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대략 말들이 어떤 의미로 쓰여졌는지는 이해했기 때문에, 반대하는 건 아니고요 ^^ "현실감각"에 대해 언급하신 건 야오이 장르의 이야기 구성 방식의 특징과도 관련된 조금 다른-더 복잡한- 얘기인 것 같아서, 여기서는 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아니지만,(오해하실까봐서..;) 그것에 대해, "야오이"의 "의미없음"과 관련지어, M님이 하신 질문... 그리고, "최소한으로 공유하는 부분"을 "의미없음"과 관련짓는 것이 혹시 야오이라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 의미를 장르에 그대로 부여하는 것인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들어서...^^;-헛갈려서- 굳이 쓰게 되었습니다. 현실감각과 의미는 또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자세히 얘기하는 것은 제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고. 다음 얘기는 관련된 얘기라기보다, 제가 대화들에서 "연상한" 다른 얘기일 수 있어요.
예전에 Yasujiro님께서 특정 소재를 야오이[야마나시(클라이맥스가 없는), 오치나시(반전이 없는), 이미나시(의미가 없는)]라는 용어로 규정하는 것에 반대하셨을 때, 그 기본적인 문제 의식에 동의하면서 (여기에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요) 관련된 얘기를 잠깐 한 기억이 나는군요. (정리를 다 못 해서, 삭제하긴 했지만.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
제가 '야오이'라고 말할 때, 이것은 남성 동성애를 소재로 하는 순정만화의 하위 장르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성격적으로 이성애자 여성을 위한 로맨스 판타지의 한 갈래라는 뉘앙스를 담습니다. (부정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대상을 제한하는 것도 아니고요) "야오이"라는 말에는 심각한 호모포비아와 여성 문화에 대한 비하, 만화 장르에 대한 편견, 성담론의 억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 같습니다. 그냥 소재만 가지고 붙이면, "게이 만화" "퀴어 만화"라고 부르면 되니까요. 궁극적으로는 사라져야 할 용어겠지요.
그런데, 제가 당시 생각했던 건 부정적인 계기로 형성된 장르명이라도 양적/질적으로 성장하면서, 자체의 코드를 겹겹이 쌓아 올리고 있고, 그 과정에서 지금은 부정적 의미가 많이 사라졌으니, 장르가 발생한 현상들의 안팎을 살피는 작업을 함께 하면서, 당시의 사회역사적 맥락과 문화적 현상을 암시할 수 있는 긍정적이고 가치중립적인 용어로 서서히 정착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성 작가들이 게이를 다루는 경우는 많이 있지만, 이 정도의 문화적 현상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니까요. 또한, 게이의 삶과 이슈를 진지하게 다루는 게이 만화 (어쨌든, 둘 다 소재상으로 게이만화이기는 하죠)와의 구분도 -이것이 모호하고, 나중에는 결국 사라지더라도- 현재로선 필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이런 의도를 분명하게 표방한 것이 "뉴욕 뉴욕"인데,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 저 개인적으로 별로 좋게 생각하진 않아요)
[밝혔듯이, 이건 관련된 얘기라기보다 그냥 제 생각일 수 있는데] 장르의 관습과 폐해(소수자로서의 게이에 대한 타자화, 강간 각본 등의 가부장적 이성애 각본의 답습 등 -이건 야오이 장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내부의 현상들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하지요...)를 넘어서고, 다양한 의미를 담은 좋은 작품들이 많이 있고, -현재의 야오이는 충분히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자체로서 충분히 평가해 줄 수 있지만, 아직은 게이의 삶과 이슈를 리얼리티의 면에서 진지하게 다루는 작품과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게이가 창작했다고 리얼리티가 생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오해 없으시길..) 그것을 야오이와 구분하려는 것이 반드시 "야/오/이"라는 말 그대로의 "의미없음"을 야오이 장르에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이건 오버?)
M님 말씀대로, "공유하는 부분"(어디까지 의미를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해 보면 좋겠지요. ^^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저 자신이 같은 단어에 대해, "동상이몽"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건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겠지만, 얘기는 필요하죠..^^;)
"그런데" (여기서부터 다른 얘기;) M님의 말씀을 듣고, 제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저 자신은 부정적 의미가 많이 제거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야오이"라는 말이 가진 태생적 한계가 사람들을 이 장르에 대해 더욱 벽과 편견을 가지게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저는 용어보다는 호모포비아에 더 큰 비중을 두어 생각했고, 그저 용어가 무엇이든 안 볼 사람은 안 본다는 식의 생각도 있었는데, "용어" 자체가 가진 의미와 이미지 때문에, 형성되는 벽이 제가 짐작한 것보다 훨씬 큰 것도 같습니다. (-이건 제가 경험이 적어서 어느 정도인지는...) 음... 어떤 방식을 취하는 것이 좋을런지 잘 모르겠군요. 이런 상황이라면, 그냥 "야오이"라는 말을 안 쓰고 다른 용어로 부르는 것을 운동 차원에서 하는 것도 괜찮을 것도 같은데....(역시 모르겠다는)
* 써 놓고 보니, 역시 마음에 걸리는 요소들이 속속...; 저 자신도 끝까지 생각하고, 완전히 정리한 생각들이 아니지요. 항상 해결을 못 봐서 이런 글을 잘 안 쓰게 되는 것인데...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건 없다'고 해결짓기엔 (틀린 건 아니지만) 구체적인 차이들을 너무 큰 틀에서 무마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Yasujiro님께서 남기신 글입니다. : 우선 제가 게시판에 쓰는 단어들은 대부분 특별히 깊이 생각하고 쓰는게 : 아니라 그냥 그때그때 어울리는 말을 찾다보니 튀어나오는 임기응변 정도로 :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점을 먼저 이해해주시고...("뉴 웨이브"라는 단어도 : 어디서 논의되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제가 억지로 끼워맞춘 말일 뿐이죠.) : : "우화적인 구성"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시간적 공간적 요소들이 : 이야기 속의 내적인 구성원리에 따라 결합되어 이루어지는것이 이야기 속의 : '사실'이라고 봤을때, 그것이 이야기(텍스트) 바깥에 존재하는(존재했던) : '사실'의 형태와 구성원리를 그대로 옮겨오고 있는가, 혹은 작가의 메시지 : 전달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앞서말한 미분화된 구성요소들을 : 임의적으로 변형하거나 조합의 형태를 바꾸고 있는가..의 경우를 가정했 : 을때 후자의 경우를 넓은 의미에서의 '우화적 구성'이라고 정의해 본 것 : 입니다. : : 개인적으로 이마의 초기작인 [6월 병]등의 단편을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 점은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이미 장르(야오이)화되어 어떤 범주 속에 : 묶여버린 다른 만화들이 갖고있는 특정한 공간과 관계의 ('사실'과의)분 : 리를 시도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스쳐지나가는 관계와 그 속의 교감을 : 그대로 끄집어내어 그것이 단지 스쳐 지나가는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 때로는 가장 의미있는 경험이 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섬세한' 현실 : 감각이었습니다.(물론 이 당시에는 아직 이 소재가 장르로 정착되기 전 : 이었다는 점을 무시할수 없지만.) : : 그런 점에서 [어른의 문제]나 [키다리 아저씨의~]같은 비교적 최근작 : 들은 '임의적 구성'에 대한 작가의 욕구가 상당히 많이 작용하고 있는 : 것으로 보입니다. 개별적인 인물들이나 무대 자체는 충분히 현실 속에서 : 납득할수 있는 것이며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정묘사가 보여주는 정서적 : 리얼리티는 여전하지만, 인물들의 '관계'를 조합하는 형태는 실제로 : 존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작가가 어떠한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임의로 : 창조해낸 것에 가까우며, 그것은 사실의 요소들을 작가 스스로의 이상에 : 따라 새로이 결합해서 새로운 메시지를 보여주는 '우화'적 형태를 띤다는 : 것입니다. : : 이마 이치코는 여전히 좋은 작가이고 지금도 자기세계를 만들어나가는 : 과정에 있는 작가지만, 내적 세계의 견고함과 함께 과거 습작시절 가졌던 : 서늘한 현실감각이 약간은 바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가지고 있습니다. : : 밤샘을 해서 졸린 눈으로 써서 설명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 대답이 되었는지 모르겠군요. : : jsh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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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 447, IP : 211.222.255.126 2002/05/20 Mon 18:58:07 → 2002/05/20 Mon 19:13: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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