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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ycomic-Na] 내 아버지에 관한 모든 것-스포츠 만화의 특징과 `카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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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소재로 그 장르를 나누었을 때 스포츠 만화처럼 큰 비중을 가지고 있는 장르가 또 있을까? 링, 그라운드, 트랙 또는 코트 등 승패의 두 가지 갈림길 사이엔 그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는 가상의 룰이 지배하는 장 속에서 개인들이 겪게 되는 온갖 극적인 사건들, 그리고 이 장을 중심으로 뒤얽히는 인생사와 다기 다종한 사건들을 묘사한 일군의 작품들을 우리는 스포츠 만화라고 부르고는 한다. 그리고 이러한 스포츠 만화에서 다뤄지는 종목들은 대개 승패가 갈라지는 순간이 극명하고 대단히 극적이어야 함은 당연지사. 스포츠 만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종목은 대개 야구, 축구, 농구, 테니스, 골프, 당구 등의 구기종목 또는 권투, 유도 등의 격투기이며(간혹 육상, 수영 등이 등장할 때도 있다), '컬링' 이나 '장대높이뛰기' 처럼 승패의 순간이 극명하지 못한 밋밋한 종목이 만화에서 다뤄진 적은 없다. 또 스포츠 만화의 내용이라는 것은 대체로 경기의 룰이라는 가상의 게임의 법칙'이 지배하는 장 속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분투하는 개인들의 이야기다. 합법적이지만 또 그만큼 대단히 노골적인 경쟁이 허락되는 이 게임의 장 속에서의 인간의 감정은 더더욱 흥미롭고 또 드라마틱하게 보일 수 있기 마련 아닌가. 사랑과 증오, 음모와 배신, 경쟁과 성취, 성공과 실패가 게임의 장 속으로 한꺼번에 녹아들고 또 그 안에서 승화되는 이 스포츠 만화의 매력은 바로 게임 속에서 실제 인생사의 단면이 또 다른 방식으로, 혹은 더 극적으로 투영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짚고 넘어갈 점 한 가지, 스포츠 만화 속에서 승패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주인공들은 대개 90% 남자, 그것도 젊은 미혼 남자들이다. 현실 스포츠 세계 속에서 아직 남자가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인공이 남자라는 점은 어쩔 수 없다고 차치해 두더라도, 여기서 미혼 남자하는 사실은 의외로 중요하다. 스포츠의 성격상 주인공들은 언제나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극한 훈련을 감당해내야 하며, 혹독한 환경에서 홀로 헝그리 정신을 불태워야 하기도 하나, 정말 중요한 것은 이들이 스포츠 만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외로맨스를 일구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까치 하면 엄지가 자연스레 연상되고, H2의 히로와 히데오에겐 하루까와 히까리가 있어야 하며, 강백호에게서는 승리의 여신 소연이를 빼놓고 생각할 사람이 어디 많을까?
또 말마따나 언제나 고독하고 헝그리 정신을 불태우는 권투선수나 스포츠 만화의 단골손님인 고등학교 야구부 또는 농구단의 운동선수들이 아내와 자식이 달린 유부남일 수는 없는 노릇. 스포츠 만화에서 장외로맨스란 선택이 아니라 독자들을 위한 전공필수인데다 또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스포츠 만화의 90%에서 주인공인 남자의 99% 는 젊은 미혼남자여야 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스포츠 만화는 언제나 풋풋한 청춘물일 수 밖에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만화 '일생'(카즈오)의 주인공 다이키는 엄연히 아내가 있고, 애까지 딸린 유부남이다. 다른 만화의 주인공들이 사랑하는 여주인공을 위해, 자신의 불타는 승부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혹은 '그냥 즐거워서' 플레이를 한다면, 그는 사랑하는 아들과 자신을 지켜보는 아내를 위해 싸운다. 물론 주인공이 아들과 아내를 위해 억지로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게임을 하는 의미를 자기 자신만이나 혹은 사랑하는 여자에게서가 아닌 심장병으로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는 어린 아들에게서 찾고 있다. 다른 스포츠 만화의 두 줄기가 '승부와 이성간의 사랑 혹은 우정' 이라면 이 만화의 절대적인 두 줄기는 '승부와 가족애' 다. 그것도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
아마추어 선수로써 최고의 기량을 가지고 있는 다이키는 아내 유미와의 사이에서 아들 카즈오를 얻는다. 그러나 전 일본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모기업의 지원으로 프로전향까지 눈앞에 두고 있는 그에게 시련이 닥친다. 이제 3개월 된 아들 카즈오가 심장에 치명적인 결함이 생겨 아기 때부터 수시로 심장 발작이 일어나다가 수술 없이는 곧 사망하게 되는 병에 걸린 것. 수술을 받지 못하면 사망하게 되는 아들과 앞으로 오랜 시간을 홀로 지내게 될 아내를 위해 그는 고민 끝에 해외를 전전해야 하는 프로전향을 포기한다. 그러나 그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주위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고, 회사는 보복조치로 그를 일반 사무직으로 강등시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기이지만 카즈오는 잦은 심장발작으로 점점 웃음을 잃어가고 다이키 부부는 점점 지쳐 가는데, 옛 동료이자 라이벌이었던 친구는 프로 전향 후 승승장구, 화려한 주목을 받아 그를 더욱 힘들게 한다. 그러던 중 아들이 1살을 넘기기 힘들 거라는 선고를 받은 다이키 부부는 아들에게 임시 방편격의 심장수술을 시키고, 수술은 성공한다. 그리고 수술을 끝내고 온갖 기구를 잔뜩 몸에 끼고 잠들어 있는 카즈오를 보며 다이키는 굳게 결심한다.
"그앤..싸우고 있어! 아직 어린것이..그렇게 작은 몸으로..필사적인 생과의 투쟁을 벌이고 있단 말야! 난 이제야 알았어! 난 카즈오를 위해 살아갈 희망을 줄 수 있는 아빠가 되어야 해! 내가 코트 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고 살아야지! 나도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 줘야 한단 말이야!"
"카즈오..난 반드시! 네 아빠로서 부끄럽지 않은 테니스를 보여주마. 네가 생과의 싸움에 지지 않도록..네게 살아갈 용기를 주기 위해 먼저 내 자신의 목숨부터 불태우리라!"
그렇게 하여 다이키는 1년만에 다시 테니스 코트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1년간의 공백으로 인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위치이지만 그에겐 이제 승리에 대한 의욕과 힘을 불어넣어주는 '아들'이라는 존재가 있다. 그리고 수년의 시간이 흘러, 아버지 다이키의 이야기는 악동으로 성장한 아들 카즈오에게로 중심을 이동한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대개 '모성애'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등등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가히 초인적이고도 절대적인 면이 있다고 믿는 신화가 지금까지 부모의 사랑을 주로 부성애보다는 모성애 쪽으로 간주하고 초점을 맞춰 온 것에 반해 ,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지극한 부성애를 절절하게 보여주는 이 만화는 상당히 의외적이다. 자신의 승부근성이나 명예욕에 앞서 아들에 대한 끈끈한 부성애가 한 스포츠 선수를 이끈다는 설정은 흔히 찾아볼 수 없지 않은가. 나아가 다이키, 카즈오, 아내 유미 이 한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 만화는 청춘물 성격의 스포츠물에 가족애를 주요한 요소로 끌어들인다. 외로운 동물처럼 홀로 투쟁하고 사랑하고 승부욕을 불태우던 스포츠 만화의 주인공이 가족 안에서 게임의 의미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집중 치료실에서 혼자 있던 카즈오가 힘든 시합을 끝내고 돌아온 다이키를 보고 처음으로 혼자 일어나 '아빠~아빠'를 외치는 경이로운 순간, 나도 모르게 다이키와 함께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에는 가족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공감대가 있다. 아이를 가져 본 부부라면 누구나 난치병에 걸린 아들을 둔 다이키 부부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고, 아이가 있는 아버지라면 아들을 떠올릴 때마다 힘이 불끈 솟는 그의 심정에 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카즈오' 는 스포츠물이기 이전에 가족만화다.
그러나 '카즈오' 에게 가지게 되는 섣부른 듯한 노파심 역시 이 점에 있다. 아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기 위해 자신의 삶부터 불태우는 아버지의 모습은 분명 감동적이지만 그 소재만으로 감동 이상의 만화적 재미를 계속 일구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칫 '따분하다' 고 여기기 쉬운 소재와 역동적인 스포츠 만화의 흐름을 어떻게 접목해나갈 것인지. 현재 단행본 3권까지 출간된 상태의 작품 ' 카즈오' 가 앞으로도 계속 독자를 사로 잡아가는 것은 소재의 신선함만큼이나 탁월해야 할 작가의 지속적인 연출력이 뒷받침될 때 가능할 것 같다. 또 단행본 3권에 접어들어 중심적인 축은 성장한 카즈오에게로 접어드는데, 이것이 아버지의 부재로 이어지면서 이야기가 아들 카즈오를 중심으로 한 스포츠물의 정석적인 패턴으로 나아가게 될 지 여부도 미지수다. 기존 스포츠 만화에서 '아버지' 는 언제나 존재하지 않았다. 남성에게 있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대상이자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던 '아버지' 의 부재는 모든 스포츠물의 일반공식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카즈오' 는 이 아버지 자체가 주인공이 됨으로 인해 이 공식을 깨뜨렸다. 또 젊음이 중심적인 요소가 되는 역동적인 스포츠 만화의 세계에서 가족이라는 '폼나지 않고' 다소 정적인 소재로 가슴 찡한 감동을 끌어 낸 이 스포츠물에는 청춘의 치기 어린 무모함이 아닌 진중한 가족애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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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bluew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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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355 |
등록: 2002/0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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