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하대02_1] 시간틀

(4) 시간틀 + 선 속에서 살아나는 것들/ 만화의 이해 제4장, 제5장

 by capcold

 !@#...조회수 '0 ' 에 도전한다! 이게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과연 알고나 있을까? 후후후...(무...무슨 의미인가?) 여하튼, 듣는사람이 있든 없든 강의는 계속됩니다. 왜냐하면! 원고가 이미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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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강의는 두 개의 테마에 관한 것입니다. 하나는 만화 속의 '시간' 개념이며, 다른 하나는 만화의 '필체'에 대한 것입니다. 하나씩 차례대로 가보도록 하죠.

   첫 시간을 기억해봅시다. 칸이라는 만화의 단위가 있습니다(저는 보통 이 용어와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컷'이라는 용어를 언젠가부터 의도적으로 피하기로 했습니다; 컷은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시간적인 단위개념, 즉 필름의 절단 단위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만화는 이에 비해서 그 표현적인 요소들의 기반을 바로 공간에 두고 있고, 따라서 공간적인 느낌의 용어인 '칸'이 보다 합당합니다). 그 때 저는 만화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있다면, 은 그 사건 속의 하나의 '상황'을 묘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어째서 보통 말하듯이 한 칸은 시간 속의 단면, 즉 한 순간이다라고 말하지 않고 이런 복잡한 개념어들을 억지로 만들어냈는가, 라고 질문이 들어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만화의 한 칸은 결코 한 순간이 아닙니다. 맥클루드가 4장에서 들어주는 사례에서 그것은 아주 명쾌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칸 속에서 연속적으로 묘사함에 따라서, 정말로 한 순간을 나타내는 것 부터 수억년의 시간을 흐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칸 간의 전환에 따라서 시간을 흐르게 하는 것 만큼이나, 하나의 칸 안에서도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교재에서는 '여러개의 칸 기능을 하는 하나의 칸'이라고 표현했으나, 저는 그것이 바로 만화에서 '연속성'이라는 개념이 단지 개별적인 그림의 연속에서 나오는 기계적인 개념이 아닌, 하나의 그림 속에서라도 나올 수 있는 의미론적인 속성임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말이...복잡해지는군요-_-;). 아 뭐 여하튼. 중요한 것은, 만화 한칸의 시간은 '두껍다'는 것입니다. 만화의 칸은 단순히 하나의 순간이 아닌, '두꺼운 시간'을 나타냅니다. 이 사간이라는 것을, 커다란 식빵에 비유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작가가 쨈을 두껍게 다르고 싶다면 (즉, 한 칸에서 표현하고 싶은 연속적 시간이 많다면) 그 식빵을 두껍게 잘라야 할 것입니다. 이에 비해서 담백하고 얇게 잘라낼 수도 있겠죠. 기본적으로 칸이라는 단위로 잘라내서 먹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두께는 작가의 순간순간의 의도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 칸이 차지하고 있는 두께, 즉 시간의 경과는 그러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각 칸 밑에 "**초 짜리 칸"라고 쓰여져있지 않는 한,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추측으로 때려맞출 뿐입니다. 보통은 그 칸 안에 묘사되어 있는 상황과 그 앞칸, 뒷칸에 묘사되어있는 상황간의 상관관계를 통해서 일차적으로 판단을 내립니다. 칸 안에, 그리고 칸들의 연속을 통해서 묘사되어 있는 상황을 우리 머리 속에서 그려보며, 현실에서라면 어느정도의 시간이 걸릴까, 라고 일종의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시뮬레이션을 하기에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칸의 모양새나 개수, 종이 여백과의 관계 등 다양한 미학적인 요소들이 여기에 추가적으로 개입하게 됩니다(사례들은 교재를 참조하세요!); 그리고 많은 경우, 이러한 후자의 과정이 매우 의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만화에서, 작가는 시간의 흐름마저 쥐고 있는 것입니다!

   만화는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입니다. 시간마저도 공간의 흐름 속에서 표현이 됩니다. 만화의 시간은 칸 안에서 레가토로, 칸 간에서 스타카토(칸 간 경계선의 임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시공간의 분절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만화 독해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리듬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현재-미래가 공간 속에서 같이 배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시간에 언급했듯이, 만화에서 한 칸의 의미는 앞 뒷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비로소 완성될 수 있고, 방금 말했듯이 심지어 시간의 두께마저도 앞뒷칸과의 작용 속에서 크게 결정이 됩니다. 한칸 한칸을 읽을 때마다 우리는 앞뒷칸 - 즉 과거와 미래를 같이 참조하면서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화상 이미지의 연속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또다른 매체인 영화의 경우도 각 컷 단위가 앞뒤 컷과의 참조를 필요로 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간을 바탕으로 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한번 흘러간 것을 직접적으로 다시 조회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귀로 감기 버튼을 누를수 없는 경우라면 더욱 더!). 그러나 만화에서는 그러한 앞 뒤 시간의 참조가 핵심적입니다.

   사실 별도 장으로 다루는 것이 나았을 듯도 하지만, 교재에서는 만화에서 움직임의 문제를 시간 단원에 같이 묶었습니다. 만화에서는 직접적으로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 그다지 용이하지 않습니다. 컴퓨터 동영상이니 하는 것을 섞어넣는 현재에도 그런데, 종이, 혹은 기타 고정된 평면 매체위에 정지형상만을 그릴 수 밖에 없던 과거와 현재의 주류 만화에 있어서는 오죽하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혹은 사건의 연속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움직임을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반드시 묘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우리의 실생활에서 대부분의 사건들은 움직임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만화의 본질에는 바로 움직임이 있습니다; 만화가 시간의 흐름을 묘사할 수 있다면, 당연히 움직임 또한 그 속에 담겨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도 또한 두 가지 차원을 나누어야 하는데, 바로 칸 안에서 움직임을 만드는 것과 칸 간에 움직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칸 간에 움직임을 만드는 것은 지금에 와서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합니다; 칸의 전환을 통해서 시간이 흘렀다면 당연히 그 속에서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라고 우리 머리 속에서 상상을 하게 됩니다. 칸과 칸 사이의 간극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이 일련의 움직이는 실제세계의 상으로서 머리 속에서 시뮬레이션 된다는 것입니다...그것이 '순간간 이동'이든, '소재간 이동'이든, '시점간 이동'이든 뭐든 말입니다. 움직임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 졌을까에 대한 자유도 역시 칸간 이동방식을 통해서 조절이 가능해서, 큰 상황으로서의 움직임부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움직임까지 지정해줄 수 있습니다.

   칸 안에서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 역시 자유도 높은 것과 자유도가 낮은 것(즉, 구체적인 움직임) 모두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칸 안에서 구체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으로는 소위 '동작선'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습니다; 물리적 운동의 속성인 '방향'을 나타내는 것에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것의 밀도를 조절하면 속도나 힘, 심지어는 질적 특성 등 다른 물리적 속성들도 충분히 표현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보조도구 없이도 그림 자체를 통해서도 물론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움직일 때 나타나는 흐림 현상, 즉 motion-blur를 이용하는 경우 등 그림의 여러 속성들을 잘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강력한 움직임의 표현력은 역동적인 데생 자체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림이라는 표현을 생각해보시기를. 칸 안에서 움직임을 표현하는 또하나의 방법은 배경입니다. 동작선을 캐릭터가 아닌 배경에 결합시켜서, 배경을 흐릿하게 특정한 방향(캐릭터가 움직이는 반대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드는 방법은 캐릭터에 대한 집중도를 끌어올리는 부수적인 효과까지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유용한 방식입니다. (배경을 이어버리는 병풍화법 등, 여러 가지 다른 예들도 교재에서 찾아보시기를)

   아 뭐 여하튼. 만화에서 시간이란, 대단히 복잡한 기제입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우리는 이것을 별다른 문제없이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만화 해독력을 갖추고 있는 시대와 문화권에서 태어났습니다. 만화독자에게는 대단한 행운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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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 필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뇌가 하나인 만큼, 인간의 감각 역시 아무리 분리되어 있는 듯해 보여도 어느 차원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실생활에서는 항상 오감을 같이 사용하는 만큼, 어떤 감각을 자극하는 특정한 요소가 다른 감각에서 온 듯한 이상한 연상작용을 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눈을 감고 있더라도 똥 냄새를 맡게되면, 우리 머리 속에는 실제로 똥을 보고 있는 듯한 상이 그려집니다. 똥의 모습을 보면, 비록 코가 막혀서 냄새가 나지 않더라도 똥 냄새를 상상합니다; 나아가서, 똥과 연관된 감성인 '역겨움', '속 뒤집힘' 등의 반응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이러한 원리에서, 시각적인 묘사방법을 통해서 오감과 정서를 자극하는 방법을 찾아내고자 하는 시도들이 시각 예술에서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오감과 정서를 전달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숫제 그런 오감과 정서들을 담고 있는 이야기를 통째로 전달해야 하는 만화라는 형식이 이런 것들과 무관할 수 있을 리가 없죠.

   따라서 주류 만화의 주된 표현방식인 '선'을 통해서 오감과 정서를 시각화하는 여러 가지 기법들이 다양하게 발달해왔습니다. 그리고 작가들은 그것을 의도적으로, 혹은 은연중에 계속 사용해오고 있습니다. 선의 필체 그 자체에서 그것이 나타날 수 있으며, 그것을 나타내기 위한 기호인 '아이콘'을 사용할수도 있습니다. 또한 그림의 배경을 각종 필체나 왜곡으로 조절할 수도 있죠. 특히 이 가운데 아이콘의 경우, 만화문화권별로 하나의 '공식'처럼 된 것이 많습니다(사례는 역시...교재를...). 이것 역시 만화 해독능력의 중요한 일부분이고,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생각만큼 그렇게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말풍선, 글씨체(글 역시 만화에서는 단순한 의미전달 뿐만이 아닌, 하나의 '그림'으로서의 속성을 일부분 지니게 됩니다!) 등 만화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도구들이 기본적으로 이러한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여하튼. 만화는 기본적으로 시각매체입니다. 물론 냄새나는 만화, 소리가 들리는 만화 등 여러 가지 실험적인 시도들도 있지만, 그 핵심 기반은 여전히 시각입니다. 따라서 이야기 와 감성의 전달에 필요한 나머지 모든 것들을 시각으로 '치환'해서 보여줘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서 소설이나 영화 등 다른 이야기전달 양식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모든 방법들을 총동원합니다. 따라서 만화의 표현력이라는 것은, 단일 감각에 호소하고 있는 매체 가운데에서는 단연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이미 있는 것들의 충실한 재현 이상으로, 강력한 표현과 전달을 가능하게 합니다. 오감을 직접 자극하는 가상현실 기구가 새로운 주류매체가 되더라도 이 즐거움은 쉽게 포기하기 싫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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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cold(김낙호), 2002. 4. Copyleft(카피레프트의 기본 전제는, 출처 밝히기입니다)

 !@#...'두꺼운 시간' 같은, 나름대로 멋을 부려본 개념들을 도입해봤습니다. 어떤 호응이 생길지는 미지수.


 ▶ 기사:  capcold
 ▶ 조회: 4517 | 등록: 200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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