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하대02_1] 중간정리: 그러니까 만화란?

(이쪽 지면용 오리지날)

!@#...이건, 중간 결산 강좌였습니다. 음. 한쪽에서 벌인 온라인 토론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뭐, 그런 짓을 했겠거니 하고 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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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만화의 이해 종합 + 1차 토론에 관하여

 

1. 전반기 종합: 만화라는 것은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번 강좌는, 전반기 수업의 종합입니다. 맥클루드의 '만화의 이해'를 중심교재로 하여, 만화의 정의, 만화의 표현적 기법들, 문법과 가능성 등 다소 이론적인 부분의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우선 이번 강좌에서 제가 강조하고자 중요한 사항들을 다시 한번 상기해봅시다:

 

 가. 만화의 정의와 범주

 

  만화란 무엇인가, 의 질문에서 맥클루드는 교재에서 사전적 정의를 내리고자 했지만, 저는 여기서 다소 범주적인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그래서 만화에 대해서 우리가 직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고, 또한 가시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특성 3가지를 들었습니다: (1) 의미론적 연속성으로 나타나는 이야기성, (2) 카툰화법(을 위시한 다양한 표현방식), (3) 글과 그림의 결합 (글, 그림 그리고 기타 다양한 시각적 기법들!). 그리고 약간 혼란스러운 면이 있지만, 3가지 모두를 갖춘 것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우리는 '만화'라고 인식하지만, 반드시 3개를 모두 갖추어야만 만화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어렵죠...? --;).

 

 나. 만화의 표현적 특징

 

  만화의 표현적 특징은, 다른 (시각)예술들보다도 훨씬 자유롭게 모든 요소들을 활용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술이나 문학 등에 대해서, 그들이 높이 여기던 가치들을 정면으로 거스르면서 성장해나간 매체입니다. 한번 예를 들어볼까요? 기존의 회화미술에서는 회화로 묘사된 '한순간' 속에 말하고자 하는 뜻, 이야기를 절묘하게 잡아내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만화는 필요에 따라서 자유롭게 여러 칸을 이어가면서 전하고자 하는 뜻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예로, 기존 회화(특히 20세기 이전)는 한 그림 속에서 다양한 밀도나 기법의 표현들을 같이 넣지 않고, 일관된 '양식미'를 미덕으로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만화는, 리얼한 배경과 극도로 카툰화된 인물들, 동선, 공감각적 아이콘들...등등 오만가지 이질적인 요소들을 한꺼번에 쑤셔넣고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예로, 문학이나 미술은 글로 혹은 그림 만으로 자신들이 뜻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만화는, 글이 효과적인 부분에서는 글을, 그림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그림을 재량껏 활용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립니다!

 

  만화는 제 9의 예술? '제 9의' 라는 식의 꼬리표는 이제는 떼어버릴 때가 이미 지났습니다. 위에도 이야기한 속성 덕분에, 만화는 잘만 활용하면 그 어느 다른 시각에 기반한 매체보다도 풍부하고 확실한 표현을 만들어내고 또한 소통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기존의' 여러 장르들은 나름대로의 유파와 전통을 지닌 '정파 검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도 되는 것, 하면 안되는 것 등 나름의 '도'를 강조하는 유서깊은 흐름. 그에 비해서 만화는 '실전'입니다. 감성과 이야기라는 의미의 전달과 소통이라는 '진검승부'를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전법을 창조해내고, 여러 다른 유파의 기술들을 가져와서 섞어 쓸 수도 있고, 심지어 상상도 할 수 없는 전혀 다른 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시각에서 보면, 이것은 족보도 혈통도 없는 엉터리라고 매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화의 이러한 자유야 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에너지가 넘치는 '강함'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강함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폭넓은 소구대상과 깊은 호소력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세부적으로 다뤄왔던 만화의 어휘, 만화의 시간, 색체, 글/그림의 결합, 칸간 전환 등은 그런 만화가 활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초식' 가운데 일부입니다.

 

 다. 다양한 접근의 필요성

  지금까지는 만화에 대해서, 너무 진지한 연구 측면의 접근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만화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이나 충격에 대해서, 체계적인 설명을 만들어내는 것은 만화가 우리 사회에서 마땅히 차지해야할 위상을 확실하게 인정하는 첫걸음 가운데 하나입니다. 교재 '만화의 이해'는 기본적으로 맥루헌적인 시각과 아이스너의 만화론에 기반을 둔 상태에서 묘사의 세계(보이는 것)와 개념의 세계(보이지 않는 것)의 융합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저는 보다 통합적인 틀구조로서 정보(처리)량이라는 개념을 곳곳에 적용해보는 중이라고 설명했고 말입니다. 여기에는 인지/지각 심리학, 철학, 커뮤니케이션학, 문학, 영화학, 미학...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금까지 축적한 성과들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만화가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듯이, 만화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역시 이 모든 것들을 필요에 따라서 흡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반드시 전문 연구자들의 연구논문에서만 그런 것이 이루어질 필요도 없습니다; 만화를 읽고 있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독자들 개개인이 자신이 알고 있는 바, 생각하는 바, 느끼는 바와 결합시켜서 만화를 더욱 깊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쓰고 나니, 왠지 중간 정리라기보다는 기말 마무리 같은 느낌이군요...커헉...--;)

 

2. 1차 토론: 뉴미디어 시대에 만화의 표현영역은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가?

 

!@#...아 뭐 여하튼. 지금까지의 강좌 내용에 맞물려서 토론 주제로 '뉴미디어 시대에 만화의 표현적 가능성은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가'를 동시 진행했습니다. 토론 주제를 그렇게 선정한 이유는, 만화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현재의 다 미디어 시대에서 만화가 차지할 수 있는 위치, 취할 수 있는 표현들과 방안들은 무엇이 있을까 하는 등의 다각적인 발상들을 한번 모아보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몇가지 주요 토픽들에 대한 간단한 정리 및 제 의견입니다:

 

 가. 뉴미디어라는 화두

  뉴미디어라는 말을 꺼낸 것은 반드시 인터넷과 PDA를 생각나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여기에서는 미디어의 기술적 가능성들과 사용의 폭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고, 만화의 가능성들을 논할 때 기존의 것들에만 얽메일 필요는 없다는 의미였죠... 조만간 '온라인 만화'라는 꼭지에 대한 강의가 한번 있을 것이니, 자세한 이야기는 그때 계속 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여기서 이야기하고 넘어가려는 것은, '책' 만화라는 틀입니다. 저도 확실히 지금의 기술적 수준에서는 당연히 '책' 형태의 만화를 선호합니다; 한평생 그런 것들 위주로 읽어오다 보니 길들여졌습니다. 또한, 적어도 책을 그대로 스캔해서 화면에 보여주는 것은, 결코 실제 책을 보는 것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상용화된) 기술수준입니다. 언젠가 300dpi 급의 풀컬러 및 질감 재현 저전력 스마트 페이퍼(아아...매니아틱해진다...--;)가 개발되어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책의 쾌감을 다른 것으로 재현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화의 본질은 제대로 살리고 있되, 종이 위에서는 구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표현들을 효.과.적.으로 구상해내는 새로운 종류의 만화들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개방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런 만화'의 몇가지 단초들은 이미 조금씩 보이고 있고 말이죠(몇가지 좋은 아이디어들이 실제로 토론 과정에서 제기되었죠)... 자세한 이야기는, 아까도 말했듯이 나중 수업시간에. 뉴미디어 환경에 만화가 뒤쳐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가 그 본질적 매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그 뉴미디어의 특징들마저도 흡수해버리는 겁니다! 적어도 그 정도의 포부는 있어야겠지요.

 

 나. 만화와 애니메이션/동영상의 문제

  다시한번: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그 바탕부터가 다릅니다. 다만 일부 영역에서 카툰화법이라는 접점을 지닐 뿐이죠. 하지만 둘 다, 각각 공간 기반 예술과 시간 기반 예술의 범주에서, 대단히 자유롭게 모든 것들을 끌어들여서 사용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얽매이지 않는 자유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두 매체를 묶어서 좋아하는 것이리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뭐, 사실은 카툰화법을 사용하는 만화와 카툰화법을 사용하는 애니메이션 사이에서 워낙에 원활한(!!!) 미디어 이식이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만화영화'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매체의 고유한 속성이나 가능성보다는 작품위주로 기억을 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뇌리에 두 가지가 섞여있을 수 밖에...--;

  

  애니메이션과 만화 사이에서도 물론 표현력의 교류가 가능합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말풍선, 칸 분할 등을 사용할 수도 있고, 만화도 동영상이나 소리를 물리적으로 구현한 칸을 넣을 수 있겠죠(특히 컴퓨터라는 도구가 있다면 더욱 수월하게!). 그러다가 어디까지가 만화고 어디까지가 애니메이션인지 경계가 혼란스러워지는 부분이 생긴다면, 뭐 그것도 받아들일 만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얼마나 진정한 감동/충격을 줄 수 있는가, 라는 것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서, 저는 동영상만 잔뜩 집어넣는다고 해서 만화의 표현력이 올라갈 수 있으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화 고유의 스타카토 리듬에 너무나도 맛들였기 때문이죠...하지만 이 이야기는 정말로, 나중에)

 

 다. '다방향성'에 관하여

  인터넷, 뉴미디어, 쌍방향 통신 어쩌고 하면서 맨날 나오는 개념이죠...스토리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 90년대 초 만들어진 '토탈 리콜'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거기에서는 여행의 기억을 직접 주입해주는, 미래형 가상-여행사가 나옵니다. 그곳의 점원의 대사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지금까지 당신이 갔던 모든 크고 작은 여행에서, 항상 지겹도록 똑같이 변하지 않았던 것이 한가지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바로 당신입니다! 어딜 가든, 당신은 당신이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어딜 가든, 무슨 경험을 하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틀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삶, 행동, 판단 방식을 대신 듣고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것의 효용은 두 가지 방향입니다: 하나는 흔히 말하는 '정체성 이입'입니다. 내가 그 상황 속에 들어가서, 그 낯선 상황을 체험하며 정서적 감동/충격을 받는 것이죠. 이쪽 효용을 강조해 나아가면, 더욱 리얼한 체험, 자신이 그 상황에서 더 많은 판단을 내리고 직접 선택하는 것 등의 방향으로 갑니다; 그 가장 확실한 길목은 바로 '이야기성 게임'(RPG 등으로 대표될 수 있겠죠; 요새 나오는 RPG들의 이야기성은 가히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이며, 궁극은 바로 '가상현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야기에는 다른 하나의 마찬가지로 중요한 효용이 있습니다. 바로, '내가 아닌 것'을 옆에서 목격하는 것입니다. 앞의 것이 '내가 그가 되는 것' 이라면, 이것은 '내가 그의 옆에서 그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맨 위에서 들어준 대사를 상기해봅시다; 나 자신이 생각하고 판단하며 취할 수 있는 행동들은 '나'라는 틀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내'가 알고 생각하는 것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야기입니다; 내가 마실 것이라면 커피나 홍차만 생각하고 있을 때, 이야기속의 '그'는 과감하게 '진딧물 농축액이 담겨있는 코코넛 시럽'을 주문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틀에서의 재활용이 아닌, 그것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옆에서 바라본다는 것의 정서적 쾌감 역시 이야기 - 특히, '위대한' 이야기들 - 의 중요한 효용입니다.

 

  따라서, 저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한다 할지라도, 이야기 예술의 발전은 두 가지 방향 모두로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쪽이 더 시대의 유행을 탈 것인가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두 방향 모두 굵은 줄기를 지니고 성장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다방향성과 일방향성 두 가지 모두, 우리 현실속에서 항상 겪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 생활'을 내가 직접 체험하는 과정의 이야기는 다방향적이지만, '타인의 생활'이 우리에게 전달되어 온 이야기는 일방향적입니다.

 

 라. 산업적 측면

  아아, 이 역시 조금도 간과할 수도, 가볍게 여길 수도 없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이에 관한 수업을 할 것이고, 다른 지면(특히 제가 중점적으로 만화 관련 글을 갈겨대고 있는 모 웹진...--;)에서 꽤 많은 논지들을 펼쳐놓았기 때문에 우선은 패스. 다만 한가지 하고 넘어가고 싶은 말은, 올바른 산업구조를 만들고 모든 사람들에게 제 몫을 찾아주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는 것과, 그렇다고 해서 '책을 빌려보는 독자들은 무지한 개새끼들이자 작가 수입의 도둑놈들이며, 동네 대여점에는 불을 지르자'라는 식의 엉터리 열정에 불타오르는 것은 어리석은 - 무엇보다, 진정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에 있어서 대단히 방해가 되는 - 행위라는 것입니다. 특히 현재의 한국이라는 왜곡된 상황 속에서는 더더욱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쩌란 말인가?' => '산업론' 시간에 핵심적으로 다룰 화두입니다(물론, 제 다른 글들을 읽어보시면 미리 대체적인 논지는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마. 만화의 본질

  만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면, 쉽게 대답하기 힘들다, 로 응수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맥클루드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사전식 정의나, 제가 내린 범주론적 접근 말고도 다양한 방식에서 만화를 규정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수용자적 관점, 사회문화적 관점, 역사적 관점, 미술에서 바라본 관점, 문학에서 바라본 관점, 영화에서 바라본 관점, 미학에서 바라본 관점... 그 공통분모 속에, 아니면 그중 어느 하나의 틀 속에라도 만화는 위치지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화두는 역시, open-end 로 남겨놓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토론의 대상이 되야 할 겁니다...^^;;;(책...책임회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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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cold(김낙호), 2002. 4. Copyleft(카피레프트의 기본 전제는, 출처 밝히기입니다)

 

!@#...지금까지의 강죄가 '만화는 이런 가능성들이 있다'위주였다면, 다음 시간부터 나가는 내용은 '만화는 이런 위치에 있고, 이런 것들이 나왔다' 위주로 갈 것입니다. 다음 강좌부터는, '세계만화탐사'(성완경 저)를 기본교재로 삼아, 만화의 역사, 주요 작품들 소개 등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 산업론, 온라인 만화 등의 화두들도 다루고... 여하튼. 시각적인 참조를 많이 할 것이니, 후반기 기본교재, 반드시 참조하면서 수강하시기 바랍니다(사실, 제가 일일히 스캔해서 올리기가 싫어서...--; 계정 공간의 문제도 있고)...

 

 


 ▶ 기사:  capcold
 ▶ 조회: 4306 | 등록: 200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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