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만화프로젝트

 

 

 

 

두고보자 자유게시판
961  15/65 0  관리자모드
깜악귀 수정하기 삭제하기
이승연 누드
스타 혹은 엔터테인먼트가 자신의 진지함을 과시하기 위해서 역사의 상처를 소재화하는 게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데. 사실 이승연이 역사를 누드화했다는 건 별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그러니까 댄스 그룹들이 반일 같은 거 외치는 거랑 그렇게 다를 바가 없다. 누드라는 거에 그렇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구. 그건 댄스 그룹이 반미를 외치는 거랑 똑같은 거야. 엔터테인먼트라구.

한국인이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게 딱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민족'과 '성'이다. 이 두 가지는 한국인의 행동중추를 자극시키는 에너지의 원천, "선정성"을 가동시키는 일종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가지의 매커니즘이 외형적으로 서로 상충된다는 점이다. '민족'은 그 열광에 진지함과 사명감이라는 후광을 덧씌워준다. 성(性)은,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그 무엇이다. 이 둘은 서로 모순된다. 그러나 그 모순 자체가 무한한 선정성을 낳고, 그것은 놀라운 감정의 증폭을 가능하게 한다. 이 두 가지로서, 거의 모든 소재를 소화가능하다. 스포츠에서 정치까지. 

이 둘은 연애상품이 팔리게 하는 단 두 가지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팔리는 영화"가 취할 수 있는 딱 두 가지 소재인 것이다. 한국인의 쾌락중추다. 둘은 왠만하면 서로 붙지 않는다. 그 결과를 예측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결합할 수 있는 조합은 일단, 민족과 "건강한 성"의 조합이다. 이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월드컵에서의 미나가 그렇다. 그리고 플레이보이지 모델이라는 등('한국여성'이라는 점이 초점이 되니까). 예컨데 이런 경우에는 소프트한 조합인 것이다. 적당히 장사도 되고 사람들도 적당한 선정성을 즐긴다. 

그런데 소프트한 조합이 아닌 경우가 문제다. 매우 신묘한 화학작용이 일어난다. 이를테면 미군에게 죽은 윤금이 사건이나, 혹은 죽은 여고생 사건 등이 그렇다. 이 경우에는 성(性)은  "누이"라든가 "우리들의 딸"이라는 호명을 통해. 그들의 여성(인간이기 이전에!)이라는 점이 직-간접적으로 강조된다. 그것은 강간에 대한 무의식의 신화를 집요하게 자극한다. "미군에게 짓밟혔다" 이거지. 우엑. 그런 신화가 없이는 사람들은 죽음에 억울해하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 한국인은 선정성이 없으면 사물을 인식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모 학생운동 정파는 윤금이의 시신 사진을 걸어놓고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쳐놓기도 했다. "여기를 찔렀다"

그런데 이 경우에 선정성은 "팔 수 없다". 왜냐하면 성역이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성역이 되었는가. 수치심과 죄의식 때문이다. 선정성을 에너지화하는 한국인의 기저심리에는 이 수치심과 죄의식이라는 것이 집요하게 도사리고 있다. 민족에 열광하는 이유에는 그 수치심과 죄의식이 깔려 있다. 성에 열광하는 이유는? 한국인에게 성이란 전혀 도덕적이지 않지만 의외로 완전히 남성위주로만 도덕화되어 있다. 요컨데 내 여자가 다른 남자랑 자는 건 매우매우 부도덕한 행위라는 식으로. 남성의 심리적 기저에 철저하게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남자가 성을 성역화하고 싶으면 성은 성역화되어 취급되고 쾌락화하고 싶으면 철저하게 쾌락화되어 취급된다. 그러나 이 이면에도 역시 한번도 관계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하였다는, 집요한 수치심과 죄의식이 있다.

수치심과 죄의식은 그것을 마주하지 않는 순간에 "쾌락"으로 보상되려는 습성이 있다. 수치심이 쾌락으로, 그것은 '에너지 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순간이다. 그것은 수많은 선정성의 순간이다. 그것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요약해서 죄의식이 쾌락으로 전이될 때 선정성이라는 톨게이트를 거치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아마도  한국인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죄의식과 쾌락, 선정성은 매우 함부로 다루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어떤 안전기준"을 철저하게 지키며 이루어진다. '미나'의 노출은 아슬아슬한 선이었지만 "열심히 싸우는 국가대표 오빠들을 응원하는 여동생/누이"의 수준을 절대 넘지 않았다. 쾌락을 다시 죄의식 차원으로 에너지를 역류 시켜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한국인이라면 (특히 한국남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엄격하고 물리적인 선이 있는 것이다.

정신대나 윤금이, 이런 문제는 두 가지 성역이 맞닿는 지점에 존재한다. 이 경우 두 가지의 기류가 맞물려서 일어나는 상승기류의 에너지는 무시무시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쾌락을 죄의식화하고 다시 분노로 발동시킨다.

이승연과 그 엔터테인먼트의 문제는, 사실 발상 자체에 있지는 않다. 그들은 지금까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해 온 것을 약간 색다른 방식으로 시도한 것에 불과하다. 민족 선정성과 성 선정성. 그 두 가지를 결합해보려 한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시도한 것이 어리석은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그들보다 "그런 것을 시도하고, 이런 게 잘 팔리겠거니"라고 생각하게 만든, 이 나라의 풍토가 더 짜증난다. 그들의 발상은, 일단 기계적인 수준에서는 괜찮은 것이었다. 하지만 민족 상업주의란, 생각보다 좀 더 비상업스러운 명분을 많이 가져야 한다는 점을 깜빡 망각한 것이다. "네티즌의 자발성으로 조직된" 뭐 이런 명분을 만들었어야지. "정신대 할머니 적극 협조"라든가. (우엑) 모니터링이라도 해보지 그랬어. 성역을 건드리면 대박이 나거나 아니면 매장이라구. 역사적 의미를 살린 누드를 찍고 싶었으면 정신대 할머니의 누드를 찍었어야지. 물론 그건 안 팔리겠지만.


Comment : 10,  Read : 2963,  IP : 61.73.66.116
2004/02/16 Mon 14:36:29 → 2004/02/17 Tue 11:40:25
무희 

퍼가고 싶지만 싫다, 고 하실것 같은 생각이 ;;

2004/02/16
capcold 

!@#... 지면에 따라서는, 상당한 백드래프트를 몰고올지도 모르는 내용이니까요...--;

2004/02/16
무희 

생각못한건 아닌지라, 부분 인용이나 해볼까, 했던게지요. 여튼 콜드님 샤독샤독샤독.

2004/02/16
soju 

수치심과 죄의식이란건 선정성에 대한 걸 말씀하시는건가요?

2004/02/17
iamX 

정말 잘 읽었습니다. *.*;;

2004/02/17
루저 

우연잖게 알게 된 이곳에서 정말 좋은 글들 많이 읽습니다. ^^

2004/02/17
깜악귀 

공개지면은 안 되고 개인 게시판 같은 데는 상관없어요. 그 정도로 논리정연한 글은 아닌데다 그냥 후딱 끄적인 거라서. 만약 정식으로 뭔가 쓰려고 했으면 이렇게는 안 썼을 거니까요.

2004/02/17
깜악귀 

...근데 샤독샤독샤독이 뭡니까?

2004/02/17
무희 

아..Shadok이라는 프랑스 만화에 대해서 밑에 글에 질문했거든요. 재촉하는거였습니다. 좀 더 알고 싶어서요. 정보를 구할 수 있을까하고요. ^-^

2004/02/18
capcold 

!@#...아아...그렇군요. 옙, 설마 그런 오래된 물건을 다시 상기시켜주실줄이야. 웹에서 다시 찾아보고는, 아 맞아, 이것! 이라고 탄성을... 마치 바바파파만큼이나 추억의 캐릭터.

2004/02/18
목록보기 게시물 작성하기 답글쓰기


현재 게시물    이승연 누드 [10]  깜악귀   2004/02/16 2963 
750    이미 세상은 스피릿츠 오브 원더?  [1]  capcold   2004/02/15 1322 
749    대한민국 인간서열 [7]  capcold   2004/02/14 4205 
748    파병에 찬성한 자랑스러운 금뱃지들 [2]  iamX   2004/02/13 1310 
747    김광석 프로젝트 `스무 살`   iamX   2004/02/13 1337 
746    부시의 진정한 용도 [8]  capcold   2004/02/12 1371 
745    36회 서울 코믹월드 [1]  펭귄군   2004/02/12 1284 
744    [만화] 독자만화대상에 `마린블루스` 선정  [7]  soju   2004/02/10 1446 
743    퀴즈퀴즈! 누가 변미연님일까요? [4]  난나   2004/02/09 1486 
742    IP 추적 전문가(들)와의 하룻밤 [4]  iamX   2004/02/08 1572 
741    오늘 만화세계정복 출간기념파티에 오세요 [5]  효리   2004/02/07 1372 
740    부자 만들기!!!!! [2]  김희주   2004/02/07 1399 
739    [공지] `만화세계정복` 출간 기념 파티 [3]  깜악귀   2004/02/04 5864 
738    악! 또 원고 분실 악몽  [3]  pinksoju   2004/02/03 1409 
737    만화세계정복 출간! [6]  capcold   2004/02/03 43759 
목록보기  이전 목록보기 다음 목록보기
 [Top]   [Pre] ....   [9  [10  [11  [12  [13  [14  15   [16  ... [Next]   [65] 
게시물 작성하기
EZBoard by EZNE.NET / kissofgod / skin Ez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