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FECA 2002 취재 : 게임축제의 가운데서 만화를 보다
*** 어느날, 일하고 있는 회사가 DIFECA에 참가한다는 말을 들었다. 순간, 필자의 머리 속에는 잘 하면 회사일을 하면서 동시에 두고보자 취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회사일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시간이 부족했던 나로서는 그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더구나 참가업체 직원의 자격이라면 입장료도 없다. 놓칠 수 없다. 그래서, 나와 그럭저럭 친한 사이였던, 대외홍보를 담당하는 팀의 팀장에게 메일을 보냈다.

"OO팀장님~, 손이 부족하면 저를 데려가주세요. 고객상담도 열심히 하고요. 제가 사진도 찍을께요."

이에 대한 답장. 

"니 말을 듣고 생각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주말에 사람이 필요하긴 한데, 너 하나 가지고는 부족할 것 같거든?"

덕분에 내가 속한 부서 전체가 차출되었다. 하필 내가 속한 부서인 이유는 물론 순전히 나 때문이었다. 더구나 주말에 손이 부족하다 하여 다들 주말을 하루씩 반납해야 했다. 우리 부서에서는 그것이 나 때문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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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마음으로 도착한 COEX 3층 컨벤션홀. DIFECA2002 전시장은, 외형적으로 괜찮았다고 해야겠다. 특히 만화 애호가의 입장에서 보면. 위에서 내려다보면 왼쪽 반절에 만화(Comics, Cartoon)가 전시되어 있었고, 오른쪽은 업체의 부스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공간차지의 비중으로 보면 만화는 DIFECA의 절반인 셈이었다. 

작년의 두고보자 기사를 참고해 볼 때, 공모전의 본선진출 만화작품들의 전시는 작년보다 훨씬 나아진 듯 하다. 반절이 잘린 페이지를 그대로 전시해놓는다거나 하는 일도 없었고, 삐뚤어진 것도 없고.

무엇보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것은 전시의 조형적인 방식이다. (일하는 틈틈이 화장실 가는 척 사진 찍었는데 다 날아간 것이 유감이다) 일단 입구에 처음 들어갔을 때 15M쯤 앞에 보이는 벽에 공모전 대상작품인 [콜라맨]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그 좌우로 링 모양의 통로가 출발, 원형을 이루며 입구 쪽으로 뻗어 있다. 말하자면 '( )' 모양이다. 
                     
링 모양이라고 했는데, 굴렁쇠 같은 둥근 골조가 공룡의 갈비뼈처럼 줄줄이 배열되어 있는 형상이다. 이 통로 안 쪽과 바깥 쪽에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링 안쪽을 지나면서 좌우로 작품을 보고 그 바깥쪽을 지나면서도 작품을 보는 것이다. 즉, 4면이 생겨난다.

공간의 활용에 효율적일 뿐 아니라 링 사이사이가 뚫려 있으므로 열린 느낌을 준다. 벽을 마주대하고 만화를 읽는 느낌으로부터 벗어났다. 그리고 입구로부터 일직선상에 전시되어 있는 당선작 [콜라맨]은 마치 좌청룡 우백호를 거느리고 전시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공간구성에 많은 신경을 쓴 것이 확실하다.

공모전 전시의 건너편에는 '신문만화기획전시'가 있었다. 이것은 각국의 신문만화와 한국신문만화의 역사 등을 전시해놓은 것이다. 전시 자체에 특별한 점은 없었지만 이런 것을 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정말 핑계같지만 필자는 일하느라고(!) 이것도 제대로 관람하지 못했다. 후다닥 달려들어가서 후다닥 눈으로 훑고 후다닥 나와야만 했다. 때문에 전시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어쨌든 이 '신문만화기획전시'도 꽤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공모전과 신문만화전시를 합쳐서 전체 DIFECA 공간의 왼쪽 반이다. 오른편 반절에 게임업체들의 부스들이 붙어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게임업체들의 부스가 아니라 DIFECA참여 단체들의 부스에 배당된 공간이다. 그러나 만화관련 부스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만화창작집단 '박카스', 작년의 기사를 참조해보면, 이들은 작년에도 단 하나 설치된 만화관련부스였다. 그리고 색다른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화투 상품 등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부스는 게임이었다.

이렇게 보면 단순히 공간이 크다고 해서 만화팬으로서 희희낙낙할 일이 아니다. 만화가 DIFECA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곰곰히 따져들어보면 더욱 그렇다.

이번 DIFECA의 모토는 One Source Multi Use다. 이게 무슨 말인지 구구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DIFECA의 만화전시는 One Source Multi Use와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공모전을 실행한 것은 물론 잘한 일이고 신문만화전시가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이 DIFECA 안에서 기획취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신문만화전시. 생각해보니 정말 뜬금없군. 공모전이든 신문만화전시든, 공공성을 띤 기획이라면 일단 좋게 평가하는 버릇 때문에 정신을 놓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아무리 보아도 이 페스티벌은 다양한 미디어 컨텐츠의 '산업적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면 만화의 산업적 가능성과 다른 매체와의 산업적 가능성이 행복하게 만날 수 있는 그런 기획들이 있어야 할 것이었다. 

그건 어쩌면 이 DIFECA의 기획단이 만화에서 아무런 산업적 가능성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가혹하게 말하자면 말이다. ...애도를 표함. (만화에? or DIFECA에?) 아니면 혹시, 기획자들이 만화에 대해서만은 아직 산업적인 것 이전에 충분한 신인작가의 발굴이나 신문만화기획과 같은 역사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나의 생각이 짧은 것이겠것만.. 그 아니 좋은 일이랴만..

만화. 솔직히 말하면 나는 만화에서 산업적 가능성을 본 적이 없다. 아니, 나는 만화가 이제 더이상 팔리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출판사와 작가가 돈 좀 벌었다고 해서 그게 산업적 가능성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보통 만화에서 산업적 가능성을 본다고 하면 만화를 원본으로 하는,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이야기할 뿐이다. 그건 만화의 산업적 가능성이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산업적 가능성인 것이 아닐까. 일본의 예를 들며, 만화왕국인 일본이기에 지브리 스튜디오 같은 것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그러나 '산업'이란 철저한 계획과 시장조사에 의거한 대규모 투자와 대중을 향한 유통/홍보 어택, 그에  해당하는 이득의 수거를 전제로 한다. 그 안에 예술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영화 같은 경우, 만화보다 더 태생적으로 이런 성격을 띄게 된다. 매체의 차이랄까.

나는, 만화는 그보다는 더 개인적인 매체라고 일단 생각하고 있다. 모든 만화가 그런 것도 아니고, 앞으로 변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나는 만화는 보다 문학에 가까운 길을 걷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방향에 더 만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소설이 영화화 되는 것을 놓고는 '문학의 산업적 가능성' 운운하지 않으면서 만화가 애니메이션화 되는 것을 놓고서 '만화의 산업적 가능성' 운운하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만화가 제대로 된 예술적 위상을 가지지 못한 채 성급히 산업적 위상만을 기대받았기 때문이다. - 물론 누구나 알겠지만, 증명하지 못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빼고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게임은, 만화 없이도 잘 해낼 수 있다. 잘들 증명하고 있듯이.

그래, 특히 게임이. DIFECA에서 만화는 '전시'였고, 게임은 '체험'이었다. 그리고 에너지는 분명히 체험에서 나왔다. 축구게임 부스에서는 계속해서 '필승 코리아!'가 엄청난 음량으로 울려대고, 사람들은 게임 부스에 줄을 섰다. 작년 DIFECA에 다녀온 두고보자의 Capcold(캡코르도)씨가 "축제같지 않았다"라는 문장을 썼는데, 이번 DIFECA는 그럭저럭 축제다웠다. 게임 덕분에. 미리내 소프트에서 내놓는 온라인 게임 'KHAN'은 T셔츠를 무료 증정, 그 자리에서 옷을 갈아입도록 하는, - 물론 검은 천으로 주변을 가려준다 - 이벤트를 마련했는데, 인기폭발이었다. 필자 회사 사람들 모두가 짬을 내서 길게 늘어선 줄에 합류할 지경이었다.

요즘 뜬다는 록그룹 'LINK'가 게임 '짱'의 주제곡을 라이브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걸 두고 원작이 만화이니 만화의 승리라고 부를 사람도 아마 있으리라. 내 생각은 위에서 언급한 그대로다. 단지 게임 업체에서 인지도를 위해 손쉬운 캐릭터라이징을 택했을 뿐이다. 그래, 게임 '리니지'가 이제 만화와는 이름 외에 아무 관계도 없는 것처럼. (물론 소송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그건 단지, 동명의 만화. 그렇게 인식된 것이다. '리니지'가 그것 때문에 폭력청부가 일어날 정도로 그렇게 인기가 높아도, 사람들이 그 때문에 만화를 더 보는 것은 아니다. 만화방에 가면 신일숙의 '리니지'를 뽑아들 확률은 조금 늘었겠지만.

그리고 축구 게임, 레이싱 게임...

만화의 '전시'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음에도 나에게 이 DIFECA는 게임의 시대, 만화의 조락을 이야기할 뿐이었다. 극명하게 낙후하는 엔터테인먼트인 만화와, 떠오르는 엔터테인먼트인 게임이 대비되고 있었다. 왼쪽과 오른쪽에서.

요약하자. DIFECA는 만화의 '전시' 측면에서 많은 공을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만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게임 쪽은 활기차 있었으며, 그 둘은 전혀 조화되지 않았다. 산업적으로 만날 수 있는 역동적인 가능성은, 적어도 나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내가 좀 비관적인 성격이라서 그럴 수도 있으리라.

독백 : 제길, 차라리 만화가, '만화산업'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을 만치 제대로 산업이기라도 하면 속이 편하겠다.

아, 빼먹었다. 애니메이션은? 약 30명 정도가 의자를 놓고 볼 수 있는 상영관 하나가 배정되었다. 상영관은 왼편의 좀 구석진 곳에 있었고, 상영표가 붙어 있을 뿐, 관련한 팜플렛 같은 것은 제공되지 않았다. [마리 이야기]를 위시해서 국산 애니메이션이 최근 약간씩 좋은 성과들을 내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좀 의외였다. 이애림의 단편영화 등이 상영되었지만 보지 못했다. (일하느라고!)

하기사, 만화가도 게임하느라 작품을 안 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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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화나는 이야기 하나. D.I.F.E.C.A는 Dong_A/LG International Festival of Comics, Animation & Games의 약어다. 그러니까 번역하면 '국제 만화-애니메이션-게임 페스티벌'이라는 것이다. 근데 책자에는 한국어로 '만화-게임 페스티벌'로 되어 있다. 왜 '애니메이션'은 빠진 거지? 혹시 Animation과 Comics를 합쳐서 '만화'라고 표현한 것일까? 부들부들...

Cartoon이 버젓이 공모전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Comics'라고만 표현되어 있는 것도 좋게 보이지 않았것만..

책자에만 오타인가보다 하고 홈페이지를 찾아가보았다. (http://difeca.donga.com) 첫 페이지에 전체 전시가 두 항목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 두 항목의 이름은, 'Game'과 'Cartoon'(!!) 그 'Cartoon' 밑에 'Comics'와.. 아, 이런.. 이걸 말해야 하나? 그래, 'Animation'도 Cartoon의 하위에 묶여 있었다.



추리해보건데, 한국식으로 Comics와 Cartoon을 합친 개념으로 '만화'를 생각한 다음 그걸 '만화=Comics' & '만화=Cartoon'이라는 식으로 이렇게도 적고 저렇게도 적고 한 것이리라.

거기에다 보통 만화영화와 만화를 구분할 애정도 의지도 없는 일반성인들의 인식수준에 따라, Animation도 '만화'에 첨가해주신 것이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은 너무나도 적나라한 용어의 케이아스.



틀릴려면 하나로 통일시켜서 틀릴 것이지, 왜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해서, 이렇게도 틀리고 저렇게도 틀리고 한단 말인가?


                                          *                  *                  *

- 깜악귀. 끝.


작년 DIFECA 기사 : 사진으로 보는 동아 LG 만화-애니메이션-게임 페스티벌
http://www.dugoboza.net/bbs/ezboard.cgi?db=a_report&action=read&dbf=13&page=1&depth=1



 ▶ 기사:  깜악귀
 ▶ 조회: 7798 | 등록: 200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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