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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의 회귀가 반드시 퇴행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최근 나는 오랜만에 열정을 불사르는 팬으로 되돌아갔다. 팬이란 말이 어색한 것으로 미루어보건대 한동안 정신없이 살았나 보다. 아무튼 팬이 된 계기는 음악. 몇 주 전 영화 '연어알'을 보고 K.D.Lang의 음악에 반한 나머지 그녀의 앨범을 사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영어로 된 팬페이지(뭔 말인지 잘 모른다-__-;;)를 읽기도 하고, 사진을 모으고 있다. 앨범을 구하거나 괜찮은 정보를 발견했을 때 그 기분은 꽤 묘하다. 자신의 애정이 투사된 대상을 바라볼 때 드는 그 기쁨과 부끄러움, 기대 이하의 실망 등의 복잡한 감정. 이 감정이 앞으로의 행동에 추진력이 됨은 말할 필요가 없겠지. 시간이 된다면 한국어로 된 팬페이지를 만들까 생각 중이다.(사실 홈페이지 만드는 것도 잘 모른다--)
만화는 나에게 그런 열정을 안겨주는 손꼽히는 매체였다. 나는 꽤 오래 전부터 만화책을 읽었고, 만화를 모으기도 했으며, 다음 권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다. 딱 그 모양새였다 - 새로 나온 책을 꼭 안고 집으로 돌아와서 방문을 잠근 채 책 펴는 것도 부담스러워 손을 덜덜 떨고 있는 팬.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이런 저런 그림들을 베낀 기억도 난다. 지금 생각하면 꽤나 민망한 과거사지만 어쨌거나 그럴 때는 꽤 행복했다. 한 때는 만화가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꼼꼼하지 못한 성격상 안되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가끔 한 장의 일러스트를 그리는 수준으로 만족하고 있다. 편협한! 나의 취향 때문에 모으는 만화 종류의 스펙트럼은 극히 좁은 편이며 지금도 도통 넓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___-a 참고로 좋아하는 만화책을 꼽으라고 하면 <호박과 마요네즈><러버스 키스><금지된 사랑> 정도가 떠오른다 - 꽤 미시적인 수준의 감정 읽기를 좋아한다고 하면 될까. 서사적인 틀거리를 싫어하는 건 아니고, 단지 기억을 잘 못한다.(ㅡ.ㅡ)
하여튼, 좋아한다는 감정이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자료수집과 분석, 판단 그리고 타인들과의 공유를 필요로 한다. 물론 혼자서 좋으면 이럴 필요 없다. 그러나 사람 욕심은 끝이 없어서 열정을 불사르는 팬으로 그치고 싶지 않은 거다. 그래서 모씨의 표현에 따르자면 '악마의 소굴'이라는 이 곳에 들어왔다. 그렇게 그치고 싶지 않다면 많은 것들이 필요하겠지. 좁은 스펙트럼에 약간 여유를 줘야 할 것 같고, 부지런해져야 할 것 같고... (그러나 내 능력상 가끔 해왔던 개별 작품에 대한 간단한 분석 및 약간 더 상위수준의 글 정도만 쓸 수 있지 않을까.--) 만화에 대한 여성주의적 시각틀을 잡아내고 싶다는 것이 턱걸이하기 힘든 높은 수위의 소망. 한국에서 대중문화를 분석하는 여성주의적 시각과 이론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개별작품의 분석 이상으로 많은 부분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dugoboza에서 많이 해온 것 같다^^;;) 만화는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량 생산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림 및 글에 대한 작가의 개입이 높다는 점에서 멋진 매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번 그려보면 왜 멋진지 직관적으로 알게 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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