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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스토리 작가님이 쓴글]대여점 폐해5
핑계는 대지말자



오늘 동네 서점 하나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사를 자주 다니는 탓에 반경 500m 내의 서점이 모두 사라지는 것을 보는 것이 벌써 3번째군요. 대여점 덕분에 만화계뿐만이 아니라 서점들도 고사되고 있는 것이 눈에 확실히 보이기 시작하네요. 참고서 판매가 주류인 서점이 아닌 이상 버티기 힘든 것이 한국의 현실인 거같습니다. 한국 문화 소비 수준의 현주소를 보는 듯해서 씁쓸하군요.



대여점의 폐해 5회에서는 대여점 지지측의 핑계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합니다. 



빌려 보고나서 산다?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이것이지요.



하지만 한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여러분은 비디오를 빌려 본 후에 극장에 가십니까?



(전 <트루먼쇼>, <식스센스>등은 반전을 듣는 것만으로도 극장 갈 마음이 싹 사라지던데)



물론 갈 수도 있겠지요. 극장에서 보면 제대로 된 박력있는 스크린과 제대로 된 화면 비중, 5.1채널 사운드, 분위기등의 많은 장점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과연 몇명이나 본 영화를 또 보러 갈까요.



복사CD로 게임을 해서 엔딩까지 다 보고나서 정품을 사는 사람도 있겠죠. 있기는 하겠죠. 매뉴얼도 있고 패키지도 멋지고 한정판 부록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과연 몇명이나 끝까지 다해본 게임을 굳이 사러 나갈까요.



게다가 만화는 영화나 게임과는 달리 빌려 보나 사서 보나 보는 것에는 차이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정말, 정말로 빌려보고 나서도 책을 사는 겁니까?



"뭐, 재미는 있지만.. 이건 사 볼 정도는 아니네."



라고 생각하며 결국 사보는 건 극히 소수의 작품에 지나지 않지 않나요?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재미와 감동은 그냥 잊고 말이지요.



'주로 빌려보고 어쩌다 한번 산다'라는 말을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대여점을 이용하면서 만화를 사랑한다고 거짓말을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차라리 만화는 쓰레기이며 껌값으로 즐겨야 한다고 말해주시길.



명작은 산다



얼핏 듣기에 참 멋진 변명인 거같습니다만 "사볼만한 건 사본다"고 주장하는 것은 탈세를 하면서 "정당한 세금은 낸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세금은 정당한 것이지 뭘 탈세하고 뭘 낸다고 그 사람이 잘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요. 단지 탈세범일 뿐.



(아무리 물건을 잘 만들어도 엉뚱한 사람이 이익을 챙긴다면 그건 범죄겠죠? 만화를 잘 만들어도 대여점 주인만 돈을 더 벌 뿐인이 시스템은 가히 범죄적입니다. 사실, 불법이구요.)



이런 변명은 마치 극장에 몰래 들어가서 영화를 보고 재미있고 감동적이면 돈 내고 나가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한국 만화는 살 만한 게 없다



위의 변명에 이어지는 콤보공격으로 이런 말이 나오곤 하더군요.



수준이 낮기 때문에 못사겠다라는 말은 (사실이라면) 정당한 주장이며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만약 살 만한 게 없다고 생각되신다면 안.사.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저질이라면 그냥 고사당해야겠지요. '가치가 없어도 사달라'하고 애걸할 만큼 비굴한 만화가는 없습니다.



하지만 '빌려서 봐주는 온정'은 배풀어 주실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 도움도 안되고 해악만 끼치니까요. 그렇게 저질인 만화를 책값의 15%씩이나 내면서 빌려보실 것도 없지 않습니까? 그 대신 일본만화가 쓸만하면 사주시길 바랍니다. 한국만화가들은 무한경쟁을 해서 일본만화에게 졌다면 그 패배를 감수할 자세가 되어있습니다.



배고픈 만화인을 구제했다



정말로 그럴 생각으로 재미없는 만화를 참고 빌려보셨다면 고맙습니다만은, 불행하게도 전혀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100명이 빌려보나 10000명이 빌려보나 책은 1권밖에 소비되질 않는 것이고 작가에겐 300원밖에 돌아가질 않습니다. (300원씩 내고 10000명이 빌려보면 나오는 이익은 무려 299만7천원이지만)



대여점 덕분에 수준이하의 만화가가 데뷔할 수 있었고 3류 일본만화도 수입이 가능했고 해적판도 판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그런 것이 "내 덕분이다!"라고 가슴 펴고 말 할 종류의 기여는 아니겠지요.



대중화시켰다



껌값도 안되는 값으로 빌려보며 우습게 여기는 것이 대중화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본다고 해서 무조건 대중화이고 긍정적인 것일까요?



지하철 요금이 비싸다고 무임승차하면서 '대중화했으니 긍정적!'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그러고보니 실제로 무임승차율이 30%라던가)



불법카피 시장이 활발하다고 해서 소프트웨어 천국일까요.



예를 들어 아래한글을 거의 전국민이 (복사해서) 쓰고 있다고 해도 그 나라가 소프트웨어 소비의 잠재력이 있다던가 시장발전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영 글러먹은 곳이죠.



그런 '불량유저'들은 시장을 긁어 먹을 뿐입니다. 그런 나라에선 명품을 만들어도 망하죠.



여러분, <한글과 컴퓨터>를 815특별판으로 살려놓고 자랑스럽습니까?



겨우 살긴 했죠. 생존은 했죠. 하지만 지구상에서 MS워드를 능가하는 유일한 워드프로그램이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할까요?  저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는데 한몫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는데도 815, 97강화판, 워디안까지 다 샀습니다.)



난 돈이 없고 책을 보고 싶다



자본주의에 대해서 반감을 가진 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혁명을 일으키시던지 그럴 생각이 없으면 그냥 책을 읽지 말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돈이 없으면 물건을 살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돈이 없고 음식이 비싸다고 떼거지로 몰려다니면서 음식점을 습격해서 강탈하면서 '난 돈이 없고 먹고싶은데 어떡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구매 가이드가 없다



영화를 보는 이들은 <씨네21>같은 잡지를 사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뷰도 있고 평론가들이 볼만한 영화인가를 점수도 매겨주기 때문에 영화를 많이 보는 이들은 참고할 만한 기준으로 유용하지요. 신문도 있고 영화 가이드 방송프로도 있으니까 볼 만한 영화를 찾아볼 자료는 충분할 겁니다. 그에 비해 만화는 어떤 작품이 볼만하고 어떤 작품이 사보기엔 아깝고 하는 판단 기준이 달리 제시되어 있는 것이 없지요.



현명한 소비를 하려는 독자들의 욕구는 극히 당연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만화 구매에 도움이 될 만한 매체는 어떤 것이 있으며  만약 없다면 해결책이 있는 것인지?



이것에 대해서는 6회. 만화 리뷰 & 랩핑 문제 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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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te : 10,  Read : 186,  IP : 61.77.124.248
2001/07/01 Sun 22: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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