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리01] 무엇을 이야기 하는가 : 입장과 전제
우선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한 번 더 하자면, 이 연재물에서 하고자 하는 것은 ‘만화를 이야기하기’이다. 그렇다면, 우선 ‘만화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정리해보자. 뭐? ‘만화를 이야기하는 것’에 관해서 이야기하려면 먼저 ‘만화’를 먼저 정의하고 지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맞다. 그러나 잠시 순서를 바꾸자. 안심하시라. 차례는 다 마련되어 있다.

만화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한 가지, ‘만화를 이야기하는 것’의 기본적인 속성이 ‘만화의 속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에는 별 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다. 만화가 예술이라면 만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예술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만화가 ‘사과(apple)’라면 만화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사과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만화가 쓰레기라면 ... 만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쓰레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겠다.

그렇다면 당연히 대두되는 난점이 하나 있는데, ‘만화는 **이다’라는 선언적인 묘사 혹은 ‘만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변에서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조금씩 혹은 전혀 다른 생각들을 갖고 있을 거라는 점이다. 조금 범위가 좁긴 하지만, 뾰족한 해답이 없기로는, 예술이 무엇인가? 정의(正義)가 무엇인가? 따위의 애매한 질문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모든 독자들의 만화에 대한 인식을 통일해놓고 본 논의에 들어갈 수 도 없는 일이다. 포기! 포기! 달라도 할 수 없다. 어쨌든 만화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여러분의 머릿속에 있는 그것’에 관해서 이야기한다는 얘기다. 그걸 전제로 풀어나가기로 하자.

“그런데, 내 머리 속에 뭐가 들었을 줄 알고 ... 그런 얘기를 하나?”

이것이 무슨 이야기인가 하니 ... 이 연재물의 주된 관심사는 ‘만화를 어떻게 이야기할까’이지 개별적인 텍스트로서 ‘특정한 만화작품’ 자체가 아니라는 얘기다. 여러분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그것, 서점에 가면 집어들 수 있는 한 권의 책으로서 만화, 작가의 손끝에서 나오는 원고로서의 만화, 개별 만화작품에 대한 가치판단과 이야기는 여러분 각자의 머릿속에 남겨둘 것이다.

그러므로 이 연재의 중심 테마는 ‘만화를 이야기함’그 자체보다는, 만화를 이야기하기 위한 기본적인 원칙과 방법론, 개념과 정의의 문제이다. 아마도 ... 이 연재에서 특정한 만화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가치판단을 내리거나, 뭔가를 소개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만화를 어떤 식으로 이야기할 것이며, 이야기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 필요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아마도 꽤나 재미없을 것이다. 이 연재물에서 뭐라고 떠들건 간에 그것이 평범한 만화독자 여러분의 ‘즐거운 만화읽기’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할 수 있다. 하지만, 밤에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데 푹신한 요와 부드러운 이불 적절한 베개 정도면 충분하다고 해서 지붕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기는 따스한 남쪽나라, 지붕 같은 것은 없어도 돼. 답답하기만 하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으로 만족하고 있는 동안엔 결코 집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지만(그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할 수 있다면 이런 지난한 연재를 시작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대략적이나마 로드맵을 제시한다면, 우선 만화의 범주와 정의에 대해 다룰 것이다. 그 다음 만화라는 매체의 미적 측면 혹은 형식적 측면에서 도출할 수 있는 개념들을 다룰 것이고, 시스템의 문제와 지역 및 개별 장르의 특성을 타는 각론적인 현상에 접근할 것이다.

- 夏林 -

 ▶ 기사:  halim
 ▶ 조회: 6283 | 등록: 2001/12/31  
안녕하세요~ 역사적인 두고보자의 첫 정팅방을 만들었던 사람인데 기억할랑가나? nadia45 2002/01/13
도움이 되고자(?) 그냥 제가 만화하면 떠오르는 몇가지 개념들을 붙여놓을께요(보시기나 할까). 첫째로 그림과 글이 같이 들어간다는 것. 둘째로 `주로` 대중성에 기반을 둔다는 것. 셋째로 전문기술이 필요하다는 것. 넷째로 다른 `문학적`장르에 비해 인정받지 못하다는 것. 다섯째로 감동보다는 흥미를 더 기대하는 것. nadia45 200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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