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끌레지오는 그의 작품 <조서>가 한국어로 번역되었을때, 이렇게 말했다. "김만중의 나라 한국에서 저의 작품이 번역되어 기쁩니다."
그가 서포 김만중의 작품을 정말 읽었는지, 아니면 그냥 이름만 풍월로 주워들은 건지 알수 없지만 난 그가 뭔가 아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김만중이라. 구운몽, 그 판타지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은 단편 판타지 모음집이다. 그 구성이나 소재가 <백귀야행>과 너무나도 흡사한 걸 보면 일본 사회에 이와 같은 판타지가 드물지 않은 모양이다.
이 작품은 사물에 대한 이야기이며,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집착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하다. 사실 이 세가지야말로 우리들을 기겁하게 하고, 멈춰서게 하고, 찌르고 스쳐지나가는 것 아닌가. 어떤 사물과 마주쳤을때 느껴지는 서늘함. 그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웬만큼 둔한 사람이 아니라면 느껴봤으리라.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이런 판타지가 없다. 기껏해야 중세나 시대 불명의 배경을 지닌 싸구려 판타지가 판을 친다. 중세라. 기사와 마법사와 연금술사의 시대. 판타지 배경으로 딱이지. 누군들 이런 배경으로 폼나는 판타지 한권 못만들어 내겠는가.
무엇보다 이 작품의 훌륭한 점은 주변 사물의 질서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는 사람이 특정 사물과 접할때 취하는 신체적 자세와 규칙적 태도등이 판타지의 기본 요소로 잘 뒤섞여 있다. 이런 의미에서 사물의 질서는 곧 인간의 질서가 된다.
우리는 언제쯤 이런 미덕을 지닌 판타지를 가질수 있을까. 김만중의 그 천연덕스러운 환상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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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1254, IP : 211.106.14.99 2000/09/08 Fri 00:38: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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