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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wter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린 소위 직장인 만화라는 장르가 본격적으로 소위 뜨기
시작한 것은 아마 히로카네 켄시의 '시마 과장' 에서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대기업 내 직장인들의 암투와 애환, 중년 남자들의 삶과 고독,
애수 등을 주 기조로 삼아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시마 과장'
의 작가 히로카네 켄시의 대표작은 '시마 과장' 외에도 다들 알듯 '라스트
뉴스', '정치 9단' 등이 있다. 그리고 이 세 작품은 모두 대기업, 방송사,
국회 등을 배경으로 한 다분히 시사적인 사건들을 바탕으로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정치, 사회적인 역학관계를 치밀하게 묘사해낸다는 특기.
더불어 이 세 작품의 주인공들은 모두 3~40대 중년 남자들이며,
자신이 속한 직업의 세계에서 그 내부를 비교적 면밀하게 보여줄 수
있는 위치에 올라 있다는 것도 공통점. 게다가 이 세 인물 다 자신의
일과 가정 사이에서의 갈등을 사뭇 위태스럽게 봉합하고 산다는
점까지('라스트 뉴스'에서 주인공 히노는 아예 가정생활에 대한 묘사가
없다), 이 세 작품은 중년 남자들의 직업의 세계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와
그들만의 고독, 애수 등을 본격적으로 표방하는 소위 말하는 '사회파'
작품들인 셈이다.
그러나
대기업 내 직원들 간의 암투, 업무상 등을 다룬 점을 제외하면 다분히
개인적인 디테일에 머물렀던 '시마 과장' 에 비해, '라스트 뉴스'
는 방송사와 대기업, 정치가들 사이의 거래와 복잡다단한 경제적 역학관계,
우리 사회의 병폐와 진정한 언론인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사회적인 소재들을 본격적으로 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과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 '시마 과장' 에서 주인공인 시마는 1인칭 시점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자신의 내면을 작품 속에 숨김없이 풀어놓는 반면, '라스트
뉴스' 의 주축인 PD 히노는 자신의 인간적인 내면을 독자들에게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도 차이라면 차이. 요컨대 '시마 과장' 이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는 한 남자의 개인적인 일대기였다면 '라스트
뉴스' 는 3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는, 한 개인을 벗어난 본격적인
'사회'의 이야기로 그 범위를 넓힌 셈이다. 그러나 나아가 '정치 9단'
은 '라스트 뉴스' 가 보여주는 사회관을 넘어서 사뭇 '세계' 까지 바라보는
카지 모토하루라는 정치가를 내세우고 있다. 이야기의 스케일이
점점 방대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이야기의 스케일이 커질수록 주인공
개인의 심리보다는 그야말로 그 작품 속에서의 사회적인 이슈와
시사적인 문제 제기에 대한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
'시마 과장' 이 보여주던 한 직장인의 소소한 심리묘사에 공감하고,
또 매회 바뀌는 총천연색의 여성편력을 보며 일말의 대리만족을 느꼈을
독자에게 이러한 요소가 사라져 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되겠지만,
한편으로 '라스트 뉴스' 나 '정치 9단' 은 그간 만화에서 찾아보기는
다소 힘들었던 새로운 차원의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경유착, 부정부패, 내부자 거래, 권언유착 관계 등등
신문과 시사잡지 중에서도 경성뉴스(Hard news) 에 속하는 다분히
복잡한 사건들은 지면에 활자화되더라도 웬만한 독자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라스트 뉴스' 나 '정치 9단' 은 이러한 이슈들을
끈덕지게 붙들고 늘어지며 지면 위에 활자로만 머무르던 복잡한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형상화시킨다. 일반적으로 이런 이슈에 민감한
성인 독자가 재미를 느끼는 것을 물론이고, 시사적인 문제에 무관심했던
독자라도 '라스트 뉴스' 의 히노나 '정치 9단'의 카지 모토하루의 동선을
따라가며 약간의 집중력만 기울인다면 딱딱하고 고답적으로 여기던 이슈를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들 만화들은 오락적 의미를
넘어선 교육적 의미까지 지닌다고 해도 무리는 없을지도.
예전에
한 신문 문화부의 만화팀에서 '정치 9단' 에 대해 '만화적 재미를 느끼고
싶은 사람은 보지 말 것' 이라고 쓴 것을 기억한다. 소위 '재미' 라는
여기는 것의 기준을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렇게 말한 근저에는
복잡한 플롯과 시사적인 내용을 가진 만화는 '만화적 재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편견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함이 남았다. 별다른
배경지식이나 별 생각 없이 봐도 즐겁고 흥미로운 만화가 '재미있는
만화' 가 되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만화적인 재미라는 것은 독자층의
연령, 교육 수준, 취향에 따라 분화되는 법이다. 만화를 주로 읽는 10대
층의 입맛에야 이런 만화들이 재미있을지는 말 그대로 미지수지만 명색이
신문사 만화팀이라는 이들이 일반적인 '만화적 재미' 라는 것의 범위를
너무 가볍고 편협하고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러한 '사회파' 만화들을 읽다보면 부지불식간에 느껴지는
강한 소외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만화를 읽다보면 주인공들의 움직임과
심리에 감정이입을 하는 것은 당연스런 수순이건만 '시마 과장'
이나 '라스트 뉴스' 혹은 '정치 9단' 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여성으로써의
내가 이 작품들에 감정이입되는 것은 완벽하게 불가능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작품 속의 주인공들이 다 중년 남자들이라는 점은 차치해
두고라도, 이 작품 내에서 비치는 '여성' 들의 모습이 너무
평면적이다 못해 남성 위주의 시선의 틀에서 반의 반의 반발자국도 나와있지
않은 것 같아 불쾌한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시마
과장' 에서 매회 매회 등장하여 시마 과장과 애정행각을 벌이는
개성 있는 '미모의' 여자들은 직장인들의 대리만족을 위한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고, 시마의 부인은 아무 비중도 개성도 없는 무색 무취한
캐릭터 그 자체다. 직장인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시마의 동료급
직원들 중 여자는 거의 보이지 않으며 여사원들은 경리직으로 등장하던지
시마의 외도 상대로 나오던지 둘 중 택일하는 것 뿐이다. 남자들이야
시마 과장의 애정행각에서 대리 만족을 느끼던지, 그의 고된 회사 생활이나
중년 남자로써의 고독에 공감하든지 선택의 자유야 무궁무진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여자 독자는 이 만화를 그저 '바라보는' 것 뿐이지 몰입할
여지는 어디에도 없는 듯 보인다.
불나방처럼
시마에게 달려드는 여자들, 매회 수시로 등장하여 시마와 사랑을 나누는
고급 호스티스들, 무색 무취한 시마의 부인에 이르기까지 여성 독자가
감정을 이입하거나 하다 못해 친근감을 느낄 대상조차도 작품 안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다 못해 작품 내에서 여러 가지 정치/경제적인
사건들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전부 거물들의
숨겨둔 애인 아니면 술집 호스티스들 뿐. 그나마 '라스트 뉴스' 에서는
'라스트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인 야마구치 에리가 비교적 멀쩡한 인물로
등장하는 것을 감사하게 여겨야 할 듯 싶다.
그러나
'정치 9단'의 주인공 카지 모토하루의 전 비서이자 그의 애인인 이치노세키
아유미라는 인물에 다다르면 정말 할 말이 없다. 직장 상사와 내연의
관계에 있는 여비서라는 도식이야 시마 과장을 비롯한 수많은 만화로
단련된 독자들이라면 당연스레 여기겠지만 카지의 부인과 자신 중 누가
더 나은 여자인지 알고 싶어서 그 부인의 정부와 함께 동침한다는 설정은
황당함을 넘어선 불쾌함 그 자체다. 자신이 그 남자와 동침한 이유를
말하며 '여자란 그런 존재다..' 라고 고백하는 장면에서의 그 황당함이란.
또한 역시 카지의 부인은 출세욕에 연연하는 '무색 무취하고 매력
없는 아내 캐릭터' 의 전형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이들 '사회파' 만화
속에서 여자란 온갖 음모와 복잡한 정치/경제적 사건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남자들을 사랑하고, 섹스 상대가 되어주고, 자신을 희생하여 이들을
도우며, 피곤에 지친 이들을 포근히 안아주는 '아름다운 소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단, 여기에서 아내는 여자가 아니다.
사실
이 만화들 속에서 여자들이 그렇게 왜곡된 존재로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어쨌거나 이 만화들은 중년 남자를 위한 만화인
것이다. 중년 남자를 위한 흥미로운 줄거리와 모든 환타지가 제공되는
만화에서 여자들을 위한 어떤 것을 기대할 여지란 없다. 독자층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타깃을 정해 놓은 후 연재를 시작하는 일본 상업 만화의
특성상 일단 타깃 층이 남자인 이상 그 다음부터는 철저하게 남자들을
위한 내용과,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성상을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본격적인 전문인/직장인 세계의 핵심에 여자가 접근한 적이 별로
없는 것도 현실이기에 '현실적으로 여자가 없는 데 어찌할 것인가' 는
반문이 터져 나온다면 또 할 말이 없어질지 모른다. 어쨌거나
'남자들을 위한 만화' 에 여자 독자인 내가 짜증을 내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왜 그렇다면 여자 직장인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만화를
찾아보기가 좀처럼쉽지 않냐는 것이다. 만화 왕국이라는 일본에서조차도
본격적으로 '일하는 여자' 들의 세계를 그린 만화는 대부분
호스티스 만화밖에 본 기억이 없고, 우리 나라에서 그나마 그런
것도 본 기억이 없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아직은 미미한 상태에 있는,
그나마 IMF다 뭐다 해서 직장에 있던 여성들도 없어지는 판에
여성이 주축으로 등장하는 본격적인 직장인 만화를 그리는 것은
쉽지 않을 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정치/경제적 '판' 에 여자라는 존재가
별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 본격적인 여성 직장인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요원한 것일 뿐더러, 사회파 만화라 불릴 만큼 딱딱한 내용의
만화가 여성 독자를 타깃으로 삼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벽을 인정하고 그것만을 그려내는 것과 그 현실의
벽을 깨고자 하는 것 중 무엇을 택할 수 있을 것인가. '톡톡 튀는
OL' 같은 만화만 보고 있기에는 나의 안타까움이 너무 크다. 언제에야
여자가 '정치 9단'이 되고 여자 PD가 '라스트 뉴스'를 만드는
것을 볼 수 있을까. 아니, 지금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이라면
하다못해 '아내'가 현명하고 매력적인 '여자'로 등장하는 만화라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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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과장
- 히로가네 켄시
 라스트
뉴스 - 이노우에 나오키 / 히로가네 켄시
 정치9단
- 히로가네 켄시
 대사각하의
요리사 - 니시무라 미츠루 / 카와스미 히로시
 성역
- 유미무라 쇼 / 이케가미 료이치
 쿠니미츠의
정치 - 안도 유마 / 아사키 마사시
 신고마니즘
선언 : 전쟁론 - 고바야시 요시노리
 용
- 무라카미 모토카
 제3의
눈 - 야지마 마사오 / 하야세 준
 오피스
북극성 - 마카리 신지 / 나카야마 마사아키
 침묵의
함대 - 카와구치 카이지
 특종
사건현장 - 오타니 아키히로 / 오시마 야스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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