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잡지에 만화를 연재하고 있고 부끄럽니만 단행본도 한권 냈습니다. 여기저기에 만화와 관련된 곳을 돌아보면 어딜가나 대여점 얘기가 나오더군요. 사실 제 생각으론 대여점이란건 제도상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소비자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요. 제 생각으로는 만화책을 사는것에 대한 불필요함을 구매자들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죠. 무슨얘기냐면..
우선 만화책은 부모님과 선생님이 싫어합니다. 눈에 띄면 갖다버리거든요. 그 분들에게는 만화란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중 하나일 뿐 이니까요.만화를 보는 사람의 대부분이 학생인것을 생각한다면 어차피 한두번보고 책장에 꽂아 놓으면 학교 갔다와 보니 몽땅 쓰레기통으로 가버리는 만화책 살 의욕이 있을리 없죠. 빌려보면 되는 겁니다. 그 학생들에게는 현실적인 해결책이죠. 만화를 좋아하는 분들중에 만화책 뺏긴경험이 없는분은 없을걸요?
그리고 물론 만화를 그려서 살고있는 제 입장에서는 대여점이 달가울리 없겠죠. 하지만 여지껏 시장에서 자연스레 번성한 대여점을 인식전환이나 무슨무슨 대여점 반대 운동으로 뿌리 뽑을 수 있을까요? 대여점 시장이 형성된 이유는 대여점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니까요. 그걸 인위적으로는 없애기 힘들겁니다. 그리고 라디오방송에서 시작 됐다는 이런 논쟁..얼마후면 잠잠해지고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되돌아 갈걸요.. 대여점에서 만화를 빌려보는....그리고 한국만화가 죽든말든 그건 소비자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는 얘기 입니다. 일부 글에서 보듯이 더욱 뛰어난 일본 만화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억울하면 일본만화만큼 잘 그려보라고 하시는 분들! 당신들은 우물에서 연어가 사는걸 봤습니까? 일본의 만화시장이 바다로 통하는 큰 강이라면 한국의 시장은 시골우물에 다름아닙니다. 그런데 그 우물에 연어가 없다고 비웃고 얕잡아 보다니... 비웃고 얕잡아 볼려면 좀더 생각을 하시고 비웃어 주시죠.
그리고 애초부터 만화는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가장천대받는 문화장르중 하나입니다. 아마 몇년이 흘러도 거의 마찬가지 일겁니다. 왜 천대 받냐구요? 앞에서 말했다시피 만화는 학생들의 공불 방해하는 요소중 하나 거든요.그리고 또 다른이유라면..만화는 학생들이 주로 즐기는 문화장르기 때문이죠. 원래 무슨 예술이건 후원자가 있습니다. 근데 만화는 학생들이 후원자 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학생이란...어디가서 따귀 맞고도 때린 사람이 고상한 분이면 말대꾸 하는것도 죄가되는 사회계층이죠. 순종이 최고의 미덕인 힘없는 계층이란 말입니다. 어른, 특히 고상하다고 자부하시는 분들일수록 학생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도 없거니와 유치하고 좀 편한대로 상대해도 되는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죠, 그래서 그들이 좋아하는 만화도 유치하고 보잘것 없다고 생각 합니다.
소설중에도 명작이 있고 정말 유치한 저질소설도 있죠. 영화도 정말 감동적인 명화가 있는반면 그 반대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만화도 마찬가지로 유치하고 보잘것 없는 만화가 있는반면 명작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나 소설같은 장르를 싸잡아 유치하고 학생들을 오염시키는 매체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소설이나 영화는 어른들도 즐기는 장르니까요. 제 말은.. 그러니까 만화에 대한 인식전환은 아마 지금의 어른.기성세대에게는 무리라는 생각입니다. 만화를 천시하는 이유는 좀더 뿌리 깊다는거죠. 아무리 만화 고등학교다,대학의 만화과다.. 해 봤자 필요없습니다. 만화에 대한 지식인 이라는 분들의 생각은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프랑스만화 "기울어진 아이"의 번역자께서 써놓은 글을 보면 잘 알수 있죠. 교보문고에서 출판된 책으로 그 만화책을 사서 재밌게 끝까지 보고는 번역자의 글까지 읽은 저로선 쓴 웃음을 감출수 없었습니다. 그 글의 서두는 이런식으로 시작합니다. 대학교수쯤 되는 사회적 지위를 갖고있는 내가 저급한 문화장르인 만화의 번역을 의뢰받고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확하게 토시까지 맞게 옮기지는 않지만 나중에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그대로 보여드릴수도 있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생각이죠.
음.. 장황하기 이를데 없네요. 요약하자면 지금 어떤 운동을 하더라도 대여점을 없애거나 사람들의 만화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한가지 기대 해 본다면 지금 만화를 보는 분들이 나중에 어른이 됐을때 좀더 만화가 인정 받는 세상이 될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희망이 드는군요. 그리고 그런 세상이 오기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거라는 생각...
그리고 대여점을 없애려고 대여점 너무 욕하지 않는게 좋을거 같군요.왜냐하면 대여점을 욕하는건 만화소비자를 욕하는 거라고 생각 합니다. 소비자가 만화를 사서 보지 않는것도,공짜만 좋아 하는것도 싫지만 그건 생산자가 이래라 저래라 할수 없는 거니까요. 어쩌면 그 사람들 한테도 만화는 돈주고보기 아깝다는 인식이 있을수도 있죠. 그런 분들이면 보지 말아요!! 다만 정말 만화를좋아 하는 분들이면...나중에 만화가 좀더 인정 받는 세상이 됐음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조금씩 사서 보는 습관을 들이는게 어떨까 싶네요...
만약 제게 할 말이 있으시면 메일 주세요. 하지만 욕 메일은 사양 입니다. 토론하고 싶은 분들과만 얘기 하고 싶네요. (참고로 저 욕 캡 잘합니다. 군대고참들이 욕장군이 많아서...삐질... 자랑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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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te : 12, Read : 396, IP : 211.226.80.252 2001/08/01 Wed 22:05: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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