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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악귀 (http://www.kkamakagui.wo.to)  추천하기 수정하기 삭제하기
Re: 깜악귀님 칼럼읽고 질문 몇가지 입니다.
제 글에 대한 문제제기에 답하겠습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제 글은 실제로 많은 오류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쓴 것은 몇 가지 오류에도 불구하고 읽힐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전제하는 것은 미리 꼬리를 내리려고 하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세요.

그 오류 중의 하나가 2nd님께서 말씀하신 "굳이 김진과 신경숙을 비교하는 내용이 필요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이 글을 쓸 때 머릿 속에서 김진과 신경숙을 비교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굳이 김진인 이유는 제가 김진의 작품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전체 논지에 반드시 필요한 사례는 아니라도 효과적인 사례는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현재 만화를 바라보는 매우 관습적인 기준을, 낮설게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파워풀한, (폭력적이기도 하지만) 비교가 될 것이라 생각했고, 주변에 보여주었을 때 실제로 반응이 그렇더군요.

이 비교가, 쓸데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실은 이 비교는 글 전체의 내용을 축약해서 전달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만화의 걸작은 다른 부분에서의 수작이다"라고 썼더라면 좀 평범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강한 문제제기였고, 이 부분이 선정적일 수 있다는 비판은 인정하겠습니다. 어쨌든 그 글이 놓인 위치가 "논단"이라는 점도 배려해주십사 하고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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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님의 문제제기 또 하나는, 위의 비교에 있어서 장르의 특성을 무시했다는 점입니다. 이 말씀은 만화라는 장르의 특성과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이 독립적으로 평가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일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항복입니다. 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만화 자체의 특성이다'라고 생각되는 부분 중에 아주 많은 부분이 매너리즘과 관습의 산물이기도 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김진의 만화는 '연재만화'로서의 구성과 전개를 가지고 있있는데, 신경숙은 책 한 권씩 내도록 되어 있죠. 드라마와 영화를 비교하기 어려운 것 이상으로 김진의 만화와 신경숙의 만화를 비교하기는 어려운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재만화'라는 것이 '만화'의 고유한 특성은 아닐 것이고, 연재만화 포맷에 대해서, 저는 엔터테인먼트에 많이 종속된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형식에서도 뛰어난 작품들이 많이 나왔습니다만, 그것은 단순히 다른 경로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재만화는 연재만화 나름의 가치와 특성 위에 평가받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신다면, 동의하겠습니다. 이런 것이 장르의 특성일 테니, 장르의 특성 위에서 평가되어야 한다는 말에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연재만화로서 담기 어려운 내용을 담은 만화가 그 종수가 적고, 이 부분의 공백이 현재 한국만화의 가장 큰 공백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그것은 현재 장르의 특성에 매달려 미래 만화의 가능성을 제약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이런 의미에서, 저는 다른 예술장르와의 정면비교, 정면대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화의 특성, "만화니까 이런 거다"라는 점은 아주 쉽게 "만화니까 어쩔 수 없잖아.."라는 식의 사고가 되더군요. 만화는 참 많은 것을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별로 새로운 소리는 아닌 듯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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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글에서 '걸작'이라는 개념이 실제로 애매하게 쓰였습니다. 2nd님의 글을 보고 놀랐습니다. 제가 글 쓰면서 스스로 미심쩍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다 나오네요..

물론 걸작의 기준이 메시지 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형식미에 대한 부분도 있을 터이고. 때로는 상업적 포맷을 정립한 만화를 걸작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제 글에서 '상업적 포맷의 정립과 확산'이라는 요소는 '걸작'에서 제거하고 논지를 전개했습니다. 

그보다 걸작의 기준은,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그럴만한 내용이 담긴 경우, 혹은 이를 위해서 당대의 예술형식을 크게 발전시킨 경우를 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그 작품을 대중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납득할 만한 합의 과정을 거쳐서 걸작이라고 불릴 수 있다. 즉 사회적으로 그 작품이 인정되었는가, 혹은 인정될만한가의 문제이다.

위의 문장은 현재의 글보다 순화시켜서 썼던 버전에 삽입되었던 구절입니다. 저는 "사회적 파급력, 사회적 인정"을 걸작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제가 그 글에서 썼던 '걸작' 기준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다른 용어가 있었으면 다른 용어를 썼겠습니다만)

사회적 파급력이나 사회적 인정이라는 부분에서는 메시지 성이 많이 강조되겠죠.  형식적인 부분은 만화팬이 아니면 잘 짚어낼 수 없는 것이고, 영화 <서편제>가 유명했던 이유는 롱테이크 기법이 아니라 "한의 정서가 어쩌구.." 였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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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영화는 상업적환경이 받아들이지 않아서 사장되지만 만화쪽에서 상업적 환경이라는것 조차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않은 상태에서 걸작만을 바란다는거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2nd님이 쓰신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잘 이해가 안 가는데요? 소설도 상업적 환경이 잘 형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많은 시인들은 자기 작품의 1/3을 자기가 산다고 합니다. (적게 팔렸다고 하면 쪽팔려서) 생계는 회사 사보에 글을 써서 연명하죠. 상업적 환경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배가 고파서 펜을 꺽고 취업전선으로 나가는 소설가나, 혹은 아르바이트하며 충무로를 전전하는 영화감독 지망생들 역시 많습니다.

상업적 환경은 상업적 환경이고, 만화가는 그에 상관없이 자신이 낼 수 있는 최선의 좋은 작품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만화가들이 기본적으로 "출판사에서 받아들여주어야 그릴 수 있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런 것도 다른 예술장르와 명확하게 선을 긋는 지점이라 생각됩니다. 팔리기 위해서 그리는 것은 엔터테인먼트라고 했던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저는 지금의 만화가들이 "어쩔 수 없이 엔터테인먼트를 하고 있는 예술가"라는 아우라를 스스로에게 덮어씌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열등감과 한을 내면화하는 거죠.

지금 현재 그것이 발전적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엔터테인먼트는 건전하게 좋은 엔테테인먼트를 추구하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제9의 예술'운운하며 사회적 위상을 부르짖을 수는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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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내리고 그 위에 내용을 썼다는 혐의를 두셨는데, 맞습니다. 결론은, 과연 만화는 다른 예술장르의 정면대결이 가능할까, 그리고 그 비교를 감수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다른 예술장르가 현재의 위상이 된 것은 사회적 파급력과 인정이라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므로, 만화 역시 그럴 준비가 되어 있고서야, 위상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구요. (물론 다른 예술장르는 이미 서구에서 인정받는 과정을 거친 후에 한국의 지식층에 유입된 경로가 맣많긴 합니다)

감사합니다. 제 글은 제가 보아도 그 자체로 완성된 것 같진 않습니다. 오류도 많고. 풍부한 이야기가 오가면 그 부분이 채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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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14 Sun 19:51:06 → 2001/10/14 Sun 19: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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