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치 미츠루의 <러프>를 이제야 읽었다. 하긴 < H2 >와 <터치>를 읽은 것도 얼마 되지 않으니, 난 그다지 신통한 만화광은 아닌 셈이다.
<러프>는 그의 다른 두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인공들과 그들의 관계, 주변 사람들, 배경등등. 거의 연작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단지 다른 두 작품이 야구선수를 주인공으로 했다면, 여기서는 수영으로 바뀐 것. 주인공과 라이벌 관계에 놓이는 남자가 동급생이 아닌 대학생이라는 점. 남녀 주인공의 집안이 사이 좋은 이웃에서 적대적인 (그러나 속으로는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로 바뀐 것 정도가 다른 점이다.
아다치 미츠루는, 허접한 나의 만화 편력으로 보자면 만화적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작가이다. 그는 프레임이라는 공간적 틀과 프레임과 프레임사이에 놓이는 시간을 정말로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그래서 그에겐 많은 대사가 필요하지 않다. 그는 정말 말이 적은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스포츠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성장과 사랑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그는 왜 고등학교라는 배경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 흔한 키스장면하나 보기 힘든 것일까. 어쩌면 그는 어른들의 사랑을 그릴 자신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섹스와 집착, 소비, 실용적 삶들로 가득 찬 어른의 사랑은 낭만적이기엔 너무 많이 알아버린 이들의 것이니까. 낭만적 사랑. 벚꽃 날리는 길로 일부러 돌아가는 마음. 알듯 모를 듯한 서로의 눈빛. 슬쩍 슬쩍 훔쳐볼뿐인 서로의 육체. 그는 이런 낭만의 성속에서 나오고 싶어하지 않는다. (일부러 끌어낼 필요는 없다.)
이에 비하면 마찬가지로 고등학생의 사랑을 그린 <비디오 걸 아이>와 <아이즈>의 작가는 위험한 선을 타고 있는 셈이다. 이 두 작가가 그리는 여고생의 육체는 여고생에 대한 두가지 시각을 재현하고 있다고 할수 있다. <러프>의 작가가 '학창시절', '모닥불', '이쁜 편지지'등의 이미지와 연관된 여고생을 그린다면, <아이즈>의 작가는 '루즈 삭스', '원조교제', '롤리타 컴플렉스'의 여고생을 재현하는 것이다. 허나, 여고생은 여고생일 따름이다. 남성 작가들이 이러쿵 저러쿵 하건 말건.
허접하게 말이 많아 졌다. < H2 >도 완간된 마당에 당분간 그의 다른 작품을 볼 기회는 없겠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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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1576, IP : 211.48.31.151 2000/08/23 Wed 01:50: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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