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나온 대안들
7회를 안쓰고 꾸물거리는 동안 [제트]가 폐간되었네요.
이로서 폐간 행렬은 7개. 남은 잡지는
학산: 팡팡, 파티, 주띠, 부킹, 찬스
대원: 소년챔프, 영챔프, 주니어챔프, 해피, 이슈
서울: IQ점프, 영점프, 밍크, 윙크
시공사: 케이크, 기가스
이렇게 16개. 저번에 집계를 잘못한 것인지 숫자가 약간 차이가 있군요.
이 중에서 기가스, 해피, 주띠 는 창간한지 얼마 되지 않는 탓에 그 오차인 듯 합니다.
아무튼 약 1/3이 폐간되었다는 건 예전하군요.
요즘에는 단행본 뒤에 잡지 광고를 하고 있지요.
여러분은 보셨습니까. 커버 뒤쪽에 나온 잡지 광고를.
아마 다른 나라에서 보면 뭔가 특수한 문화가 있는 걸로 착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래 작가의 코멘트 내지는 그 작가의 단행본 리스트가 들어가는 곳이거늘.
단행본에 잡지 광고를 해야 하는 우울한 시장.
단행본이야 대여점에 나가니 적은 부수지만 일단 팔리기는 팔리고, 5천만원씩 적자인 잡지를 살리려니 단행본에라도 광고를 넣는 것이겠지요.
물론 광고비도 없으니까요. (일본에선 TV광고를 하는데)
잡지가 단행본 광고를 하는 것이 상식이고 그것이 잡지의 역할인데 그것이 역전되었으니, 얼마나 괴이한 시장인지 통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대여점의 폐해] 이번 7회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대안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대여점에 대한 문제 제기 이후로 많은 분들이 의견을 주셨습니다.
일단 대여점을 놔두고 상황을 개선할 방법이 없을까 하는 의견도 꽤 많습니다. 정말 너무도 거대한 이 대여점이라는 존재. 어찌 보면 이걸 없애려는 힘든 투쟁을 하는 것보다는 놔두고 고쳐보는 편이 현명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뭐, 일단 검토해보자구요.(웃음)
일단 자주 나오는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대여용 단행본을 따로 만들자
2. 대여점에서 작가에게 이익을 지불
3. 일정기간 대여 금지
4. 한국만화만 대여 금지
포용 못 한 의견도 있겠지만 일단 이 정도로 압축됩니다.
그럼, 하나하나 분석해보겠습니다.
1. 대여용 단행본을 따로 만들자
-대여용 단행본을 따로 비싸게 찍고
-판매용 단행본은 그대로 낸다는 방법입니다.
-대여로 인한 손해를 비싼 가격으로 보충한다는 의도지요.
듣기에 따라선 꽤 귀가 솔깃합니다. 대여점이 작가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 될 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대여용 단행본을 비싸게 찍는다고 칩시다.
어떤 대여점 주인이 단지 [대여점용]이라고 쓰여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비싼 물건을 살까요? 판매용을 사서 대여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설사, 정부가 도와줘서 못하게 한다고 칩시다.
하지만 경찰이 아무리 열심히 단속을 한다고 쳐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전국의 대여점을 돌아다니며 책을 뒤져서 판매용과 대여용을 구별?
더구나 지금 만화는 홍수처럼 나옵니다. 시장이 무조건 많이 찍는 쪽에 유리하니까요. (이건 앞에서 충분히 설명이 되었지요?) 도저히 그 수를 감당할 수가 없지요. 그 비용과 인력 낭비, 노고가 과연 얼마나 클까요. 그 정도의 경찰 인력이 있으면 범죄율을 반 이하로 낮추는데 쓰는 것이 세상을 위한 길이겠지요. 현실성이 너무 없습니다.
게다가 한 만화를 두 종류로 찍는다면 제작비가 더 듭니다.
많이 생산하는 만화는 제작비의 극단적인 다운이 가능하지요.
(동인지 찍어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대여와 판매를 나눌 경우 생산측의 비용부담은 더 커지기만 합니다.
차라리 대여용만 찍는 것이 현명할 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요즘 나쁜 종이질에 5천원짜리로 찍어버리는 곳도 있습니다)
그리고, 본질적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약간 상황이 개선된다 뿐이지, 더 뛰어난 작품에게 더 이익을 줄 수 있는
시장은 아닙니다. 여전히 3류 만화를 왕창 찍는 출판사에게 유리한 시장이지요.
2. 대여점에서 작가에게 이익을 지불
-대여점에서 책을 대여할 때마다 작가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대여를 작가에게 이익으로 환원하자는 취지지요.
취지는 좋을 지도 모릅니다. 싸게 빌려보고 작가도 괴롭지 않고.
왠지 유토피아같지요. 하지만 이것도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이건 마치
[세금 많이 내고 싶으면 많이 낸다고 말해라?]
라는 세금정책과 비슷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변호사 등등) 이 신고제 세금에 코웃음을 치고 있지요. 어느 누가 솔직하게 돈 벌었다고
신고를 할까요. 게다가 사실여부를 조사할 만한 방법도전혀 없는 걸요. 대여점은 즉시 이중장부를 만들어 대여 수를 대폭 줄여서 보고하겠지요. 현실성이 없습니다.
단속도 현실적으로 어렵지요. 이런 정책이 가능하다면 진작에 한국의 의사/변호사들에게 세금 제대로 걷었을 겁니다.
3. 일정기간 대여 금지
-단행본이 발매된 후 일정기간 동안 (3개월 6개월 이런 식으로 정해서)
-대여를 금지하는 것입니다. 잘 팔리지 않는 오래된 책은
-대여를 허락하고 신간은 사게 만든다는 취지입니다.
-극장상영이 끝난 후 비디오로 대여되는 영화시장과 비슷한 느낌일까요.
이것도 제법 그럴 듯합니다. 실제로 제가 생각해 본 적도 있었답니다.
사실 만화가 완결된지 몇 년 지나면 잘 팔리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대여를 허락해도 큰 피해는 없을 겁니다.
일본에서는 CD 대여를 이런 식으로 허락하고 있지요. 2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그 기간이 지나면 CD 대여가 가능합니다. 유행가를 사는데 2년을 두고 사는 사람은 적겠지요? 음반업계의 피해는 대단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만화에 적용될 수가 없습니다.
S사의 모 기자님의 말씀이 아주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해줍니다.
"현 시점에서 이것은
[책 찍어놓고 그 기간 동안 자금 회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정말 핵심을 찌른 정확한 지적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이가 대여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책이 나온 줄도 모르고 3개월 후에 빌려보게 됩니다. 대여가 당연한 세상에서 책을 사보는 것은 일종의 사치로 여겨지는 것이죠. 실제로 책을 사보는 분들은 주위의 시선이 그렇지 않습니까? 설사 정부의 지원을 받아
(단속이라는 강제력이 필요하니까요) 이런 정책을 실시해도 책은 출판한지 몇 개월 동안 먼지만 쌓이고 대부분의 독자들은 "나중에 대여점에서 보지 뭐"라고 판매를 외면하게 됩니다. 이건 영화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이익이 확실히 있지만 만화는 화면 크기가 달라지지도 않지요.
결국 문제해결은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 기간동안 출판사들이 도산해버릴 위험성이 큽니다. 아마도 이런 의견이 나오면 모든 출판사가 반대할 것입니다. 출판사는 요즘
자금 사정이 상당히 좋지 못합니다. 모험을 하기도 힘듭니다.
아, 강제하기 힘든 문제도 있지요. (단속의 비현실성은 아까와 동일)
4. 한국만화만 대여 금지
-그렇게 한국만화가 힘들면 한국만화만 대여를
-금지하자는 의견입니다. 일본만화는 달리 한국시장에
-밥줄을 거는 것도 아니니 괜찮다는 의견이지요.
한국만화를 생각해서 의견을 내주시는 건 고맙습니다만 불행하게도 이 의견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됩니다. 이건 간단히 예를 들어 설명해드리자면
[극장의 개구멍으로 몰래 들어가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깡패들이 있습니다. 한 1000원쯤 받지요. 쌉니다. 그런데 덕분에 영화산업이 망하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한국영화는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럼 누가 한국 영화 봅니까? 누가 +6000원의 가격 부담을 안고 한국영화를 볼까요. 영화는 1000원이라는 당연한 인식 속에 쿼터제로 보호받아도 시원찮을 열악한 상황의 한국영화는 완전히 전멸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야말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 됩니다. ]
우리 작품 저작권은 중요하고 남의 작품 저작권은 알 거 아니다라는 식의 생각도 당당하지 못하구요. 물론 쌍방이 처한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만은 작가들에겐 자존심 상하는 의견임이 틀림없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자존심 운운할 상황이 아니지만요)
무엇보다 위의 예시처럼, 이 방법으로도 한국 만화가 전멸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자, 어떻습니까?
결국 대여해서 싸게 볼 수 있고 만화는 살아남는 상황,
그런 어설픈 이상향은 애당초 존재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사실, 간단하답니다.
책을 산다-> 돈이 들어간다 -> 활성화된다
책을 빌린다 -> 돈이 안 들어간다 -> 굶어죽는다
이런 간단한 공식이 왜 이리 받아들여지기 힘들까요. 정말 간단하답니다. 들어가야 나오는 것도 있는 법이지요. 아무도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데 돈이 생산측에 들어갈 일이 없겠지요.
대여점이 없어지지 않으면 한국만화는 100% 전멸이라는 것을 거듭 말씀드립니다.
대여점이 없어지지 않으면 대여점에 대한 판매도 결코 끝나지 않습니다.
대여점과 만화의 유토피아는 공존불가능입니다.
"어떻게든 싸게 빌려보면서 살길을 찾을 수 없나?"
없습니다. 불가능합니다.
마치 "대충대충 공부해서 성적 잘 나올 수 없나?" 같은 것과 똑같은 생각이지요. 빌려 보는 시장을 아무리 개선하려고 해봤자 나아지는 것은 없습니다. 타협을 거부하고 자기 주장만 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하나의 길이 될 줄로 알았지만 결국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포기한 것입니다.
7회는 정확히 말하자면 '타협안에 대한 검토'였겠군요.
의문을 갖고 계시던 많은 분들에게 시원한 답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출처 www.antiki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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