만 만화가의 만화작품은 스스로의 배설에 그치지 않고 독자와 의사소통을 통해 의미를 풍부히 해가며 '발전'할 수 있을 것이며, 그러한 한에서 스스로를 '대중 만화가'로 규정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화가로 인정받는 것, 즉 매체에 실려 대중과 만나는 길로 널리 알려지고 시행되어 온 길은 우선 출판사를 찾아가서 자기 작품을 보여주며 열심히 설득함을 통하거나, 유명만화가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강력한 추천을 받는 것이 있어 왔다. 하지만 2000년 현재 모든 만화가와 독자들이 공감하고 있는 가장 화려하고 공식적인 데뷔경로는 '공모전'이라는 통로다.

이 통로가  '화려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많은 수의 응모작을 뚫고 몇단계의 심사를 거쳐 뽑힌다는 과정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의 '정정당당함'이 '공식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면모는 공모전이라는 통로에 개인적 인맥이라거나, 상업적 공모(?)라거나 하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오로지 '실력제일주의'의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다.

그리하여 모든 만화가 지망생은 우선 공모전을 꿈꾸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공모전이 가진 화려함과 정정당당함, 내지 실력 우선주의가 정말 사실인지 아닌지에 관한 논란은 음으로 양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에서는 과연 제대로 된 작품을 뽑고 있는 것이지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쓸만한 작품이 없기 때문에 공모전 수준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라는 정반대의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두고보자 기획에서는 이런 양면적인 의문을 담고 있는 공모전의 진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를 위하여 각종 공모전의 수상현황에 대한 조사와, 공모전에 관계된 여러 사람들(심사위원, 편집기자, 낙선경험자 등)에 대한 인터뷰 등을 시도해보았다.

이 글에서는 그 시론격으로 한국에서 만화공모전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서, 그 의미성과 현재의 모습에 대한 비판적 개괄을 함께 담고자 한다.

 


 

 

1. 공모전의 원형

공모전은 문학이나, 미술, 그리고 음악 (콩쿨같은..)등의 주류 예술계에서 꽤 오랫동안 전통을 가지고 진행된 행사로 이를 통해 많은 신인들이 탄생하였다. 하지만 대중문화분야에 있어서는 공모전이란 방식이 도입된 것은 그리 길지 못하다. 80년대 중반까지 대중문화는 주류예술계만큼의 권위와 품격이 부여되지 못하였고, 또한 문화산업의 부가가치 또한 지금처럼 높지 않았기에, 신규인력에 대한 공급수요를 늘리기 위한 방식으로조차도 공모전 같은 행사를 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만화의 경우, 공모전은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역할-즉 신인의 발굴과 평가,등용문의 역할을 일정정도 하던 통로가 꽤 오래 전부터 하나 있었다.

바로 솜씨자랑 게시판이다.

6,70년대에 출간되던 만화단행본의 뒷편에는 솜씨자랑게시판이 붙어있었다.

솜씨자랑게시판은 만화를 읽고 그려보기도 하는 독자들이 그 만화의 캐릭터, 장면들을 솜씨껏 흉내내어 그린 그림을 작가에게 우편으로 발송할 경우, 그 중 잘 그린 작품들을 단행본, 그리고 적은 수지만 만화를 실는 몇몇 잡지의 끄트머리에 게재되면서 여기에 간략한 추천과 평가가 붙는 페이지였다. 초기의 만화가 데뷔에 있어 이런 솜씨자랑 게시판은 이른바 입문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었다. 만화가 지망생으로서의 그림실력이 1차적으로 작가에게 체크되면, 만화가 지망생이 작가를 직접 찾아가서 문하생이 되는 방식, 이것은 한국만화에 있어 공모전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80년대 만화잡지에까지 계승되는데, 솜씨자랑 게시판에는 지금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초기그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림1] 만화작가 '이진경'의 그림(르네상스 89년 1월호 독자들이 꾸미는 그림칸에서)

    [그림2] 만화작가 '나예리'의 그림(르네상스 89년 1월호 독자들이 꾸미는 그림칸에서)

 


 

 

2. 만화공모전의 역사

만화잡지시장이 탄탄히 갖춰진 일본의 경우 신인공모전이 6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지만(일본에서도 가장 먼저 신인대상의 공식적인 만화공모전을 실시한 것은 주류 상업만화지가 아니라 작가주의 극화 작업을 표방했던 '가로'이었으며 그때가 1965년이었다), 대본소 중심의 만화시장을 유지하던 한국사회에서 신인공모전의 시작은 80년대에 와서야 이루어진다. 보물섬, 소년중앙 등 만화잡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동시장이라는 한정된 시장을 대상으로 한 만화잡지는 이미 만화작가군이 포화상태를 이루었기 때문에, 신인작가군을 영입할 큰 필요성을 못 가졌다.

80년대 초반 몇몇 출판사, 단체에서 만화현상공모전이 있었지만, 1회적인 이벤트로 끝나는  행사에 불과했고, 공식적인 만화공모전은 87년 본격 성인만화잡지 '만화광장'을 통해 이루어진다.

기존 아동만화의 한계점을 벗고 성인을 대상으로 만화를 문화의 한 축으로 재규정하려던 시도가 역력했던 '만화광장'은 기존 문단에서 이루어지던 '신인문학상' 형태의 공모전 방식을 채택했다. 만화광장의 공모전은 당시 대본소의 양산체제 하에 생산되던 만화와 달리, 작품 자체에 작가주의적 시각을 도입하면서 작품의 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1회 만화광장 신인현상공모 당선자는 한국만화에서 작가주의적 작가로 알려진 박흥용씨다.)

    [그림 3] 박흥용의 당선작 '백지'

 

안타깝게도 만화광장은 4년 정도로 비교적 단명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후의 만화공모전도 지속되지 못한 채 끝나버리고 만다.

이후 만화광장의 바톤을 이은 주간만화잡지 주간만화, 매주만화에서 공모전을 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자료를 조사하지 못했기에 다음 기회에 이를 다룰 것을 약속하며, 이번에는 언급을 제외한다.

 

만화광장과 달리 현재 공모전의 흐름의 원형이 된 행사는 최초의 본격 순정만화잡지 월간'르네상스'로부터 시작된다.

88년 12월 대본소 순정작가들 중 창작성향이 강한 몇몇 작가들을 기반으로 창간된 르네상스는 89년에 신인공모전을 시작했고, 이는 그때까지 숫자가 적었던 창작 순정만화의 작가진을 발굴, 확보하는 것이 주목적이었고, 3회에 걸친 르네상스 공모전을 통해 많은 작가들이 데뷔하게 된다.

뒤를 이어 기존 아동대상 월간 만화잡지(보물섬, 만화왕국 등)와 완전한 다른 획을 그으며 출발한 일본식의 주간소년만화지인 아이큐점프와 소년챔프가 탄생했고, 이들은 당연히 좀 더 새로운 풍(?)과 저렴한 고료의 작가군을 필요로 한 이들 잡지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만화신인공모전을 주최하게 된다.(실제 아이큐 점프와 소년챔프는 동일한 시점에서 공모전을 하지는 않았다. 88년 12월에 창간된 아이큐 점프는 기성작가진을 많이 확보하고 있었고, 이에 특별히 공모전을 할 필요성이없었다. 하지만 90년 창간된 소년챔프의 경우는 후발주자로서 작가진의 부족을 메우고, 좀 더 싼 신인인력을 중심으로 한 잡지전략을 가졌기에, 아이큐 점프보다 먼저 공모전을 도입했다.) 이렇게해서 90년대 들어서야 이른바 공모전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림4] 소년챔프에서 뽑은 슈퍼신인 '이명진'의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

이런 만화(잡지)시장과 관련된 공모전과는 달리, 축제나 기관의 문화지원사업적 성격의 공모전 또한 공모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성격의 공모전의 시작은 신한은행에서 개최한 신한 새싹 만화공모전을 들 수 있다.

신한 새싹 만화상은 신한은행이라는 금융기관에서 기존 상업만화와 다른 우량만화를 발굴한다는 입장아래, 기존 흥미위주 만화와 차별성을 긋는 만화들을 만들기 위해 활동한 우만협(현재 우만련의 전신)과 아이들을 위한 좋은 만화선정에 뜻을 둔 YWCA(하지만 유해만화 고르기에 더욱 신경 썼던)등의 도움을 받아 기획된 행사다. 93년부터 95년까지 3회를 개최하고 끝났지만 이 행사를 통해서도 많은 작가들이 데뷔 아닌 데뷔(?)를 하게된다. (조남준, 홍승우, 이우일, 최호철... 이들 작가군은 여기서 데뷔하였지만 그 맥락을 타고 곧바로 활동할 수는 없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한 참 후에 전혀 다른 경로로 실제 데뷔를 하게 된다.)

이러한 공공적 공모전의 흐름은 이후 96년 SICAF를 필두로 각 곳에서 벌어지는 만화축제행사와 함께 열리는 만화공모전(실제 SICAF는 카툰부분의 국제상 부분은 있지만 일반적 극화만화의 공모전은 아직까지 없다. 행사와 함께 만화 공모전을 하는 경우는 동아-LG 만화축제의 공모전이 처음이다.), 특정주제에 대한 공모전(통일, 왕따 등), 특정대상을 위한 공모전(학생공모전 장애인 대상 공모전 등) 등 수많은 비상업 공모전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림 5] 신한은행 새싹 만화공모전 수상작 모음집

 


 

 

3. 만화잡지 공모전에 관한 몇 가지 문제들

사실상 당선되기만 하면 곧 바로 그 잡지를 통해 연재를 재개할 수 있는 장점은 만화잡지 공모전을 여타의 공모전 중 가장 대표적인 공모전으로 만들어준다.

신인작가의 입장에서 이는 가장 많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직접 선보이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러므로, 어느 공모전보다도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잡지사측에 있어 공모전은 자신의 만화잡지를 채울 저렴한 신진 작가군을 확보하는데 목적을 둔 만큼, 잡지사 자체의 상업적 전략에 부응하는 만화를 골라내는 것이 1차적인 기준이 된다. 여기에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잡지사 쪽에서 항상 상업적인 만화만을 원하기에 작품성 중심으로 그린 만화는 이러한 공모전에서 항상 소외된다"

하지만 '두고보자'는 이런 상업적 기준점 자체를 문제삼지는 않겠다.

왜냐하면 잡지사가 이윤을 취하는 회사인만큼, 그들이 주최하는 공모전에 그러한 상업적 기준점으로 심사한다는 것에 문제를 삼는 것은 우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만화잡지사의 공모전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우선 최근 만화잡지사를 통해 공모전이 남발되고 있다. 2대 메이저인 대원과 서울문화사의 각종 잡지의 공모전과, 여기에 학산, 시공사, 삼양사, 대명종 등의 신규 만화잡지 출판사들의 공모전, 그리고 정기공모전 뿐만이 아니라 매월 소액의 상금을 걸고 하는 공모전까지 상업만화잡지 공모전만 하더라도, 1년에 20회 이상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공모전이 많이 열리고 있는 상황만 본다면 만화잡지시장이 그만큼 활성화되었고, 그것에 기인해 경쟁적으로 신인작가군을 확보하기 위해 공모전을 열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현실을 보자면 잡지시장은 위태로울 정도로 판매부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고, 이런 공모전의 남발은 줄어든 잡지시장에서 선점권을 확보하기 위한 각축전에 지나지 않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잡지의 광고효과와 이러한 위기상황을 덮으려는 이벤트 적인 둘러댐, 그것이 현재 상업잡지 공모전들의 실상인 것이다.

물론 이들 출판사가 나름대로 공모전의 기본조건인 좋은 신인을 발굴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좋은 신인의 발굴로 잡지의 생명력을 불어넣으면서, 독자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이들 잡지사에게 어찌 중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최근 2,3년간의 수많은 공모전 속에서도, 잡지들의 초기공모전 수상자와 같은 슈퍼신인(?)은 발굴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수상 후 연재로 들어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조차 보기 힘들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이들이 주최하는 공모전에 분명한 문제가 있음을 뜻한다.

공모전이 이렇게 된 현황에 대한 이유를 몇 가지 추론해보겠다.

    [그림 6] 서울문화사 '1억고료' 통합공모전 광고

 

첫째로 연령, 성별로 세분화되어버린 만화잡지와 그것에 부속되어버린 공모전의 문제다.

현재 한국의 만화잡지가, 일본만화잡지의 유형화와 동일한 구분법, 연령과 성별(초등소년지, 초등소녀지, 하이틴 소년지, 하이틴 소녀지, 성인남성지, 성인여성지 등)로 세분화되어진 잡지로 나뉘어지고, 이 잡지들이 모두 각각 공모전을 하고 있는데, 그들마다 굳어진 규격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공모전에 참가한다는 것은 각 잡지가 고수하는 상업만화의 기준에 스스로를 엮어 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즉 한 작가는 여러 층의 독자를 상대로 다양한 작품을 개발하고 시도할 기회를 가질 여유를 갖지 못한 채, 당장의 데뷔가 급하다는 이유로 하나의 잡지를 선택해서 그 잡지의 기준에 스스로를 제한하는 것을 반복시도하게 되고, 이것이 결국, 응모작들의 다양성과 질적 도약을 가로막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 최근 잡지사는 통합공모전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있지만, 실제로 각 잡지의 심사필터를 통과한 작품 중에 한가지 작품을 골라 대상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것은 한마디로 사기다. 실제 지금까지 통합공모전의 대상을 받은 작품은 한 개도 없었다. 이는 잡지사가 돈을 아끼려는 유치한 수작이기도 하며, 결국 이런 방식을 통해서는 통합대상이 나올 리도 없을 것이다.

둘째로, 실제 수상작 없이 공수표로 제시된 각종 상과 상금이 공모전 스스로의 권위와 신뢰성을 실추시키고 있다는 문제다.

"국내 최대 1억 고료 만화공모전" 흔히 볼 수 있는 요즘 만화잡지의 공모전 광고카피다.

마치 작가에게 1억을 전부 주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광고지만, 실제로는 한 출판사에서 1년에 여는 모든 공모전의 총 상금을 합한 수치다. 더욱이, 실제 수상작은 대부분 은상, 동상, 가작 등의 하위 상만을 선정하기에, 실제 지급되는 상금의 총합은 많아봤자 2천만원 남짓 정도다.

'이번에 대상, 금상 수상작에 해당하는 수작이 없었다'는 지극히 변명조의 첨언만을 되풀이할 뿐이다. 차라리 상금을 낮추고 상 자체는 공수표화시키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공수표 상은 공모전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만들고 작가들의 사기를 꺾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셋째, 좋은 신인을 구하기 위한 공모전에 대한 연구의 부재다.

현재의 공모전은 이벤트일 뿐이다. 실제 좋은 신인을 구하려는 것보다는 광고효과를 노림수로 두고 있는 것이 출판사의 속셈이다.

실제로 좋은 신인을 확보하기 위한 좀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공모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대도 이를 외면하고, 오로지 광고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 광고비를 심사제도의 공정성과, 좀 더 철저한 심사과정, 잡지 편집부의 경험과 감각에만 근거한 작품선정이 아닌 좀 더 다양한 작품선정 기준을 마련하는데 쓰고 그것을 작가 지망생들에게 공개하는 편이 훌륭한 작가 발굴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4. 비상업 공모전에 관한 몇 가지 문제들

그렇다면, 비상업적 공모전의 경우를 보자. 비상업적 공모전은, 작품의 개성과 의미성에 점수를 많이 주게 된다. 고로, 비주류적인 작품성 중심의 작품이 높은 점수를 얻게 된다.

좋은 작품을 뽑아, 전원에게 상을 주는 비상업 공모전은 상업잡지 공모전과는 심사기준이 판이하게 다르다. 당신이 "만화도 예술이다, 작품이다"라는 관점을 가지고 만화를 그리거나 접한다면 비상업 공모전이야말로 그런 작품을 위한 행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역시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한국에서 비상업 공모전의 가장 큰 문제는 그 공모전의 권위문제다. 아무리 공모전의 상금을 높이 책정한다하여도, 심사위원이 삐까뻔쩍 할지라도, 현재 비상업 공모전은 별 권위가 없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이 공모전에 당선되더라도 그 작품이 인쇄매체로 출판되어 나오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에 기인한다.

실제로 현재 공모전의 상금이 가장 높은(무려 1등상이 1,000만원, 만화잡지 공모전에 비해 엄청난 금액이며, 실제 이 돈은 항상 지급된다.) 동아LG 국제만화페스티발의 공모전 같은 경우를 보자. 분명히 그 상금도 많고, 일간지인 동아일보에 작품이 언급된다는 것은 영예로운 일일 수 있겠지만, 페스티발이 끝난 후에 더 이상 남는 것은 없다.

지금까지 동아LG 국제만화페스티발을 통해 배출된 작가는 97년 장려상을 수상한 변병준('첫사랑', '프린세스 안나'의 작가)뿐이다. 행사기간 중의 전시와 작품집(이것도 1999년에 처음 만들어졌지만...)이라는 것 외에, 이후의 실질적인 데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도움을 줄 주체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류의 공모전 행사는 안정적인 기관이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LG와 동아일보라는 스폰서와 이 스폰서에 잠시 고용된 계약직에 의해 수행되기 때문이다.

    [그림 7] LG 동아 페스티발 출신의 작가 변병준의 작품집 '첫사랑 '

우습지만, 실제 비상업적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들을 보면, 자신의 단행본을 출간하는 주류만화가가 아닌 신문, 시사잡지,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비주류 매체 만화가로 활동을 해나가거나, 작가주의의 멍에를 둘러메고 악전고투를 하고 있다.

결국 작가주의, 작품성 위주의 시장이 부재한 우리나라에서 이런 비상업적 공모전 출신작가는 당선 그 시점에서부터 처절한 서바이벌 게임의 숙명에 발을 들이게 되는 셈이다.

한국에서 비상업 공모전은 작가주의라는 가시면류관과 장도를 떠나기 위한 소정의 여비를 주는 권위없는 제식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비하하는 것일까?

    ☞ LG동아나 신한은행 만화상같은 그나마 괜찮았던 비상업 공모전보다 문제성 많은 공모전은 부지기수다. 대단한 행사인냥 하지만, 턱도없는 상금(대상이 300만원이지만 공모전에서 요구하는 원고의 분량이 300쪽 내외였으므로 실제로는 쪽당 1만원가량의 착취에 가까운 고료인 셈이다)을 주고 책 한권 분량을 제출하라며  저작권을 가지는 강도같은 공모전(덕영재단에서 주최한 '왕따' 주제 공모전)도 있었으며, 입학특전을 준다며, 상당비용의 참가비(아마 3만원 정도라고 기억됨)를 요구하는 특정대학(상명대학에서 주최한 공모전)의 속보이는 공모전, 연례행사인냥 별 의미 부여없이 진행하는 각종 관변 공모전(부천만화정보센터의 학생만화공모전) 등, 한국에서 비상업 공모전의 폐해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지만, 얘기하자면 입이 아프기에 여기서는 이만 언급한다.

 


 

 

5. 결론을 대신해서.

필자는 공모전들에게 단 두 가지만을 바래보며 글을 맺는다.

첫째 숱한 공모전의 남발이 아닌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권위 있는 만화상, 혹은 공모전이 필요하다. 단지 상금만으로 권위가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동네잔치가 아닌, 만화가 문화로서, 예술로서, 타 장르의 전문가에게도 그리고 많은 대중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이 필요하며, 이런 작품을 선정하기 위한 공모전이 우리나라에 필요하다.(두고보자는 아무런 상금을 걸지 못할지라도, 이런 권위 있는 상을 만들어보고 싶은 무모한 욕심을 항상 품고있다.)

둘째, 위와는 좀 다른 입장이 될 수 있지만, 상업공모전과 비상업 공모전의 교류가 필요하다. 실제로 비상업 공모전의 수상작에 대한 출판사측의 출판지원에 대한 약속 등이 절실하다. 그럴 때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으며, 좀 더 만화계에서 필요한 능력 있는 신인을 배출할 수 있는 것이다.

2000년도 LG동아 국제만화페스티발의 만화공모전 같은 경우 이와 같은 관점에 입각해 작품을 뽑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상업만화에 진출할 수 있는 기준만으로 작품을 선정했다.

이런 발상은 교류나 협력, 양자의 보완이 아니라 그나마 있는 비상업 공모전의 장점조차 버리게 만들었다. 이분화 되어 있는 두 공모전을 포괄하는 의미에서의 공모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하며, 이 공모전의 권위를 높이며 실용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 서로 협력을 긴밀히 해야 한다고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다. 이를 통해 진정한 슈퍼신인을 탄생시킬 수 있는 신뢰성 있는 공모전 혹은 상의 제정을 기대해본다면, 너무 '두고보자'적인 이상일까?,

    [그림 8] 2000년 LG 동아 국제만화페스티발 만화대상 수상작 '가고시마' - 양영순의 그림체를 모방한(실제로 당선자는 양영순과 같은 국민대 시각디자인과 출신이다) 만화로 독창성의 결여와 내러티브적 허술함에도 불구하고 대상에 뽑힌, 이해하기 힘든 작품.

 

 



 ▶ 기사:  dugoboza
 ▶ 조회: 979 | 등록: 200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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