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비평사이트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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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만의 강한 소신..이..
저는 그 소신과 자폐증을 구분하지 못하겠습니다.

결국 '만화만의 것'이란,  성과 폭력의 표현에서의 장점이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이 만화의 소신이라는 것인가요?

제 생각에는 오히려 만화의 가능성을 한정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훨씬 더 많이 확장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물론 다른 예술장르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열등감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비교할 기준 자체를 거부해서도 안 됩니다. 만화만의 시각으로 만화를 바라보아서는 안 됩니다. 어떤 매체는 사회 속에서 최대한 다양하게 실험되고 이해되고 소통되었을 때 가장 자신이 고유성을 극대화해서 발휘합니다. 만화만의 시각으로 만화를 바라보는 것은 만화의 고유성을 옹호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만화의 특정 한계에 갇히는 것이 아닐까요.

현존하는 어떤 장르도 만화만큼 자기 예술장르 내적인 시선으로 자기 예술장르를 바라보는 자기애에 빠지지는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박물관에 갇혀버린 회화들, 우리가 고리타붆다고 생각하는 미술계조차도 꾸준한 자기변혁을 시도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 변화는 정신이 아찔할 지경입니다. 한 세대마다 사회 외적인 충격에 따른 자기-변혁이 있지요. 미술사 책 하나만 읽어봐도 ... 명백합니다.

'사회적 예술'이라는 말을 제가 썼을 때는 사회제도에 굽히고 들어가라고 한 것이 당연히, 아닙니다. 한 장르/매체가 전사회적 예술로 인정되는 것은 물론, 일종의 타협과정입니다. 굽히고 들어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투쟁과정이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의 타협과 어느 정도의 투쟁이냐는 각각에 따라 다를 겁니다.

저는 여전히 만화가 전사회적 예술장르가 되길 바랍니다. 그것은 전사회적으로 만화를 자신의 표현방식으로 삼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만화 속에서 자신의 감성을 발견하고 또 만화 속에서 그것을 표현하려 한다는 것이지요. 만화를 서로의 간접적이고 무한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사회적 예술이라는 것이 정치나 경제, 윤리를 표현하는 다큐멘타리라는 것은 아닙니다. "......"님은 사회성이라는 말을 '진보적'이라든가, '운동적', 혹은 '계몽적'이라는 말과 거의 비슷하게 들으신 것 같습니다. 제가 글에서 예를 들 때 실제로 그런 오해의 소지를 남겼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주 심미적인 것조차 사회적인 것입니다. 폭력만화 역시 마찬가지지요. 그리고 포르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어떤 장르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 장르의 전반적인 풍토가 문제입니다. 사회와(타인들과) 공감대를 이루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며,  그러나 단순히 장르 내적 논리와 감수성 속에서 그것이 스스로 동종교배와 근친상간을 거듭하여 사회적으로 소통불가능한 자신들 사이에서의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는 것. 만화가 소수의 탐미적인 장르가 되어갈수록, 만화의 자폐증은 심해져 가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요. 기존의 주류예술 역시 자폐증에 빠져 있다. 음.. 그것은 승자의 허무함이랄까 그런 것이겠지요. (그리고 한쪽은 몰락한 자의 자학?) 그것 역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제가 사회적인 예술로서의 만화를 이야기했을 때는 당연히, 위의 주류예술제도에 편입해야 한다고 말한 것 역시 아닙니다. 그 고루한 것들은 이미 사회적인 예술이 아닙니다.

사회적인 것은 언제나 당대의 대중적인 것입니다. (이를테면 70년대의 영국 펑크록처럼) 그러나 현재의 만화는 대중적인 것조차도 아닙니다. 탐미적인 만화의 자폐증은 대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거나, 심지어는 심심할 때 만화를 읽는 이들에게도 경멸을 받습니다.

그럴 때 "그런 놈들이 속 좁은 놈들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대화의 단절입니다. 그리고 자기 취향의 방어적 옹호가 될 수밖에 없죠.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은 건들지 마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사회더러, 만화를 인정하라는 말도 할 필요가 없죠.

그냥 탄압받지 않으면 그만인 것입니다. 제 말은 그냥 자기 주관성 속의 예술일 뿐이라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자기 혼자서 인정하면 되는 것이지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분들이 불만이라는 것은 많은 이들이 만화가 전사회적 예술이 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반면, 현존하는 만화의 흐름으로부터 이탈하거나 만화라는 장르의 기존의 전통으로부터 비약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럴 필요가 있는가?", "어차피 다른 예술이라고 별 거 있나?", "난 이게 좋은데 뭐" 등등이요.

그리고 만화는 이제 검열받지 않는다고 해도 누구에게나 암묵적으로 경멸받다가 파멸할 것입니다. 위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곳에도 가기 싫어하는 것. 전 싫습니다. 필요한 것은 엑소더스입니다.

물론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으신다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옹호하는 것은 기본 권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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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05 Sat 00:45:33 → 2002/01/05 Sat 01: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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