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여점운동은 그 성공여부와는 무관하게 인터넷 내부에서 한국만화가 위기상황이라는 점에 대해 참가자들에게 공감하게 만든 효과를 만들어다. 대여점이 있는게 뭐 어떤가라는 소박한 (혹은 뻔뻔한) 필자들마저 '그래서 없어져도 일본만화보면돼'라며 한국만화의 고사위기에 대해 예감하고 있었다. 반대여점운동은 필요하지만,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 현재 '한국만화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에는 시야의 제한은 물론, 비젼 제시의 부족이라는 점에서 어느정도의 한계가 보인다. 따라서 나는 '토론'을 위한 발제라는 수준에서 한국만화살리기 전략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래서 반대여점운동이 전체 만화살리기 전략과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근거는 어떤 것인지를 내가 아는 만큼 상세하게 드러내도록 하겠다. 하지만 미리 밝혀 둘 것은 내가 만화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글은 다만 토론을 위한 말던지기라는 점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왜 농업계와 만화계의 비교로 시작하는가? 어떤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있어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영역의 운동을 비교분석해서 장단점을 취사선택하는 벤치마킹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왜 농업계와 만화계는 비슷한 상황인가?
첫째, 일차적 생산자가 고립분산적이다. 농민들은 지리적으로 분산되어 있다. 만화가들은 작업과정 상 장인적 생산과정을 밟기 때문에 분사되어 있다. 시간적으로 더욱.... 고립분산적이라는 말은 결국 '자본주의화' 시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인데 농민들은 구대륙농업이라는 특성으로, 만화가는 '창조적이며, 개벌적 노동'이라는 특성으로 존재,
첫째-1 : 그 와중에도 자본주의화 되는 경우가 특이하나마 있음 농업계의 경우 '양돈기업농'이나 '양계계열화' 등을 통해 극소수가 자본가화 되는 경우가 있으며, 만화계에서도 '일일만화' '만화공장'으로 대변되는 박리다매의 자본주의적 시스템에 안착되어 떼돈을 버는 경우가 있음.
첫째-2 : 일차 생산자는 분산적임으로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별도의 유통업자가 필수적임. 하지만 기능적 필요에 의해 형성된 유통업자(출판사까지 포함)은 사실상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생산자의 가치를 부당하게 착취하는 사태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됨. (반대여점 운동도 이런 차원의 해결을 위한 운동으로 제한된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
둘째, 고립분산적인데다 사회적으로 저동원 계층이다. 농민들은 고령화, 상대적으로 낮은 학력, 지역주의정치에 따른 농민독자의 정치세력화 인식이 거의 없는 점, 지리적 분산에 따른 정보공유의 한계 등으로 상시적인 운동으로 자리잡지 못한다. 이는 노동운동이 폭발력을 보이는 것과 다른 점이다. 만화가들은 사회적인 저평가, 분산적이고 고립적인 노동과정(골방에서 그리는 노력), 정책적 측면보다는 좋은 작품으로 승부를 걸고 싶어 하는 기질,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공동연대 동력이 적은 점 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동원되기가 어렵다. 이는 반대여점 운동론자들도 '중견만화가들이 나서줘야 하는데....' 등의 기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셋째, 사회적으로 경쟁력없는 계층으로 암묵적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점 농민들은 '인구밀도가 높고, 땅값과 인건비가 비싼 상황에서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상품과 경쟁을 할 수 없다'는 대접을 받고 있으며, 정부정책조차 '개방농정'을 중심으로 풀어 나가고 있으며, 조중동 등 유력매체들도 농산물개방은 '나라 전체의 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논지를 공공연히 펴고 있음. 만화가들은 수익성있는 산업은 '애니메이션'이라느니 하며 정부의 정책적 대상에서 소외되고 있으며, 강력한 일본만화에는 절대 대응할 수 없다는 평가를 상당수의 만화독자들에 의해 받고 있는 상황임.
넷째, 국내 보호 정책이 개방정책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는 점 농산물은 이미 대다수가 개방되었고, 쌀마저 2004년의 WTO재협상에서 관세화될 것으로 점쳐 지고 있음. 오렌지가 휩쓸어 국내 과채류농가들이 피바가지를 썼으며, 대기업의 수입러시 등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음. 만화도 비공식적인 일본만화의 수입기간을 거쳐 최근에 와서는 일본대중문화 개방과 함께 엄청난 물량이 수입되고 있음. 이는 농업계나 만화계의 생존대책마련 요구에 대해 정부는 항상 '국익'차원에서 거부하는 것으로 연결됨. 그 결과 농민들과 만화가들은 항상적인 생존의 위협을 받게되고 뭔가 새로운 대책마련이 요구됨.
다섯째, 정부 등에 대한 요구의 근거가 매우 추상적임 농업의 경우 '식량안보' '비경제적 기능', '환경보전' 등의 추상적인 근거를 배경으로 정책변화를 주장하고 있으며, 만화의 경우 '국내컨텐츠 산업의 육성' 등이 그나마 한국출판만화 육성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음. (만화가가 살기 어렵다. 노력만큼 보상받지 못한다는 주장이나 근거는 정책사이드에서는 근거로 받아주지도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함)
이런 다섯가지 이유에서 농업계의 운동이 진행되어온 과정 혹은 농업계의 운동창출방식을 심도있게 연구하는 것은 만화계의 정책활동이나 운동마련에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생각됨.
몇가지 다른 점을 지적하면서 전략 작성의 참고가 되기를 바람.
1. 농업계는 매년 1회 정도 폭발적인 데모를 통해 그나마 몇가지 양보조치를 챙김 농업계는 농번기에는 운동조직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11월 이후 1월까지의 농한기에 전국적인 운동을 조직해 왔음. 전통적인 여의도 농민대회는 물론,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해 있는 농민들의 우월한 조건을 이용해 전국 동시 고속도로 점거운동을 벌여 농가부채의 위기에서 유예되는 성과를 올리기도 함. 이는 전국농민회와 같은 조직은 물론, 정부의 지원을 받았던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라는 면단위까지 건설된 조직조차도 정부의 농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게 되는 열악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무엇보다 농업계는 만화계보다 조직화가 상당히 잘 되어 있음.
2. 한국농업에 우호적인 내용생산기관이 다양하게 존재 전농과 한농연 등 대표적인 농민단체의 정책담당 전문가는 물론, 농어촌사회연구소, 서울대농업정책연구회, 협동조합연구소 등의 십년 이상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연구단체들이 계속적으로 내용을 생산하고 농민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음. 그리고 그 결과 근거는 추상적이라도 정부의 다양한 농업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요구까지 하고 있음. 조직화된 역량과 실천적 연구기관의 존재에 대해 각종 전문언론지에서 전국적 홍보를 담당해 줌. 농어민신문이나 농민신문 등 오프라인의 각종 통로가 매주 2~3회씩 각각 10만부, 35만부씩 전국에 뿌려지는 등 여론조성에 기여함.
3. 농산물의 가격 등 농업의 생산품의 소비자는 전국민이며, 주요한 사항이 발생했을 때는 전국적인 관심을 집중시킴. 반면 만화의 수요자는 연령별로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전국적ㅇ니 관심사의 집중이 부족함. 이는 다시 말하면 만화계가 아직 '사회적인 하나의 독립된 장'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임.
*** 이상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결국 '만화계에서의 운동형성'이 얼마나 열악한 조건인가를 보여줌. 농업계에서 벤치마킹 해야 할 점을 명확히 하자면, 1) 만화가를 위한 전문적인 연구기관의 마련과 지속적인 연구활동 전개 2) 만화가협회 등의 상징적인 조직을 전환시키든 아니면 새로운 정책활동을 담당할 강력한 조직을 다시 구축해야 함. 3) 만화가 혹은 만화지망생, 만화소비자 들에 대한 권리 찾기 홍보 및 고취활동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함. 4) 이들을 묶어내기 위한 별도의 대중적인 언론매체의 개발. 5) 사회적인 인정을 받는 '독립적인 장으로서의 만화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함. 등이다.
이후에는 벤처마키의 대상을 중요한 순서 혹은 논리적 우선순위에 따라 한가지씩 살을 붙여보겠다.
다쓰고 나니 별로 재미없군. 뭐, 재미있으라고 쓰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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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te : 10, Read : 247, IP : 211.119.206.49 2001/07/16 Mon 16:0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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