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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여러 가지로 훌륭한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론, 그 '여러 가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해야할 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러 가지'에 몇 가지를 더 보탤 수 있다면, 그래서 만화라는 장르의 매력을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다면, 엄청난 일이 되겠지요.
만화의 훌륭함을 연역적으로 풀어낼 정도의 내공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개별적인 만화 작품들을 놓고 이런저런 요소들을 분석해보고 싶습니다.
스토리나 인물, 설정의 분석도 좋지만, 그것만 하자니 좀 글의 부분이 많은 것 같고, 그림의 분석도 좋지만, 그것만 하자니 좀 그림의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글과 그림이 어떻게 어우러지나 분석하는 것이 참 좋은 일이련만, 그렇게 하기에는 실력의 한계가 많네요. 참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한데 말입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이것을 ((만화의 연출법)) 또는 ((만화 어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만나보지도 않은 키다리 아저씨의 얼굴을 상상하는 꼴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이름부터 짓고 싶어집니다. 키다리 아저씨가 없는 건 아니잖아요? 보랏빛 장미를 매 공연때마다 보내오는 걸 보면. 그리고 그 많은 작가들이 공통된 어법/연출법을 사용하고, 변형하고, 종내는 발전시키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결국 스토리도 조금, 그림도 조금, 그리고 여기에 기초해서, 어우러지는 부분을 약간 다루고.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염치없이 쓰게 될 듯 싶습니다.
상업적인 만화와 실험적인 만화, 어려운 만화와 쉬운 만화, 천천히 넘어가는 만화와 후루룩 넘어가는 만화, 이런 여러 만화들에 골고루 만화의 훌륭함이 스며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만화를 분석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겠지요.
그리고 가능하면 가끔은 ((가짜비평))이란 걸 하고 싶습니다. 가짜비평이란 걸 통해서, 만화에 대한 후까시잡힌 주류의 시선을 놀려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만화에 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주류의 시선을 놀려주고 싶네요. 종종, 우리 사회의 주류란 사람들이 참 게으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주위에 대하여 주류매체가 이야기하는 대로 믿고, 직접 알아볼 생각도 안하고, 그저 게으를 뿐입니다. 그러니 그 분들은 만화에 대해서도 자기 마음으로 읽고 그 훌륭함을 느껴보지 못한 채 하루하루 달력만 뜯어먹고들 사십니다. 뭐 어디 만화 뿐이랴만 말입니다. 그리고 TV의 명사 초청 프로그램이나 알아듣지 못할 교양 음악회 프로 앞에서 꾸벅꾸벅, 때로는 잠든 채로 때로는 깨어있는 채로, 늘 졸고 있습니다.
사실 주류의 길을 가는 사람이 가장 게으른 것은 자기 반성의 부분인 것 같습니다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아마 ((가짜 비평))을 통해 그 부분을 들추어 놀려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끝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바라는 것은 소통입니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남한테 이야기를 하는 걸 하고 싶어요. 되도록이면 이 훌륭한 매체인 만화를 통해서 할 수야 있다면 좋으련만, 퍽이나 어려운 일이군요. 혹시 만화의 훌륭함 덕에, 제 메시지의 빈약함이 가려지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저로서는 행운이겠어요. 저는 만화를 쓰고 싶어하는 20대말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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