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두고보자' 만들고 있는 자들 중 하나인 capcold라고 합니다. 가능하면 토론 게시판에는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여러 논의들이 자유롭게 오고가도록 놔두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고 있는 입장이기에 이쪽에 직접 발설하는 것은 삼가는 편이라서, 뜸한 것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파심이지만) 여기에 올리는 글들은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두고보자의 공식입장이라기보다는, 필자의 개인자격에서 쓰는 것이라는 것을 밝힙니다(당연한 이야기지만, 두고보자 제작진의 공식입장은, 두고보자의 공식 지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제가 이런 글을 쓰면 필연적으로 두고보자의 공식 입장에 가깝게 읽힐 수 밖에 없다는 것, 미리 자각하고 들어가겠습니다. ============================================================
!@#...최작가님의 지적대로, 두고보자에서 주장하는 것은 대여점 문제를 넘어선 조치들을 취하는 것입니다. 좀더 '표어'처럼 만들자면, "대여점 반대가 아닌, 대여점을 넘어서기"를 주장하는 것이죠. 물론 대여점은 해악을 끼치고 있고, 없어져야 할 제도임은 분명합니다(아직도 일각에서는, 반대여점 운동하시는 분들의 의견과 방법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대여점 찬성론자로 몰고가는 분위기가 남아있더군요). 제가 글에서 제시했던 '대여점 몰핀론'에서도, 그 몰핀은 줄여가면서 결국 없애야 할 대상이라고 규정했습니다(몰핀이 병을 치료해줄 수 있는 치료약이 아니라는 것은 당연한 기본 전제이고 말입니다).
하지만 대여점 자체와 싸우는 것은 '무기를 정비하기 위해서' 자료를 조사하고 연구해보면 볼수록, 너무나 승산이 없습니다. 저도 대여권 확보의 필요성에 대해서 찬성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대여권 확보를 위한 해외의 사례들('대여권' 개념이 있는 국가는 15개나 있더군요...하지만 모든 경우, 그것은 '공공대여권'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지면에서), 과거 출판업계의 노력들, 관련 법규정(이 부분은 특히 만협 주최의 강연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등 여러 자료들을 미약하게나마 조사하고 있는 중이지만, 보면 볼수록 이쪽 전선이 얼마나 절망적인지가 드러나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만화라는 것 자체가 문화산업 전반에서 볼 때 굉장히 마이너한 일부분에 불과하고, 정부도, 자본도 만화를 육성하기 위해서 다른 분야들에서의 손실을 감당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장 대여권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이것은 만화뿐만이 아니라 출판물 전체, 나아가 영상물까지도 연관된 문제이고, 국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는 부분입니다. 생각했던 것 만큼 해외 사례들이 뒷받침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8월에 나오는 두고보자 다음호에서 자세히 들어갈 계획입니다; 이번에도 자료수치들과 법규들이 난무하는 길고 어려운 글로 독자들을 괴롭히게 될 듯 합니다 -_-;)
저는 현재의 전쟁, 즉 '한국만화의 (산업적, 예술적, 문화적으로) 정당한 지분 확보'를 땅에 구덩이를 파는 것에 비유하곤 합니다. 집을 짓기 위해서 네모낳게 일정 면적의 땅을 파는데, 가운데에 묵직한 쇠덩어리가 있어서 삽이 안들어가는 상황이 닥쳤습니다. 그럴때 쇠덩어리만을 놓고 죽어라 쳐봤자, 삽자루만 부러지고, 날도 샙니다. 설계도를 다시 펼쳐보고, 집터라는 큰 틀을 제대로 다시 측량하면서 쇠덩어리 주변의 다른 땅을 파내면 자연스럽게 쇠덩어리 부분은 같이 '들어올려'집니다. 무엇보다도, 원래의 목적이었던 집터를 파내는 것에도 한층 더 도움이 되고 말입니다. 현재의 대여점 문제는 땅을 파다가 나온 쇠덩어리입니다. 이것은 단지 '실업자'문제 뿐만 아니라, 영상산업, 국제적 이해관계등 굉장히 다양한 만화 외적인 것들이 얽혀들어가 있어서 정면돌파를 한다는 것이 무모할 수 밖에 부분입니다. 오히려 시장을 형성하는 '정석'대로, 판매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전략들을 만들어내서 대여점 문제는 자연스럽게 '도려내지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일종의 변형된 햇볕론인 셈입니다).
작가의 권리 측면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대여점 문제 이전에, 출판사와의 관계 대등화가 훨씬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대원이나 서울문화사, 시공사 같은 거대자본들이 인세 지급을 미루며 '출판사 사정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가증스러운 일입니다. 그들은 단지 만화, 특히 그 중에서도 한국만화에 워낙 투자하기를 꺼려할 따름입니다. 캐릭터 사업으로 돈 잘벌기로 소문난 대원이 어째서 '프리스트' 액션 피겨 하나 상품화 안시키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동네 가판대마다 '일요신문'을 뿌릴 만큼 투자능력을 가진 서울문화사가 과연 그렇게도 '허약한' 기업입니까? 거대자본의 화신 시공사는 말할 것도 없고, 삼양출판사, 아선미디어 등 무협지쪽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다진 탄탄한 회사들(충분한 퀄리티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소년주간지 시장에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가 사업을 접었다고 해서 회사 자체가 망한 것처럼 인식하지 마시기를)도 만화에 투자를 안하는 것 뿐이지, '통뼈'라 불리우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런 기업들이 위태롭다고 한다면, 아파트 지하실에 사무실을 두고서도 '현문코믹스' 레이블로 고급 유럽만화를 내놓고 있는 현실문화연구 같은 곳에서 보여주는 장인정신은 도대체 어느나라 이야기란 말입니까?
그리고 왜 출판사에서 '우리도 사정이 어려워'라고 하면 그렇게들 쉽게 믿어주고 모든 과오를 용서해주는 것인지... 표현의 자유와 작가의 권리를 아무리 부르짖어도 모자라는 현재, 서울문화사에서 ('집을 팔아 그 돈으로 만화를 그리시는'!) 백성민 선생님의 원고를 잃어먹은 것이나, 양여진씨를 부당하게 연재중단시킨 것에 대해서는 왜 이리도 사람들이 조용한 것인지...
한국만화를 위한 전쟁은, 여러 가지 전선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첫째 기본적인 전세와 전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전략적으로 중요하고 승산이 있는 전선에 병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해야 할 것입니다. 대여점 반대라는 전선은, 여러모로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곳입니다; 무엇보다, 자본, 정부, 만화를 애정깊게 읽지 않는 '일반대중', 그 누구의 제대로 된 지원조차 받아내기 힘든 분야이기 때문입니다(적극적으로 반대하지나 않으면 다행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일말의 희망의 여지도 없습니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이것이 현실입니다. '대중의 의식을 개혁한다'는 말은, 적어도 오십년은 너무 늦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적극적인 판매시장 확충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밑에 글들 중에서 일본의 대여점 극복 이야기가 나왔는데, 일본에서는 대여점(정확히 말해서는 대본소) 질서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본소 만화(아카혼)과는 전혀 다른, '싸고 고품질의' 주간지 + 단행본 시스템을 도입해서 판매시장을 적극적으로 촉진했습니다. 일본 만화출판의 메이져들이 일반 서적에서도 메이져라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만화'이기 이전에 '책'으로서 다루었다는 말입니다. 우선 일본 시장의 모델은 한국에서 본받을 수도 없고, 이유도 없는, 현재 그 한계를 드러내고 무너지고 있는(연 7-8%씩 만화시장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도 다음 기사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모델이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정상적인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판매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판매시장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성공한 사례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입니다. '광수생각'이 성공한 이유는 작품의 질이라기보다는 조선일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바로 성공적인 마케팅의 한 방법입니다. '고우영 삼국지 복각판'은 딴지일보의 3회에 걸친 특집 기사와 연재개시 등의 다단계 기법을 통해서 비용한푼 안들이고 최고의 마케팅 효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마케팅의 또다른 성공적인 방법입니다. '천국의 신화'는 일간신문에 지속적인 광고를 했고, 이현세 선생님의 이름을 최대한 내걸어서 사회적, 문화적 이슈화를 시도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제 개인적인 불만족과, 이후 청보법 사태라는 억울한 전개를 제외하자면, 한국만화의 위상을 만들어나가는 중요한 업적을 이루려던 찰나였던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성공적인 마케팅입니다. '팔리는 만화'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단순히 '재미있는 만화' 이상으로, 어떤 방법으로든지간에 '사서 소장할 가치가 있는 만화'로 만들어야 원하던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케팅은 지금도 충분히 제대로 신경을 쓴다면 어떤 식으로든지간에 해낼 수 있습니다. 그것을 못하는 것은 출판사 자본의 부족때문이 아니라, 출판사 투자의 부족 때문입니다. 자금보다도, 의지에 있어서 말입니다.
물론 만화의 형식 자체도 더 '잘팔리는' 형식을 취해야 할 것입니다. '잘팔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말입니다(고로, 상업적인 이해와는 관계없이 작가주의적인 욕구에 의해서 다양한 비상업적인 형식들을 추구하는 방식은 또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쪽도 대단히 깊게 파고 들어가야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상대는, 적디 적은 숫자의 '골수 만화독자'들이 아닌, 독자 일반입니다. 현재의 주간 소년지 방식의 만화 형식(단순한 출간 형태뿐만 아니라, 그러한 출간형식에 맞춘 작품의 내적인 스타일도 포괄해서 지친하는 바입니다)은 한국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잘팔릴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일본이라는 거대한 매니아 시장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이고, 그 시장마저도 축소되어 가는 마당에 그것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고작해야 한국에서는 93-4년부터 한 7-8년밖에 되지 않은 방식인데, 그것이 이곳의 현실적인 조건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판명이 되었다면, 당연히 개혁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개혁은 지금 당장에라도 굉장히 구체적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쪽 '전선'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든 것이 명확하다는 말입니다.
!@#...음...이번은 좀 짧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자꾸 또 길어지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들, 특히 수치들과 법규정들은 글에서도 밝혔듯이, 다음 호 기사로 준비중입니다. 여하튼 요약하자면, 전쟁은 이기려고 하는 것이지, 하나의 전선에서 장렬하게 산화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타산적인 이야기이지만, 저는 이 전쟁, '한국만화의 정당한 지분확보'에서 어떻게든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제안들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시느라고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_-;
!@#...반박문은 대환영입니다. 다만, 이 글을 끝까지 제대로 읽어주신 분들에 한해서... (그렇게 하지 않으시는 분들을 여럿 경험했기 때문에 - 이렇게 길고 어렵게 쓰는데 어련하겠습니까!!! - 노파심에서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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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te : 8, Read : 394, IP : 147.46.167.195 2001/07/30 Mon 22:35: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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