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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적인 일이라면 기적적인 일이군요. 두고보자는
벌써, 통산 10호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8호이긴 합니다만,
준비호였던 0호와 특별호인 7.5호가 있었던 것이죠. 열 번이나 내다니..
더구나 이 황량한 만화판에서 2년이나 버티다니. 조금은 자아도취를 해도 괜찮겠죠.
모놀로그 : 깜악귀는 스스로의 몸을 더듬기 시작한다....
헉헉... 아, 난 너무 아름.. 다워... 으추워쿠시? 으추워쿠시이!!!!
(뭔 소리야?)
두고보자의 내부사정에 관심을 기울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8호는 1기에서 2기로의 개각단행 이후에 나온 첫 호입니다. 이것도 제가
쓰는 첫 편집장의 변이고요.
개각에 따라 새로운 진열을 구성하게 된 편집위원들은,
7.5호에 이미 소개되었습니다. 회의를 했습니다. 개각 후 첫 호는 무엇을
주제로 할 것인가? 몇 가지 안이 도출되었습니다. "[END] 종간으로
돌아본 순정만화, 순정만화의 END?"라든가, "만화관련 서적(비평, 감상, 에세이, 작법, 이론서) 총 리뷰"라든가.
뭐 다들 맛깔스럽게 쓰여질 수 있는 글이었겠습니다만,
결국 이번 두고보자의 큰 기획은 - [두고보자가
지지하는 만화]로 결정되었습니다. 이것은 몇 가지 노림수가 있는데,
첫째로 2기 편집위원 간에 서로 만화를 보는
관점이라든가, 취향들이 공유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감안했습니다.
이 기획을 위해 서로 글을 내놓고 검토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에 어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입니다.
둘째로, 두고보자라는 집단은 지금까지 개별
편집위원들이 각자 만화를 읽고 자신의 글을 쓰는 형태였다는 점입니다.
물론 공통으로 만들어내는 만화'판'에 대한 기획과 특집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바라보는 공통의 시야를 확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충분한 노력이 기울어진 것은 아니었지요.
결국 비평이란 개별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산발적인 평가가 아니라 어떤
작품을 보는 관점의 일관된 흐름을 잡아나가는 것이어야 할 터입니다.
물론 억지로 같은 시야를 공유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 기획은 일종의 시도입니다. 편집위원 간의, 그리고 독자에게
향하는. 천천히 실타래를 풀다보면 결국 같은 실의 양 끝을 잡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도 있을 것이고, 서로 합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만화판을 바라보는 관점이 합의될 수 있다면,
작품을 바라보는 비평적 관점도 서로 공유하고, 서로 갈등하고 하면서
발전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마지막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두고보자의
비평적 색채, 관점을 보다 명확히 독자에게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두고보자는 만화에 요구되는 모든 비평을 소화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은 편집위원들의 주관과 영혼의 색깔에 우선적으로 좌우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저희는 '만화비평-리뷰-서비스업'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두고보자는 이런이런 만화를 지지하는
집단이라는 것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동의하지 않은 분들과는 논쟁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정체성에 발이 묶인 집단은 퇴행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없는 집단은 성장하지 않습니다. 두고보자의
정체성 찾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이 모든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두고보자가 이번에
내놓는 [지지하는 만화] 기획에서 도출된 것들은, 결국 편집위원 개개인의
취향이나 주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음.. 당연합니다.
이것은 편집위원 개개인의 '자기-드러내기'이기도 합니다. 흠, 복잡하네.
어떤 만화를 지지하고, 어떤 만화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
'취향'에 그런 게 어디있어? 모든 취향은 동등한거야!?
아닙니다. 저희는 그런 식으로 세상을 내려다보는
신(神)의 관점을 취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합의점을 찾아나가고자 하는
개인입니다. 만화를 보는 시각에 있어 주관과 객관의 줄타기를 하는
인간들이죠. 진정성과 기교로요.
모든 취향은 동등하지 않아요. 적어도 저한테는요.
하지만 당신의 취향을 무시하진 않겠어요. 하지만 우선 서로 이야기나
좀 해 보죠?
어떤 만화를 지지하고, 어떤 만화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하고
어떤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어떤
세상과 국가를 원하는가?"는 곧 당신이 "어떤 만화판과 만화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취향', '주관', '자아'란
그렇게 신성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내밀한 자아는 따뜻하게 보듬어져야
할 만큼이나 드러내어지고 비판되고, 혹평되고,지지되어야 합니다. 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자아들까지 억지로 끌어내려 하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두고보자는 준비된 자아를 가지고 ... 나서 볼 생각입니다.
그것은 만화판이라는 무정부적인 세상에서 만화애호가들이
해내는 '정치'입니다. 두고보자는 그걸 해 왔고, 그걸 하고자 하며,
도망치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 기획을 읽은 여러분의 마음에 찬성과 반대의
파문을 일으키는 것. 영혼의 정치. 만화에 필요한 것은 더 이상의 취향과
주관이 아니라 취향과 주관을 소스로 하는 능숙한 말과 말과 마음의
정치가 아닐까요.
만화판은 현실정치에서 유리되고, 탄압받아온
만큼이나 만화판 자체에서 자치적으로 이루어졌어야 할 정치에도 미성숙되었습니다.
성숙으로의 한걸음. 실패할 수도 있지만 안
하느니만 낫습니다.
시행착오가 있으면 다른 사람은 보고 배울 수도
있겠죠.
이 기획의 완성도는 그렇게 완전무결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생각하기에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쓸 사람이 없어서",
"쓰기가 애매해서" 쓰여지지 못한 만화의 흐름이 있기도 합니다.
지지하는 만화의 성격들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할 때 일어나는 집합과
교집합의 오류들이 있기도 합니다. 아마츄어 비평집단의 한계이기도 하겠죠.
차차 업데이트하면서, 혹은 독자들과의 토론을
통해서 보완해나가고자 합니다.
2002/11/16 유아/미숙/권위/상투적인 깜악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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