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어떨지 ... 저는 개인적으로 만화가들이 '죽으라고 원고하는' 일은 조금 자제했으면 합니다. 죽으라고 원고해서 훌륭해지는 것은 그림 실력이겠지요. 그런데 그림을 잘 그리면 만화가는 성공하고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겠느냐 ...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만화는 그림을 멋지게 그리면 성공인 장르가 아니죠. 회화나 일러스트가 아닌이상 ... 어떻게 그리든 작가의 뜻한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면 됩니다. 이건 단순히 잘그린 그림보다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비평적인 의미(물론 그런 의미도 있습니다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 한국의 만화가들은 그림을 잘그리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시간,돈,노동력)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원고를 하기 위해 '하루종일' 작업실에 틀어박혀야 한다면 자체로도 괴로운 일이고 ... 투자대비 효율(...)의 측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얻기 힘들죠. 흐음 ...
물론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그만한 원고를 정해진 기간내에 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다. 이렇게 매달려야 겨우 버틸지말지다. 물론 그 말도 맞습니다만, 이 상태로는 답답하죠. 개선책을 생각해 봅니다.
1) 원고 매당 고료를 올린다 - 간단하지만 좀 비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그리고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일부 인기작가에게나 가능한 일이지 보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습니다.
2) 같은 양의 원고에 투여되는 작업량을 줄인다 - 현시점에서 제가 추천(?)하고 싶은 방법입니다. 펜선 두개 그을 자리에 하나만 긋고, 톤 두장 쓸 것 한 장 쓰고, 배경 최소화 하고, 복잡한 메카닉에 관심끊고, 캐릭터도 간단 명료하게 다듬고 ... 그리하여 날림의 미학을 완성하는 겁니다(;;;)
3) 만화로 먹고살려 하지 않는다 - 어떻게 보면 궁극적인 해법이군요. 자기가 하고 싶은 만화를 하되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것은 상업만화가 아닌 다른 것으로 충족시키는 거죠. 삽화를 그린다든지, 게임회사에 취직하든지, 미술학원 강사를 한다든지, 이도 저도 아니면 생활비를 남편이나 아내에게 벌어오라고 시키든지(;;;) ...
...
방법이야 어찌되었든 간에 ... 원고자체에 투여하는 시간과 작업량을 어떻게든 줄여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작가들의 행동반경이 작업실에 국한되는' 상황이 창작물의 폭과 깊이에 치명적인 제한을 가하기 때문입니다. 환타지와 애완동물이야기가 아니면 자신있게 풀어나갈 수 없는 상황은 비참합니다. 그런 환경에서 만들어진 '빈약한 상상력과 얕은 사고의 작품'은 독자를 끌어 들일 수 없고 ... 그건 1년 365일 죽도록 원고해봤지만 먹고살기 힘든 사정은 변함이 없더라는 암울한 결론으로 되돌아 옵니다.
아무리 저의 감상수준이 낮다고 해도, 게임과 애완동물만화만 보고 살 수는 없습니다(더구나 저는 둘 다 취향이 아닙니다 ;;;). 이건 30대~4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볼만한 만화가 풍성하게 존재해주기를 바라는 독자입장에서도 절박한 요구입니다.
1년 12달 내리 원고해서 600쪽(×3만원=1,800만 ...?)의 원고를 완성하는 대신 6달은 이런 저런 것을 경험하면서 나다니다가 6달 원고해서 300쪽의 원고를 완성한다면 ... 그 원고가 결국은 더 값어치있게 팔려나갈 겁니다(×6만원=1,800만 이 된다면 금상첨화). 극단적인 비유가 되겠지만 ... 그 6개월이 단순노가다의 시간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6개월 노가다 뛰어 생활비 해결하고 남은 6개월 동안 그 노가다 경험을 소재로 원고한다고 가정해도 현재 한국만화판에서 만나기 힘든 좋은 작품이 나올겁니다. 최소한 작업실에만 틀어박힌 12달 보다는 백배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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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여하튼 작가님들 ... 30-40대 독자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T_T ... 음 ... 오늘 아침 모 기관(...)의 요구로 30-40대 공무원에게 정부예산을 들여 선물해줄 만화작품 몇 가지를 선정하여 보내주었습니다. 2002년 7월 현재 저의 선택은 이렇습니다.
채널 어니언 - 신훈 / 태동출판사 / 6000 색녀열전 - 장차현실 / 이프 / 8000 시민쾌걸 - 김진태 / 학산문화사 / 3000 사랑해 1부 10권, 2부 7권 - 김세영, 허영만 / 채널 / 3000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 박흥용 / 바다그림판 / 7800 빠담 빠담 - 원종우,정경아 / 시공사 / 4000 귀의 산책 - 모리 마사유키 / 시공사 / 4500 올웨이즈 - 권교정 / 시공사 / 3500원 우주인 - 이향우 / 서울문화사 / 4000 취중진담 - 송채성 / 서울문화사 / 3500 사부님 싸부님 - 이외수 / 자인 / 8000 이비쿠스 - 파스칼 라바테 / 현실문화연구 / 12000 비빔툰 - 홍승우 / 문학과지성사 / 9000 또디 - 정연식 / 문학과지성사 / 9800 천하무적 홍대리 - 홍윤표 / 일하는 사람들의 작은책 / 6000 오입쟁이, 사기꾼 그리고 수전노 - 조주청 / 아라크네 / 8800
ps2> 어쨌거나 ... 강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이야기 이므로 너무 신경쓰실 필요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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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Read : 374, IP : 202.30.111.175 2002/07/04 Thu 10:31:33 → 2002/07/04 Thu 12:38:34 |
| 무희 |
어떤 생각과 다르다는 것인지요? 으음..이 앞에 어떤 이야기가 있었나요? -_-? 궁금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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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4 |
| 난나 |
만화가의 특수한 작업환경이 애완동물에의 집착이나 폐쇄적인 일상과 관심사 등을 자연화한다는 지적에는 저도 동감합니다. 그런데 특정 만화가의 작업환경은 사실 그 작가가 대상으로 하는 지면의 성격으로 이미 결정되어 버리거든요. 지면은 타겟이 되는 독자층이나 소비 메커니즘 모두를 포괄하니까요. 하림님이 생각하시는 것과 방향이 약간 다른 시스템이 작용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제가 만나본 혹은 겪은 만화가들은 [그린다]는 공정 과정을 거치는 직업인인만큼 겹치는 부분도 많지만 투신하는 지면의 성격에 따라 스타일이 확연히 구분됩니다. 만화가라는 직업에 대한, 그리고 만화를 제작하는 작업에 대한, 그리고 만화가 담아내고 있는 관점과 성격들이 의외로 다양합니다. 으레 경험하고 상상하게 되는 [만화가]란, 많고 많은 지면 가운데 상업적인 측면에서 [주류] 작가일 확률이 높죠. 모두에게 익숙한 [만화] 지면의. 이들은 지면을 선택하면서 작업 단계 이전에 그들의 일상을 동시에 선택하게 됩니다. 독자와 편집자가 분명하게 요구하는 분량의, 스타일의 원고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고정된 관심사와 일상(그리고 관계자들)을 의미하니까요. 제가 스스로의 한계와 성향을 깨닫고(그러니까 주제파악;;) 대중-만화-잡지(그리고 관련된 사람들)를 포기하고 난뒤에야 저는 진정한 [프리]랜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칸을 구성하고 칸을 메워가는 독자적인 원리를 발견하고 진행시켜 나가는 것은 작가의 자유를 보장하는 지면일 경우에 가능하니까요. 작가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만화의 형식에 대해 무지하거나 큰 관심이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될 수 있지만 저는 만화를 필요로 하는 만호잡지가 아닌 종합잡지, TV나 인터넷 등의 다른 매체를 만화의 지면으로 만나게 되면서 저의 일상을 생산적으로 구조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관형님이 지시하신 (2)번과 (3)번을 비로소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거죠~! 일반 상업 만화잡지와 같이 정통 [만화독자]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없다는 어려움은 있지만 대중성이 담보된 지면에서 [일반독자]들과 조우하면서 원고를 이해시키고 인정받는 방법도 나쁘지 않습니다. 의외로 지면은 넓고 독자는 다양하다는 것이 만화계 입문 11년차의 생각입니다.(관형님 글을 피플에서 너무너무 보고 싶은 난나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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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4 |
| ash |
halim님, 무희님, 난나님 글이 모두 공감 가는 바가 많은 좋은 내용들이네요. 저는 만화계나 출판계의 현실에 대해 잘 모르지만, 참 복잡한 것 같습니다. 절필하는 작가들도 많고... 정확한 파악이 되어야 대책을 세울텐데... 정부, 출판 구조, 출판사, 만화가, 독자, 비평가.....와 복합적인 한국 현실... 해결책과 대안은 뭘까요. 이런 저런 시도들은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것 같은데...(-역시 잘 모르는 인간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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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5 |
| 무희 |
아, 오타가키 야스오의 문 라이트 마일..도 추천할만 하지 않을런지...^-^;;; 잘 들어가셨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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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6 |
| halim |
예 덕분에(?) 잘 있습니다. 무희님도 잘 들어가셨는지요. 차끊겼을까 제가 더 걱정되던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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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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