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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본 독자님들의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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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sujiro 수정하기 삭제하기
최유기 단상 - 9권을 보고
..개인적으로 이 만화를 [팬터지]라는 틀 안에 넣고 평가해왔고 그런 의미에서
  팬터지다운 설정의 빈약함이나 산만한 내러티브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었
  습니다만, 최근엔 팬터지보다는 로드(Road)물-영화에서 두드러지는 형식인
  -의 범주에 넣고 판단하는게 더 옳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팬터지를 창작하는 작가들이 그 수준 여부를 떠나서 국가적인 차원의 세력구
  도나 세계 내부의 의사과학적인 원리, 종족이나 계층의 구분같은 설정-흔히
  '세계관'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통하는-에 집착하고 때로는 그것 자체를 설
  명하는것에 이야기전개 이상의 공을 들이기도 하는 반면, 미네쿠라는 인물들
  의 이름과 성격, 그리고 길을 떠나는 목적같은, 그나마도 대부분은 원전에서
  빌려온 요소들만을 초반부에 간단히 제시하는 것을 빼고는 극중 세계에 대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거의 보여주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작가 자신이 그러한
  '시시콜콜한' 설정을 제시하고 설명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작가의 머릿속에 그런 복잡한 설정이란 애당초 있지도 않았던 것이 아닌가,
  뒤늦게 등장하는 설명적인 요소들 조차도 실은 '길'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그때그때 생각해내거나 머릿속의 막연한 이미지에 살을 붙여서 급조해낸것
  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거죠.

  물론 네 주인공들의 과거사를 보여주는 외전에서 뒤늦게 천계의 구성과 도원
  향과의 관계, 전생으로부터 이어진 네 인물들의 인연과 같은 설정적인 요소
  가 제시됩니다만, 전체적으로 이 만화에서는 인물들의 행동과 판단을 제약하
  는 설정으로서의 요소가 팬터지 치고는 눈에 띄게 적으며, 각 에피소드 사이
  의 개연성이 별로 없이 마치 한 이야기를 끝내면 다시 새 이야기를 생각해내
  이어붙이는 듯한, 결과적으로 에피소드의 순서를 부분적으로 바꾸어도 전개
  에 별로 지장이 없는 병렬적인 이야기구조를 갖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꽉 짜여진' 팬터지의 기준으로 이 만화를 판단해오
  던 것에서 방향을 바꿔 자유로운 즉홍성에 의해 전개되는 '로드'물로서 평가
  한다면 더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할것 같습니다. 악보에 따라 한치의 틀림
  없이 연주되는 멜로디와 상황과 기분에 맞춰 애드립을 구사하는 멜로디의
  차이처럼 꽉 짜여진 구조의 틀 속에서 인물들을 움직이는 팬터지의 원리와
  바람따라 구름따라 흘러가는 나그네의 '라이브 감각'에 상당부분 의존하는
  로드물의 원리는 다를수밖에 없는 것이고, 꽉 짜여진 설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지프차로 변하는 새끼용과 리볼버를 찬 고승, 켄트 담배와 코카콜라
  깡통이 중세풍의 마을과 공존하는-제가 잘 쓰는 말로 "포스트모던한"-세계
  가 만들어집니다. 팬터지 독자의 입장에서는 조악하게 보일수밖에 없는 설정
  과, 왠지 인물들이 목표를 못찾고 방황하고 있는것처럼 보이는 내러티브의
  두서없음을 로드물 특유의 즉홍성과 라이브감각에 기반한 자율성으로 달리
  볼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이것은 원전인 [서유기]가 처음부터 갖고있던, 다른 고전들과 차별되는
  특징이기도 합니다만.)

..9권에서 마무리된 가짜 삼장의 에피소드에서 더욱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정서적인 측면에서 이 만화는 현대 일본의 소외된 이들이 갖고있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듯 합니다. 먹고 먹히는 악랄한 세계,
  도덕에 대한 회의, 구원자의 부재.. 학생들을 이끌어주는 '교육'도 없고
  가족구성원들을 지탱해주는 '가정'도 없으며 시민들과 함께 가는 '정치'도
  없는-작은 경우로는 작가에게 길을 제시하고 대화를 나누는 '비평'도 없는-
  소외의 시스템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지킬수 있을 것인가? 집단행동을 통한
  정치적인 해결법을 상상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세대의 일원인 작가가
  제시하는 길은, 악랄함에 악랄함으로 저항하는 개인주의자들의 느슨한 연대
  라는, 역설적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신의 부재' 라는 공통된
  인식 아래에서 [지뢰진]의 이이다가 세계와의 끈을 놓쳐버린채 결국 혼자
  남은것에 비하면 [최유기]의 주인공들은 최소한 연대하고 있다는 면에서
  조금은 희망적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신'의 논리에 분노하기 보다 냉소
  하며, '사랑'의 보편성을 부정하고 버림받은 자들의 연대감 자체에만 의존한
  다는 점에서는 [천사금렵구]보다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세보프탈타와 로시
  엘조차도 '사랑'의 힘에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죽음 직전의 제자(가짜 삼장)를 눈앞에 두고 태연하게 담배를 태우며 제자의
  마지막 말들을 건성으로 받아 넘기는 박사에게, 제자는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저... 선생님. 가르쳐 줘요.
  ...[신]은 있나요?"
  무너져 내려가는 스테인드 글래스를 뒤로 하고 박사는 무심히 대답합니다.
  " 없지 않을까?"
  숨이 끊어지려는 찰나 제자는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습니다.
  "....다행이다."
 
  이정도의 비관주의는 여성작가의 만화로선 거의 보기 드물었던 것입니다.


JSH
Comment : 1,  Read : 2684,  IP : 211.106.124.47
2002/04/02 Tue 18:23:56
wood 

미... 미네쿠라 작가가 여자였나요?-.-;;;(여태껏 몰랐다)

200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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