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초창기 만화들 + 황금기의 만화
!@#...약간
생각보다 늦었습니다(이런저런 문제로 돌아다니다 보니...--; 크흑). 이번부터 약 5회정도는
만화의 역사, 작품들과 경향들에 대한 소개 등, 보다 '부드럽고 재미있는' 이야깋를 할
예정입니다. 원래 이 부분에서는 많은 스캔 그림들로 도배해가면서 설명해야겠지만, 계정
용량 문제도 있고(...슬픕니다), 또한 교재를 읽힌다는 의미에서 이전처럼 글자 위주로
가겠습니다(...--; 죽어도 스캔하기 귀찮아서라고는 말을 안하는군....). 그러니까, 교재를
펼쳐놓고 읽어보도록 합시다!
...이번
수업부터의 주 교재는 미리 학기 초에 예고했듯이, "세계만화탐사" (성완경 저, 2001)
입니다. 망가권보다는 서구쪽에 보다 무게중심이 실려있기 때문에 약간 낯설수도 있겠지만,
대단히 읽기에 재미있는 책이고, 많은 도해와 설명들이 있는 만큼 교재로서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0.
들어가며: 세계의 만화.
...우선,
간단한 질문부터 던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극장을 가봅시다. 헐리우드 영화가 합니다.
그리고, 꽤 재밌게 잘 보고 다닙니다. 뭐 헐리우드 액션이 싫다면, 유럽 영화도 꽤 재밌게
보고 다닙니다. 소설은 어떨까요? 서구 소설들의 번역판을 읽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해리포터가
특별히 '낯설고 이해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림은
어떤가요? 고호의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말, 조금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서구 만화들은 우리에게 그리도 낯선 걸까요???
...바로,
그것을 자연스럽게 읽는 방법 - 즉, 서구만화에 대한 독해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만화의
'문화권역'이라는 개념을 꺼내보고자 이런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이미 배우셨겠지만,
언어, 문화, 주류적인 만화 생산/유통/소비 방식 등으로 인하여 현대만화는 몇가지 커다란
문화권을 형성하여 발전해왔습니다. 아주 거칠게 나누자면, 영/미권(미국을 중심으로
한 영어권 ), 유럽권(불어권을 중심으로, 기타 유럽문화권), 망가권(일본을 중심으로한
동아시아의 일련의 만화 형태들), 그리고 기타등등(제 3세계 등)입니다. 물론 언론이
있는 사회라면 항상 자국만의 독특한 풍자 카툰의 전통이 존재하지만, 좀 더 본격적인
'이야기만화'의 경우는 위의 구분 가운데 앞의 3가지, 즉 Comics, BD, 망가 등이 가장
주도적인 방식입니다. 각각의 권역 속에서는 다른 권역의 만화 방식에 대한 독해력이나
소개된 작품의 규모 등이 현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만화의 수많은 가능성들과 성과들을
조금이나마 더 객관적이고 폭넓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포용력으로 이들에 대해서
눈을 뜰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만화의 예술적 속성들과 가능성들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 수업에서라면 더욱, 보다 본격적으로 만화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믿어주십시오...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이후의 이야기에서 가능하면 좀 더 넓은 폭에서 세계의 만화를
다루고자 한다는 다짐 때문입니다. 만화를 역사순으로 본다면, 그것은 '국사'보다는 '세계사'로서
접근하고 싶다는 거죠... 만화의 세계는 넓고도 광대합니다!
1.
역사(?) 이전
이집트
벽화, 바이외 테피스트리...든 뭐든... 이미 첫시간에 만화의 기원 부분에서 이미 한
이야기죠... 다시 한번 찾아보세요...--; 여하튼. 다시 한번 상기시켜드리지만, 모든
것을 다 '만화'라고 우기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만화적 요소들을 발견하고 그 본질의
기원들을 캐보자는 것이죠.
2.
현대만화의 탄생(?)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교재 32페이지를 펼치고 주욱 따라가도록 하셨으면 합니다. (--;) 한번씩
중요하게 참조하고 감상해볼 필요가 있는 작품이나 그런 작품들의 작가는 굵은 글씨로
해놓았습니다. 교재에 있는 이미지들을 보고, 나아가서는 작품 자체를 한번쯤 구해보시기
바랍니다.
현대만화의
기원은 각 문화권마다 약간씩 다릅니다. 단지 기게적으로 연도만을 놓고 '언제 어디서
현대만화가 탄생했다'라고 하는 것은 일부 역사학자들이나 기념회 위원들이 할 일이고,
제 관심사는 오히려 각 만화문화권의 발전과 그 특성들에 있습니다.
프랑스어권에서
만화는 스위스의 로돌페 퇴퍼를 통해서 진정한 탄생을 맞이했다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한 프랑스의 카란 다쉬 등도 초창기에 현대만화의 기틀을 다진 사람 가운데
하나죠. 이들의 특징은 비교적 통속적인 '대중오락물스러운' 이야기를 페이지 위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그림과 그 밑에 들어가는 장면해설글을 통해서, 책의 형식으로 펴냈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림의 묘사는 카툰화법을 적극 사용하는 등, 현대적인 '출판' 만화의
모습에 대단히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서 독일에서는 그림 이야기의 전통에서 현대 만화에 가까운 형식이 탄생했습니다.
빌헬름 부쉬의 '막스와 모리츠'는
그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이들은 어린이용 동화의 내용을 품고, 역시 연속된 그림과 그
밑에 들어가는 상황설명(단순한 묘사라기보다, 다소 운문 적인 특성이 있습니다!)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또한,
영국에서는 풍자화의 전통이 가장 먼저 현대만화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었습니다. 호가스의
연작그림에서 시작한 만화에 대한 인식은, 질레이나 19세기의 정치풍자 전문 잡지인 '펀치'지
등에서 카툰화 기법과 풍자적 내용을 통해서 현대 만화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이러한
전통은 미국에서는 신문 저널리즘이라는 형식과 훌륭하게 결합했는데, 뉴욕 저널지의
'옐로 키드'가
그 본격적인 시초입니다. (여담이지만, 많은 국내 문헌들이 옐로키드의 천박성과 선전성에서
옐로 저널리즘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잘못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것과 상당히 다릅니다.
당시 옐로키드나 너무나도 인기가 있어서 다른 신문사인 뉴욕 월드에서 옐로키드를 스카웃해가기
위해서 쟁탈전을 벌이고, 가짜 옐로 키드를 자신들의 신문에 연재하는 등 두 신문이 서로
목불인견의 아귀다툼을 하고, 그 과정에서 선정적이고 천박한 자태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바로 옐로 저널리즘입니다). 또한 칸 구분선과 말풍선을 한꺼번에 도입한
카젠야머 키즈 등도 그 시기(19세기
말미)에 나옵니다.
아시아는
어떨까요? 일본의 유키요에, 한국 등의 글이 담긴 민화와 시화 등 그림/글의 전통이 충분히
오랫동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만화의 주요 문법들이나 개념은 주로 19세기 말 -
20세기 초, 서구의 신문풍자 카툰에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만문만화 등의 형식으로
발전해 나가는 등, 이후에는 보다 독자적인 모습으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보다 본격적인
이야기 만화로 발전하기까지는 수십년의 시간이 더 흘러갑니다. 다른 나라들 역시, 주로
서구의 정치풍자 카툰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이러한
출발점들은, 이후 이들 만화권의 작품적, 산업적 특성의 첫단추가 되었습니다. 유럽권에서의
'출판물로서의 만화'라는 전통, 미국에서의 '신문 만화, 신문 부록, 혹은 얇은 소책자'로서의
전통, 일본 및 아시아에서 본격적인 이야기만화의 태동이 수십년 늦게 출발게 되는 것
등이 이후 이어질 과정입니다. 다만 독일의 경우는 아쉽게도 아동 그림문학으로서의 전통이
계속 현재까지 개발, 이어지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여하튼, 이렇게 해서
여러 동네에서 현대만화의 개념이 나타났습니다.
3.
탄생에서 발전까지
현대만화는,
탄생(?)하자마자 많은 대중들을 한꺼번에 포섭해버리는, 대단한 매력덩어리였습니다.
그 원초적이고 효과적인 표현력은, 가장 직설적이고 틀을 깨는 표현들을 마구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러 곳에서 만화의 그 다양한 가능성들 가운데에서도
당장 상업적 성공과 직결되는 일부분만을 남용해버린 것이었습니다; 즉, 지극히 통속적이고(저는
통속적이라는 것을 굳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어린이들을 비롯한
대중 일반 누구라도 쉽게 알고 있는 메시지만을 전달하며, 말초적인 즐거움의 극대화에
힘썼다는 것입니다. 이는 불행히도, 곧바로 만화는 가볍고 천박하다는 인상의 형성에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 19세기말~20세기 초중반 - 로서는 만화는
'일반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오락거리였고(영화는 여하튼 영화관에 가야
했으니까 말입니다), 그 강력한 지위를 여러 만화문화권에서 오랫동안(?) 누리게 됩니다.
미국권의
경우, 대중 오락인 소위 '펄프 문화'의 총아로서 만화가 상당한 호기를 누리게 되는데,
비록 윈저 맥케이의 '리틀 네모',
헤리만의 '크레이지 캣'
등 예술적으로 훌륭한 작품들이 나와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류의 강력한 펄프 문화성이
만화 전체의 인상을 지배했습니다. 그리고 '슈퍼맨'이
1938년 등장하자, 슈퍼히어로물은 미국 만화의 주도권을 빠르게 잡아갔습니다. 그리고
슈퍼히어로물 중심의 미국만화 최대의 호경기인 '골든 에이지'는 50년대까지 이어집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류만화에서는 작가중심보다는 출판사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었고,
작품으로서의 만화라기보다는 대중문화 상품으로서의 만화 개념이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미국만화에서 작가주의적인 흐름은 신문 연재 코믹스트립(얼추, '블론디'
등의 신문연재 4칸만화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정도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한동안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됩니다... 적어도 60년대 말미의 히피이즘과 함께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대폭발이 일어나기 까지는.
유럽권에서
만화가 한단계 더 크게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오히려 20년대, 미국의 만화잡지
형식이 유입되어오면서부터 였습니다. '주르날 드 미키'등의 창간과 인기에 힘입어 만화잡지들이
여럿 창간되었고, 이것이 불어권 주류 대중만화의 중요한 큰 줄기를 형성하게 됩니다.
유럽의 경우, 출판물로서의 전통과 작가 중심주의, '땡땡'
등 선구적인 연작 작품들에 힘입어 만화가 비교적 초창기부터 독자적인 위치를 지니고
성장해나갈 수 있었습니다(부럽기만 할 따름입니다). 그러다가, 유럽에서는 꾸준히 만화
가독 세대(한마디로, 만화 해독력을 지닌 사람들의 세대 말입니다; 혹은 다른 말로, 만화를
보고 그 속에 담긴 감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자들)가 성장해나가고, 그들 스스로를
위한 만화를 만들기 시작했죠. 38년 스피루 잡지, 46년 땡땡 지, 그리고 5-60년대의 많은
성장과 실험들이 덕분에 다양한 원형들이 만들어졌습니다. 필로트 등 성인취향(야하다는
말이 아닙니다!--;) 잡지들과 알붐 형식의 단행본 만화들이 출간되고, 만화는 그 지양분을
넓혀갔습니다. 이때 탄생해서 지금까지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만화로 '아스테릭스'
연작을 들 수 있겠죠; 필로트 연재작이고, 사실 상당히 성인취향의 코드 - 정치, 사회
풍자 등 - 이 많이 들어가있습니다.
미국으로
돌아와 봅시다. 미국은 전후부터 슬슬 만화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합니다. 설상가상으로
60년대에는 사회적인 검열과 탄압까지 이어졌습니다! 대중 오락 문화 이외로 만화를 발전시키지
못했던 주류 만화계는 이제 골든이 아닌 실버 에이지, 브론즈 에이지로 이어지는 쇠락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히피즘에 힘입어, 일련의 작가주의 만화가들이 언더그라운드에서
명성을 쌓아가기도 합니다. 로버트 크럼의 '프리츠 더 캣'등이
대표적이죠.
아시아의
경우, 만문만화, 신문 카툰 등의 전통이 계속 발전되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장편
이야기 전개에 대해서는 개발이 계속 부진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 만화권이 '망가권'으로
불리우도록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일본에서의 이야기 만화의 혁신적인
발전이었습니다. 특히 '만화의 신'이라고 불리우는 데즈카 오사무의 등장은 일본에서
이야기 만화의 발전을 수십년 이상 앞당겼는데, 그의 초창기 대표작인 '철완 아톰'이
일본 만화, 나아가 아시아 만화에 끼친 영향은 지대합니다. 분명히 미국 디즈니의 영향을
크게 받은 캐릭터들이었지만, 칸간 이동, 칸 내에서의 글과 그림의 결합과 표현은 기존의
서구만화와는 다른, 강력하고 역동적인 실험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전후 폐허더미의
일본에서 만화의 기능을 '자라나는 세대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만화의
긍정적인 위상을 먼저 업고 발전을 시작하게 됩니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본에서
만화가 천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시기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의
경우, 해방 이후 제작 환경상 처음부터 일본식 만화 방식의 직접적인 세례를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본 만화의 해적판도 이 시기부터 들어왔고... 유럽식의 고급 컬러
인쇄를 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니, 속칭 '떼기만화'라는 형식으로 좌판에서 대여해 보는
방식이 유행했습니다. 워낙 손재주들이 좋은지, 한국에서도 만화는 50년대에 한때 황금기를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는 고급 양장본에 해당하는 단행본으로 나오기도
했고 말이죠. 당시의 환경에서는 일본의 SF 및 드라마 만화, 미국의 슈퍼히어로 만화,
유럽의 모험물 등 여러 영향들이 골고루 유입되어, 어쩌면 굉장히 좋은 첫단추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유감스럽게도 이후 상업적 논리에 의하여 출판사 위주의 대량 생산
체제가 도입되고, 국가의 어려운 환경 등이 맞물려서 만화의 다양한 성장이 원천봉쇄
당한채로 60년대를 지내게 됩니다.
아,
지구 반대쪽(남미)에서도 멋진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브레시아의 모르트 신데르,
끼노의 마팔다 등은 60년대
당시 남미의 비민주적이고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속에서 치열한 작가적 의식으로 태어난
명작들입니다. 만화의 제작 형식은 유럽의 작가주의적인 방식과, 미국 코믹스트립의 분방함을
고루 도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쪽에서는 자국의 만화문화가 본격적으로 산업화, 주류화되지는
않았고, 이후로도 계속 개별 작가 위주로, 주로 유럽 만화권을 통해서 소개되는 방식을
따르게 됩니다.
!@#...헉헉헉.
단숨에 초창기부터 60년대 초반의 각각의 '황금기' 정도까지를 커버했습니다. 위에서
보았듯, 초창기 만화 '황금기'의 특징은 만화권역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만화가 처음 대중문화로서 발딛었을 때 엄청난 가능성들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중 일부만이 사회적으로 선택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산업적인 요소와, 수용자적인
요소, 문화적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선택과정이었죠. 중요한 점은, 채택되지
않은 다른 가능성들도 항상 있었다는 것과, 그것의 잠재적인 중요성을 깨닳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이렇게 옛날 이야기들, 역사를 다시 끌고와서 살펴보는 가장 강력한 이유입니다.
==============================================================
capcold(김낙호),
2002. 5. Copyleft(카피레프트의 기본 전제는, 출처 밝히기입니다)
!@#....자,
다음 시간에는 60년대 후반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하지만 작가주의, 언더그라운드
등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이들을 중심에 놓고 이미 메이져 산업화된 주류 만화를
거기에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뒤집어 볼까 합니다... 말이 잘 풀려나갈지는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