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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보자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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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sujiro 수정하기 삭제하기
Re: 오즈의 베개 숏(pillow shot)
70년대에 주로 활동한 평론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노엘 버치
(Noel Burch)가 붙인 이름입니다.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
의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눈에 띄었던, 극의 흐름과는 전혀 관계
없이 씬의 연결과정에서 불쑥불쑥 끼어드는 엉뚱한 화면들을
지칭하는 말이죠. (이런 화면들이 주로 한 씬이 끝나고 다음 씬
이 시작되기 직전에 끼어들듯 나타났기 때문에 머리와 바닥 사
이에 끼어드는 베개와 같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불렀다고 합니다.)

서양의 평론가들이 오즈의 영화를 보면서 당혹감을 느낀점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전통적 서구 영화에서 보이는
서사구조의 균형이 마구 무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수 있습
니다. 극중에서 중요한 서사적 사건들은 과감히 생략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일이 허다하고, 이야기의 큰 줄기에서
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세부묘사에는 상당한 시간을 끕니다.
[동경이야기](53)에서 할아버지와 동창생들이 술집에서 자식
에 대한 실망을 얘기하는 것과 같은 사소한 시퀀스들이 마치
실제 시간처럼 길게 이어지는 반면 정작 중요한 할머니의 죽
음은 임종의 순간을 생략한채 장례식의 시퀀스로 넘어가버리
는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극적인 서사적 사건의 제시로부터 후퇴하는것만이 아니라
서사적으로 중요한 공간으로부터의 후퇴도 나타납니다. 디
졸브나 페이드같은 (당시로선)일반적인 장면전환의 수단 대
신에 오즈는 커트에 의해 연결되는 독립된 화면을 채워 넣습
니다. 이것은 종종 씬의 사건들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공
간들을 보여줍니다. 항구의 전경(全景), 등교하는 학생들,
달리는 기차, 중심가의 빌딩들이나 공장의 굴뚝 등, 대체로
이런 공간들은 사건이 발생하게 될 공간의 근처지만, 정작
진행중인 행위와 관련된 어떤 서사적 원인도 발생하지 않습
니다. 그렇다고 씬의 시작 그 자체를 위해 제시되는것도 아닌
것이, 공장의 굴뚝등의 풍경을 보여주고 나서 그곳에서는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장면전환
은 보드웰(D.Bordwell)의 지적에 따르면 설정화면으로서의
최소한의 기능을 갖지만 때때로 공간을 설정하기보다는 오
히려 이후 제시될 씬의 공간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향이 있습
니다. [동경이야기](53)에서의 한 예로, 먼저 며느리인 노리
코가 어머니의 병환에 대한 전화연락을 받고 슬픈 모습으로
자신의 책상에 돌아가 앉습니다. 달칵거리는 타자기 소리가
들리면서 씬이 끝나고 공사중인 빌딩의 원경이 나타납니다.
망치질 소리가 들리면서 타자기 소리는 공사장의 망치질 소
리로 대체됩니다. 쇼트가 다시 바뀌면서 이번엔 다른 공사장
의 원경이 나타납니다. 공사장의 컷이 끝나고 맏아들인 히라
야마 박사의 병원으로 장소가 바뀌면서 새로운 씬이 시작됩
니다. 이 연결에서 공사장의 두 숏은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영화는 공사중인 빌딩의 소재에 대해 관객에게 아
무런 신호도 주지 않습니다. 혹자는 그것이 노리코의 사무실
밖에 있다고 추정할수도 있지만 망치질 소리는 노리코의 사
무실 쇼트에서는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전환화면들은 일반적인 관객들이 생각하는 암시적인
의미와 연관시키기가 좀처럼 어렵습니다. 서구의 시각에서
보기엔 이것은 대단히 당혹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서사의
목적이나 경제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불균형한 사건의
안배와 서사적 공간의 압축과는 정 반대되는 공간감의 확대
는 제 1세계의 분석자들의 눈으로 보기엔 대단히 낮설고
해석하기 어려운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보기에 오즈
의 영화는 "무언가를 재현하겠다는 의지나 목적"자체가
없는것처럼 보였습니다. 서구인들에게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구로사와등의 감독에 비해 오즈의 영화는 서구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기가 꽤 늦었고, 주목을 받기 시작
하면서부터는 그 형식의 의도에 대한 해석을 놓고 장기간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오즈의 영화가 갖는 형식적
특성이 과연 오즈 혼자만의 '유별난'것인지 동아시아권의
서사예술 전체에서 찾을수 있는 어떤 특성의 반영인지를
규명하는것도 최근의 영화연구에서 관심사항입니다.

JSH

설명은 D.Bordwell과 C.Thompson의 [영화예술/Film Art:
an Introduction](이론과 실천)을 인용했습니다.
Comment : 12,  Read : 1015,  IP : 211.192.252.232
2002/07/28 Sun 17:30:55 → 2002/07/28 Sun 17:38:02
ash 

만화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처음엔 이 쪽(?)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걸 뭘 의아하게 여기나... 그랬지만. 틀 같은 것이 많이 다르니까... (지금이야 안 그렇더라도) 어쨌든, 오즈 영화의 시정이 참 좋죠.
(음. 이렇게 간단히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닌데... 저는 그냥 두서없이 생각없이 쓴 것에 불과하다는^^)

(조금 다른 얘기: 들은 얘기지만,(인용) 오즈는 초기에, 자신이 플롯을 짜임새있게 구성하지 못한다는 점에 불만이 많았다고. 하지만, 후기로 가면서 자신의 영화가 전통적인 스토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하네요.)

2002/07/28
ash 

[`베개샷`(이름도 참 귀엽게 지었...;)이라면... 그런 게 없으면 오히려 싫어하는 취향(어디까지나 내 `취향`이)]

2002/07/28
thug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

2002/07/29
Yasujiro 

사실 아는체 하긴 하지만 오즈의 영화 수십편들 가운데 본것은 고작 다섯편밖에 안되서...([태어나기는 했지만][외아들][동경이야기][안녕하세요][꽁치의 맛]) 오즈같은 대가들의 고전을 보고싶을때 자유롭게 볼수 없다는 것이 한국의 문화적 환경의 덜떨어짐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오천년 문화민족` 좋아하시네.)

2002/07/29
Yasujiro 

덧붙이면, 오즈는 매우 평범한 삶만을 그렸던 자기 영화와는 반대의 특이한 인생을 살다간 사람이기도 하죠. 자기 영화속의 인물들과는 반대로 그는 대학을 나와 취직을 걱정해본적도 없고(정규교육의 갑갑함을 싫어했던 그는 중학교시절 어느 `미소년` 하급생에게 보낸 연애편지가 문제가 되어 기숙사에서 쫓겨난 뒤 바로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결혼을 해서 자식을 키워본 경험도 없으며, 당연히 장성한 자식의 결혼문제로 골머리를 썩혀본적도 없습니다. 1903년 12월 14일에 태어난 그는 정확히 60회 생일을 맞은 1963년 12월 14일의 저녁에 갑작스런 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강한 일상감을 담은 영화를 만들면서 그것을 경험의 차원이 아니라 관찰과 상상의 차원에서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그는 특이한 작가입니다.(외모도 왠지 배우같죠. 콧수염 붙인 안성기가 연상된달까.)

2002/07/29
ash 

저도 오즈 영화 몇 편 밖에 못 봤는데...^^ (아카이브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니...) 본 것 중에서는 `이른 여름(맥추)`가 가장 좋았다는. (맥추의 몇몇 장면은 기막히게 좋더군요) 그런데, 오즈는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정서적으로 좀 안 맞는 부분도 있는데... 저 얘기 들으니(정말 뜻밖인 얘기), 오즈 할아버지가 마구 좋아지네요(;;)

2002/07/29
Yasujiro 

여러모로 저 자신이 닮으려고 애쓰는 인간형이라고나 할까요.(독신주의랄것 까지는 없지만 가족 꾸릴 생각도 없고.) 오즈의 인간미에 대해서는 현대미학사에서 나온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세계](도널드 리치. 김태원 譯)과 빔 벤더스의 오즈에 대한 다큐멘터리인 [東京花](84)에서의 몇몇 인터뷰를 통해 엿볼수 있습니다.(촬영기사였던 아츠다 유하루의 인터뷰는 가슴이 찡합니다.)

2002/07/29
ash 

정보 감사합니다. :) 빔 벤더스가 찍은 오즈 다큐는 꼭 보고 싶네요.

2002/07/30
ash 

[`독신(?)대연방`이 만들어지면, 이름은 `오즈의 마도시`로!(;)]

2002/07/30
Yasujiro 

가입비는 무료. 대신 누군가와 눈이 맞아 스리슬쩍 탈퇴하려는 배신자들에게는 피의 응징을!!!(질투단이 아니라구 이건...)

2002/07/30
thug 

후후(가입하고 배신하고, 또 가입하고 배신하고...본성을 드러냄)

2002/07/30
ash 

하하.. 부제는 `질투단 아니라니까` ^^
(아니, 저는 그 만화를 보려고 본 게 아니라, 동생이 사다
놔서 우연히 한 번...--; 하지만, 질투 마스크는 정말 인상적...)
thug님, 그러시다간 피의 응징으로 안 끝납니다..^^

200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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