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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유교수의 생활`에 대한 다른 의견, 혹은 비판, 혹은 딴지
20자+별점에 제가 한줄 써놓았더니 우공님이 질문을 하셨더랬죠. 벌써 한달 하고도 보름도 더 지나버렸군요. -_-;;
그때 바로 글을 쓰려고 했으나(실제로 몇 줄 적기도 했습니다) 우주에서 최고로 게으른 생명체 중 하나라고 자부하는 저는 이내 귀찮아졌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어떤 게시판에서 유교수에 대한 글을 보게 되었는데, 그때는 또 글을 써서 올리고 말았네요. 그래, 생각난김에 그 글을 여기다가도 퍼옵니다.
우선 퍼온 글에 앞서 제가 20자평에 쓴 표현에 대한 해명부터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제가 '진보를 향한 보수주의자의 칼날'이라고 한 것은 논란 거리를 만들어보자고 일부러 과도하고 선정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논란 거리를 만들자고 해놓고 정작 질문 들어왔는데도 암말 안했던 저의 게으름을 꾸짖어주시거나 혹은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
약간 손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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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천재 유교수의 생활'이란 만화를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보는데, 예스24의 서평이나 다른 만화 사이트(이곳 두고보자를 주로 염두에 두고 쓴 표현이 되겠네요 ^^)에서도 유교수에 대한 호평은 넘치지만 비판의 글은 잘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저는 '천재 유교수의 생활'에 대해 비판을 한 번 해볼까 합니다. 제 글의 요점을 미리 밝혀두자면 <'유택 교수'는 훌륭하지만 만화 '천재 유교수의 생활'은 그렇지 않다>가 되겠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 만화를 매우 싫어합니다. 심하게 말하면 시마과장(아, 부장 됐죠?)만큼이나 불쾌한 만화입니다.

유교수는 선량하고 외부세계(타자)에 유연(자신의 삶의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하게 대처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천재 유교수의 생활'을 그린 '작가'의 관점은 그렇지 않아보입니다.
오필리어님은 유교수가 타자와의 접촉(소통까지는 아니지 싶습니다. 유교수는 타자와 소통하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소통하려들지 않는 것 또한 한 가지 삶의 방식이므로 이를 비난하려는 건 아닙니다)을 통해 매력적인 세계를 발견한다고 하셨지만 제가 볼 때 그 과정은 오히려 그 많은 타자들이 유교수의 세계에 동화되어 가는 과정으로 여겨질 때가 더 많았습니다.

유교수는 자신의 삶 전체를 통해 직각 걸음을 단 한 차례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직각 걸음을 흉내내곤 합니다. 유교수는 타자를 이해하려들지 않지만(유교수가 그들의 삶의 태도를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타자들은 유교수를 통해 '배움을 얻습니다'. 유교수가 직접 가르치려들지 않아도 다른 인물들이 유교수에게 배움을 얻는다는 설정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유교수를 통해 배움을 얻으라고 은연중에 설파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렇게 '작가'가 '독자'들을 가리키려 드는 내용은 다원주의에 입각한 삶의 방식이라기보다는 자유 시장 경제 원칙에 입각한 보수적인 가치관과 삶의 방식입니다.

유교수가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려 드는 경우는 강의실 밖에서는 거의 없지만 어느새 모든 사람들이 유교수에게 한 수 지도를 받게 됩니다. "나는 너희들을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야, 그저 이런 삶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야"라고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가르치려 드는 작가의 음험함이 저는 매우 못마땅합니다.

유교수가 자신과 '다른' 삶의 방식을 취하는 사람들에게 '너는 틀렸다'라고 잘 말하지 않지만 "천재 유교수의 생활"이라는 만화를 통해 '작가'는 그들이 유교수와 그저 다른 것뿐 아니라 틀렸다고 말하고 싶어 합니다.

유교수가 직접 나서서 '너는 틀렸다'라고 말한 경우가 거의 없지만 제 머리 속에 콱 박힌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어 되짚어보겠습니다.

대학 시절 히피 문화에 심취되어 온몸을 꽃으로 장식하던 제자가 있었습니다. 유교수는 그의 옷차림새가 너무나 이상했습니다. "자네의 그 차림새는 뭔가?" 제자는 대답합니다. "사랑과 평화입니다."
'사랑과 평화를 위해서는 꼭 저렇게 입어야 하나?' 유교수는 이상하지만 그 자체로 문제삼을 것은 없기에 넘어갑니다.
10여년 뒤 그 제자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그 제자는 평범한 샐러리맨이 되어 있습니다. "자네의 그때 사랑과 평화를 외치지 않았나?" "어릴 때 일인걸요." 여기서 유교수는 한 방 먹입니다. "그러면 난 그때의 자네도 지금의 자네도 부정하네."

네, 멋지게 한 방 먹였습니다. 얼핏 보기에 이 에피소드는 변절에 일침을 가한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제가 느꼈던 것은 변절에 대한 일침이 아니라 히피 문화에 대한 조롱입니다. 작가는 '사랑과 평화를 위해 꼭 저렇게 입어야 하나?' 하는 유교수의 보수적 관점이 옳았다고 주장하고 싶은 겁니다.

'도로교통법을 준수하고 자유경제 법칙에 충실한' 삶이 '밝고 명랑'할 수 있다고 작가는 의뭉을 떨지만 그는 결국 '도로교통법을 준수하고 자유경제 법칙에 충실한' 삶이 올바른 삶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유교수는 거의 눈을 감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자신의 눈빛을 드러내지 않기 위함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렇게 감은 두 눈 뒤에 숨은 작가의 음험함이 몹시 불쾌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불쾌한 것은 그런 작가의 숨은 전략이 너무나 잘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Comment : 15,  Read : 3817,  IP : 218.148.211.19
2003/06/27 Fri 14:37:26 → 2003/06/27 Fri 14:42:06
pinksoju 

푸하하핫...한달하고 보름밖에 안되었나요?^^
(올려주신것 자체로 웬지 감사해야 할 만큼 시간이 흐른 것 같군요^^)
어쨌든...시마과장만큼이나 불쾌하다는 말에, 적극 공감.

2003/06/28
starfish 

눈빛을 드러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아내가 눈빛을 무서워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유교수가 다른 사람을 닮아가려고 하지는 않는다하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것은 틀림없습니다 신축 건물지을때 에피소드라던지 기타 에피소드에서도 그는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접근한것이 아니죠

마지막으로 그것이 가르침이라고 생각되고 불쾌하면 거부하면됩니다
거부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옳거나 귀찮기 때문이겠죠
혹은 이제까지의 자신이 살아온 방식이 틀렸다는걸 인정하기 싫기 때문이겠죠

2003/06/28
pinksoju 

설마요...그냥 만화책장을 보다가 덮으면 될 뿐이죠.

2003/06/28
bell 

-_-;; 그렇게 따지면, 이 논쟁이 계속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전 pinksoju님의 유교수에 관한 생각을 더 듣고 싶습니다. 시마과장만큼이나 불쾌하다는 말에 적극 공감하시는 이유가 무엇이온지요?

2003/06/28
pinksoju 

음...? 저는 논쟁을 할 생각으로 글을 올렸다기 보다는...그냥 적극 공감이란 말의 태도처럼 별로 특별한 생각도 없었구요. 만화책에 대해 별로 불유쾌하다고 생각될 때, 독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하나 더 언급한 것일 뿐입니다. ...실제로 제가 그랬구요.
시마과장만큼이나 불유쾌하다는 방식에 대해선...일단 제가 쓴 표현도 아니고...만약 이야기하면 정말 길어지겠지만...일단은 귀두박근님께서 올리신 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여지는데요...

2003/06/28

천재 유교수가 왠지 유쾌하게 여겨지질 않았는데 박근님 글을 읽으니 `아, 이거였구나!` 싶군요. 작가의 다른 작품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넌 킹카, 난?`을 보면...유교수는 작가의 보수성을 세련된? 절제된? 형태로 그린 것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넌 킹카, 난?`을 읽다가 숨이 막히는 것 같아서 결국 덮어버린;;)

2003/06/28
시내마로 

귀두박근님 한가지 물어볼께요.. 천재유교수의생활이란 만화가 불쾌한 이유가 님생각과 틀려서 보수적이기때문에 싫은겁니까? 아님 그보수성을 너무도 잘포장해서 오히려 작가가 음험하게 느껴져서 싫다는겁니까? 네 이만화 다소 보수적이고 기존의 윤리와 가치관을 지키고자하는 만화입니다. 그러나 그전개 과정이 매우 설득력있는 애피소드로 그걸 나타내지 않습니까? 그런데 님은 그작가의 가치관과 님의 가치관이 틀리다는 이유만으로 이만화가 불쾌하다고 하시니 너무 편협한것이 아닙니까? 일례를 들면 동성애를 부정하는 분이 잘그려진 동성애만화를 보고 불쾌함을 느끼듯이 말이죠.

2003/06/29

에... 박근님이 `천재 유교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비판하려는 의도로 쓴 글이 아니니 괜찮지 않을까요. 이 작품에 대한 상당수의 찬사의 시선과 다른 시선을 보여주신 것 뿐이라...

2003/06/29
귀두박근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제 글에 답글도 세 개씩이나 달리고 리플도 여럿 달렸군요. 흐뭇합니다. ^^

시내마로/매우 극단적인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A와 B 사이에 어떤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논쟁이 붙었습니다. 그런데 논쟁은 어이없게 끝나버렸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B는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렸고, 그것을 캐치해낸 누군가가 한마디 했습니다. `B는 길거리에 담배꽁초나 버려대는 놈이다.` 그걸로 논쟁이 끝나버렸습니다. B는 패배했고 A는 자연스럽게 승자가 되었습니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비유인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는 `천재 유교수의 생활`이라는 만화의 메커니즘은 이와 매우 유사합니다. 그 점이 저를 불쾌하게 만듭니다.

2003/07/03
eric 

재미있는 글 잘 봤습니다. 별 논쟁의 여지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아무튼 `철도원`류의 영화가 대히트를 치는 나라 아니겠습니까....
그런 식의 국정교과서류의 올바름(개인적으로는 상당한 오버라고 보이는)에 일본 특유의 가치, 스테레오 타입, 카이저 수염 따위의 결합에 의한 산물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사실은 재미가 없어서 끝까지 다 볼 수가 없기도 했지만.... -_-

2003/07/14
news 

흥미로운 글을 이제야 봤네요..

2003/09/20
봄바람 

솔직히 이예의 또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A는 명탐정 코난이고 B는 소년탐정 김전일(긴다이치 코우스케)이 아닐까? 무슨 고등학생이 책과 공부에다가 거기다 잘생기기까지 하는건 현실성이 있는것이고 온갖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거기에 휘말려들지 않는 긴다이치가 미치지 않았다는것은 비현실적인가? 물론 이성적으로 비판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2004/01/14
봄바람 

물론 잘생긴건 타고나는것이고 공부와 운동 도덕성은 모두 노력이다라고 하면 저는..............
그런 노력의 필연성이 암만 봐도 안보이는데?
ㅡㅡ
게다가 아직도 연재하는걸 보고 있자니 울화통이 치밀어서 나는 저만화 덕분?에 중학교때 펑펑 놀다가 고등학교 1년 늦게 들어갔는데....

2004/01/14
nvmind 

저도 유교수 맘에 들지 않았는데 누가 물어보면 뭐 딱히 할 말은 없었거든요, 속을 콕 찝어주신 듯 시원한 평입니다. 보는 동안 내내 답답한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더 읽는 것도 접었지만^^

2004/06/19
chldms 

전 최근 유교수의 젊은 시절 특히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 무조건적 항복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부분 이후로는 불편해서 책을 덮고 말았습니다..일본 만화가들 작품곳곳에서 발견되는 일제 시대 제국주의 국가로서의 가해자로서의 반성은 없고, 피해자로서 미국을 동경하면서도 포악하고 문화적 이해가 없는 식으로 그려내더군여...반딧불의 묘를 볼때만큼이나 불편했다는;;;

200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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