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디에 살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으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거주지, 주소에 대한 정답은 어딘가로 가고..
그림으로 그리자면,
발을 식물의 뿌리인 양 땅 속에 묻고 옴쭉달싹 못하는 사람이라든가, 여러가지 속도와 자세로 걸을 줄 아는 사람이라든가, 공중부양해서 휘휘 걸어다니는 Mr. Vertigo라든가. 그렇고 그런 과거를, 현재를, 미래를 사는 사람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일단은 이런 관점의 '어디에 사는가'를 잘 그려낸 만화 중 하나가 <현재진행형ing>이다. 주인공 선영은 과거의 아픔이 떠오를 때마다 "그렇더라도 지금 현재는 어떤가"라는 자문과 함께 현재로 돌아온다.
그렇지만 이는 단순한 현재지향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이 만화를 되읽을 때마다 새롭게 느끼는 특별한 것 중 하나가 제목과 내용의 절묘한 조화이다. <현재진행형ing>이라는 제목은 지금은 어떠한가..라는 자기위로에 겹쳐, 진행중의 유동적인 상태를 그려내고 있다.
그것은 역동적인 움직임으로서의 진행상태가 아니다. 시간적 진행형만으로도 부족하다. 굳이 그리자면, 가려다말고 자꾸만 옆과 뒤를 살펴보는 그런 진행상태인 것이다.
입양된 후 별 문제없이 자라왔지만, 선영은 그 자신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자신이 없다. 다른 사람의 뜻을 알아버린 이상 무시할 수 없고 자신보다 우연과 인연을 믿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선은 지금 현재를 향해있지만 발길은 자꾸 원래의 시점인 과거와 자신을 둘러싼 환경,사람 쪽으로 돌아간다. 그러면서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기만 하게 되고 미결정의 진행형 속에 있다.
왜 그럴까.
정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 정해진 것이 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렇게 말해버리고 나니 강경옥 선생님이 표현한 것보다 훨씬 재미가 없어진다. 그리고 여전히 느낌 속에 무언가가 미진하게 남아서 진행된다. 역시 제목값하는 것이다. -.-
****************** ...두려워해? 확실하게는 못 말하겠지만 이런 느낌... 난 여기에 있고, 너희들은 거기에 있어...
혼자라고 생각될 때... 사람들이 그래. 네가 혼자일 때 손뻗으면 잡아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그 사람이 너의 인생의 친구라고... 하지만 손을 뻗어주리라고 믿을 수 있을 만큼... 난 사람에게 자신이 없어...
남남이라는 건- 결국 어떤 계약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이... 사람의 계약이란 생각이... 계약이 깨지면 끝이란 생각이... 계약의 룰을 지키지 않으면 끝난다는 생각이... ...자신을 못 믿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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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2750, IP : 210.102.100.106 2002/01/06 Sun 03:05: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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