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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비평이 가능한가?
  제 생각으로는 비평이란 전문용어를 동원한 감상에 불과합니다. 비평이 객관성을 가진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비평가가 더 객관성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다만 비평에 동반한 가치중립적인 작품에 대한 분석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개별 작품에 대한 가치 평가로서의 비평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비평이 객관적일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기 이전에 객관성이란 말의 의미를 생각해 봅시다. 객관성이란 여러 주관(철학적으로는 주체와 같은 말입니다.원어는 subject)들이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상태, 또는 주관에 독립적이기에 주관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을 가리킵니다. 객관성의 진정한 의미는 중요한 철학적 쟁점이며 학계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정설은 없습니다. 중요한 학설들로서는 크게 객관주의(객관적인 실재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며, 상식은 주로 이 입장에 서 있습니다.), 상대주의(여러 버전이 있지만 객관성이란 결국 실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입장입니다.)가 있으며, 실용주의나 합의주의 등이 이 두 입장을 조화시켜 보겠다는 파생 버전들입니다.

  현재 가장 인간의 창조물 가운데서 객관성의 모델로 생각되고 있는 것은 수학, 논리학이며 자연과학 역시 객관적인 지식이라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물론 과격한 상대주의는 이러한 지식들 역시 상대적인 지식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객관성이란 것이 있다면 이러한 지식들이 그 본보기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객관적인 지식분야들에서, 객관성이란 적어도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합의된 기준에 의해 보장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설마 연구 결과들 사이에 모순이 나타나더라도 그것은 제거되어야 할 것으로 간주되며 궁극적으로 제거됩니다. 자연의 실재성이나 논리법칙이 이 학문들의 객관성을 보장해 주는 궁극적인 기준입니다.

  그러면 예술 비평은 과연 객관성의 기준이 있습니까? 저는 전공자는 아니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비평가들 사이에 합의된 기준을 본 적이 없으며, 비평의 연구대상인 예술 매체의 본성으로 인하여 그 기준은 영원히 합의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술 매체는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 매체를 향유하는 감상자에 의하여 예술 매체로서 존재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감상자가 없으면 그것은 예술일 수 없습니다.) 관찰자(인간)가 있든 없든 존재하는 자연법칙, 논리법칙(이를 부정하는 견해가 상대주의입니다.)과는 다릅니다. 이러한 예술매체의 본성은 동일 예술 매체가 개별 감상자들에게마다 다른 것으로 체험되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다른 체험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에 대한 합의는 아직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예술 매체는 개별 감상자에 의하여 존재하게 되는 것이고 개별 감상자의 체험을 평가(평가는 커녕 인식조차 불가능합니다.)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없기에 비평은 기껏해야 특정 감상자의 취향을 일관적으로 적용하는 행위일 뿐인 것입니다. 심지어 특정 감상자의 취향을 일관되게 적용한다는 행위의 정당성조차 저는 의심스러운데 특정 감상자는 변화하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어릴 때 감동한 작품을 나중에 다시 봤을 때 실망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실망하고서는 그때의 감동을 부정했습니까? 지금은 부정하더라도 당시의 자신에게 감동은 절대적인 진실이었습니다.)

  객관적인 비평은 감상자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기에 불가능합니다.

 

덧글: 바로 이 예술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사실로 인하여 대부분의 비평 이론은 여기서 윤리와 정치철학을 끌어들입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노골적이었지만 사실 개별 작품에 대한 가치 평가를 시도하는 한 어떤 비평 이론도 윤리와 정치철학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가치평가의 기준은 제공할지 몰라도 예술매체의 독자성을 훼손합니다. 이런 시도 하에서는 예술매체는 효율적인 도덕 교과서이거나 선전 매체로 간주됩니다. 이런 비평 이론은 어떤 전문용어로 치장을 하든 광고 카피 이론일 뿐입니다. 현재 유행하는 페미니즘 비평이나 '정치적으로 공정하기'의 비평(이건 제가 만든 용어입니다. 한 마디로 지칭하는 용어가 없어서)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변신인 동시에 광고 카피 이론입니다. 인식론적으로 ywca의 아주머니들의 견해와 동급에 서 있는 것이지요.(웃기는 것은 이 계열의 비평가들이 상대주의적 인식론을 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겁니다.)
Comment : 13,  Vote : 202,  Read : 5066,  IP : 218.238.239.106
2003/07/30 Wed 15:54:20
iamX 

전문 용어를 동원한 물타기.

2003/07/30
capcold 

!@#...만약 윤리와 정치철학을 끌어들여서 담론을 만들어낸다는 이유만으로 예술매체의 독자성이 훼손될 지경이라면, 그 따위 취약하고 바보같은 허약한 예술은 독자적인 존재가치조차 없습니다.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진공의 세계따위를 고수하려면, 만화 이외의 분야에서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제발 만화를 그렇게 턱없이 과소평가하는 것을 삼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03/07/30
최 

만화에만 적용되는 글은 아닙니다.

2003/07/30
최 

올바른 윤리와 정치철학을 공부하고 싶으시다면 예술매체를 감상하기보다는 철학책이나 역사책을 읽는 편이 바른 길입니다.

2003/07/30
iamX 

`비평` 자체가 가치 중립적인 단어가 아닙니다.
절대적인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옳고 그름을 논하자는 것입니다. 여성주의 시선에서, 사회주의 시선에서 한 예술 작품의 옳고 그름은 분명하게 나뉘어질 수 있습니다. 단 문제는 해당 작품에 대해서 최소한 한 사람 이상은 이러한 시선을 가지고 있어야 비평이 시작될 수 있는 거겠지요.

사물의 옳고 그름,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는 것인데, 옳다/그르다라는 것 자체가 (범주에 따라) 윤리고 정치철학이 아닌가요?
개인의 범주에서 해당 예술 작품에 대해 비평을 한다면 윤리를 끌어들여야 마땅할 것이고, 작품을 하나의 사회 속에서 비평을 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정치철학을 끌어들여야 할 것입니다.윤리와 정치철학은 그 자체로써는 `학문`의 대상일지 모르나, 각 개인 및 사회에 있어서 그것들은 사물(사건)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입니다. 이런 시각을 갖고서 사회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해당 시각을 갖는 구성원의 `독립성`을 훼손하나요? 아닙니다.

2003/07/30
최 

예술 비평의 객관성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대체 무슨 리플인가요? 구성원의 `독립성`은 전혀 언급한 바도 없는데...

2003/07/30
최 

비평이 가치중립적인 단어가 아니라(사전적 정의를 벗어난 자의적인 정의이지만 그건 제쳐두고)는 것이 논점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2003/07/30
iamX 

네, 댁이 말하는 `예술 매체의 독립성`과 `본문`이 따로 놀고 있길래
몇자 적어본 겁니다. =)

2003/07/30
愚公 

최님/ 헷갈려서 그러는데 핵심이 뭔가요?

2003/07/31
최 

iamX. 비평을 논하기 이전에 국어 공부, 자기 말 뜻을 이해하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군요.
우공님. 핵심은 예술비평은 객관적일 수 없다입니다.

2003/07/31
iamX 

예술 작품의 비평에 있어서, `객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윤리와 정치철학을 끌어들이는게 아니란 말입니다. 예술 작품의 비평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감상자의 `가치 판단`이기 때문에 개인의 가치 판단 기준인 윤리와 사회 집단의 판단 기준인 정치철학이 들어오는 것입니다.
나는 당신의 그 잘난 `전문 용어`를 동원한 `본문`에 대해서 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단지 (쓸데없는) 당신 개인의 윤리와 (수구 꼴통들의) 정치철학에 기반하여 멋대로 판단내린 타인의 비평에 대한 불평이라 할만한`덧글`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적는 것일 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의 `본문`과 `덧글`은 매우 파렴치하다 싶을 정도로 따로 놀고 있습니다. 정 못 믿겠다면 초등학교부터 다시 공부하세요. 16년뒤에 다시 봅시다.

`최`씨 댁은 자신의 `윤리`와 `정치철학`의 잣대로 타인의 비평을 `정치 선전물` 내지는 `도덕 교과서`로 비하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당신 말대로, 예술비평이 객관적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특정 사회내의 집단들끼리는 `공유`할 수 있는 비평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페미니즘` 비평, `정치적으로 올바른` 비평입니다. 그러한 비평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것은, 객관적일 수 없는 예술 비평이 무의미하다는 것과 별 다를바 없는 뻘타입니다.

2003/07/31
愚公 

최님/ 아.. 당연한 얘기를 들으니까 조금 당황스럽군요. 어떤 비평도 완전하게 객관적일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다만 공정하다든가 객관성, 중립성을 띤다든가 하는 목표를 지향할수는 있는거 아닌가요.

2003/08/01
愚公 

물론 그목표는 어떤 것을 기반으로 할수도 있고 그경우 편향되어 나타날 수 있을 겁니다. 완전한 객관이 존재하지 않듯이 완전한 주관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인간에게는요. 그렇다면 객관적, 또는 주관적인 것을 지향하는 것이 잘못일까요? 그것은 비평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하면 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언어란 것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차원과 그것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차원으로 나눠지지요. 둘다 중요한 기능 아니겠습니까? 만일 객관적이지 못할 거라는 우려때문에 아무말도 못한다면 뭔가를 놓치게 되는거라 봅니다.

200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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