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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김준범씨 인터뷰.
http://www.ddanzi.com/ddanziilbo/68/68inner_7802.asp

[이너뷰] 만화가 김준범을 만나다

2002.4.29.월요일
딴지 위험인물 지도편달반 반장 함주리

4월 22일 15:00 마포. 약속시간은 원래 2시였다. 김준범 이너뷰라는 특명을 하사 받은 본 기자, 그러나 당시 상황은 워스트 오브 우워스트. 막 주간업데 철야작업을 끝마친 뒤라, 본 기자는 평소 환각수치의 몇 배를 웃도는 심신 상실자로 완죤히 타락해 있던 상태였던 것이다. 게다가 철야를 했다지만 결국 기사는 캔슬되어 버렸으니, 즉 이번주 본 기자의 회사에 대한 기여도는 지로, 혹은 마이너스.. (언제는 모 뿌러스 였겠냐만..)

그리하여 스트레스 만땅이었다. 거기다 업데를 핑계 삼아 즐거웁게 며칠이나 안씻은 몰골은 흉악하기 그지 없었고, 졸음은 시시각각 예리한 지성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었다. 마침내 본 기자, 의자에서 비비적비비적 개기다가 눈빛으로 즉시 출동을 종용하는 편집장에게, "저... 그쪽 사정 물어봐서 하루만 미루면 안될까여?"

그러나, 못 들은 척 아무 대답이 없는 편집장... 보통 땐 그래도 잘 안 들린다는 시늉이라도 하는데, 아예 대꾸조차 없는 차가운 얼굴이었다. 이윽고 조용히 다가오더니 디지럴 카메라와 오디오 파일로 전환 가능한 최신형 녹음기를 건네며, "졸라 비싼 거야..."

그래 직딩의 조뺑이란 본시 이런 거 아니겠나. 까라면 까야지. 본 기자 원래부텀 포기 하난 빠르다는 게 그나마 장점. 이어 도착한 찍새 알바 처녀와 함께 마포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김준범 씨와 그의 풋풋깜찍한 23세 어시스턴트, 김준범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출판기획 <그리미>의 대표 김동욱 씨, <그리미> 직원인 건장한 총각, 토탈하여 네 명의 남뇨들을 만났음이다.

이하 김준범-김 / 함주리-함 / <그리미> 대표 김동욱-그 / 로 표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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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늦어서 미안하다. 동네가 좀 복잡해서리... 일단, 졸라 반갑다.


김-아.. 음..



왼쪽 까만 옷이 김동욱, 오른쪽 쥐색옷이 김준범


함-늦게 와서 기분 나쁘단 건가. 졸라 썰렁한 약도를 보내주지 않았나.

김-그게 아니라 예상했던 사람이 아니어서.. 아.. 난 남자가 올 줄 알았다. 우리 웹진 <엑스타투>에 가입한, <성지인>이란 아뒤를 쓰는 딴지 사나이가 있다. 당연히 그넘이 오는 줄 알았지.

함-쫌 불쾌할라 그런다. 어찌됐건 유는 본 기자의 나와바리에 속한다는 걸 명심 바란다.

김-모.. 그런가.. 그러든지..

함-흠흠, 일단 SF라는 장르를 어케..

김-이런 이너뷰는 별룬데. 딴지일보는 좀 달라야 하는 거 아닌가.

함-(당황했으나) 어쩌란 말인가. 빤츄 차림으로 발랑타진 이너뷰라도 하잔 건가.

김-일단, 내 말을 들어봐라. 본인은 딴지일보에 불만이 있다. 딴지일보, 오마이뉴스, 노무현, 민주당은 오늘날 한국만화를 일케 방치 하면 안된다.

함-(역시 당황했으나) 우린 방치 안할려구 일케 왔잖은가. 돈 워리 하시라. 우덜도 다 생각이 있다.(웃음) ...글구, 또 누구? 민주당? 민주당은 왜인가?

김-정부 여당이니까.

함-음.. (그러고 보니 괜히 물었다.)

김-언론이나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 짱난다. 실망스럽다. 예를 들어 대여점 문제 같은 것만 해도, 현실을 떠나서 원칙적으로 분명 저작권 침해이고 김영삼 정부의 실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거 잘못 됐다, 라고 자기 입장을 확실히 밝힌 사람조차도 거의 없었다. 그냥 이쪽 저쪽을 다 비판하면서 두리뭉실하게 넘어간다. 옳고 그름은 없고, 그저 욕먹는 게 싫다는 걸로 비친다.

함-맞다. 본 기자도 글타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지금은 돈 워리 하시라. 본지는 다르다. 양비론이나, 아님 딱히 입장 표명도 없이 구렁이 담 넘듯 써진 기사는 데스크를 통과 못한다. 뿐 아니라, 총수한테 맞는다...

게다가, 참고로 본 기자는 대여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기사를 2번이나 썼다. 그 일로 바이러스 폭탄 투척 같은 건 예사고, 얼마나 욕을 먹었는지 아직도 아랫배가 땃땃하다.

김-그런가? 그렇담 말이 좀 되게따.

함-...상대해 주겠다니 고맙다. 근데 어째 모가 좀 바뀐 거 같으다..

(이처럼 본 기자, 띨하게 있다가 몇 발짝이나 늦게 출발해 버린 100 미러 단거리 주자 모냥, 상대에게 이너뷰의 시작 개시를 일방적으로 좌지우지 당함과 동시에 개인 자질 테스트까지 받는 등 이너뷰어의 자존심을 훼손 당해씀은 물론이고, 아울러 울 딴지일보 전체는 인너뷰 하러 갔던 넘에게 되려 이너뷰 당하고 만 역대 이너뷰 사상 가장 치욕적인 개시를 하고 말아씀이다. 누굴 만나도 뻔뻔스러운 호연지기 이너뷰어 총수 이하 모든 딴지스들에게 면목이 없음이다.)

김-일단, 정부 차원에서 만화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함은 졸라 당연한 요구다. 민주당 여당 맞잖은가? 단지 만화만으로 일본이 우리에게서 얻는 수익이 그야말로 엄청난 액수다. 몇 조에 달한다는 통계도 봤다. 그도 그럴 게 요즘 만화 중 70 프로가 일본판 라이센스다.

근데 이게 일본 만화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대여점 등 왜곡된 시장구조를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어떻게든 일본만화만 유치해서 출판사 눈 앞의 수익만 맞추려 한 결과다. 그 결과, 한국만화는 좋은 게 나왔다 해도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조차 어렵지 않은가.

함-보통 한국만화 질 낮다고 하는 이들을 만나보면 보통 한국만화를 거의 안 본 사람들이다. 글타고 일본만화를 많이 본 것도 아니고, 세계적으로 히트한 일본만화만 대여섯 개 쯤 본 수준이랄까. 말하자면, 스필버그 영화랑 카메룬 영화만 보고서는, 한국영화 몇 개를 대충 훑어본 뒤 촌스러워서 못 보겠다고 거품 무는 셈이다. 때로는, 영화로 비유를 하자면 "임권택 영화는 스필버그에 비해 액션이 실감 안나서 후지다"라는 식의 비평을 서슴 없이 하는 걸 보게 된다.

김-물론, 요즘엔 일본의 만화시장도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700백만 부가 팔리던 주간 소년챔프의 위상도 많이 추락했고.. 하지만 그들은 중장년, 청년, 소년 심지어는 노인잡지 등 모든 계층을 위한 잡지가 있다.

그-한 마디로 걔들은 힘들다 힘들다 해도 기반이 탄탄한 거지.

함-그렇겠다. 일본의 잡지는 창간 때는 소년대상이었다 해도 그들과 함께 늙어가면서 성장하니까.. 시간이 갈수록 시장은 넓어지게 된다. 아이들은 계속 자라나서 새 시장을 만들어주고, 나이든 이들은 또 그들대로 지속적으로 시장을 유지해 주고..

김-그런 일본이 불황을 맞으면서 눈을 돌린 것이 아시아다. 아시아에는 수많은 국가가 있지만, 유일하게 그들과 맞설 경쟁력이 있는 나라가 우리 나라였던 거다. 내가 만화가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함-그 점에 물론 본 기자도 동의한다. 그러나 이런 시각도 있지 않나.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만화나 대여점 문제가 아니라, 대세라는, 그러니까 만화라는 장르 자체가 게임에 밀리는 게 대세 아니냐는 시각 말이다.

김-(약간 흥분) 그건 일시적인 거다. 첨엔 나도 그런 식으로 분석한 적 있었고,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인가 화가 났다. 근데 지금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비슷한 매체고.. 게임이 만화를 써포트하기 위해 존재하던 시절도 있었다.. 물론 앞으로 두 가지가 다 공존할 거고, 결국 이쪽 저쪽 번갈아 잘 나갔다 덜 나갔다 할 거다. 시소처럼.

그-문제는, 일본의 경우 게임 아니라 다른 모가 또 붐을 일으킨다 해도, 만화의 기반이 이미 딱 잡혀 있으므로 아주 큰 일은 아닌데.. 우리 경우는 그럴 때마다 망하기 직전까지 가야 된다는 거다.

함-진짜 망할 수도 있겠지. 요즘처럼 조금만 더 가도..

김-걔네도 첨부터 그런 기반이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칠십년대는 우리들처럼 엄마들이 집단 만들어서 만화 못보게 하구..

함-대여점, 모 대본소에 가깝겠지만, 그것 역시도 있었다고 알고 있다. 그건 결국, 잡지시장으로 돌파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김-일본에선 어른들도 보는 만화잡지가 있다는 거, 그거 너무 부러워했는데 우리도 이젠 그런 분위기가 생기고 있는데도, 성인잡지는 전부 다 망했고..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실은 유통 자체의 문제가 크다.. 출판사들의 인식 부족에서부터..

김-만화 자체보다, 시급히 고쳐져야 할 것이 외부적인 사회적인 문제다.

그-우리가 이 1인 웹진을 유료를 만들 때 걱정이 정말 많았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었으니까.. 오픈한지 한 달쯤 되었고 아직 회원은 800여명, 힘든 상황이지만 일정하게 꼬박꼬박 결제하시는 분들이 있어 일단 조금은 안심 된다. 회원 수가 더 확보되지 않는 이상 원고료도 없지만..

아직은 많은 이들이, 단행본이 나오면 빌려보겠다, 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이 1인웹진이라는 대안은 아무런 의미도 소용도 없어진다. 결국 선생님과의 협의 하에, 총판과 아예 거래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소장가치가 있도록, 최대의 퀄리티가 보장된 책을 자체적으로 유통시킬 거다. 그런데 오프라인으로 유통할 통로가 없다. 대형서점 정도.. 아님 인터넷 쇼핑몰.. 열악하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선생님은 물론, 울 나라 작가들의 역량은 뛰어나다. 입발린 소리가 아니다. 일본의 경우 시장은 대단하지만 작가들의 실력이란 건 많이 부풀려져 있다. 졸라 잘 나가는 몇몇 히트작을 빼면 거의가 다 내용이며 그림이며, 또 섹스고 폭력이라는 소재며, 비슷비슷하다. 매너리즘에 빠져있다고 할 수 있을 거다.

김-우라사와 나오끼(<마스터 키튼>/<몬스터>/ 최근 <20세기 소년>의 작가) 같은 애들 들먹이면 정말..

(일본의 저러한 일급 작가들(의외로 몇 안된다)은, 스토리 작가들부터 어시스턴트들까지 졸라 많기도 할 뿐더러 체계적인 팀으로 짜여져 있다. 게다가 무슨 사진이 필요하다, 자료가 필요하다, 말만 하면 그 잡지의 편집부에서 지구 어디든 가서 구해다 주는 정도다. 물론 돈도 엄청 번다. 그러니 실력 있는 어시스턴트 데려다 쓰는 게 뭐 일 축에나 끼겠나.

울 나라? 꽤 지명도 있는 만화가들도 원고료 받아서 어시 한 명 월급 주는 게 빠듯하다. 그럼 어쩌냐구? 일본이 열 명 붙어서 한 작품 한다 치면, 울 나라는 작가가 10 배로 일하는 거지 뭔 수가 있겠남. )

그-선생님 주변에 일본 진출 한 만화가들 많다. 일본에선 많이들 놀랜다. 그림체 특이하고 힘있고 에너제틱 하고.. 말했다시피 걔네는 매너리즘에 빠져 침체된 면이 많은데, 새 활력이 되는 거다. 그래서 우리도, 차라리 일본으로 건너가서 할까 고민도 했다. 컴퓨터 세 대만 놓으면 되니까..

그래서 인터넷 매체를 이용하게 된 건데, 사실 이 1인 웹진을 하게 된 가장 큰 의도는 선생님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모여서 작은 시장을 만든다는 거, 그 꿈이었다. 아직 오픈한지 한 달이지만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앞으로는 오프 모임도 가지고.. 뭐랄까 작은 패밀리 개념의 시장을 만드는 거다.

함-작은 시장이 많아지면, 그 자체가 하나의 대안이겠는데..

그-그렇다. 2호, 3호, 계속해서 나가려 하면, 일단 지금은 1호이며 모델이 될 선생님이 잘 되어야 하는데.. 그래서 모든 전력을 쏟고 있다.

함-부담도 크겠는데?

김-부담... 에, 안된다. (웃음) 현재 원고료가 나오질 않으니 그 핑계로 게으름을 피워도 훨씬 덜 미안하고..(웃음) 사실 퀄리티는 여태 내 만화 중 최고를 추구하며, 또 그렇게 하고 있다.

함-그 소년이 유에프오를 목격한 순간의 이미지컷(인트로 문단에 실린 이미지) 말이다.. 보는 순간 가슴이 찡 하면서 그런 게 있더라. 소년이라면 누구나.. 아주 원초적인 미지의 것에 대한 동경이랄까 하여튼..

그-정말인가. 그 이미지 컷이 실은 1인 웹진의 발단이었다. 우연히 선생님이랑 얘기 나누다가, 그 구상에 대해서 들었는데 그 때 본 이미지 컷 두 장 중 하나가 그거였다. 나도 그거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래서 걍 뛰어든 거다.

김-다른 사람들한테 전달이 되는구나..



함-음.. 근데 타 매체-중앙일간지도 있고 스포찌라도 있고-에서 보도된 것들을 보았더니.. 일인 웹진의 의도나 의미, 만화계의 현실 같은 것들에 대해선 거의 언급이 없고 그냥 중견 만화가의 근황소개 쯤으로 되어있더라..

김-그렇다! 으.. 게다가 중견..!

함-사진도 졸라 음침하고 반사회적인 눈빛의..(웃음) 게다가 새 만화 <엑스타투>에 대해서라면 모두들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겨 놨던데.

김-기자들은 남이 쓴 글을 자기 생각대로 베끼는 소설가다. ('젠장할'이란 표정)

함-걱정 말라. 본지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뀌는 재래식 언론 찌라시들을 늘 선도하는데 앞장 서고 있다.

김-난 정말 딱 두 가지만 해결되면 욕심 없다. 대여점 같은 문제는 오히려 그 다음 문제다. 첫째는 일본만화의 직배. 일본만화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직배 하라구. 그래야 시장이 투명해진다. 메이저 3사가 일본만화 사들여 가지구 그거 다시 잡지에서 서비스해서 벌어먹는 거.. 이게 증말 문제다.

함-그러게. 예전의 1-2개에서, 3-4개로 늘어나더니 요샌 아주..

김-난 차라리, 10개 20개 하란 말이다. 그러니깐, 차라리 다 갖구 와서 다 해먹어라.. 대신 만화광장 같은, 진짜 수준 있는 성인들의, 한국만화로만 이루어진 잡지 하나. 그거면, 그니까 성인 하나 청소년 하나 있으면, 바라는 건 그 뿐이다. 이거 정말 해줘야 된다. 한겨레나 딴지 아니면 없다. 그거 할 수 있을 만큼 잘난 정론지가 딴 데 또 어디 있나.

물론, 수준 있는 거 한다고 해서 졸라 딱딱한 모 왜, 오세영 씨 같은.. 그런 거 하자는 말은 아니다. 걍 첨부터 끝까지 만화다운 거, 빠굴 얘기 하더라도 왜, 몬가..

함-그렇다. 삼류로 손가락질 받던 만화가 인정 받을 수 있는 방식이 딱 둘 밖에 없었는데, 하나는 아트로 인정 받는 것, 아니면 민중주의 같은 사상성을 가지는 거. 오락으로서의 만화는 철저히 무시 받았다. 그런데 오락성에도 여러 가지 질이 있지 않은가. 오락이라고 다 같은 급이 아니다.

하지만 그걸 강요했기에, 작가들이나 독자들이나 양쪽 다 뭔가 예술 강박증 같은, 그런 것이 있었다. 근데 이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아트로서의 만화도 존재해야 하지만, 서브 컬처는 서브 컬처대로의 참맛이 있지 않나. 졸라 재밌어서 내내 낄낄거리며 보다가, 결국엔 가슴을 치게 만드는 어떤.. 가장 만화다우면서도..

김-만화광장이 그랬다. 그건 정말 대단했다. 그걸 모델로 한 잡지를 한겨레에서 추진을 했지만 늘 무산되고.. 실은 <씨네21> 나오기 전에도 이런 걸 하려고 했었는데 안됐다. 포기할 때마다 결과 보고를 하는데, 근데 그게 또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거여서 안타까웠다.

즉 만화광장을 모델로 봤을 때 말인데, 그 잡지는 백프로 다 우리 만화에다가, 명작도 한 두 개 나온 게 아니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항상 흥했다. 적자를 본 일이 단 한번도 없었단 말이다. 결국 사주의 개인적 사정으로 문을 닫았지, 잡지 자체가 돈이 안 되었던 적이 없다.

함-만화계에는 그런 일이 잦은 듯 하다. 얼마 전 인터넷 만화 쪽도 그랬는데, 만화에서 번 돈으로 다른 사업체 뒤치닥꺼리를 한다거나.. 그러니 그나마 고정적인 액수가 떨어지는 십대 취향 만화로 점점 시장은 좁아져가고 성인을 위한 만화가 없다는 거, 이게 우리 독자들도 졸라 환장하는 일이다.

김-말라죽어요.. 말라죽어.. 아니  내 나이가 마흔을 바라보는데(35세) 아직도 꼬마들 비위 맞추고 있어야 되니.. <화려한 시절>인가도 보면 드라마선 그래도 간혹 그런 소재들이 나오는데, 만화하는 나는 옛 시절 얘기 같은 건 하나도 못하고 애들 얘기만.. 물론 그게 싫다는 건 아니지만 늘 그것만 해야 되니까.. 성인물을 하고 싶다 하고 싶어 주을 지경이다.

근데 생각해보면, 성인이 되어서도 만화를 보게 된 첫 세대가 내 동갑들이나, 그니깐 우리 30대들인 듯 하다. 그렇다면 분명 걔들을 위한 만화가 있어야 하는데..

함-바로 그거다. 내가 속한 이십대 후반 삼십대 초반의 세대들도 모이면 요즘 볼 만화가 없다는 말을 늘상 한다. 분명 원하는 수요가 있는데 공급이 없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출판사든 영화기획사든 음반사든, 우리 세대를 수요자로 안 본다. 사실, 카드 쓸 수 있는 건 우리 아닌가? 왜 우리를 제껴 버린 건지? 난 뭔가 이 힘을 규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세대는 본지를 가장 많이 보는 독자층이기도 하고..

김-노무현 돌풍을 주도한 층이기도 하고..

함-이 세대가 전 분야에서 급부상하리라는 거다. 지금은 스스로 인식 못하고 있지만..

그-그렇다. 희망적이다. 아직 오픈한 지 한 달여지만, 결제하는 이들은 김 선생님 또래의 20대 후반 30대들이다.

함-우리 온라인 기자들도 주로 그 세댄데.. 볼 만한 성인잡지만 나왔음 하는 게 꿈이다. 왜 영화판이 두 번 보기 운동 같은 걸로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처럼 먼가 할 수 없겠냐고들 한다. 근데 아직 만화는 독자들이 직접 나서서 만화가들과 접촉하거나 판을 바꾸겠다고 나선 적이 없는데, 뭔가 해볼 만 하다.

그-두 번 '빌려'보기는 많이들 하던데..(웃음)

함-그러게 말이다. 선생님 팬이에요, 10번 빌려봤어요, 이런 말에 절망하는 만화가들이 많다. 10번 빌려보면 한 권 사는 거보다 더 비싸다. 또한 10번 봤다는 건 분명히, 소장가치가 있는 만화라는 거다. 그런데도 빌려보는 것은 분명, 만화는 사서 보는 게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결국 만화의 질이 낮아서 사보지 않는 게 아니라 인식의 문제란 증거 아닌가.

그-유통 구조의 잘못이, 즉 메이저 출판사들의 잘못이 큰데, 현재는 대형 출판사들조차 매출이 급감했다. 그들도 몸살을 앓는다. 모래 위에 성을 쌓고는 그게 허물어져가는 걸 지켜보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일 거다. 그걸 자각하고 뭔가를 해야 한다. 수많은 작가들은 그 메이저에 기대어 뭔가 변화하기를 바라지만 내내 그렇게 있을 수도 없고, 선생님처럼 과감히 나올 수도 없고.. 방황하고 있다.

함-<열왕대전기>의 이정애씨가 절필하고 <쿨핫>의 유시진씨도.. 게다가 절필까진 아니더라도 본인 고삐리 시절 아니 대딩이 시절까지만 해도 스타 중의 스타였던 명망 있는 작가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데.

김-오만함이나 자부심이 아니라, 내가 작가 누구누구로서 가지는 최소한의 자존심.. 그걸 지키면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정말.. 난 감정 많다. (삐리릭)이다..

함-어떤 경우도 오프 더 레코드는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알림이다.

김-뭘 어쩌겠나. 때리겠나. (<그리미>의 사장 김동욱 씨를 가리키며) 난 이런 정상적인 출판사는 첨이다. 컨텐츠가 1차부터 10차까지 하나씩 쭉 나오는데, 그걸 하나하나 전부 다 계약서 쓰자고 먼저 말한 건 첨이다.

함-아니 이런 주옥같은 분을 어디서 만났나.

김-술 마시다가.

함-역시 화학작용의 힘이군..

그-그 술자리.. 홍대 앞의 그..(웃음)

김-<아이큐 점프> 창간 딱 1년 후 내가 데뷔했는데, 20대가 혼자였다.

함-센세이션 아니었나. 게다가 젊지 미남이지..

김-(졸라 놀라는 듯) 모시?

그-(불쑥) 미남이긴 해요 모.. 동안이라..

함-게다가 그림 잘 그리는 걸로도 유명했지 않나.

김-낼모레가 마흔인데, 병을 다시 도지게 하지 마라.



함-흠, 그럼 외모는 접어두고, 그림 실력.. 본 기자도 한때 그림 쩜 그리겠다고 까불었지만, 졸라 노력해서 잘 그리는 사람들이 있고, 원래부터 모랄까 펜을 잡은 그대로 줄줄 그려내는, 탁월한 스탈들이 있는데 후자로 유명하지 않은가.

김-아니 아니다.. 데뷔 당시 난 증말 그림 못 그렸고, 지금 보면 도저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을 정도고..

근데 그땐 아무도 데뷔를 안 해서 걍 했다. 요즘 같음 서른 살까지 준비해서 시작했을 텐데.. 그 땐 너무들 안해서.. 난 허영만 선생님 화실에 있었고 당시 문하생이 꽤 많았는데 그 중에는 40대 분까지 계셨다.. 내 차례가 평생 안 올 거 같길래 원고를 들고 그 바닥을 다 돌았다. 당시 나오던 순정지 <모던 타임즈>와 <르네상스>에까지 돌았다. 다 튕겼다.

함-야~ 이거 비하인드 스토리다. <르네상스>라면 또 전설의 순정잡지 아닌가.

김-결국 <아이큐 점프>로 들어갔는데, 첨 들어갔더니 기존 작가들 쟁쟁하고, 참으로 오래된 편집장도 있었는데.. (웃음) 그 분 <보물섬>에서부터 했던 사람이다. 날 데리고 딱 하는 말이 '장태산, 이현세 이후론 작가주의는 끝이 났다' 이러는 거다. 난 속으로 '아, 그분들하고 친한가 부다' 했는데. 그러더니 하는 말이, '너는 서태지다' 했다. 근데 그게 서태지가 나온지 보름 쯤 됐을 땐데..(웃음)

난 모 서태지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지만 여튼 간에 그 당시엔, <난 알아요> 노래, 그거 모 트롯 같기도 하고, 근데 '오 그대여~ 가지~' 좀 그렇지 않나? (웃음) 하여튼 모 <현진영과 와와>가 또 하나 나왔구나 그럴 땐데, 졸라 기분 나빴다. 나보구 서태지라니.. 물론 두 달 후엔 칭찬으로 변했지만..


하여간에 기존 작가들 중에는 반가워한 이가 하나도 없었다. 이현세씨만 빼고.. 무슨 친분이 있거나 그랬던 것도 아닌데..

그-만화계에 들어온 경로가 비슷했으니까..

김-맞어.. 글타. 그 분이 <보물섬> 연재를 하기까지는 엄청난 압력이 있었다고 한다. 난 이미 독자 때 그분 만화를 보면서, 잡지로는 못 갈 거라고, 중학교 때 이미 알고 있었는데.. (웃음)

여튼 당시 내가 젤 많이 느꼈던 건, 만화가들의 표절. 당시엔 그게 오히려 당당하고 당연하다는 듯.. 왜냐면 너무나 전반적이라서 말이다.

함-그땐 아예 복사하듯이 베뀐 것들도 많았는데.

김-근데 차라리 출판사가 베뀌라고 해서 책 놓구 베뀌는 거, 그거도 나쁘지만 그거보다 더 나쁜 표절은 알아서 베껴오는 건데, 그리고 그림체 전혀 가공 없이 베뀌는 경우라던가.. 물론 나 역시도 허영만 선생님의 그림체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그런 식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으니까..

그-근데 <아이큐 점프> 초기, 그런 시절에는 또 그게 경쟁력이었죠.

김-사실 표절이란 게 한번 검증된 걸 가져오는 건데, 흥행이 보장 되니까.

그-<호랑이 사냥군>(초기작으로 시대물인데 최근에 발간) 나오는데.. 출판사에서 그런다. '에이 이런 거 말구, 잘 나가는 환타지나 <열혈강호>나 <몬스터>.. 모 그런 거 없어?' 문제는 그 사람들이 만화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팔린다 안 팔린다 그런 식이다.



김-그 사람들은, 만화가들아 힘모아서 같이 피흘리며 이 난관을 함 이겨내 보자 그러는데.. 그럼 내가 딱 물어본다. 증말 한국만화가 불황이라 고민이냐? 그러면 그렇다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 그건 아니다. 그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은 왜 들고 온 일본만화가 하나도 안 되는 거냐? 이게 사실은 고민이라는 거다.

그-차라리 H사처럼 '우린 일본만화 수입업체야'라고 하면 괜찮다.(웃음)

김-맞다. 난 거기 감정 없다. 감정 없어요.

그-문제는, 절대로 아니라면서, 한국문화 살리자고 말하고, 그러면서 뒤로는 일본만화 수입 해서 어떻게 수지 맞을 생각만 하고 투자는 없고, 자꾸만 눈앞에 이익만 급급하는 경영진들..

김-난 대여점 문제에만 집착하는 만화가들이 졸라 답답하다. 일본만화 직배가 해결 되고, 그 담에 괜찮은 잡지를 낼 생각을 하는 출판사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대여점 문제는 해결되어질 것이다.

함-가만히 보면, 메이저 출판사라 해도 경영진 아닌 기자들 중에는 만화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그 두근거림을 아는 이들이 있다. 경영진이라는 것은 원래가 또 보장된 수익만을 쫒기 마련이고, 그런 맥락에서 만화를 잘 모르는 그들(경영진)이 눈 앞에 보이는 이익이란 게 없다면 모험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은 당연할 거다. 대중의 변화를 그들은 상상도 못하니까, 시장을 개척할 생각은 못하는 거다. 나는 그러한 맥락에서 볼 떄, 언론의 역할이 너무나 한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김-그런 점도 있다.. <씨네21>이 그런 역할을 많이 해서, 한떄는 7-8페이지까지 분량이 늘어나 만화 섹션처럼 되었었는데, 다시 2페이지 쯤으로 줄었더라.

함-난 그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출판사들에게 30대들이야말로 구매력 가장 강한 시장이며, 그들이 이러이러한 것을 원하고 있다, 라고 알려주는 것은 결국 문화를 주도해 나가야 하는 매체의 역할 아니겠나..

사실 여태 제대로 된 한국만화 평 하나 없었고, 있었다 해도 만화잡지에만 실렸으니, 만화 보는 사람들만 보아 온 거 아닌가. 즉, 만화시장을 넓히는 데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거. 만화란 게 보는 넘은 맨날 보고, 그 외에는 평생 본 거 다 합쳐 열 권도 안 보고 사는 사람도 많으니까.

그러니 만화잡지가 아닌, <씨네21> 같은 데서 만화평을 했던 것은 상당히 파급 효과가 있지 않았겠나. 하지만 그역시 줄었다니, 중앙 일간지의 만화에 대한 기사래봤자, 신간 소개나 만화가 근황 정도니까.. 만화에 대한 편견부터 시작하여 유통이며 환경이며 근본적인 문제가 졸라 많은데, 그런 근황 소개 정도로는 연예인 가쉽을 쓰는 것보다도 사회적인 파장이 없는 거다.


그-정말 보니까, 우리 사이트에서 유료결제를 하는 대부분이 삼십대더라,

함-그러한 흐름을 알려야 할 텐데. 어쩌면 간단할 수도 있다. 출판사나 경영진은 자본의 법칙을 따르니까, 우리 대중들도 자본에 의해 움직여지지만, 반대로 대중문화의 구매자로서 결집된 대중은 자본을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은 칼이 되는데 어디를 향해 휘두르는가가 문제다. 그러한 방향을 만드는 것이 언론이잖나.

그-그렇다.. 사실 7개 정도의 언론과 이너뷰를 했지만, 제대로 기사가 나간 곳은 없었으니까. 전부 신해철이 사이트 배경음악을 어쨌다 이런 얘기고..

내가 이 유료 사이트에서 정말로 이루고 싶었던 것은, 그리고 알아줬으면 하는 것은.. 작가는 철저히 작품만 하고, 경영은 회사가 관리 하고, 이런 시스템 속에서 얼마나 훌륭한 퀄리티의 작품이 나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거. 그리하여 한국만화의 새로운 탈출구를 열고 싶다.

그리고, 철저하게 이곳에 가입한 독자들만을 위한 서비스를 할 생각이다. 그건 돈을 냈기 때문이다 라는 걸 떠나서, 작가를 믿어주는 이들만이 패밀리처럼 모인 공간이라는 거.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모두 우리 독자들이니까, 아닌 사람들은 말구, 철저하게 울 독자들한텐 엎어지구..

김-아님 말구~



함-좋은 전략이다, 본지도 그렇다. 본지 독자는 좋아하지만, 본지에 반항하는 거뜰은 상대 안하고 무조건 조까, 라는 게 본지의 올곧은 마인드다.

김-그럴 거 같다. 일망타진 이너뷰 보면 총수가 참, 못됐더라. 모랄까, 때려주고 싶은 얄미운 스탈.. 예전에 한번 딴지를 보다가 총수한테 나 이런 넘인데 함 만나자 라고 멜 보냈는데 총수가 쌩 깠다. 좀 열 받았는데, 제법 시간이 흐른 후 안 쓰는 멜 주소에 함 들어가 봤더니 거기에 만나자는 답신이 왔더라. (문득) 참, 근데 요기에 또, 내가 코딱지 후빈 거 쓰는 거 아니냐.

함-앗 후볐었나? 그럼 써야지.. 여튼 본지랑 통하는 데가 많은 사람 같다.

그-딴지사옥 함 방문하면 졸라 잼있겠다. 술도 한잔 하면서..

함-술...!


이너뷰, 사실 대담에 가까웠던 두어 시간은 술, 이라는 글자가 두둥 떠오르는 순간, 그 막을 내렸다. 술을 마시기 위해 자리를 옮겼던 것이다. 2차에서는 모병제가 어떻다는 둥, 졸라 란 말이 남성중심적이라는 둥, 만화랑은 상관 없는 여러가지 잡담들을 하면서 술을 퍼마셨다. 2차로 자리를 옮겼을 땐 이미, 편집장과 부편집장의 추궁 전화가 몇 번이나 울리고도 한참이 지난 후였고, 결국 본 기자는 필름이 끊기고 말았으니, 그들에게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 그 뒷일은 아무런 기억이 없음이다. 글고.. 알고 싶지 않다..

단지 추측해볼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지갑 속의 카드 명세서.. 동그라미가 호빵 한 봉지만큼 그려져 있었다. 또, 풍이 도졌었나 부다. "나 갑부집 딸야. 내가 쏠 거야~"

결국, 부어터진 얼굴로 다음 날 출근 한 본 기자 졸라 중대한 임무를 맡아씀이니. "알콜중독 클리닉에 즉시 등록하여 지병을 고치는 한편, 그 체험기를 기사로 써서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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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엔 이너뷰로 기획된 김준범 씨와의 만남이었지만, 결국 대담과 같은 형식이 되고 말았다. 당근 소프트하고 개인적인 이야깃거리들을 기대했을 독자들을 실망시킨 부분 크다 하겠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대한민국엔 하나도 엄따. 성인을 대상으로 한 만화잡지는 싸그리 폐간 되었고, 애니메이션 전문지도 아닌 만화전문 비평잡지는 울 나라에 전무후무 하다. 결국, 본지밖에 없지 않은가.

김준범의 시도 역시 그렇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그를 풀어내기에는 모든 상황에 여유가 조금도 없는 것이다.

그가 시도한 1인 웹진을 보자. 이것은 머 좀 재밌는 거 없나 해서 만들어 본, 아니면 그냥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해서 함 찔러보는, 되어도 그만 안 되어도 그만인 장난거리가 결코 아니라는 것은 자명하다. 이 새로운 도전은, 당연히 있을 작가의 개인적 부담은 물론이고 그 위에 거의 전멸해 가고 있는 한국 만화계의 새로운 대안으로써 가능한가 라는 공적인 부담까지 떠안은, 그러나 아무런 보장도 없는 위험한 것이다. 그래서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거고.

하지만 그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찌됐건 간에, 독자에게 징징대는 소리는 하지 않겠다 라는 말이다. 외부적 환경이 어떻든, 그걸 출판사의 유통 구조라든가 정부라든가 언론 등을 향하여 질타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독자들에게는 만화 이외의 것을 책임 지우지 않겠다는 거. 독자들에게는 오직, 만화의 퀄리티와 재미라는, 작품 그 자체만으로 승부하겠다는 거.

바로 이거야말로 그들이 어디서건 지키려고 했던, 만화가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독자의 자존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 대상이 만화가이든 뮤지션이든 배우이든 누구든 간에, 그러한 자존심에 걸맞는 작품을 접하였을 때,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감동을 주었을 때, 그 정당한 노력 만큼의 대가가 노력한 이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걸 인정할 줄 아는,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노력한 만큼 인정 받는 사회야말로 짤탱이 붙일 거 없이 우리가 꿈꾸는 리얼 명랑사회 아니던가.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오직 화염병 속에만 있지 않다고 본 기자는 생각한다. 지난 꿈들을 기록하고 다시 그것을 다음 세대에 전달할,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들을, 노래꾼들을, 그림쟁이들을 지켜내는 것도 바로 그 일이다. 어쩌면, 더욱 중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딴지산하 한국만화 수호천사단
변신미소녀 제1전사
주리(dandy@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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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6 Mon 22: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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