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절의 어려움, 대처할만한 힘이 없는 상태... 그렇게 세상에 대해 무능력하고 모든 것이 막막할 때, 그 불확실성의 대양 위에 적어도 자신만의 섬 하나가 필요한 것이겠죠. 그 섬에서만큼은 모든 확률이 1이 되구요. 매니큐어가 일종의 안전지대랄까.
그리고 저는.. 공포에서의 해탈, 손가락이 떨어져나간 순간의 해탈보다, 주인공의 갈등상태에 더 끌리더군요. 혼자 설 수도 기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무엇이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절박함. 무채색 냉엄한 현실을 색깔입혀 덮어버리고 싶은, 어떻게든 하고 싶어지는 개인적 주관적 상황에 말이죠.
그 밑에는 은밀하게 회복에 대한 욕구가 잠자고 있는 듯.. (Undo라는 일본영화에 나오는 여주인공도 마찬가지..) 그저 덮어버리고 안보겠다는 식의 회피를 할 생각이었더라면 좀더 우아하게 우울해져버리거나 숨어버리면 될텐데.. 한혜연의 '그녀들'은 안전지대를 거치지만 어떻게든 탈출하게 되는 거죠. 잠깐 눈가리고 아웅했더라도.. 적어도 원하고는 있으니까요.
Read : 1838, IP : 147.46.79.45 2001/08/07 Tue 0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