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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와 목수, 건축가의 관계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
나무로 된 집을 한 채 짓는 데에는 망치와 톱, 못, 목재 등이 필요하겠죠. 목수는 이와 같은 재료들을 이용해서 집을 짓습니다. 대장장이는 집을 짓는데 필요한 망치, 톱, 못 등을 만드는 사람이고 목수는 나무를 베어 목재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건축가는 그 재료들을 '조립'해서 '집'이라는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자. 아무튼 노력 끝에 집이 한 채 완성되었습니다. 근데 여기서 한가지 궁금한 점은 집을 한 채 만드는데 관여한 사람들이 많은데 결정적으로 '집'을 만든 사람은 이중에 누구일까요? 망치와 톱, 못을 만든 대장장이인가? 아니면 나무를 베어 목재를 만든 목수? 아니면 망치와 톱, 못, 목재를 이용해서 집을 지은 건축가? 그것도 아니면 모두의 공동작품인가?

망치와 톱, 못을 만든 사람은 대장장이 입니다. 목재를 만든 사람은 목수지요. 확실히 그들은 건축가가 집을 짓기 위해 필요한 존재들이며 그들없이는 집을 짓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대장장이가 망치, 톱, 못을 만들고 목수는 목재를 만들었듯, 집을 만든 것은 건축가의 역량입니다. 망치와 톱과 못과 목재가 아무리 쌓여 굴러다녀도 건축가가 없다면 집이 만들어지진 않겠죠. 뒤집어 말하면 집이 만들어진 것은 대장장이와 목수가 만든 망치, 톱, 못, 목재 등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줄 알았던 건축가의 역량이 있었기 때문이며 따라서 집이 가진 대외적 의미와 가치, 그 대가와 평가는 당연히 100% 건축가에게 돌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어느 분과 '창작'에 대해 이야기하며 잠깐 거론된 문제였습니다. 물론 위와 같은 예제는 임의로 설정한 것이기는 하지만. 'A작가와 B작가의 화풍을 섞어 만든 화풍의 C작가'에 대해 그 분께서는 'C작가가 한 일은 A작가와 B작가의 화풍을 섞은 것 밖에 없으니까 한 일은 뭐 한 5%다' 라고 하셨으나(물론 퍼센트는 하나의 예라고 말씀하셨고) C작가의 화풍, 그것이 갖는 대외적인 의미와 가치는 모두 C작가가 한 시도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이야기해서 C의 화풍이 갖는 의미와 가치가 파생된 계기는 A와 B의 화풍을 C가 분석, 재현하여 그것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결합을 한 것이며 따라서 C화풍이 가진 의미와 가치의 본질과 내면은 100% C의 것이라는 겁니다.

뭐 사실 누가 한 일이었냐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만.(독창성에 대한 이야기였죠) 예술있어서 독창성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칸트가 그의 저서 '판단력비판'에서 말하길,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구성력이 오성의 법칙성에 자유로이 부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예술에서 야기되는 모든 시도는 세가지의 단계, 즉 '창작, 계승, 발전' 세가지로 나뉜다고 봅니다. 독창적인 가운데 보편성을 발굴해낸 시도가 있다면 그러한 보편적 시도를 그저 한 때의 바람으로 끝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그것을 계속해서 유지, 계승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며 그 안에서 또 다른 새로운 시도가 결합되어 발전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간단한 예로 인상파에서 시작된 회화적 형식이 야수파, 표현파, 입체파, 구성파를 거치며 계승, 발전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죠.

만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간혹가다 '이게 누구 그림(혹은 내용)이랑 비슷한데 베낀 것 아니냐. 불쾌하다' 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있는데 좀 문제있는 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술이라는 방대한 현상들의 한 단면에만 의미를 두고 편견을 주장하는 걸 보면 씁쓸하기도...

쓰고나서 읽어보니 좀 두서없는 글이 되었군요. (쓰는 중에 뭔가 하고픈 말들이 마구 떠올라서 필터링없이 그냥 옮기느라고...)
Vote : 196,  Read : 2847,  IP : 211.190.75.196
2002/10/15 Tue 12: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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