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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선생님 수정하기 삭제하기
공포의 외인구단
주말동안 아파 누워서 이현세씨의 <공포의 외인구단> 전권을 읽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공포의 외인구단>을 만화책으로 읽은 적이 없거든요. 그냥 이장호가 최재성이랑 이보희 주연으로 만들었던 영화판의 스토리를 익숙하게 기억하고 있었을 뿐이었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진 몰라도 만화책 이곳 저곳에 배어있는 80년대 풍의 올드함은 미묘한 향수와 안락함을 느끼게 하더군요. 엄지의 결혼한 다음의 올린 머리 스타일과 여러 80년대 특유의 옷스타일들, 오혜성과 두산과 엄지가 놀이공원에 놀러갔다가 콜라가 한잔에 1000원이라니까 너무 비싸다며 흥분하는 장면 등등 이것저것 재미있었던 부분들이 많았는데, 84년 당시 일개 구단의 일년 전체 운영비가 작년 FA로 풀린 홍현우 선수 한사람에게 지급되었던 돈보다 적구요.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만화 초반부에 여기저기 혹사당하면서 불공정 계약을 하고 있던 오혜성과 백두산을 보면서 이래서 선수협이 필요한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가지 이광환 감독이 90년대 등장해 선발, 중간, 마무리 투수 로테이션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이라 이 만화에서 등장하는 선발투수들은 거의 투구수에 상관없이 9회까지 완투하였는데 이것도 재미있었던 부분들이었구요. <카이지>식의 자학과 피학이 배어있는 에피소드들과 오혜성의 오버하는 표정들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참으로 열심히 그린 만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씩 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 그려졌던 대본소 만화들을 볼 때가 있는데, 그런 만화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섬세한 표정연출이나 장면연출들이 가득했구요. 요즘 만화들과 비교해서도 별 차이를 못느낄정도로 정성을 들인 부분들이 많았어요.

사족이지만 누구든지 살면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순간이 한 챕터 정도는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현세라는 만화가에게는 이 <공포의 외인구단>시절이 바로 그 챕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하는 반성의 시간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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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26 Mon 09: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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