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비평사이트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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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악귀 추천하기 수정하기 삭제하기
밑의 글 잘 읽었습니다.
아, 일단 제 소개부터 해야 하겠습니다. 저는 깜악귀라고 하고 이곳의 편집위원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밑에 쓰신 글이 제 길을 읽고 쓰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도 할 말이 있을 것 같기도 해서 키보드를 투닥투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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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예술론', OO는 예술인가? 라는 질문만큼 허무한 것도 없을 겁니다. 예술 결국 자기환원적인 가치라서요, 예술하는 사람들이 예술이라고 인정하느냐 마느냐가 통상적으로 많은 부분을 결정합니다. (예술제도론) 하지만 통상적인 의미를 넘어서서 좀 더 객관적인 기준을 잡자면, 저 나름으로는...

예술이란, 예술행위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작품이 예술이냐 아니냐를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주 당연히, 폭력만화도 예술이며, 피카소도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폭력만화를 그리는 행위 - 예술창작행위. 폭력만화를 읽는 행위 - 예술수용행위, 폭력만화를 비평하는 행위 - 예술비평행위. 이 모든 것을 예술행위라고 부릅니다.

어떤 작품이 예술이냐 아니냐는 뭐랄까, 작품에 대한 아우라(후광) 덧씌우기, 신비화하기, 경전화하기 등이 동반되는 것인데, 솔직히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어쨌든 예술이라는 단어는 주관적인 것입니다.

사회의 현존하는 예술에 대한 편협한 기준은 '예술'이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는 권리와 이득이 누구에게 집중되어 있는가에 따른 것이겠지요. 결국 예술이냐 아니냐라는 허구적인 말다툼에는, 일종의 힘겨루기가 존재하는 것일 겁니다. 그리하여 이전에 그렇지 않았던 것이 어느 시기에, '예술'이라고 부를 정도가 되면 그 예술매체는 그 사회 예술제도의 권위 속에 자신의 자리를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 헤게모니 싸움, 인정투쟁 등등.

결국 '예술'이라는 말에는 실체가 없고, 그 말이 어떤 작품이나 장르/매체에 사용될 때의 '사회적 효과'가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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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예술이냐는 말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는 만화가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님이 쓰신 그대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래문장)

(인용시작)그럼 글의 목적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만화는 예술이냐 아니냐.한마디로 예술입니다.미술이 가진 시각적 감각과 문학이 가진 문장력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예술입니다.만화가 예술이냐 아니냐의 논쟁이 단지 사회적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것이 아닌 처음부터 예술이었던 겁니다.(인용끝)

저는 만화가 미술이 가진 시각적  감각과 문학이 가진 문장력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예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글과 그림을 병치하는 순간, 문학이 가진 문장력을 온전하게 되살리기는 어려워진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그것과는 다른 '만화적인'(만화-예술적인) 표현이 가능해지는 거죠. 다른 매체(media)가 예술이 가능한 매체인 만큼, 만화는 예술이 가능한 매체이고, 다른 대중문화장르가 예술인만큼 만화는 예술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만화가 예술이냐 아니냐'라는 말은 애당초, 실제로 예술의 정의와는 아주 동떨어진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이론적으로 예술이냐 아니냐 하는 논리적인 싸움이 아니라, 그 이면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느냐 아니냐의 그것이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예술'이라는 '사회적 힘'을 가진 개념을 무기로 한 담론의 싸움이죠. 거기에서 예술이라는 말은 도구였을 뿐 그 싸움의 진의를 표현하는 것은 아닙니다(물론 제대로 싸워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만)

굳어진 기존 예술에 대한 인식의 장에 명함을 내미는 행위였거나, 빈 자리가 없는 지하철에 탔는데 어떻게든 앉아야만 한다든가. (근데 앉아 있는 사람들은 전부 양복입었는데, 나만 점퍼에 청바지)

따라서 '사회적인 인정'이라는 점이 예술이냐 아니냐하는 싸움의 핵심입니다. 영화는 그 이전부터 예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예술로서 받아들여지게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던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대단히 많은 영화-예술가들의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들은 영화를 통해서 높은 사회적, 심미적 가치를 담아내려 노력했던 것이죠. 상업성이 지배하는 현재에도 사회적인 표현물로서의 영화의 전통은 살아 있습니다.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그런 영화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죠. 영화생산, 수용, 비평 삼박자에서 모두 말입니다. 이것은 역시 문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70-80년대에 존재했던 문학의 리얼리즘 전통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후세대들이 그 전통 하에서 역시 창작-수용-비평행위를 하죠. 때문에 "......"님이 말씀하신 다음 문장에는 전 별로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인용) 지금처럼 예술에 대한 편협함이 온 사회를 덮고 있는 상황속에서 위상과 권위를 얻기 위해 궂이 거기에 애써 발맞추려 노력 할 필요는 없다고 보입니다.폭력만화를 보고 예술로써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네 그릇은 그정도구나'라고 비판을 하면 되는겁니다(예술로써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폭력만화를 재밌게 읽느냐 아니냐에 대해 따지자는게 아니라 폭력만화가 가진 예술성과 미학에 대한 몰지각한 비난과 가치비하에 대해서 입니다). (인용끝)

지금 사회의 예술에 대한 편협함... 은 애당초 예술이냐 예술이 아니냐에 대한 미학적인 것이 아닙니다. (대중은 미학을 어차피 모릅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관습적으로, 예술이냐 아니냐를 말하는 것은 '저것이 높은 수준으로 대접받을 가치가 있는가 있는 예술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만화는 예술입니다. 그러나 예술이라고 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때문에 질문은 다음과 같아야 합니다.

만화는 고유한 가치를 지닌 예술이다, 그런데 그 예술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표현방식으로서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가. 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는가?

영화는 개별 영화의 질적인 그 엄청난 편차에도 불구하고, '영화'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떤 아우라를 획득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만화에 비해서 말입니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영화한다"고 하면 "오~!"한다는 말이죠. 그것은 그 '영화를 창작하고 수용하고 비평하는 예술행위'가 사회적으로 높은 의미를 가지는 행위였다는 전통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그 역사는 짧은 것 같지만, 숱한 80년대의 지식인들이 영화운동에 투신했던 역사와 관련이 없잖아 있습니다. 현재 영화잡지나 영화인들이 그 세대들이기도 하구요.

그렇다면, 역시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만화를 창작하고 수용하고 비평하는 예술행위'가 사회적으로 높은 의미를 가지는 행위인가. 혹은 그럴만한 가치를 내보인 일이 있는가.

물론 심미적인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심미적인 것 역시 사회적인 의미를 가지죠. 왕가위 감독의 스텝프린팅.. 기법 어쩌구가 그의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한 표현방식이 되듯이 말입니다. 혹은 심미적인 것을 드러내는 그 자체도 하나의 주제가 됩니다. 그런데, 그것이 그것 자체만으로 '사회적인 의미'가 있다고 인정받지는 않습니다. 일단 그것 자체는 '미적으로 신선한 감수성이다'라고 인정받을 뿐입니다. 그 다음은 비평행위의 몫이죠.

그래서, 이제 폭력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폭력만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네 그릇은 그 정도구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그 말을 들은 사람은 그 말을 그대로 돌려줄 수 있을 겁니다. "네 그릇은 폭력만화로구나". 마찬가지로, 로리콘, 헨타이, 야오이 그 모든 것에 나름의 심미적 가치가 있습니다. 저는 포르노영화에도 그 정도의 심미적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님이 폭력만화의 예술성에 대해서 어떤 말씀을 하실지가 무척 궁굼합니다. 포르노물에도 예술성이 있지요. 사실은 같은 포르노 장르라도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과 '젖소부인'은 좀 다릅니다. (혹은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랄까. 이것도 싫어하는 영화입니다만)

제가 장선우를 좋아하기는 커녕 싫어하는 편이지만, 다르긴 다르죠. 마찬가지로, 현존하는 폭력만화가 폭력이기 때문에 나쁘다는 것은 잘못입니다. 그러나 역시 현존하는 폭력만화가 좋은가는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겠습니다.

지금의 폭력만화는 서로 동종교배를 거듭하면서 잘나가는 작품을 모방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저는 지금의 폭력만화는 일단 그 창작의 발상에서부터 "시간 날 때 읽고 집어던져도 좋습니다"라고 도장이 찍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뭐 너무나도 멋진 연출이 있어서 두고두고 또 감상하고 싶은 장면이 담겨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액션의 스타일리스트'라고 할 만한 만화가들이 있습니다. (이태행이라든가) 그렇다면 그 정도 인정받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폭력만화를 보고 예술로서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존하는 폭력만화 중에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가치를 담은 작품이 있나요?

'베르세르크?', 베르세르크는 멋진 작품입니다. 오우삼 감독의 작품 정도의 가치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역시 그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렇게 이야기하면 좋겠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해 줄만한 사회적 문제의식이나 심미적 가치를 담고 있는가?

폭력만화에는, 모든 장르가 그렇듯이, 심미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저는 심지어 포르노에도 심미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여러차원에서 문제꺼리가 많다는 것도 역시 인정하실 겁니다. 폭력만화에도 그런 차원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르노보다는 덜 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것을 검열하거나 탄압해야 한다는 데에는 반대합니다만, 만화가 학교에서는 매일매일 폭력만 일어난다는 식의 매체여서는 곤란하죠.

현존하는 예술장르의 자격요건에 만화가 자신을 끼워맞추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현존의 만화는 과연 무엇을 위해, 누구에게 필요한 것일까요? 현존의 만화는 오히려 만화가 가지는 여러 가능성을 제약하고, 산업적이고 자극적인 방식으로만 발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만화는 사회적으로 고립되어온 동안 너무나도 폐쇄적이고 탐미적인 장르가 되어 버려서, 사회적인 표현방식으로 기능할 수 있는 장르의 전통을 확립하기란 요원한 일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모든 매체와 장르는 예술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회가 예술이라고 인정해주는 예술은 '사회적 예술'입니다. '사회적 예술'로 인정받고 못하는 과정 속에는 기득권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투쟁이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어떤 매체/장르가 사회적 예술이냐 아니냐는

그 예술이 그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온전한 표현방식이 될 만 한가? 그러한 가능성을 풍부하게 살려온 전통을 확립하고 있는가?

라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같은 취향을 가진 놈만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는 예술적 전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폭력만화를 '사회적 예술'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 속이 좁아서"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를 계속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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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04 Fri 17: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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