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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점이야기들이 나와서 씁니다.
만화가 김준범입니다.

대여점이야기들이 거론되는거 같아서 한번 써봅니다.

본인은 89년도 드래곤볼이 아이큐점프에 연재를 들어갈 당시
거의 동시에 데뷔연재를 시작했던 작가입니다.

그리고는 거의 8년동안 서울문화사와 몇몇 출판사의 잡지원고를
해왔습니다.

그동안 독자들의 반응을 얻었던 작품이 대여섯개정도

실패하거나 연재가 중단되었던 작품이 앞의것의 3배정도 됩니다.

그리고는 최근 2년간 문제의 대여점용만화를 제작했었죠.

흔히들 공장만화라고 하죠.
저도 이 기간동안 스스로 공장장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보기좋게 망했죠.

망한 이유는 열거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대여점으로 충분히 흥하고 계신 작가분들도 상당수 계시니까요.

어찌되었던 저는 그간의 일로해서

상당량의 빚을 지게되었고 일부 평론가와 만화가 그리고 독자들에게
비난을 받았습니다.

충분히 제가 감수해야할 욕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예전처럼 문하생 2~3명과 같이 원고를 제작하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게되었죠.

원래 저의 성격이 지나간것을 별로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흥하고 계신 대여점작가들을 질투하거나 욕을 하는 행위도 하지 않고
그렇다해서 지금 자리로 돌아온 이상 대여점작가들을 적으로 돌려야 한다는 생각도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다시 이야기를 90년대 초중반으로 가져가봅니다.

패기만만하던 그 시절 저는 최대한의 소신으로 만화를 그렸습니다.

편집권을 가진 분들과 누구보다 앞서서 논쟁하고 만화가의 절대권한을
주장하기에 게으르지 않았었고
일본만화와 한판대결을 서슴치 않겠다는 각오가 만땅이었죠.

모르는 분들은 통 모르고 계시겠지만

당시 기계전사109와 같은 작품을 했었을때
한국만화는 단행본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드래곤볼과 슬램덩크를 찍어내는데도 벅찬 인쇄소였죠.

그당시의 작가들 여러분은 저와같이 매일매일 싸웠습니다.
연재를 중단하고 상당기간 쉬면서 고민하기도 했죠.

시간이 흐르고 당시 대원동화의 소년챔프원고들이
단행본으로 조금씩 묶이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좋아 다른출판사도 한국만화를 내기 시작해
유명한 4대 힛트작 
어쩐지저녁,붉은매,진짜사나이,마이러브가 나오게 된것이죠.

이들 작품은 일본만화와 별다른 차이없이 각각 권당 10만부에 육박하는
대 성공을 거두게 되었죠.

그러나 본인을 비롯한 조금 앞서 연재를 하던 작가들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단행본을 찍는다해도 기계전사같은 만화는 1권이 나온지
몇년이 지나 제작되었습니다.
연재도 끝이난지 오래였습니다.

누가 그것을 열심히 구매하고 팔아먹겠습니까?

앞의 4대작품이 전성기를 구가할때의 소년점프가 대략 15만부를 넘었을때입니다.

저와 장태산,황미나,오수,김수정선생님이 연재를 할 당시
판매부수는 30만부를 돌파했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하던때였죠.

앞의 4대작품의 성공으로 한 작가가 벌어들인 수익이 7억이상으로
추정됩니다.

그럼 30만부 운운하던때의 작품들이 출판되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때의 작가들은 10억이상씩 피해를 본셈이지요.

그런 엿같은 시기도 있었더라는 겁니다.

어찌되었던 그런 30만부 15만부 자랑하던 시대가 이제는 지나고
현재 아무리 좋게봐도 소년잡지가 주당 1만부도 판매되지 않는것으로 압니다.

청보법으로 인한 심대한 타격.
아직도 존재하는 심의.
만화보다 더 만화적이고 그래픽마저 압권적인 수많은 게임들과
인터넷.

그리고 문제의 대여점과 대본소.

만화계 불황의 원인이라고 열거되는것들입니다.

본인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이것은 무조건 1차적인 책임이 작가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편집자와 출판사오너 그리고 평론가들이 책임을 피해갈수 없겠죠.

독자들에게는 책임을 돌리지 않겠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구매자이고 무엇을 보던 사던 권리를 가졌다고 생각할것이고 섭하지만 저도 그리 생각하니까 책임지울수 없겠지요.

다만 모두가 죄가 있다면 바로 이 나라 한국에 태어난것을
죄라고 생각해야겠지요.

한국은 미국 일본을 빼다면 단연 세계에서 젤로 만화문화가 왕성한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엉킨 실타래에 서로서로 얽혀서 서로 네가 풀어라라고
아우성치고 있습니다.

본인이 대여점만화를 그릴때 이야기를 드리죠.

그당시 저는 경제적으로나 개인적인 사건들로보나
아무런 의욕이나 희망이없는 자폐스런 상황이었습니다.

건강도 심각한 위기에 있었죠. 우울증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건지도
경험했습니다.

화실조차도 없었죠.

그렇게 된 이유를 궂이 더러운 한국만화계의 현실때문이라고 말하기 싫습니다.

피눈물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저를 다독이던 한마디는

네가 만화를 택한것이니 만화를 욕해서는 안된다였습니다.
만화는 항상 거기 그자리에 아무소리없이 조용히 있었죠.
그것을 선택해서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군 사람은 바로 저 자신입니다.

문하생이 한두명이었던것이 15명 이상이 되니 기분이 삼삼하더군요.
그 북적이는 모습에 나 자신 우울증은 치료되었고
활기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제버릇 남줍니까?

저는 대여점단행본의 속성, 즉 한달에 몇권씩 쑥쑥 뽑아내는 그런
스타일로 일을 하게되질 않더군요.

예전 잡지할 당시 저의 문하생들은 정말 엄하게 배웠습니다.
절대로 그들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았죠.

그러나 대여점을 할때의 문하생들에게는 단 한마디도 욕을 하지 않았습니다.

평화로운 삶을 원했었죠.

그랬더니 만화의 질은 정말 엄청나게 떨어지더군요.

그리고는 아이엠에프와는 상관없이 화실을 접을수 밖에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참 안되었지만 이런말을 하게됩디다.

아! 이런것도 실력있는 사람이 하는거구나
이런 체제의 만화를 하는 사람은 다 따로 있는법이다.

상황은 종료되었습니다.

띄엄띄엄 넘어갔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산적해있습니다.

우리나라 만화계에 대여점이 없어져야 한다는것 저는 찬성합니다.

하지만 지금 대여점만화를 그리는 장본인들마저 저의 적으로 돌릴
생각은 없습니다.

만화의 퀄리티가 떨어지면 죽어도 보기싫은 분들이 계신가 하면
만화가 수십권이 마구마구 나와서 대여점에서 한무더기 빌려와서
그림의 수준이나 스토리의 디테일과는 상관없이
키득거리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독자들이 분명히 다수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그들은 만화를 엄청나게 빠른 시간에 읽어내려가고 베게처럼 베고
즐거워합니다.  어떤분은 그렇게 보는 만화속에서도
수준의 높고 낮음을 논하고 정보를 얻고 철학적 성찰도 하게 된다고
말하곤 합니다.

할말없습니다. 그렇다는데야.....;

언젠가 심갑진작가와 저는 전투경찰을 소재로 40여페이지의
만화를 공동제작하였습니다.

취재와 자료정리 그리고 아웅다웅하며 원고를 제작하는데 꼬박
6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받은 고료는 둘이 나눠보니 그저 매주 연재하던 다른작가분들이 그간 받아낸 고료의 10분의 1이 채 안되었습니다.

그런 노력으로해서 무슨 평론가의 칠책성글이라도 얻는적이 있냐하면
개코도 없었습니다.

그당시 평론가들은 한껏 신세대라 할수있는 각 잡지의 쌔끈한 만화들을
홍보하기에 여념없었고
일본만화의 리뷰달기에 여념이 없었죠.

심갑진작가와 저는 그때 다짐했었습니다.
이런 젓같은 지꺼리는 이제 다시 하지 말자고.

농담이 되더군요. 심작가는 아직도 예의 그 젓같은 짓을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티비방송연예를 한번 봅시다.

미친듯이 전파낭비를 하며 연예인들의 시시콜콜한 동꼬를 따라다닙니다.
티비를 타는 수많은 스타들보다 더 뛰어난 능력있는 대중예술인들이
티비밖에 지천으로 널려있습니다.

시청자 대다수는 티비밖을 애써 보지 않습니다.
평론가들은 티비에 나와 시시콜콜한 똥꼬들에게 예쁜 꼬리표 달아주기에 여념없습니다.

무슨이야기냐고요?

만화계와 하등 다른게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평론가들 먹고살길 막막합니다.

입에 오르내리는 만화들을 평론해도 별 수입이 없는 마당에
애써 묻힌 어떤 작품들에 조명발 들이대서 득 될거 없습니다.

이해합니다.

제 작품중에 비켜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대여점만화고 퀄리티가 상당히 떨어지다못해 쓰레기라 할수도 있는
그런 만화입니다.

어떤 평론가가 글을 썼더군요.

김준범은 왜 굴복하는가?
비켜에서 비켜라!  라고.....

그 글을 접한 당시에 저는 대여점 접은 상태였습니다.

할말없더군요.  말은 맞는데
그분이 말하길 김준범을 항상 좋게 보고 있었다고....

제가 열심히 만화에 목을멜때 그분은 저에대해 기대를 했었는지
알지도 못했고 일본만화문화 되뇌이기 혹은 속해있는 출판사의
대표작들 홍보에 매진하고 계셨던걸로 기억하는데

느닷없는 기대했었다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옆에서 한 작가가 그런말을 하더군요.

씨바 만화가는 이슬먹고 사냐?


저는 가끔 죄인이라는 생각에 삽니다.

젊디젊은 날 내 작품 하나하나에 애착을 가졌었던때 그때가 이렇게
허무하게 지나고

좋은것보다 좋지않은 작품이 산재해있어 찝찝하고 화가날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미안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힘내서 더 좋은 만화를 만들기위한 자기방어적 성격이지요.

독자들은 좋은만화를 절대로 한국만화일본만화 가리지 않고 선택한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또 많은 독자들은 가끔 당치 않은 말을 합니다.

일본만화에 비해 한국만화를 개떡같다고 말입니다.

우리나라만화역사 깁니다.

그동안 쏟아져나온 주옥같은 만화들이 아주 많습니다.

보고나면 그딴말 못합니다.

그리고 지금 힙합이나 오디션 언플러그드보이같은 만화가
만약 일본에서 태어나서 일본에서 만든 만화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해봅시다.

이런 대우를 받고 있겠습니까?

우리나라만화 현재 좃같은 만화가와 만화만 있다고요?

천만에요  지금도 좋은만화가 살아숨쉽니다.

숨은쉬긴쉬는데 웃기지도 않은 나라에서 태어난죄로 허덕허덕거리며 숨쉽니다.

일본만화가 여기다 데려다놓고 한번 커봐라 해보십시요.

웃으며 살지 못할겁니다.

만화가들 그리고 독자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해야 할때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하나하나 문제를 논하고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서로를
적대시하며 이야기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본인도 우리나라의 만화계를 그리고 독자들을 애정으로 보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더 멋진 작품으로 독자들과 만나려고 무진 애를 씁니다.

이 척박한 땅에 태어나 만화를 보고 만화를 그리고 만화를 사랑하며 사는 우리들입니다.



Vote : 11,  Read : 894,  IP : 211.106.41.203
2001/06/10 Sun 18: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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