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대원, 미소년보러 건담윙이벤트에 가다.
2001년 4월 5일 Gundam Wing Only Event Information, 삼성역 하나커피숍

신기동전기 건담윙 온리 이벤트.

이것은, (기자가 기억하는) 한국 최초의 특정 만화(와 독자)만을 겨냥한 이벤트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미 코믹과 아카에서 팬픽과 수많은 커플링과 팬시를 통해 인기와 대중성을 인정받기는 했지만, 이렇게 온리이벤트까지 열릴 정도로 동인층의 지지가 열렬했다니.

만화와 함께 두꺼운 동인층을 확보하고 있는 아이돌 스타의 동인들은 그들 자체만으로 이벤트를 여는 일이 가끔씩 있었다. 이 이벤트는 젊고 멋진 아이돌 팬픽의 거대한 힘에 휘말려 예전만큼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만화/애니 팬픽의 새로운 장을 열지도.  차대원은 기대하면서 이벤트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무리 단순히 동인지만 사고, 취재만 한다고 해도, 참가에 앞선 사전준비는 필수. 온리 이벤트를 위한 홈페이지부터 방문하는 것은 참가자의 도리가 아닌가. 기자는 홈페이지부터 방문하였다. 주소는 http://gwevent.pe.ky/. 이벤트 상세일정과 참가 규정 공지, 참가서클 소개, BBS 등으로만 이루어진 간단한 홈페이지지만, 전체적인 상을 알아보기에는 충분하였다. 소재는 건담윙외에는 불가. 어느 서클이든 신간이 있어야 판매가 가능하다. 동인 서클의 판매전답게 장르와 커플링 관계를 명시할 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온라인 사전답사를 마친 후, 차대원은 건담윙의 꽃돌이 캐릭터 1, 2, 3, 4, 5를 만나기 위해 대장정을 떠났다. 때는 모두가 나무를 심으러 산으로 떠나 도로가 한산하였던 식목일. 장소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벤쳐기업이 몰려 있는 첨단의 메카 삼성역의 하나커피숍.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참가 예정 서클은 총 34팀이었다. 실제로 몇팀이 참가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대부분 참석한 듯했다) 커피숍이라는 공간과, 공통된 주제와 소재를 다룬다는 친밀감 때문인지, 상당히 단란한 분위기였다. 참가서클은 커피숍의 테이블에 회지를 올려놓고 팔고 있었다.

일반적인 메이져 판매전과는 다른 분위기이다. 만화라는 하위문화에서 다시 특화된 장르인 동인, 거기서도 특정 소재인 건담윙 팬픽/패러디라는 특화된 하위문화의 주체들이(대부분 서로 알고있는 사이인 듯) 모였기 때문일 것이다. 팔고 있는 동인지도 신간 위주라서 상당히 만족스럽다. 같은 회지를 또보고 또보는 메이져 판매전과는 역시 다르다.

끝난 후에는 좌담회가 있었다. 어째서 건담윙인가, 짝지워주고 싶은 캐릭터는? 등등의 그닥 무겁지 않은 주제들. 단순한 판매전을 넘어서서, 건담윙을 즐기는 동인들끼리의 새로운 소통의 통로가 이벤트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의미가 있는 듯하다. 아쉽게도 차대원은 건담윙 이벤트의 일원이 아니라서 참석하지는 않았다.

물론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뭐니뭐니해도 눈이 즐거운 코스프레 쇼가 없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 마이너 판매전이어서가 아니라, 장소가 협소하였기 때문이라는 해명이 있었기에, 다음에 같은 종류의 이벤트가 열린다면, 좀더 경제 사정이 좋아지고 참가팀이 늘어나 제반여건이 단단해져서 넓은 장소를 대여할 수 있다면 건담윙만을 소재로 하는 코스프레 쇼도 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 TIP 1 : 동인(동호)
말 그대로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을 말한다. 그러나 만화계에서는 단순히 특정만화를 좋아해서 모이는 것을 떠나서, 새로운 장르, 즉 패러디나 팬픽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특정한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 TIP 2 : 커플링(coupling)

커플을 만들어 주는 것. 만화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동성애 만화(혹은 야오이)에서 원작과 관계없이(사실 관계 있을 때도 많다) 남성 캐릭터들끼리 맺어주는 것. 아주 가끔씩 이성 커플링이나 여성 커플링이 나오기도 한다.

 ▶ 기사:  hyol
 ▶ 조회: 1782 | 등록: 200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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