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NUF] `야후` 야만적 우리사회에 대해 던지는 비수
|
[NUF] `야후` 야만적 우리사회에 대해 던지는 비수
새로운 만화의 창작과 비평 Studio Nuf http://Myhome.netsgo.com/comrev
윤태호의 최신작 야후를 보았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우리나라의 큰 사건들을 삽입하며 이러한 끔직한 사회에 길들여져가 는 인간의 냉혹함과 잔인함을 묘사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는 야후는 분명히 그의 기존작품과는 다른 파격적 변신임이 틀림없다. 혹자는 자기정체성에 빠지지 않으려는 변신이며, 만화의 새로운 가능성의 모색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파격적 변신의 전후사정을 알고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찬 사를 붙이는 게 좋지않을까?. 야후는 이전 그의 작품과 비교해보면 작가의 메시지를 담은 범작일 따름이다. 다만 이 메시지를 우리는 정확히 되새길 필요가 있는데, 일단 윤태호의 작품세계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그렇다면 윤태호는 어떤 작가인가?
그의 처녀작인 '혼자 자는 남편'는 성을 소재로 한 코미디물로 95년 성인만화잡지 '미스터 블루'에 연재되었다. 이 작품은 기존 섹스코미 디물의 정형성(이 부분에 있어 배금택을 능가할 작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에 충실한 내용으로 성욕이 왕성한 부인과 여기에 종속된 남편의 괴로움을 코미디로 엮었다. 굳이 평을 하자면 배금택의 단편 내러티브를 허영만식 연출법에 의해 장편으로 풀어놓았다고나 할까? 신인다운 신선함보다는 신인의 역량적 한계를 역력히 보여주는 작품 이었지만, 자유롭게 표현되는 인물의 표정에서 그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작품에서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만화를 들고 나온 다. 96년부터 97년에 걸쳐 미스터 블루에 연재된 '연씨별곡'이다. 여 기서 그는 일취월장하였고 그만의 새로운 만화를 만들었다. 연씨별 곡은 고전해학의 묘미 뿐만 아니라 여기에 변형과 재해석의 유쾌함 을 섞었다. 놀부와 흥부의 전형적인 해석에 대한 뒤집기를 기본축으 로 하여 제비를 현대의 제비족으로 빗대는 재치를 발휘했고, 여기에 성적 재미와, 고우영식 현대적 대사를 가미하여 자신만의 '흥부전'을 만들어 버렸다. 연씨별곡의 방식은 고전패러디의 대가인 고우영으로부터 따온 것이 지만, 고우영이 감각적 위트로 만화를 그려가는 데 반해, 그는 판소 리의 수많은 고어적 표현을 삽입함으로써 작품에 단순한 재미이상의 가치를 부여했다.
세 번째 작품인 수궁별곡은 97년 미스터 블루에 5회까지 연재중, 이 현세씨 구속과 함께 찾아든 만화탄압으로 미스터 블루가 정간되서 중도하차하게 되버린다. 수궁별곡에서 그는 연씨별곡에서 보여준 역량에 덧붙여 그는 기존 장편만화계에서 사장되어버린 정치풍자극을 되살리는 시도를 한다. 안기부, 음모정치, 의원들의 비리 등 수궁별곡은 고전해학의 만화적 변형을 통해 새로운 정치풍자만화에 도전한 것이다. 만화 외적인 사 정에 의해 중도하차했기에 작품에 대한 평가를 정확히 할 수는 없지 만, 이 만화가 계속 연재되었을 경우 신문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현 실과 위트의 조화를 장편만화 특유의 화법을 통해 볼 수 있었을 것 이며, 性인만화가 아닌 成인만화로서의 자기자리를 잡을 수 있는 데 일조했으리라고 본다.
5개월의 정간후 미스터 블루가 재간되었을 때 수궁별곡이 계속 연재 되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그는 다른 만화를 선보인다. 본격 동네 야 구만화라는 재미있는 수식어를 붙인 '(제목을 까먹었다. 본격동네야 구만화의 부제가 너무 압도적이라서)'는 수궁별곡의 아쉬움을 해소 시켜줄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만화였다. 이 또한 80년대 한참 유행했지만 지금은 사장되어버린 야구만화를 달동네 서민들의 일상생활에 녹여서 재미있게 연출한 이 작품은 초반부터 매우 기대 되었다. 이는 그가 고전해학의 패러디물이 아니더라도 만화의 가능 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작품이었다. 고행석의 '불청객 시리즈'에서 보여준 서민적 애환과 허영만의 기존 개그야구만화(제 7구단, 도룡농 구단의 골치거리들)의 재미를 섞은 이 작품은 초기작 '혼자자는'의 단순접합의 한계점을 정면돌파하고 자신만의 색깔로 용해시켰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작품도 잡지폐간 과 함께 중도하차해버리고 말았다.
지금까지의 작품세계에서 항상 기성 작가들을 참조하는 배움의 자세 가 스며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모방 욹어먹기가 아 니라, 여러작품에서의 장점을 변증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그는 90년대 세대들에게 적응치 못한 기성작가들의 담론을 자신의 작품속에 용해시켜서 그 의미성을 이전시켰다. 일본만화 유 입과, 소년주간지 중심의 시장재편 속에서 단절되어버린 기성작가들 과 신인작가들의 관계 속에서 그의 작품이 우리 만화의 역사적 가교 역할을 했다는 점은 주목해야할 점이다.
마지막으로 부킹에 현재 연재되고 있는 야후는 분명히 그의 작품세 계속에서는 파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속적인 발전을 통해 탄탄한 작품세계를 만들어가던 그에게 무리한 파격적 변신이 필요했을까? 결국 변신은 결국 2번의 원치않은 중도하차를 겪게 만 든 야만적인 우리사회의 문화지형과 시장논리에 의해 종용된 것일 뿐이다. 더 이상 그는 사람들을 웃기지 않는다. 그에게 웃길 힘이 남 아있을까? 야후에서 우리사회에 대한 조소와, 냉혹함, 살벌함만을 내 밷는다.
결국 야후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짓밟아버린 사회에 대한 조롱에 가 득찬 작가의 비수다. 난 진심으로 그가 이전의 작품세계의 발전선상으로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 하지만 그전에 야후의 중도하차가 일어나지 않기를 빌 뿐이 다.
|
|
▶ 기사:
nufgirl
▶
조회: 4380 |
등록: 2002/08/29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