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비평사이트 두고보자


976  6/66 0  관리자모드
halim (http://www.manwhaiyagi.com)  추천하기 수정하기 삭제하기
反신파 ... 反소시민?
남훈님과 신파에 관한 논쟁을 했던가 (그래서 남훈님이 그 때 어떤 식으로 공격했던가) 가물가물하지만 ... 그것과 무관하게 "우리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는 정서에 대해서는 100% 아니 120%쯤 동의합니다. (20%는 "인간 주제에 노력해봤자 어쩔 수 없다"는 것이고 ... 뭐 이 부분을 길게 이야기하자면 특정종교의 가치관에 대한 언급이 ... )

여하튼 그건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주장이 신파에 대한 반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죄가 없어, 세상을 살아나갔을 뿐이야" 그래서 용서할 수 없어 ... 이건 신파에 대한 반박이 아니라 소시민적 관념에 대한 반박입니다. 그저 사는 것은 명백히 소시민적 사고죠. 신파는 그저 살아나갔을 '뿐'인 정도를 넘어서서 좀 더 적극적으로 살려고 합니다.

신파의 주인공들은 한, 비애, 절실한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다가 세상의 벽에 부딪쳐(이 표현의 적극성을 음미해보십시오) 좌절하거나 몸부림칩니다. 신파는 흥건하면서도 여성적인 감수성이고 만약 화자가 남자라면 조금 그 감정이 낯설어집니다. 일본 번안곡인 '내 생에 봄날은 간다' 노랫말은 신파적인 흥건한 감수성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노랫말의 화자는 남성이어서 약간 어색했죠. 그래도 좋았습니다만, (30줄을 넘어선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 그런 의미에서 호시사토 모치루의 주인공들에게 건배 ... 쳇 술도 안 마시면서 ... 뭐 ... 물로도 한다) 신파의 적극성은 뭐 변질되기는 쉽지만 그 순수함으로 상당한 동력을 가지기도 합니다. 촛불 하나 들고 광화문에 모이자는 것도 신파라면 신파고.

하여간 신파의 중심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찌들은 남성보다는 적극적인 여성입니다. 물론 그 적극성은 어떤 주의나 사상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고. 이 점에서 누구나 인정하듯이 김혜린의 여주인공들은 신파를 가장 완성도 높게 표현합니다. 조금 더 나아가 신파적 리얼리즘이라고 하면 김혜린의 작품 중에서 찾아보건대 '겨울새 깃털 하나'가 생각나지만 전반에 깔린 우울한 허무주의가 신파적 효과를 퇴색시켰던 데다가 리얼리즘으로서도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뭐 차라리 황미나의 몇 몇 단편들이 좀 더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 능력치가 저 바닥에 있으니 ...

소시민적인 것을 찾아보라고 하면 문흥미와 권교정을 들 수 있을까요. 문흥미는 그렇다 ... 하겠지만 권교정은 좀 오해의 여지가 있군요. 권교정의 주인공은 사실 그다지 소시민의 수준이 아닌 것 같지만 굳이 소시민스러움을 자처하려고 하죠. 권교정은 '나는 평범해'라고 말하기보다는 차라리 PALM 적인 혹은 요코하마~ 류의 평화로운 염세주의를 깔고 세상을 바라보는 편이 더 나아보이는 작가인 데요. 뭐 그래봤자 유시진이 주는 그런 짜증스러움을 유발하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이런 말을 하는 거지만.

어쨌거나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를 주욱 쌓아놓고 보건대 순정만화적 감수성의 핵심적인 부분들일 신파, 소시민적 사고, 쿨(cool)함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라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후의 한국만화텍스트 비평작업을 위해서 신파에 대한 사전 정지작업을 해야할 필요가 있고.

------------------------------------< halim >---------

ps. 어느 정도 상관이 있는지 몰라도 전에 남훈님이 이야기하신 헌터X헌터 '쿨(cool)함'. 김혜린 '징함'의 논리를 다시 설파해보심은 어떤지 ... ?



Comment : 8,  Vote : 162,  Read : 2873,  IP : 211.187.4.209
2002/12/08 Sun 12:41:41 → 2002/12/08 Sun 12:45:39
깜악귀 

그건 설파할 필요조차 없이 너무 분명한데. 감정을 어떻게 드러내냐의 문제입니다.

2002/12/08
깜악귀 

신파란 소시민적인 것이다..라는 것도 동감할 수 있습니다만, 그것은 80년대의 이야기. 신파란 평범한 인간임에 기초해 있는데 80년대는 평범한 인간=소시민이었던 것입니다. 90년대에는 대중매체에서 평범한 인간의 경제적 기준을 훨씬 높게 잡기 시작하지요. `난 평범한 인간인데 왜 내게 이런 일이`라는 것이 신파의 정서의 기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당하게 찾아오는 사건들에 대항해서 행복을 쟁취하려고 하는 적극적인 행위...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단, 이런 사건들과 행위가 자신에게 죄가 없음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정서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면죄부가 된다는 거죠)

2002/12/08
깜악귀 

요약해서 `이만큼 고생했으면 됐지`라는 것입니다. 뭐 신파가 어떤 동력으로 기능한다는 것은 싫토록 느끼고 있습니다만, 저는 그런 식의 사회동력에 전혀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2002/12/08
깜악귀 

아, 신파가 소시민적인 것이다라는 이야기는 하신 적이 없군요. 실수입니다.

2002/12/08
깜악귀 

하지만 신파가 적극적인 행위라는 것은 잘 모르겠군요. 그냥 좌절해서 맨날 울고 불고 하는 캐릭터도 신파적인 것입니다.

2002/12/08
halim 

이런 내용은 `덧글`이 아닌 `답글`로 달아주시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요?

2002/12/08
깜악귀 

음. 아직 생각이 정돈이 안 되어서요. 조만간... 정리를 해 볼 생각이예요.

2002/12/09

신파..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바는, `너에게 나를 맡긴다` , 뭐 이런 건데요.. 바람부는 방향으로 파도몰아치는 결대로 흐느적 거리는 감정묘사가 포함될 때 신파라는 생각이 들던데.. 행동 상에서 파도를 거슬러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도 있지만, 이겨내고 나서 여하튼 회한과 환희에 마음(감정)을 맡겨버리지 않나요? ^^ 감정노출을 묘사할 때 적절하게 완급을 조절하면, 신파라는 느낌이 안들어요; 제 생각엔 행위의 적극성 차원보다는 감정표현의 완급 및 적절성이 신파의 주 골격인 듯.

2002/12/11
목록보기 게시물 작성하기 답글쓰기


   게시판 이용에 관한 몇 가지 ...  dugoboza   2002/03/11 1628  152059 
1516    올바르지 않다 아니다는 지금 말할 문제가 아니죠 [17]  halim   2002/12/09 136  3649 
1515    소설가 장정일이 만화가 이현세에게 [1]  깜악귀   2002/12/09 233  3733 
1513    개념을 재규정하기 [5]  halim   2002/12/08 155  2864 
현재 게시물    反신파 ... 反소시민? [8]  halim   2002/12/08 162  2873 
1506    PALM, 신 타미키의 反신파, 우리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   깜악귀   2002/12/06 146  2830 
1503    재밌다...그리고. [2]  조이   2002/12/04 117  2832 
1489    [토론제안] 어떤 정부냐와 어떤 만화판이냐 [7]  깜악귀   2002/11/26 146  2976 
     Re: 대선후보 문화지수 by 한겨레 [1]  횰   2002/12/08 154  2640 
1419    대장장이와 목수, 건축가의 관계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   .....   2002/10/15 196  2848 
1367    절판된 만화를 비싸게 사는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  shincomic   2002/09/19 165  3710 
1344    미국에서 만난 `Manhwa` [4]  baumtest   2002/09/10 209  4675 
1340    대여료보다 더 싸게 만화책을 팔 수 있을까? [15]  tepi   2002/09/07 134  3649 
1314    20자 별점   시내마로   2002/08/18 158  3282 
     제 생각입니다. [2]  nomodem   2002/08/21 176  3277 
1313    만화저작권보호 협의회?? [2]  wangmul   2002/08/16 158  3407 
목록보기  이전 목록보기 다음 목록보기
 [1  [2  [3  [4  [5  6   [7  [8  ... [Next]   [66] 
게시물 작성하기
EZBoard by EZNE.NET / kissofgod / skin Ez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