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위 글을 처음 올린 사이트는 진보누리였습니다. 거기에 어떤 여자분이 `한국에서 유교수 같은 남자 하나라도 데려와봐라. 진보고 보수고 나발이고는 그 다음에 생각하자.`라는 취지로 리플을 다셨더군요. 솔직히 전 거기에 별로 반박할 말이 없습니다. 저 스스로 진보라는 가치를 추구한다고는 하지만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념적 가치 이전에 유교수만큼의 건전한 미덕을 가진 사람 정말 희소한 세상이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우공님 말씀처럼 저 역시 `유택 교수`와는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진보입네 하는 짜증나는 인간들도 많이 봤고, 제 나름대로 `건전 보수`라고 평가하는 괜찮은 사람들도 몇 봤습니다. 우공님이 히로미츠라면 이렇게 말씀하셨을 거라는 부분, 저 역시 동의합니다. 저 역시 유교수처럼은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전 도로교통법은 경우에 따라서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물론 늘 무시하면 곤란하겠죠 ^^). 그럼, 제 질문은 이것입니다. 왜 히로미츠는 유교수에게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을까요? 혹은 말하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으면서 왜 유교수 뒤에서 유교수가 훈계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나서야 히피 복장을 다시 착용할까요? 그 에피소드에서 또 하나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왜 유교수 앞에는 하필이면 그 제자가 나타났을까요? 제 나름대로 답변을 내려보겠습니다. 그러한 모든 설정들이 작가에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제자를 만난 건 유교수에게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작가에겐 필연입니다. 히피 문화에 경도된 청년이 우공님처럼 똑부러지게 자기주장을 하는 경우는 작가에겐 필요 없는 경우입니다. 작가에게 히피 문화에 경도되어 있는 청년은 `너는 왜 그런 차림을 하고 다니니?` 하면 쫄아서 평범하게 입고 다니다가 저런 에피소드를 뒤에서 훔쳐보고 나서는 다시 복장을 바꾸는 히로미츠처럼 일희일비하는 청년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작가에게는 유교수의 가치가 옳고 다른 가치가 틀렸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만화 안에서는 우연의 산물처럼 보이겠지만 그런 상황을 늘어놓는 것은 작가의 선택이고 필연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작가의 음험함이고 제가 불쾌한 이유입니다.
그것이 작가의 음험함이라고 말하기는 그렇군요. 이현세 만화에 나오는 일본인들이 비열하다고 `이현세 작가의 음험함`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죠. 유치하고 질리기는 합니다만. 이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그래도 스테레오 타입화해서는 이현세 만화보다 한걸음 나가고 있지요. 물론 저도 이 만화가 만점짜리라고 생각지는 않아요. 귀두박근님이나 저라면 히로미츠의 상황에서 딱부러지게 얘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습니다. 그것이 비단 히피문화에 물든 젊은이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 방식에 자신감이 부족합니다. 만일 히로미츠가 그런 대답을 했다면 정치적으로 공정한 만화가 됐겠지만 사실은 절라 재미없게 되었을 겁니다. (굿모닝 티처가 그런식의 전개를 했었죠. 물론 당시로선 좋은 시도였습니다.) 히로미츠는 유교수에 비해서 여러가지로 모자라는 사람이죠. 하지만 작가가 그를 단순히 희화화하거나 유교수 생활방식의 우상화를 위해 캐릭터를 희생시키기만 하는 것은 아닌 거 같습니다. 다른 캐릭터들도 그렇죠. 물론 작가가 특정 캐릭터, 주연을 내세우는 경향이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유교수의 생활방식을 존중하고 취할 부분이 있지만 그것만이 옳다고 믿기에는 너무 세상에 때가 묻어 있습니다. ^^ 실제로 주변에서 이 만화를 보고 도로교통법을 준수해야 된다던가 자유시장경제야 말로 최고의 경제체제다라는 주장을 전개하게 된 분이 계신가요? 독자에게는 텍스트를 씹어먹고 소화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유교수와 대립하는 캐릭터들 중 일부는 그에게 감화되지만 일부는 자신의 생활 방식을 굳이 접지 않습니다. 그러는 그들에게 발견되는 건 유교수가 가진 것과 유사한 자신감이더군요. 그리고 감화되는 이들이 가진 것은 열린 마음이지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려면 둘다 필요한 것이겠죠. ^^ 뭐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성인동화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덕분에 저는 볼때마다 이것이 픽션이라는 자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